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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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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35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29 10:05
조회
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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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글자
12쪽

성장

DUMMY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한 이후.

나는 한성 길드의 윤세영과 만났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부쩍 밝아진 얼굴로 나를 반겨주었다.


“감사해요 선우 씨. 아니, 이혜성 팀장님.”

“일은 잘돼가요?”

“그럼요! 요즘 너무 잘 풀리는데요~”


한성 길드 소속 헌터 이혜성이 몰고 온 파급 효과는 굉장했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헌터가 바로 이혜성과 진선우라고 들었다.


“원래 오빠들은 저한테 신경도 안 썼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연락이 자주 와요. 뒷조사도 하고 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건 좀 거슬리는데. 뭐 그만큼 제가 경계 대상이라는 거겠죠.”

“잘됐네요.”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회장님이 밥 한 끼 하자며 연락이 오셨지 뭐예요? 일 년에 한 번 명절 때 뵌 것 말고는 따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윤세영은 받아쓰기 시험에 백 점을 맞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아!”


그러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붉혔다.


“죄송해요. 너무 신이 나서.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요즘 일이 너무 잘 풀려서 저도 모르게 흥분했네요.”

“뭐 어때요. 평소보다 보기 좋네요.”

“···고마워요.”


잠시 대화를 멈추고 차를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

흘끗흘끗 내 눈치를 보던 윤세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근데··· 이 관계도 언제 끊어질지 모르겠죠?”

“그렇죠.”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예상외의 면모에 호감이 가기는 했다만 윤세영은 어디까지나 남이었다.

대훈이 형과 다혜 승원이처럼 가족이 아니다.

사소한 다툼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고,

온새미로 길드가 더 이상 한성 길드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이 복잡한 관계도 끝이다.


“그래도.”


윤세영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저는 우리 인연이 꽤 오래 이어질 거란 생각이 들어요.”

“왜요?”

“스스로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선우 씨 되게 정 많은 사람이거든요.”


내가?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뭐. 그렇다고 무리한 부탁하면서 감정에 호소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이 관계가 계속 이어지려면 제가 잘해야죠.”

“지금처럼만 해주셔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아뇨. 더 노력할 거예요.”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오글거리는 말들을 늘어놓네.

나는 초롱초롱 빛을 발하는 윤세영의 눈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가방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선물이요.”

“···선물요?”

“이번에 라미아 공방 다녀왔거든요. 거기서 가져온 목걸인데 피로 회복 마법이 걸려 있대요. 맨날 팬더 눈하고 계시던데, 끼고 있으면 좀 도움 될 거예요.”

“······”


최근 이혜성으로 활동하면서 윤세영 카드로 많이 긁고 다녔다.

그래서 공방에서 챙겨온 물건 중 하나를 선물하는 것이고.

공짜 물건 가지고 생색내기는 그래서 쓸데없는 말들은 생략하고 물건만 전달했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목걸이를 두 손으로 꼬옥 거머쥔 윤세영은 지금껏 내가 봐온 모습 중 가장 환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



“후우- 오늘도 고생 많았다, 얘들아···”

“고생하셨어요, 오빠.”

“고생하셨어요, 형···”


진선우의 지시에 따라서 할당된 연습량을 모두 채운 온새미로 길드의 헌터들은 사무실 소파 위에 몸을 뉘었다.


“집 갈 거냐? 내일 모처럼 쉬는 날인데. 간만에 회식이나 할래?”

“아니. 나는 패쓰··· 집에서 요양할래. 아니 근데, 진짜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골병이 안 드는 거지?!”

“그러게. 나도 내 몸에 놀라는 중이다.”


새삼 각성자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 깨닫게 되는 이들이었다.

강다혜가 제안을 거절하자 윤대훈은 하승원을 바라보며 소주잔을 꺾는 시늉을 했다.


“승원이 너는?”

“죄송해요. 오늘 약속이 있어서.”

“크으. 역시 인싸는 다르구나.”

“그러지 말고 선화 누나한테 연락이나 해보시죠.”

“흠. 흐흠. 그, 그럴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붉어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형의 모습에 하승원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둘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다혜야 내일 봐.”

“그래~ 들어 가~”


하승원은 먼저 짐을 챙긴 후 길드 건물 밖으로 나섰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택시를 잡았다.

목적지는 시내에 위치한 호프집이었다.

택시에서 내린 후 안으로 들어서자.


“아.”


평소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던 동기와 눈이 마주쳤다.

하승원은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테이블에는 여덟 명의 남녀가 앉아있었다.

하승원과 함께 헌터 아카데미를 다녔던 동기들이었다.


“야, 오랜만이다~”


간만에 보는 동기들의 모습에 피로로 찌들었던 하승원의 얼굴이 밝게 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러게. 오랜만이다?”

“······”


누군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있던 탓이다.

하승원은 불청객, 최동수의 인사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친하게 지냈던 동기의 옆좌석에 앉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쟤 안 온다며.”

“···그게. 미안하게 됐다.”


동기의 설명에 따르면 최동수에게는 오늘 이 자리를 알리지 않았는데,

누군가 몰래 정보를 전달한 건지 아무런 언질도 없이 난입했다는 것이다.


“그럼 늦게라도 연락 주면 됐잖아.”

“그게··· 내 폰 뺏어가더니 아예 연락 못하게 하더라. 진짜 미안하다 승원아.”


설명을 듣고 보니 동기에게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하승원은 홀로 분노를 삭였다.

그리고 조금 분위기 맞춰주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자리를 빠져나가겠다고 생각했다.


“야.”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가 무르익자 최동수가 하승원의 옆으로 다가왔다.


