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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48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16 17:05
조회
8,000
추천
293
글자
11쪽

사냥

DUMMY

헤르메스 길드는 중소 규모급 헌터 길드다.

S급 헌터는 보유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직군의 능력자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서 꽤 건실한 길드로 평가 받는다.


“점검 끝났으면 각 팀장들 보고해.”


그리고 오늘 일요일은 헤르메스 길드가 마물 레이드를 나서기로 한 날이다.

길드의 핵심 능력자들로 파티를 꾸려 B구역에 도착했다.


“인원 장비 이상없습니다!”


필드를 배회하는 마물 무리와 조우할 경우 불필요한 스테미너를 낭비하게 되므로 정찰조를 따로 운영했다.

정찰조 헌터가 헤르메스 길드의 마스터, 강진규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길드장 님. 크라카타우가 관측되지 않습니다.”

“...뭐?”


이들의 목적지는 B구역 중심부에 위치한 필드 비명 지르는 대지였다.

그곳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접경지인 ‘블랙 라인’을 지나야했고,

블랙 라인은 7급 괴수종인 크라카타우가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놈의 영역에 발을 들였는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사냥당한 모양이었다.

크라카타우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값비싼 아이템까지 준비했는데.

누군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수고로움을 덜게 되었다.


“빠르게 진입한다-!”


강진규는 선두에 서서 길드원들을 지휘했다.

순식간에 블랙 라인을 돌파하고 비명 지르는 대지에 도달했다.


꺄아아아-


그러자 어디선가 귀곡성이 들려왔다.

헌터들은 무기를 움켜쥐며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부터는 바짝 긴장해야 한다.

자칫했다가는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바로 준비해!”


헤르메스 길드의 헌터들은 길드장 강진규의 지시에 따라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 날을 위해 시뮬레이션 전투를 반복해왔다.


포션과 스킬로 버프를 받은 탱커들이 기합을 다지며 방패를 앞에 내세웠고,

원거리 마법 계열 능력자들은 공격 스킬을 캐스팅했으며,

근접 전사들은 온몸의 감각을 곤두 세우고서 다가올 위험에 대비했다.


쿠웅-!


이내 거대한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아ㅡ!


거대한 나무의 모습을 한,

옹이마다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이 새겨진 마물.

비명목(悲鳴木)이 귀곡성을 터트렸다.


“크윽-!”


헌터들은 황급히 귀를 막았다.

비명목은 크라카타우와 마찬가지로 위험도 7급의 마물이었다.


“야이 자식들아! 눈은 감지 말아야지! 마력 끌어올리고 배에 힘 꽉 주라고-!”


그리고 국내 대부분의 길드는 7급 마물을 사냥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7급 마물을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길드의 가치는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헤르메스 길드는 오늘 비명목을 사냥함으로써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할 계획이었다.

전투 조끼에 착용된 소형 카메라가 이 장면을 녹화하고 있었다.


“달려든다! 탱커들 버텨!!”


인간을 보고 흉성을 드러내던 비명목이 이내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탱커들의 스킬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허공에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냈다.


콰앙-!


“크윽!”


탱커들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을 참아내며 이어지는 공격까지 방어했다.


“발사-!”


디버프 능력을 비롯한 헌터들의 마법 스킬이 비명목을 향해 쏟아졌다.

이리저리 뒤엉킨 스킬들이 귀를 찢는 폭음을 만들어냈다.

근거리 전사 계열 헌터들은 비명목의 기세가 수그러든 틈을 노려 가까이 접근해 시야를 교란시켰다.


꺄아아아-!


그러나 폭풍 같은 공세에도 불구하고 비명목이 입은 피해는 미미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7급 마물부터는 마력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신체를 강화한다.

웬만한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크억-!”


그리고 이따금 질러대는 비명은 몸을 경직시켰다.


“더럽게 강하네. 씨발!”


비록 크라카타우보다는 약하더라도 명색이 7급 마물.

지금껏 상대해온 놈들과는 격이 달랐다.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탱커들의 방어막에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커억-!”


입에서 피를 뿜어내는 자가 속출했다.

도저히 가망없어 보이는 전투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단 한 사람을 서포트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고생했다!”


A급 헌터부터는 7급 마물의 방어력을 뚫어낼 수 있었다.

깨달음의 경지라고 불리는 최상급에 도달하면 ‘마나 블레이드’를 뽑아낼 수 있다.

그리고 헤르메스 길드장, 강진규는 이번에 그 경지에 도달했다.


콰앙-!


푸른 빛을 토해내는 검날이 비명목의 허리를 강타했다.

처음으로 거구가 기우뚱거렸다.

비명목의 옹이에 새겨진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고,

두 눈에선 피눈물이 쏟아져 나왔으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꺄아아아아-!!!


“닥치고 뒈져버려-!”


강진규는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해 비명이 주는 경직을 차단하고.

있는 힘껏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비명목의 목을 베어버렸다.


쿵-!


"""""와아아아아아아ㅡ!"""""


마침내 사냥에 성공했다.


“허억. 허억···”


강진규는 숨이 끊어질듯 호흡이 거칠어졌지만 정신력으로 버텨내며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승리를 자축할 시간이다.


“...우리가. 우리가 해냈다아-!”

“와아아아아아ㅡ!”


