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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44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20 13:05
조회
6,408
추천
247
글자
11쪽

레드 게이트 (1)

DUMMY

ㅡ오늘 오후 2시경 대전광역시 중구에 레드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이에 따라서 1급 재난 경보를 발령하였으며 현재 전국의 헌터 길드들에 협조를 구한 상황으로···


“......”


헌터 관리국 소속 특급 공무원, 이강민은 멍하니 티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쑥대밭이 되어버린 도시의 모습과 그 일대를 봉쇄한 삼엄한 광경이 비치고 있었다.


ㅡ현장을 통제하던 국내 S급 헌터 최동하 씨는 마물과 격전을 벌이던 도중 중상을 입은 상태이며, 이에 따라서 헌터 관리국은 출몰한 마물의 등급을 9급 플러스 등급으로 상향 조치했습니다.


띠리리.


이강민의 핸드폰이 벨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그는 잔뜩 굳은 얼굴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 받았습니다.”

-강민 씨!

“네, 국장님. 말씀하시죠.”


전화 너머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 바꿔서 미안한데, 지금 당장 한국으로 넘어와 주면 안 될까?

“......”

-이, 이게 플러스 단계 마물일지는 나도 몰랐지! 강민 씨도 알다시피 지금 국내에 플러스 마물 사냥할 수 있는 헌터가 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질 거야! 그렇게 되면 다 끝장이라고!


끝장이라는 건 국민의 목숨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본인의 지위를 말하는 걸까.

이강민이 생각하기로는 후자였지만, 애써 그 말은 속으로 삼켰다.

어찌 됐든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이강민 또한 동의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한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여기는 미국입니다. 가는 데 최소 열두 시간은 걸릴 겁니다.”

-알고 있어! 그래도 어쩌겠어, 강민 씨! 최대한 빨리 부탁 좀 할게!

“...그동안 국장님은 최대한 이웃 국가에 지원 요청해 보시고. 부디 책무를 다하시길 바랍니다.”

-기다리고 있을게, 강민 씨!


끝까지 자기가 어떻게 해보겠다는 말은 안 하네.

이강민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능력이라고는 형편없으면서 제 안위만 신경 쓰는 무능한 국장 때문에 머리가 아파왔다.


‘내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발생할 피해는 어떻게 감당하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조치부터 취해보기로 했다.


“후우.”


이강민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참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강민은 이를 악물고 씹어뱉듯 말을 내뱉었다.


“나다.”

“오, 그래! 내 동기 강민이! 무슨 일?”


겉으로 보기에는 살갑게 맞아주는 것 같았지만 다 연기였다.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했는데도 가치관이 다르고 지금껏 걸어온 길도 달랐다.

이강민은 국내 헌터들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정점의 자리에 올라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데 힘쓰고 있는 반면.


“뭐야. 전화 걸어놓고 왜 말을 안 해.”


그의 동기 김현성은 반대로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최흉의 빌런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빌런 조직이 그렇듯 겉으로는 일반 길드의 모습을 표방했지만 뒷세계에서는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들 만큼 천인공노할 짓들을 저지르고 있었다.

다시 연락할 때는 이놈을 감옥에 쳐 넣는 날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도와줘.”

“뭘?”


이 새끼가···

다 알면서.


“레드 게이트 말하는 거다.”

“레드 게이트? 게이트 발생했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김현성은 한국의 S급 헌터 중에서 손꼽히는 실력자.

한국에 체류 중인 이들 중 유일하게 9급 플러스 등급 마물을 제압할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재난 문자 왔잖아.”

“아~ 그래? 내가 소리에 민감해서. 업무 볼 때는 폰 무음으로 해놓거든. 못 들었어.”

“......”


마물 관련 재난 문자는 차단할 수도 없고 자동차 경적 소리에 가까운 큰 소음까지 동반했다.

못 들었다는 건 개소리다.


“...아무튼. 9급 플러스 등급 마물이 출몰했다. 니 도움이 필요해.”

“너는?”

“......”

“아! 미국에 워크숍 간댔었나?”


김현성의 말대로 이강민을 비롯한 한국 최상위권 헌터들은 대부분 미국에 나와있었다.

알면서도 너스레를 떠는 김현성의 얼굴에 당장 주먹을 꽂아버리고 싶었지만 이강민은 참고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니까. 좀 도와주라.”

“오. 강민이 부탁이라니. 이거 몹시 귀한데.”


이강민의 인내심이 바닥까지 떨어지려는 그때.

마침표를 찍는 김현성의 말이 들려왔다.


“근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냐. 내가 지금 감기몸살이 심해서 나갈 수가 없는데.”

“이 개새끼가-!”

“어후, 놀래라.”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환자한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 강민아~ 나도 이 나라 국민인데 공무원이면 좀 살갑게 대해주라. 민중의 지팡이가 그러면 되겠어?”

“야! 김현성!”

“그 저번에 얘기했던 계약 있잖아. 그것만 좀 잘 해결되면 내가 아픈 몸이라도 이끌고 나갈 생각이 있긴 한ㄷ,”


뚜우-


김현성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전화가 끊겨버렸다.




***



“어후 새끼. 좆같은 성질 아직 못 버렸네.”


이강민과 통화를 끝낸 김현성은 휴대폰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품에 안은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갸르릉. 기분 좋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하늘은 우리 편이네요.”


옆에서 지켜보던 주찬혁이 비열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조만간 관리국 새끼들 저희 발밑에서 빌빌거릴 거 생각하니 벌써부터 짜릿합니다, 형님.”

