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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46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25 10:05
조회
5,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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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글자
11쪽

간담회 (2)

DUMMY

“남자라면 그 정도 패기는 있어 줘야지!”


강찬웅의 근육이 폭발적인 기세로 꿈틀거렸다.


“나도 한때는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내가 최고고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했었지. 강수호를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크흐흐. 너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내 과거를 보는 거 같구나.”


그거 듣기만 해도 끔찍한데.


“그래서 시건방진 모습이 싫지만은 않다. 진선우.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우리 이레귤러로 들어와라. 함께 세계로 나아 가자.”

“싫다니까.”

“역시 그 콧대부터 꺾어줘야 할 거 같군.”


강찬웅이 나를 보며 눈을 부라렸다.


“힘을 얻은 이후 패배를 모르고 살아왔겠지. S급 헌터도 쓰러뜨렸으니 세상이 네 발아래 있는 것처럼 느껴질 거고. 하지만. 김건영 그녀석은 S급 헌터 중 최약체다.”

“······”

“한수 가르쳐주지. 따라와라.”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는데 그래도 결론은 마음에 든다.

헌터들과 관계를 맺을 때 우위에 서는 것도, 나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도.

남들이 보기에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주장에 힘을 싣는 것도 모두 내 무력을 드러내면 해결 가능한 일들이었다.


“잠깐 훈련실 좀 빌리지.”


우리는 길드 건물에 위치한 대련실로 향했다.



***



“크흐흐.”


그나저나 컨셉 참 거슬리네.

저 정도면 연기가 아니고 컨셉에 잡아 먹힌 것 같다.

강찬웅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전에 테스트를 봤던 한성 길드의 훈련실과 유사한 구조의 공간이었다.

강찬웅과 내가 서 있는 곳 위에는 이층 높이쯤에 투명한 유리벽이 있었고 그 너머로 사람들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시작할까.”


강찬웅이 대뜸 웃통을 벗어 던졌다.

옷 너머로도 선명히 보였던 강철 근육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 강철이었다.

아마 강찬욱의 특성으로 추측되었다.


“선공은 양보하지.”

“그런 배려 필요 없는데.”

“후회할 텐데.”


강찬웅의 육체가 수축하듯 쭈그러들더니.


콰앙-!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순식간에 내 앞에 도달했다.


“...제법이구나!”


나는 강찬웅의 공격을 막았다.

그래플링 기술을 사용할 의도였는지 두 팔을 뻗길래 정면으로 대응해주었다.

서로 깍지를 끼고서 힘겨루기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놀랍네.

김건영 때와는 다른 의미였다.

정말 순수하게 상대의 실력에 감탄했다.

저들끼리 하위권이니 상위권이니 나누는 게 좀 우스워 보였는데.

확실히 강찬웅은 김건영과 급을 나눌 만한 실력자였다.


“호오? 버텨?”


강찬웅의 팔에 핏줄이 돋아났다.

그러나 나를 찍어누르지는 못했다.

두 눈에는 이채가 맺혔다.


“이거 실례했네. 겉모습만 보고 방심했는데. 전사의 근육을 가지고 있었어.”

“못 들어주겠으니까 적당히 해.”


강찬웅의 복부에 앞발차기를 내질렀다.


“크흡!”


콰드드득. 강찬웅은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지만 충격을 해소하지 못하고 대련실 벽 끝까지 밀려났다.

특수 제작된 바닥 타일 위로 선명한 궤적이 그려졌다.


“크하하하!”


이걸 버텨?

뼈가 박살 나 피를 토하며 쓰러질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을 웃도는 단단함이었다.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찬웅은 지금껏 내가 본 모든 상대를 통틀어서 손에 꼽히는 방어력을 지녔다.


“와라-!”


앞으로 몇 걸음 옮긴 강찬웅은 팔꿈치와 무릎을 구부리고 기합 자세를 유지했다.

강철 근육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마력이 유형화 되어 공간을 짓눌렀다.


재밌네.


콰아앙-!


나는 강찬웅에게 접근해 가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


이번에도 버텼다.

강찬웅이 나를 빤히 바라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로 이젠 네 차례라고 전달했다.

이전 같았으면 제대로 자세 안 잡냐고 버럭 성을 냈을 것 같은데.

강찬웅은 생각이 바뀌었는지 그냥 달려들었다.


콰앙-!


내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나는 살짝 틀어진 고개를 원위치했다.


“흡-!”


강찬웅은 화들짝 놀라더니 주먹을 거두고 다시 한번 기합 자세를 취했다.


콰아앙-!


똑같이 얼굴을 때려줬다.


재밌네.

마지막으로 치고받는 싸움을 했던 게 언제였던가.

마계 군단장 발록과의 전투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제법. 이군!”


살짝 발음이 샌 거 같은데.

그래도 강찬웅은 여전히 패기롭게 달려들었다.


콰앙-!


“크하하하! 최고다! 나를 더 즐겁게 해다오!”


한 대 또 맞아줬으니 이번엔 내 차례.


콰아앙-!


몇 번 더 버틸지 궁금하네.


콰아앙-!


어째 점점 말이 없어진다.


“...그만.”

“뭐?”

“그만합시다···”


강찬웅은 내 생각보다 더 빨리 패배를 인정했다.




***



이레귤러의 부마스터 최윤준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련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남들이 듣지 못하게 최대한 작게 중얼거린 강찬웅의 목소리였지만 초인인 최윤준은 그 말을 엿들을 수 있었다.

강찬웅의 컨셉질이 끝났다는 건 그의 마음이 완전히 꺾여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믿기지 않아.’


