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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52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24 10:05
조회
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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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글자
11쪽

간담회 (1)

DUMMY

9급 플러스 마물 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뉴스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했다.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살아남은 게 기적이었다니까요. 관리국 헌터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면 쓴 형이 파바박! 검 휘두르니까 괴물이 파바박! 하고 죽어버렸어요!

-평생 은인으로 모실 겁니다. 저희 어머니 살리시려고 그 귀한 상급 포션까지 사용하시다니. 정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목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혜성이라는 의문의 헌터를 향한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9급 플러스 마물을 단신으로 사냥하는 무력.

그리고 힘없는 소시민에게 선행을 베푸는 모습까지.

기존의 S급 헌터들과는 다른 영웅적인 면모가 부각되었다.


자연스럽게 이 의문의 헌터와 계약을 체결한 한성 길드 쪽으로도 이목이 쏠렸는데.


-노코멘트하겠습니다


한성 길드는 이혜성에 관한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용병을 데려다 놓고 별 개떡 같은 노이즈 마케팅을 펼친다며 난리를 부렸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성 길드에 관한 평가는 연일 호평을 이어갔다.


-정말 감사해요 선우 씨


이후 나는 윤세영과 보상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기준이 모호했던 계약인 만큼 첫 거래가 중요했다.

나는 내 돈을 일부 보태는 조건으로 강남 번화가에 길드로 이용할 빌딩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세영은 이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더불어 리모델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전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대답까지 들어 썩 만족스러운 거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선우 씨···


이어지는 소식은 좋지 않았다.

내가 사로잡았던 두 명의 헌터가 암살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헌터 관리국이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공권력을 무시하고 감옥에 들어가 있는 범죄자들을 살해하다니.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뒤가 구린 놈들이 배후에 자리 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선우야 저녁 먹어~”

“응.”


그러나 이쪽으로는 신경을 끄기로 했다.

당장 나와 엮인 일도 아니고 당장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았다.


머릿속을 정리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맞으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흐음.”


지구로 돌아온 이후.

나는 짐승 같은 삶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으로 3년의 공백을 채워갔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다녔다.


인간 사회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맥이 필요하다.

특히 길드를 키워나가려면 더더욱.

그래서 나는 한성 길드의 S급 헌터, 김건영으로부터 사람들을 소개받기로 했다.

이 시대의 주역이라 불리는 S급 헌터들 말이다.


“근데 소개해줄 사람이 있긴 해요?”


이 사람 엄청 깐깐하던데.

그룹에서 배척당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소개해줄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습니다. S급 헌터들끼리는 수시로 연락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그들만의 단톡방도 있다고 한다.


-딱히 친하지는 않지만요


그럴 줄 알았지.

아무튼 김건영의 주도하에 약속을 잡게 되었고.


-네 분 시간 된다고 하십니다.


꽤 많은 인원이 약속에 응했다.


“나 없어도 잘할 수 있지?”


덕분에 하루를 통째로 비우게 되어 형과 동생들에게는 양해를 구했다.


“걱정 마라! 이젠 우리 알아서 할 수 있다."

“양심에 맡길게. 강해지고 싶으면 알아서들 잘해.”

“응! 알겠어!”


많이 기뻐 보이네.

다음에 확인해 보고 상태 시원찮으면 더 굴려줄 테다.


"네. 가고 있습니다."


준비를 끝마친 나는 김건영의 연락을 받고 밖으로 나섰다.




***



한국 내에서 명성을 떨치는 길드들은 제법 많다.

대표적으로 한성 길드가 그랬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 한성 길드를 아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국 길드들은 인지도가 낮았다.


다만 유일한 예외가 있었으니 이는 바로 ‘이레귤러’ 길드였다.

한국에 별 관심 없는 외국인들도 대부분 그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다.


명실상부 국내 최강 길드.

보유하고 있는 S급 헌터의 숫자는 5명.

국내 S급 헌터의 절반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전력이었다.


한성 길드가 그나마 S급 헌터를 세 명 보유하고 있어서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그 뒤를 쫓고 있었지만.

한국 최강의 헌터 강수호라는 존재가 이레귤러 소속이기 때문에 사실상 두 길드의 거리는 좁힐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이레귤러의 길드장 서준기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한국이라는 우물을 벗어나 세계 최강의 길드들과 자웅을 겨루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재가 필요했다.


‘그런데 참 곤란하단 말이지.’


한국 헌터 시장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4년 전부터 더 이상 S급 헌터가 발굴되지 않았다.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생각해 외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었는데.


'진선우?’


서준기의 귀에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미 한성 길드에 소속돼 버린 정체불명의 헌터 이혜성과는 달리 이력을 조회해볼 수 있는 인물.

윤세영의 수족인 김건영을 쓰러뜨렸다고 들었다.

균열을 통해서 이세계로 넘어갔다가 3년이 지난 지금 돌아왔다는 신비한 이력에도 흥미가 일었다.

