퀵바

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47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11 11:53
조회
11,994
추천
487
글자
11쪽

귀환

DUMMY

긴 투쟁 끝에 내 앞길을 가로막는 마왕을 치워버리고 차원의 균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처음 접촉했을 땐 온몸을 찢어발길 듯 날뛰었던 검은 마력이 지금은 포근한 이불처럼 느껴졌다.

서서히 밀려드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후 얼마나 긴 시간이 흐른 걸까.


“......”


얼굴이 간지러워 눈을 떠보니 하늘에 떠오른 태양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마계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드디어. 마침내 지구로 돌아온 것이다.


“......?”


그리고 뒤늦게 그에 못지않은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악마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흉측하게 변이했던 내 몸이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손으로 몸을 더듬자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 마왕을 죽이고 놈의 마력을 흡수했는데 어쩌면 그 덕분일 수도 있고.

차원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뭔가 다른 힘이 개입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내게는 달가운 일.

무턱대고 차원을 넘어오기는 했으나 괴물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으음.”


그러니 이젠 다른 문제를 고민할 차례.

나는 지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몸이다.


“...꺄아악ㅡ!”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지구로 귀환해 처음 만난 여성은 내 알몸을 보고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



“소리 질러서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었는데요.”


한바탕 소란이 진정된 이후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나는 소리 지른 여성의 일행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옷 고맙습니다.”

“별말쓸음요.”


묵직한 배낭을 짊어진 남성이 손을 내저으며 겸양을 떨었다.

이분이 여벌의 옷을 나눠준 덕분에 알몸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말하는 게 어눌해서 외국 분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한국인 맞으시네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난 3년간 지구를 떠나 마계에서 살아왔다.

그 기간 동안 다른 언어를 사용하다 보니 한국어를 발음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도 여러 차례 말을 주고받다 보니 금방 어휘력이 돌아오기는 했다.


대화의 물꼬가 트이자 남성은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게 정말입니까?”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짤막하게 마계 관련 이야기를 털어놓자 감탄사를 연발한다.


“흐음.”


그와 달리 여성은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혹시··· 머리가 아프다거나 어지럽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도중에 끼어들더니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내가 머리를 다쳐서 헛소리를 늘어놓는다고 생각하는 모양.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믿기 힘든 얘기이기는 했다.

그러나 굳이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성은 느끼지 못해서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정신까지 잃으셨는데 마물에게 발각 안 되고 저희와 먼저 만나다니··· 참 운이 좋으시네요.”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내가 정신을 차린 이곳은 곳곳에 마물이 도사리는 위험지역이라고 한다.

마물은 3년 전 내가 마계로 넘어가기 전에도 지구에 존재했던 괴물들을 일컫는 단어고.

눈앞의 두 남녀는 초능력을 얻은 각성자, 즉 헌터였다.

이들은 마물을 사냥하면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을 습득하기 위해 이곳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마침 저희도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라. 끝나고 안전한 곳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초면에 이런 호의를 베풀어 주다니.

뒤통수치기 좋아하는 악랄한 놈들만 살아가는 마계에서 지내왔다 보니 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수진아-! 동호 형-! 거기서 뭐해?!”


그때 저 멀리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진, 동호라는 이름에 두 남녀가 반응하는 것으로 보아 동료인 듯했다.

누가 봐도 나 헌터요, 주장하듯 눈에 띄는 가죽 갑옷을 입은 남성이 빠른 속도로 뛰어왔다.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신체 능력을 보유한 각성자답게 금세 거리를 좁혔다.

그는 가까이서 나를 보고는 흠칫 몸을 떨었다.


“...누구야?”

“아, 오빠. 이분은 진선우 씨야.”


수진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으며 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


그러자 가죽 갑옷 남성은 굳은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오, 오빠-!”

“야, 장민욱! 뭐하는 거야!”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어 내 목에 겨누었다.


“둘이야말로 지금 뭐하는데.”


장민욱이라는 이름의 가죽 갑옷 남성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동료들을 질책했다.


“B구역엔 어떤 마물이 등장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수차례 말했을 텐데··· 이런 곳에 사람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고? 그리고 뭐? 다른 세계에서 건너와?! 바보야? 수상하단 생각부터 안 들어?!”

“”......””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두 남녀는 굳은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장민욱은 나를 향해 노골적인 살기를 보내왔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는데 이내 정적을 깬 건 장민욱이었다.


스윽-


검을 움직여 내 목의 피부를 살짝 베려고 한 것이다.

마물의 몸에는 검은 피가 흐르기 때문에 내 피 색을 확인해보려는 의도 같았다.

물론 성공하지는 못했다.

내가 두 손가락으로 검 끝을 잡아버렸다.


“뭐, 뭐야!”


기습이 막힌 것도 모자라 검을 회수하려고 손에 힘을 주는데도 꿈쩍하지 않으니 장민욱은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나 또한 그에 못지않게 놀랐는데,

내 인내심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내게 살기를 뿜어내며 검을 휘두르다니.

마계였다면 사지를 찢어 죽였을 것이다.


물론 장민욱 저자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내 알 바는 아니다.

내게 살기를 뿜어냈다는 것과 검을 휘둘렀다는 사실.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했다.


“이익-!”


그런데도 당장 손을 뻗지 않은 건 앞선 이유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였다.

첫째. 장민욱의 일행이 내게 큰 호의를 베풀었다는 것.

둘째. 마계와는 달리 지구에서는 함부로 살인을 저질러선 안 된다는 사실을 떠올려서다.


