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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45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22 11:05
조회
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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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글자
10쪽

레드 게이트 (3)

DUMMY

“어?”


통화를 나누던 김현성이 눈을 치켜떴다.

품에 안긴 고양이가 흠칫 몸을 떨며 김현성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뭐라 그랬냐?”

-다 들으셨잖아요!


전화 너머로 목소리를 죽인 투정이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인도 아니고 초인이면서 목소리 작다고 듣지 못했을 리 없다.

괜히 한 번 더 물어보는 거다.


“지금 나한테 짜증 낸 거냐? 좀 떨어져 지내다 보니 감이 떨어졌어?”

-...아니. 그게 아니고. 제 사정 아시잖아요. 요즘 의심받고 있는 거. 조심해야 한다고요.


전화 상대는 김현성이 헌터 관리국에 심어둔 부하 직원이었다.

우연히 듣게 된 특종을 보고하러 잠시 건물을 빠져나온 것이다.

각성자들은 평범한 인간들에 비해 귀가 좋다 보니 지나가다 누가 들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제대로 들으신 거 맞고요. 한성 길드에서 직접 연락 왔어요. 레드 게이트 자기네가 담당하겠다고.

“아니 그러니까.”


자세한 내용을 묻는 거다.

한성 길드 소속 S급 헌터들은 죄다 이강민 따라 미국 간 걸로 알고 있는데.

남아있는 놈이라고 해봐야 김건영뿐이었고.

그놈 실력으로는 9급 플러스는커녕 그냥 9급 마물도 상대하기 힘들었다.

대체 누굴 보낸다는 거지?


“지들이 뭔 수로 레드 게이트를 맡겠다고 말했냐고 이 똘빡 새끼야. ”

-...사장님. 문자로 말씀드리면 안 될까요?

“안 돼. 언제 문자로 주고받아. 빨리 자세히 지껄이기나 해.”


부하 직원은 숨을 고르고 설명을 시작했다.

김현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한성 길드에서 새로 영입한 헌터가 있다고? 이름이 이혜성이고?

-네. 정확하십니다.

“씨발. 그건 또 뭐 하는 놈팽인데.”


레드 게이트에 보내는 걸로 봐서는 S급 헌터가 분명한데.

그런 이름의 S급 헌터가 한국에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까진 저도 모르죠. 흐억! 팀장님. 네네. 하하, 여자친구랑 통화합니다. 네? 여자친구가 사장님이냐구요? 그니까 애칭! 애칭입니다! 하하하.


주위에 누가 온 건지 부하 직원놈의 목소리가 멀어지더니 이내 통화 연결이 끊겨버렸다.


“이런 씨발.”


김현성이 욕을 지껄이며 책상을 내려찍었다.

고양이가 펄쩍 뛰며 바닥에 착지했다.

김현성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감시하고 있으라고 중구에 파견을 보내놓은 부하 길드원이었다.


“야. 쫌 있으면 거기 헌터 한 명 갈 거다. 어. 뭐하는 놈팽인지는 나도 모르겠고. 왠지 S급 헌터 같은데 잘 보고 있다가 나 도착하기 전에 마물 사냥하러 가면 방해해라.”


비록 A급 헌터였지만 암살에 능한 이능을 지니고 있었다.

충분히 방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별 좆 같은 일이 다 생기네.”


김현성은 마지막으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비서. 지금 바로 차 대기시켜. 대전으로 가봐야 하니까.”




***




도착했다.

관성 때문에 한 번에 멈춰 서지 못하고 발뒤꿈치를 세워 브레이크를 걸듯 바닥을 찍었다.


콰드드드득-!


5m 정도 길이의 아스팔트 바닥을 밭 갈듯 갈아엎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

30분 정도 걸렸나.

나쁘지 않게 도착한 것 같다.


“헉! 누구십니까?!”


아직은 어색한 가면을 고쳐 쓰고.

현장을 통제 중인 헌터들 앞에 섰다.

나는 F급 헌터증이 아닌 한성 길드에서 발급받은 사원증을 내밀었다.


“아! 이혜성 헌터님이시군요. 관리국으로부터 연락받았습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들을 지나쳐 현장에 들어섰다.

수백 개의 건물이 부서져 화염이 피어오르는 곳도 보였다.


살벌한 풍경인데 그래도 마계에 비하면 평화로워 보이기는 했다.


잡념은 이쯤에서 끝내고, 나는 기감을 열어 마력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각성자로 추정되는 마력이 느껴졌다.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 그 장소에 도착했다.

인위적인 손길이 느껴지는 조악한 벙커가 눈에 들어왔다.

손을 뻗어 천장을 들어 올렸다.


“”“......?”””


마력이 감지됐던 두 명의 헌터를 비롯해 총 열 명의 사람이 숨어 있었다.

그들은 멍청한 얼굴로 나를 보다가.