무엇보다 현재 소속된 길드가 애들 소꿉장난 수준의 단체이기에 영입하기 최적의 조건도 갖췄다.


‘아직까지 세상 물정을 파악하지 못했겠지. 그러니까 과거에 인연이 있던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적절한 길드로 이적할 계획인 거고.’


서준기는 당연히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힘을 지닌 자들의 사고방식은 똑같았으니까.

한성 길드와 먼저 접촉했는데도 이적하지 않은 걸 보면 아무래도 조건이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

그러나 이레귤러는 진선우가 만족할만한 무대를 제공해줄 수 있을 거라고 서준기는 확신하고 있었다.


“윤준 씨. 그럼 수고해주세요.”

“아닙니다. 저도 마침 흥미가 동했거든요.”


김건영이 주체하는 간담회 자리에는 부마스터인 S급 헌터 최윤준을 보내기로 했다.


“새로운 S급 헌터라니. 이거 가슴 설레는데?”


뿐만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S급 헌터, 강찬웅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기에는 적절한 조합이었다.

강찬웅이 강자만 보면 눈이 돌아가기는 하는데 선을 넘을 것 같으면 최윤준이 알아서 잘 제어해줄 것이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준기는 당장 급한 약속이 잡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뢰하는 길드원들에게 진선우 관련 일을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준비를 끝마친 두 헌터는 오늘 있을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건물을 나섰다.




***



나는 김건영과 만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늘은 운전 안 하시네요?”

“......”


한 번 놀려 봤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내 차가 멈춰 섰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S급 헌터들과의 모임은 강남에 위치한 이름 있는 헌터 길드에서 이루어졌다.

그나저나 권력이라는 게 참 좋다.

길드 건물을 빌리는데 대여비를 지불하기는커녕 이쪽에서 돈을 쓰며 접대에 열을 올린다.


“하하 반갑습니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오늘 만나기로 한 S급 헌터들이 하나둘씩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반갑습니다.”


나는 그간 갈고 닦은 사회생활 스킬을 활용했다.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


으음. 표정들을 보아하니 아직은 서툰 것 같네.

좀 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어디 불편하신 데라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가볍게 인사를 마치고 소파 자리를 하나씩 차지했다.

그러자 직원들이 다과를 내왔다.

우리는 심심한 입을 달래며 대화를 나눴다.


“반갑습니다. 이레귤러의 부마스터 최윤준이라고 합니다.”

“하하. 반갑다, 강찬웅이다!”


엉덩이가 무거우신 분들이라 들었는데 땅에서 솟아나듯 나타난 내게는 꽤 관심이 갔던 모양이다.

근데 저 근육덩어리는 왜 반말일까.

이어서 다른 헌터들도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고 최윤준의 주도하에 대화가 흘러갔다.


“하하. 분위기가 어색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사회성이 아주 좋은 분이셨네요.”


그러게. 나도 이런 시시콜콜한 대화들이나 나눌 줄 몰랐는데.

분위기는 제법 좋게 흘러갔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던 중 던전에서 양정훈의 입을 박살 냈던 얘기까지 나왔다.


“그것참 잘하셨네요.”

“겉모습은 비실비실해 보이는데 완전 상남잔데?”


나를 책망하던 김건영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들이 튀어나왔다.


“자기 주제도 모르는 버러지는 밟아줘야죠.”

“나한테 그랬으면 곧바로 목을 비틀었을 거다.”


거보라는 눈빛으로 김건영을 빤히 바라봤는데.

인상을 찌푸리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끝까지 인정을 안 하네.


그나저나 S급 헌터는 성격에 하자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듣던 거랑 달리 얘기도 잘 통하고 나오길 잘한 것 같았다.


“그런데 진선우 님.”


웃음꽃이 만개하던 중 최윤준이 갑자기 분위기를 환기시키고는 내게 질문을 던졌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뭐죠.”

“왜 온새미로 같은 길드에 들어가신 건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

“아. 말이 좀 그랬네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최윤준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온새미로라는 길드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그저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이죠. 소위 말하는 ‘급’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양정훈과 진선우 님의 급이 맞지 않았던 것처럼.”


흘끗 내 눈치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냉정하게 놓고 봤을 때. 온새미로 길드는 S급의 실력을 보유한 진선우 님이 안착할 둥지로 적절하지 않잖습니까.”

“그렇긴 하죠.”

“그런데도 굳이 그 길드에 계신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직은 입밖으로 꺼내기 부끄러운 이야기.

놀이공원에서 문득 들었던 생각.

친동생과 형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가족’을 말하는 거다.


내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최윤준이 말을 이어갔다.


“진선우 님.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저희 이레귤러로 들어오시죠. 국내 그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는 특혜. 그리고 권력. 모든 걸 드리겠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대답했다.


“사양하겠습니다.”

“···어째서죠.”

“딱히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네요. 그리고 어차피 온새미로를 국내 최고로 만들 거라서.”

“진선우 님이요?”

“네.”


이레귤러 소속 헌터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재밌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근육 덩어리 강찬웅이 몸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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