물론 그렇더라도 두 번이나 같은 무례를 넘어가 줄 생각은 없었다.

또다시 나를 공격할 경우 목을 비틀어버리겠다고 생각을 정리한 후 장민욱에게 말했다.


“그보단 저것부터 처리해야 않을까요?”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소리를 죽이고 다가온 거대한 마물이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



‘뭐, 뭐야! 저 마물이 왜!’


진선우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던 장민욱은 두 눈을 부릅뜨고 경악했다.

입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사자 모습의 검은 마수.

7급 괴수종 크라카타우 때문이었다.

B구역 안쪽에 똬리를 튼 녀석이 어째서 이곳에 나타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대부분의 괴수종 마물이 그렇듯 크라카타우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한 인간을 공격해오지 않았다.

장민욱은 지난 반년간 B구역에서 활동하면서 단 한 번도 녀석의 심기를 거스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망할!”


B급 헌터인 수진과 동호는 7급 괴수종을 상대로 1초도 버티지 못한다.


“도망쳐-!”


A급 헌터인 자신이 시간을 벌어준다면 한 명 정도는 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때마침 크라카타우는 움직이지 않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을 의식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장민욱은 판단했다.

계속 교착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리며 기싸움을 벌였다.


"으윽."


그러나 크라카타우가 내뿜는 기운은 장민욱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약자를 억압하는 동물계 마물의 피어에 노출된 그가 비 오듯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정신에 데미지를 입어 시야가 흐릿해졌다.


“...젠장.”


몸이 휘청이는 그때.

갑자기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


검은 마력을 줄기차게 뿜어내는,

괴물의 형상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장민욱은 자신이 헛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 이를 악물고 도리질을 쳤다.

손바닥으로 눈까지 비비자 흐릿했던 시야가 조금씩 돌아왔다.


"...어?"


이내 초점이 뚜렷해지더니 괴물이 사람의 모습을 갖춰갔다.

놀랍게도 진선우가 장민욱의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뭐하는 거야-!”


장민욱은 고함을 지르며 진선우의 어깨를 붙잡았다.

간신히 크라카타우를 붙들어 매고 있었는데 정체 모를 인간이 눈치 없이 끼어든 것이다.

팽팽하던 흐름이 깨져버려 곧바로 크라카타우가 달려들 거라고 생각했다.


“어?”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크라카타우가 털을 곤두세우고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럴 리 없지만.

장민욱은 그 모습이 겁을 집어먹은 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진선우가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크라카타우도 한걸음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크르르···


진선우는 장민욱이 실수로 크라카타우를 달고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그 허술함에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장민욱의 실수가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은 진선우 때문에 발생했다.

그가 보유한 어둠의 마력은 마물의 몸을 구성하는 어둠의 마력과 동일한 성질을 띠고 있어서 크라카타우가 진선우를 자신과 같은 마물로 간주해,

괴수종의 본능에 따라 서열을 가리기 위해 영역을 벗어나 이곳까지 행차한 것이다.


크르르···


진선우를 인간이라고 판단했다면 진작 달려들었을 것이다.

마물들의 영혼에는 인간을 향한 강한 적개심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설령 자기보다 강한 상대라 하더라도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그러나 상대가 같은 마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 싸움 이후 서열 정리를 시작했다.


크르르···!


그러나 크라카타우는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멀리서 어렴풋이 느꼈을 때는 잘 몰랐는데.

가까이서 확인한 상대의 힘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

크라카타우는 겁에 질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다가 뒤늦게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복종을 맹세했다.


끄으응···


그러나 진선우는 크라카타우의 장단에 맞춰주지 않았다.

그는 마물이 아닌 인간이었으니까.


콰드득.


진선우의 손끝이 크라카타우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크르륵···


크라카타우의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그렇게 B구역을 주름잡던 강력한 마물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환 후 먼치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3 22.05.31 1,078 0 -
22 마물 길들이기 +8 22.05.30 3,479 215 9쪽
21 성장 +9 22.05.29 4,291 242 12쪽
20 라미아 공방 (2) +10 22.05.28 4,339 256 12쪽
19 라미아 공방 (1) +8 22.05.27 4,695 245 15쪽
18 증명 +8 22.05.26 5,172 290 12쪽
17 간담회 (2) +8 22.05.25 5,269 264 11쪽
16 간담회 (1) +10 22.05.24 5,649 258 11쪽
15 레드 게이트 (4) +4 22.05.23 5,710 263 9쪽
14 레드 게이트 (3) +4 22.05.22 5,912 249 10쪽
13 레드 게이트 (2) +8 22.05.21 6,068 258 13쪽
12 레드 게이트 (1) +5 22.05.20 6,409 247 11쪽
11 훈련 +6 22.05.19 7,236 251 13쪽
10 한성 길드 (2) +10 22.05.18 7,419 290 11쪽
9 한성 길드 (1) +14 22.05.17 7,692 266 11쪽
8 사냥 +6 22.05.16 8,000 293 11쪽
7 뒷처리는 확실하게 (2) +5 22.05.15 8,818 302 12쪽
6 뒷처리는 확실하게 (1) +16 22.05.14 8,926 317 10쪽
5 던전 +5 22.05.13 9,394 327 12쪽
4 옛 동료 +5 22.05.12 10,202 394 13쪽
3 누나 +5 22.05.11 10,949 403 9쪽
» 귀환 +10 22.05.11 11,995 487 11쪽
1 프롤로그 +7 22.05.11 13,390 563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