이세계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고.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작 F급 헌터였던 자가 강찬웅을 꺾을 정도로 성장하다니.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던 최윤준이건만 지금 일어난 일은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현실.

인정할 수밖에.


“저, 정말 놀랍네요.”

“진짜 괴물이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구경꾼들까지 끌어모은 상황이다.

진선우를 찬양하는 자리로 마무리되게 할 수는 없었다.


“...최윤준 헌터님?”


이레귤러는 국내라는 좁은 우물 안에서 패배를 겪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진선우를 영입하지도 못했는데.

이대로는 길드 마스터를 볼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구차함을 무릅쓰고 대련실로 나섰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생각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나시네요.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한 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진선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최윤준은 옆에 있던 강찬웅과 눈이 마주쳤는데,

강찬웅이 겁에 질린 얼굴로 뻐끔뻐끔 입을 벌렸다.

소리는 안 들리지만 입모양으로 무슨 말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그. 만. 둬.


최윤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강찬웅과 달랐다.

무턱대고 들이받지 않는다.

분석을 마친 후 확신을 가지고 나선 거다.


“그쪽도 실력자겠죠?”

“붙어보면··· 아마 마음에 드실 겁니다.”


강찬웅이 대련실에서 퇴장하고 이번에는 진선우와 최윤준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관찰하는 최윤준.

먼저 입을 연 건 진선우였다.


“그냥은 재미없으니 내기 어떠세요?”

“내기요?”

“네. 저를 영입하길 원하시던데. 지면 이레귤러 길드에 가입하겠습니다.”

“......”

“보시다시피 저 꽤 강합니다. 이레귤러의 전력 증가에 큰 도움이 되겠죠.”

“...제가 지면?”

“이레귤러가 라미아의 공방과 협력 관계라고 들었는데. 이번 달에 거래 하나 잡혀 있으시죠? 그 이용권을 획득하고 싶네요.”


능력자 전용 아이템을 제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방.

한국에서는 이레귤러 길드가 유일하게 거래를 텄다고 알려져 있다.


“권한 밖인가요?”


최윤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아뇨 권한 내입니다. 그렇게 하시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처럼 룰이라도 필요한가요?”

“그냥 일반 대련이면 충분합니다.”


진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윤준이 인벤토리에서 검을 빼들었다.


“”......””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최윤준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정리했던 내용들을 떠올려 보았다.


‘상대는 강찬웅과 같은 육체 피지컬이 기본 베이스인 능력자다.’


강찬웅과 정면으로 맞붙는 힘을 지녔으니 그 이외의 경우는 생각할 수 없었다.

몸에서 피어오르는 괴이한 검은 마력은 아마 특성의 일종이겠지.

관찰 결과 별다른 이능을 발휘하지는 않았다.


이 대결 충분히 유리하게 끌어나갈 수 있었다.


촤아악-!


최윤준의 연검(軟劍)이 기괴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진선우는 발을 움직여 공격을 회피했지만 연검은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궤도를 틀었다.


사악!


정말 한 끗 차이로 진선우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제대로 된 싸움은 지금부터다!’


최윤준의 눈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특성 ‘적안’을 발동한 것이다.

그러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모든 인간이 그의 눈앞에 발가벗겨졌다.


상대의 근육이 움직이기 전 수축하는 과정이,

신체를 강화하기 위해 마력을 가속하는 경로가 속속들이 눈에 들어왔다.


콰앙-!


그 모든 것을 읽어냄과 동시에 상대의 움직임이 슬로비디오처럼 보였다.

이처럼 최윤준은 무투파 각성자들의 카운터였다.

이제 진선우는 자기 손바닥 위라고 생각했다.


휘익.


최윤준은 목을 향해 뻗어오는 진선우의 손을 회피했다.


‘확실히 큰소리칠 만한 실력이긴 하네.’


이 단계에 접어든 최윤준은 웬만한 헌터들의 공격은 하품을 하면서 피할 수 있었는데 진선우의 공격은 제법 매서웠다.


촤악-!


그러나 이기는 건 시간문제다.


최윤준은 사기적인 권능을 얻은 대신 공격력이 부족했지만 독특한 무기로 단점을 극복하고 있었다.

예측불허의 공격으로 유효타를 만들어내며 자잘한 출혈을 유발해 상대의 체력을 깎아 먹는다.


‘승리는 내가 가져간다!’


그런데 그때.

최윤준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화악-!


누군가 비디오를 빨리 감기라도 한 듯 슬로비디오가 빠르게 재생됐기 때문이다.


"허억-!"


어떻게 된 거지?!

적안이 풀린 건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틀렸다.


“재밌는 재주를 부리네.”


스킬은 여전히 적용 중이었다.

다만 진선우의 움직임이 한 단계 더 가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윤준의 눈에 진선우의 몸 안에서 휘몰아치는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보였다.


"윽!"


만약 적안을 발동하지 않았다면 대응하지 못할 스피드로 공격해왔다.


“표정 보니 아직 여유 있나 보네요?”


이런 미친!

그게 최고 속도가 아니었어?!

진선우의 움직임이 또 한 번 가속했다.


“흐어어억!”


다행히 진선우의 손끝은 최윤준의 코앞에서 멈췄다.

공기가 폭발하듯 풍압이 일었고 그 덕분에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윽!”


최윤준은 버티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찍고 말았다.

그러고는 멍하니 진선우를 올려다보았다.


"...아아."


왜 강찬웅이 자신을 말렸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진선우는 상성으로도 실력을 극복할 수 없을 만큼 급이 달랐던 것이다.

한국 최강의 헌터 강수호에게 뒤처지지 않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괴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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