그러자 다시 한번 함성이 터져나왔다.



.

.

.



“정말 대단하십니다!”

“흐흐. 뭐 나 혼자서 했냐~ 다 너희들 서포트 덕분이지.”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복귀하기 전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는 그들이 처리한 문지기 비명목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다른 마물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 덕분에 경계를 풀어도 괜찮았다.

가방에 챙겨온 간식을 꺼내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어?”


그런데 저 멀리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위험구역은 헌터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필드인 만큼 계획에 없던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혼자네?”


저렇게 홀로 돌아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변두리도 아니고 이곳 비명 지르는 대지 정도되는 사냥터라면 더더욱 말이다.


이럴 경우 둘 중 하나다.

혼자서도 이곳 몬스터들을 감당할 수 있는,

그러니까 S급 헌터거나 그게 아니면 자살희망자.


강진규가 얼굴을 확인해본 결과 전자는 아니었다.

그는 헌터 업계에 몸 담은 지 꽤 오래된 베테랑 각성자다.

국내 S급 헌터의 얼굴 정도는 모두 외우고 있었다.


“야. 가서 돌려보내.”


아무래도 수문장 크라카타우가 사라지는 바람에 뭣 모르고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모양이었다.


강진규의 명령을 받은 길드원이 사내의 앞을 가로막고는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곧 얘기를 끝마친 그가 강진규의 곁에 돌아왔고.


“엉?”


다른 길드원과 얘기를 나누다가 고개를 돌린 강진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의 사내가 이들을 유유히 지나쳐 비명 지르는 대지의 중심부로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


강진규는 심부름을 시켰던 길드원에게 눈을 부라렸다.


“설명 안 했어?”

“해, 했는데...”


길드원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답했다.


“알고 왔으니까 신경 끄라는데요?”

“......”


강진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의 시선이 정체모를 사내의 뒷모습을 향했다.


“멍청하긴.”


가끔 저렇게 나사 빠진 놈들이 있었다.

정신이 이상하거나 자기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부나방.

저런 놈들까지 챙겨줄 필요는 없다.

언젠가 던전에서 파티원들에게 큰 해를 끼칠 존재니까.

차라리 빨리 뒈져버리는 편이 나을 수 있었다.


“다들 잘 봐둬라.”


만용을 부리는 자의 최후가 어떤지.

길드원들이 반면교사로 삼기 딱이었다.

이제곧 고통에 가득찬 비명이 들려올 것이다.


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케에에에엑-!


“......어?”


비명이 들려오긴 했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강진규를 비롯한 헤르메스의 길드원들은 귀를 의심했다.


“기, 길드장님. 이거 사람 비명 아닌 거 같은데요?”

“그, 그러게?”

“설마. 비명목 소리인가···? 근데 저런 소리도 냈어요? 우리 때랑은 많이 다른데?!”

“......”


모두 멍한 얼굴로 정체모를 사내가 지나갔던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끼에에에엑ㅡ!!


다시 한번 비명이 울려 퍼졌다.

분명 고통에 가득찬 울음 소리였다.


"""""......"""""


그날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두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비명목의 울음 소리는 다양하다는 것과 마물도 뒤지게 아프면 인간처럼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



검은 피가 연못을 이루고.

나무의 모습을 한 시체들이 바닥에 곳곳에 널브러진 땅 위에 진선우 혼자 고고히 서있었다.

조금전 대학살을 끝낸 그는 아이템 파밍까지 끝마쳤다.

손바닥 위에 영롱한 빛을 발하는 푸른 나뭇잎이 일곱 장 놓여 있었다.

비명목의 몸 안에서 일정 확률로 발견된다는 이 식물은 포션이나 아이템의 재료로 사용된다.


가격은 한 장당 5억원.

비싸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잘 팔렸다.

진선우가 첫 사냥터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였다.


윤대훈은 빚이 있던데 이 돈으로 갚아주고.

강다혜에게 스포츠카 뽑아주고,

하승원에게는 무기를 장만해줄 계획이었다.


‘누나 옷 별로 없던데. 이참에 명품으로 좀 사줘야겠어.’


과거에는 감히 엄두도 못낼 호사였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니.

참 살기 편한 세상이라고 진선우는 생각했다.


“.......”


그러던 중 바닥에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발견하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조금 전 그가 쳐죽였던 마물.

비명목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마물이었다.


‘분명 심장을 박살냈는데. 어지간히 질긴 녀석이네.’


일반적으로 마물의 급소는 심장이다.

웬만해선 심장을 부수면 즉사한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질긴 녀석들이 있었다.

앞으로는 뇌까지 박살내야겠다고 생각하며 마물의 머리를 짓밟았다.


콰직-!


부르르 몸을 떨던 마물이 이내 추욱 늘어졌다.


‘쓸모없는 쓰레기 같으니.’


도심지에 출몰할 경우 2급 재난 경보가 발령되며 지역구의 모든 헌터를 강제 소집시킬 만큼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재앙인 8급 마물의 숨통이 끊어졌다.


비명목과 달리 이 녀석은 시체에서 악취를 풍기기만 할뿐 돈은 안되기 때문에 진선우에게 푸대접을 받는 것이다.


스윽스윽. 대충 신발 바닥에 묻은 이물질을 바닥에 비벼 없앤 진선우는 곧바로 필드를 벗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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