“형님?”


그 말에 김현성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너 이 새끼야. 내가 한 번만 더 형님이라 부르면 아가리를 찢어놓는댔지?”

“...죄송합니다, 사장님!”


주찬혁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이 똘빡 새끼!’


벌벌 떨면서 자신의 기억력을 원망했다.

김현성이 입을 찢는다고 하면 그건 의미 없는 위협이 아니다.

정말 찢어버린다.

김현성은 그런 남자였다.


“찬혁아. 내가 아끼는 우리 찬혁아.”

“예, 사장님!”

“음지에서 쥐새끼처럼 살던 거, 내가 특별히 끌어올려 줬잖아.”

“네, 맞습니다, 사장님.”

“계속 해 보면서 살고 싶으면 잘해야지? 아니면 평생 병신으로 살고 싶어?”

“죄송합니다! 두 번 다시 같은 실수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믿어본다. 일어나라.”

“감사합니다!”


주찬혁은 기적적으로 용서받았다.

지금껏 김현성을 위해 헌신해왔기에.

꽤 쓸만한 자원인 A급 헌터이기에 용서받은 것이다.

그러나 두 번은 없을 것이다.


“......”


말없이 고양이를 쓰다듬는 김현성.

주찬혁은 눈치를 보다가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번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이강민 떨리는 목소리가 저한테까지 들리던데요? 어지간히 흔들리고 있나 봅니다.”

“그렇지?!”


김현성은 갑자기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주찬혁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물었다.


“언제쯤 백기를 들까요?”

“조만간이지~ 내가 딴 놈은 몰라도 그 새끼 성격은 잘 알거든, 흐흐흐.”


지가 무슨 만화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인 줄 아는 새끼.

아주 역겨운 새끼였다.

그놈 성격상 시민들이 학살당하도록 내버려 둘 리 없다고 김현성은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은 마물이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적응을 마치면 활동 영역을 확대할 거다.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지겠지.

무능한 헌터 관리국이 해외에서 쓸만한 S급 헌터를 조달해올 리는 없고.

결국 이강민이 한국에 도착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건데,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려면 못해도 열두 시간 이상은 걸릴 거다.

그 시간이면 대전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제깟 놈이 별수 있겠어.”


전화로 뒤늦게 싹싹 빌겠지.

자기가 잘못했다고.

제발 도와달라고.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겠다고.


그러면 이전부터 이강민이 방해했던 프로젝트를 통과시켜주는 조건으로 힘을 빌려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년 이내에 헌터 관리국을 장악할 자신이 있었다.


‘멍청한 새끼. 지킬 게 많은 네놈은 결국 나한테 지게 돼 있었어.’


“하하하하하!”


김현성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 하하하!”


옆에서 눈치를 보던 주찬혁도 박수를 치며 억지웃음을 터트렸다.




****



시야에 자욱하게 내려앉은 독무(毒霧)가 세상을 녹빛으로 물들였다.


“커흡!”


시간이 지나자 방독면을 뚫고 들어갔다.

한성 길드의 소개로 방문하게 된 이곳 던전은 성가신 상태 이상 때문에 헌터들이 애먹기로 유명한 장소였다.


“쿨럭!”


그래도 조금만 더 걸어가면 독무를 벗어날 수 있었다.


“푸하-!”


이내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독무에서 벗어난 대훈이 형과 기타 등등은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크으···”


얼굴을 가린 방독면을 벗어 던졌다.

대훈이 형과 다혜는 눈물 콧물을 줄줄 흘렸고.


“우웩!”


승원이는 그것도 모자라 속을 게워냈다.

저 녀석은 어째 좀 힘들다 싶으면 맨날 토를 하네.

특이한 놈이다.


“오빠. 너무 힘들어.”

“선우야. 죽을 거 같다···”

“우웩-!”


“안 죽어. 항상 느끼는데 죽는다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 경향이 있어.”


내가 마계에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느꼈을 때는 마물에게 심장을 꿰뚫렸을 때다.

인간은 생각보다 쉽게 죽지 않는다.

각성자라면 더더욱.


“아니 근데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멀쩡해?!”

“강하니까.”

“아니 강해도 이건 다르지!”


저들과 달리 나는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독무에서 버텼냐고?

만독불침인가 뭔가 그거라서 그렇다.

그게 아니더라도 체내에 침투한 독기쯤은 마력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나는 다혜를 보며 물었다.


“강해져 봤어?”

“...아니.”

“그러니까 모르지.”

“진짜 개빡치네.”

“열받으면 강해지던가.”

“내가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어떻게든 강해진다. 두고 봐.”

“그래. 좋은 자세야. 기쁜 마음으로 도와줄게.”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허공을 두드리자.


쿠웅-!


강한 파장이 필드 전체로 퍼져나갔다.

놀란 새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금 무슨 짓 한 거야.”


대훈이 형과 다혜.

그리고 속을 게워내던 승원이까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해줄 필요도 없이.


쿠궁. 쿠구궁! 쿵-!


수백 마리 마물들의 발걸음이 만들어낸 지진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


각양각색의 마물들이 사방을 둘러쌌다.

나는 형과 동생들에게 물었다.


“상대할 수 있지?”


충분히 수준을 고려한 거다.


“야이 자식아아! 이건 너무 하잖아아!”

“꺄아아악! 엄마-!”

“으아아아악-!”


걱정 마.

죽을 거 같으면 목숨은 살려드릴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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