“내려!”


이내 정신을 차린 남자 각성자 쪽이 고함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느껴지던 어둠의 마력이 요란하게 꿈틀거리더니.


콰아앙-!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덮쳐들었다.




***



시민들을 보호하며 신에게 기도를 올리던 헌터 관리국 소속 각성자 허정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갑자기 누군가 벙커 천장을 들어 올린 탓이다.


“내려!”


허정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바깥으로 드러난 사람의 기척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마물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눈앞의 가면 사내가 어떻게 이곳에 무사히 도달했는지를 말이다.


콰아앙-!


그리고 눈을 한번 깜빡이는 찰나의 순간.

천둥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며 자욱한 흙먼지가 시야를 뒤덮었다.


“......!”


허정수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마물. 그 끔찍한 마물이 달려온 것이다.

누군지 모를 의문의 가면 사내는 통성명을 나누기도 전에 목숨을 잃었다.

라고 허정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흙먼지가 걷히고 눈앞에 드러난 광경을 목격한 허정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면 사내가 멀쩡히 제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다.

집채만 한 마물의 손바닥은 작은 손에 붙들려 있었다.


퍼억-!


강렬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성민정은 물론이고 A급 헌터인 허정수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허공으로 부웅 떠오른 마물의 몸을 보고 무언가 마물을 공격했다는 사실만을 유추할 뿐이었다.


쿠웅-!


거대한 몸이 바닥에 떨어지더니 가벼운 지진을 일으켰고.


“아차.”


가면 사내는 이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손 쓰면 안 되지.”


그러고는 허리춤의 검집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햇빛을 반사해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은색 칼날이 허공에 유려한 곡선을 그렸다.

그러자 마물이 고통 섞인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허정수는 뒤늦게 마물의 목에 새겨진 상처를 확인했다.

놈은 비명과 함께 흘러나오는 피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가면 사내는 흥미로운 듯 마물을 관찰하다가 또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캬아아아악-!”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어깨, 팔꿈치 무릎. 발가락까지.

잘려 나간 육편이 허공에 비산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허정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입을 떡 벌렸다.


분명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기는 했는데.

신이 보낸 구원자라기보다는 악마에 가까운 손속을 지닌 사내가 마물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



전투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신분을 확실히 위장하기 위해서는 검은 마력부터 숨겨야 했다.


그럴 방법이 있을까?

내 대답은 예스.


이전에도 말했듯 마력의 힘을 빌리는 것뿐만 아니라 내 의지대로 지배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는 검은 마력 말고 다른 종류의 마력에도 해당되었다.


우우웅-!


다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기에 자연에 분포된 마력을 끌어다 사용해야 했다.

장시간 전투를 이어 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애초에 길게 끌고 갈 필요가 없어서 괜찮았다.


내가 추구하는 전투 방식은 속전속결.

지금껏 시간을 끈 이유도 간만에 잡아보는 검의 감각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저항 못하는 상대를 가지고 노는 악랄한 취미는 없다.

이제 슬슬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무언가 내 얼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콰앙-!


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그것을 잡아챘다.

손바닥을 펼치니 거대한 탄환이 마력의 힘을 빌려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길래 콰드득. 악력으로 탄환을 우그러뜨렸다.


잠시 후 앞선 것과 유사한 형태의 마력이 두 개 느껴졌다.


캉! 카앙-!


검을 위아래로 휘둘러 쇄도하는 마력을 쳐냈다.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쇳소리로 추정하건대 이전과 마찬가지로 탄환인듯 싶었다.


콰아아아-!


뒤이어 미세한 간격으로 마지막 탄환이 날아들었다.

앞선 공격들은 이 한 방을 위한 빌드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기세였다.

소용돌이치는 마력으로 인해 대기가 터져나갔다.


콰직-!


그것이 정확히 내 앞에 도달했을 때 팔꿈치로 내려찍었다.

궤도가 뒤틀린 마력이 아스팔트 바닥을 파고들었다.


곧바로 푸른 마력을 듬뿍 머금은 검을 횡으로 휘둘러 마물의 몸을 양단해 버렸고.

신체 내부의 검은 마력으로 하체를 강화해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


현장에서 1km 이상 떨어진 지점.

그곳에 두 남녀가 있었다.

대물 저격총의 스코프로 나를 관측하던 남성은 눈 깜짝할 사이 코앞에 나타난 내 모습을 보고는 놀라 뒤집어졌다.


개의치 않고 거리를 마저 좁혔다.

그러자 바닥에서 푸른 마력이 빛을 발하더니 그물 형태로 내 몸을 덮쳐들었다.

별 위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나는 그냥 밀고 들어갔다.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나던 그물 마력은 결국 힘을 버티지 못하고 투둑. 끊어졌다.


“마, 말도 안 돼!”

“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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