“반갑다. 그동안 뭐 하고 지냈냐?”

“······”

“너 갑자기 관둬서 되게 섭섭했잖아.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최동수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놈은 아카데미 생활 당시 학생들을 괴롭히던 일진이었다.

하승원은 피해자 중 한 명이었고.


“그래서 왜 그만둔 거야?”


친한 형이었던 진선우의 누나가 갑자기 아팠던 탓에 병원비를 보태기 위해 그만뒀다.


“······”


윤대훈과 강다혜에게는 그렇게 핑계를 댔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가는, 국내 유명 길드의 오퍼를 받고 아카데미를 조기 졸업하는 동기들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관둔 것이었다.

그중 현재 가장 잘나가고 있는 녀석이 하필 눈앞의 최동수였다.


“승원아. 동기 좋다는 게 뭐냐. 내가 일자리 하나 소개해 줄게. 너 우리 길드 짐꾼으로 들어와라. 급여는 넉넉하게 챙겨줄게.”

“······”


최동수 무리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야. 얘 이미 길드 들어가 있잖아.”

“어? 그래? 몰랐는데. 만년 C급 나부랭이를 품어주는 길드가 있어? 이름이 뭔데?”

“몰라? 듣보잡이라 까먹었다. 크크큭.”


노골적인 조롱이 이어졌다.


“어, 승원아 혹시 기분 상했어? 왜 그래? 장난이잖아 장난~ 얼굴 펴. 사람 무안하게.”


하승원은 고민했다.

나는 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할까?

그는 헌터 세계에서 약자였기 때문에 늘 참고 살아왔다.


“야. 왜 사람 말을 무시하냐.”


최동수의 말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진선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형과 함께했던, 짧지만 힘든 수련의 나날이 떠올랐다.


“야. 지금 뭐하자는 거냐? 돌았어?”


그리고 진선우의 말도 떠올랐다.


-더 이상 참으면서 살고 싶지 않다고? 알겠어. 더 이상 무시당하지 않게 해줄게.


국내 최강의 헌터 후보로 거론되는 형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꽤 강해졌다.

그런데 계속 참아야 하나?


“......”


하승원은 고개를 들었다.

최동수가 검지 손가락이 하승원의 이마를 밀고 있었다.


“야. 표정 뭐냐. 사람 무안하게.”


아니다. 이젠 더 이상 참지 않을 거다.


“이게 재밌어?”

“어?”

“재밌냐고.”


하승원의 반응에 최동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두 살 먹은 애새끼도 아니고 사리 분별 못해? 이게 무슨 장난이야. 그냥 시비지.”

“······”


장내 분위기가 싸늘하게 굳었다.


“하. 하하하.”


최동수가 어색하게 웃기 시작하자.


“하하하하하!”


최동수 무리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같이 웃기 시작했다.


“와 씨바. 쫄았네. 승원이 성깔 장난 아닌데?”


하승원은 웃지 않았다.

그저 최동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야.”


최동수가 가면을 벗어던지고 사나운 표정을 드러냈다.


“갑자기 왜 개기냐. 너 뭐 돼?”

“......”

“그새 빽이라도 생겼냐고. 왜 개기고 지랄이야.”

“동수야.”

“동수야아?”

“입에서 똥내 난다. 얼굴 좀 치워라.”


최동수는 더 이상 말로 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하승원에게 포크가 날아들었다.

둘 사이의 간격이 좁았고 시야가 닿지 않는 아래에서 찔러들어오는 공격이기 때문에 가드는커녕 감지조차 힘든 공격이었다.


탁.


그러나 하승원의 초감각이 포크의 궤도를 감지했다.


“......!”


최동수의 손이 하승원의 손바닥에 가로막혔다.

포크는 하승원의 손가락 틈 사이로 삐져나와 있었다.


“나 방금 목숨의 위협을 느꼈거든. 이거 정당방위다?”


격분한 최동수가 고함을 지르려는 찰나.

그의 턱에 묵직한 일격이 꽂혔다.


쾅-!


부웅! 2미터 정도 하늘로 솟구친 최동수의 몸이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손님들이 비명을 질렀고 아카데미 테이블에는 정적이 흘렀다.

하승원이 B급 최상위 헌터 최동수를 날려버렸다?

방심했다더라도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


바닥에 대짜로 누운 최동수가 무릎을 들어 가슴께까지 끌어올리더니.


“개새끼가-!”


몸의 반동을 이용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하승원에게 달려들었다.

하승원은 여유롭게 공격을 회피했다.


“씨발! 새끼가! 죽어!”


일격에 바위를 깨부술 수 있는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지만 하승원은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냈다.


“죽어-!”


최동수는 하승원이 운 좋게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동기들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하승원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최동수를 농락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확연한 실력차이였다.


화악-!


최동수의 주먹을 더킹 자세로 피한 하승원은 허리 반동을 이용해 몸을 회전하며 최동수의 복부에 훅을 꽂아넣었다.


“커억-!”


고통을 견디지 못한 최동수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야.”

“어. 어어?”


하승원은 최동수 무리를 보며 말했다.


“이 새끼 데리고 꺼져.”

“어어···”


불청객들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남은 동기 중의 한 명이 하승원의 옆에 달려왔다.


“와. 개멋있어. 승원이 너 뭐야. 아카데미 때려치더니 어디 다른 좋은 학원이라도 다닌 거야?”

“...그래. 다녔지.”


진선우 아카데미라고.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효과 하나는 확실한 학원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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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귀환 +10 22.05.11 11,994 487 11쪽
1 프롤로그 +7 22.05.11 13,389 56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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