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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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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34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28 10:05
조회
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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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글자
12쪽

라미아 공방 (2)

DUMMY

“마왕-!”


이건 또 뭔 개소리인가.

땅딸막한 노인이 나를 보고 경련을 일으켰다.

공방을 지키는 경비들이 나를 에워싸고 무기를 들이밀며 위협했다.


“마, 마왕이 여긴 어떻게-!”

“아버지!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마왕이라면 아버지께서 얘기하던 그 괴물 아니에요?!”


통역 아이템 덕분에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 마왕 아닌데.”


해명했지만 노인은 통역 아이템을 장착하고 있지 않은지 듣지 않고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경비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저기요.”


노인 옆의 여성은 통역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 거 같으니 저 사람에게 설명해야겠다.


“사람 잘못 봤다고 전하세요.”

“......”


여성은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보다가 이내 노인에게 말을 전달했다.

그러나 노인은 그럴 리 없다며 소리치고는 주섬주섬 웃섬을 뒤지더니 작은 돋보기 같은 물건을 꺼냈다.

그것을 눈앞에 대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헉!”


다시 한번 헛바람을 집어삼키고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나저나 마왕이라.

익숙한 단어다.

설마 내가 흡수한 마력 때문에 착각하는 건가?

그건 둘째치고, 핀란드 사람이 마왕의 존재는 어떻게 아는 거지?

같은 이름의 마물이라도 출몰했나 물어봐야겠다.


흐음. 그런데 이제 보니 노인의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다.

그래. 몇 번 본 적 없기는 한데 ‘드워프’처럼 생겼다.


“내가! 내가 직접 얘기해 보마!”


노인은 여성에게서 통역 아티팩트를 뺏어 귀에 장착하는 중이었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보를 입밖으로 끄집어내 보았다.


“루니엄 제국”

“허억-!”


이제 막 착용을 끝낸 노인이 내 말을 알아듣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뱉었다.


“붉은 바위산. 대지의 모루.”

“허어억-!”

“세계수 위그드라실.”

“어, 어, 어! 어떻게! 어떻게 그 이름들을 아는 거지?!”


맞네.

역시 이 노인은 내가 표류했던 마계와 인접한 세계인 아스트라 대륙 출신이었다.


“정체가 뭐냐-!”


아까는 마왕이라더니 이제는 누구냐고 질문한다.


“아무래도 따로 할 얘기가 많을 거 같은데. 자리 옮기실까요?”


나는 손가락으로 문밖을 가리켰다.




***



“”......””


냉수 한 잔을 들이켜고 간신히 진정한 노인은 그의 딸과 함께 소파에 앉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내온 차를 마시며 집무실 공간을 둘러보고 있었고.

책상이랑 서류가 있으면서 화로까지 있다니.

집무실이 아니고 간이 작업실 같다.


쿵쿵!


계속 차를 음미하고 있으니 눈에서 레이져를 뿜어내던 노인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찍었다.

천천히 얘기하려고 했는데 급해 보여서 일단 상대 뜻에 맞춰 주기로 했다.


“그래서. 제가 아까 말한 아이템. 제작할 수 있어요?”

“아이템?”

“아 못 들었구나.”


나는 이전에 공방 직원에게 했던 질문을 그대로 반복했다.

그러자 노인은 손으로 턱을 괴고는.


“흠. 공간 전이 인챈트는 미스릴이랑 전이석을 조합하고 구색조의 깃털까지 넣고 제련하면 어떻게 될 거 같은데. 마력 반응 회로는···”


혼자 뭐라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흠칫 몸을 떨었다.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잖아-!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부터 해달라고!”

“뭘요? 제가 어떻게 아스트라 대륙에 대해 알고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 마왕의 기운을 몸에 품고 있는지?”

“둘 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먼저 아이템 제작해준다는 약속부터 해주시면 알려드립니다.”

“......”

“말만 듣고 입 싹 닫을지 누가 알아요. 아니면 뭐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서 척을 질지.”


나는 눈앞의 노인이 드워프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주워들은 드워프의 특징을 알았다.

어떤 일에 휘말리더라도 한번 약속한 내용은 꼭 지키고 마는 신의의 종족이다.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던 노인이 이내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좋다. 만약 네가 아스트라 대륙을 침공한 마왕군과 관련되지만 않았다면 내 어떻게든 원하는 아이템을 제작해주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네요.”


나는 노인이 가장 듣고 싶어 할 만한 얘기부터 해주었다.


“마왕은 죽었습니다.”

“뭐?”

“제가 죽였습니다. 그리고 놈의 마력을 흡수했죠. 제 몸에서 마왕의 마력이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


일순간 정적이 흐른다.


“그, 그게··· 저, 정말입니까?”


노인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그 마왕이? 아스트라 대륙을 침공한 마왕이 죽었다고요? 정말. 정말. 정말 죽었습니까?”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덥석 내 손까지 붙잡았다.


“이제 그럼 대륙을 위협하는 존재는 없는 겁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근데 저는 아스트라 대륙에 발을 들인 적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마계에서만 생활했었죠.”

“아아··· 어떻게 그럴 수가!”

“그리고 지구로 넘어오기 전에 마계로 넘어온 인간과 엘프, 그리고 드워프를 봤습니다. 드워프 중에 머리가 새빨갛고 볼에 큰 점이 있는 드워프가 있던데 혹시 누군지 아시나요?”

“아, 알다마다요! 지크! 지크입니다! 어릴 때부터 저를 졸졸 따라다니던 녀석인데! 정말 사실이었군요! 흐허어엉!”


노인은 옆의 딸을 끌어안고 엉엉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어흐흑. 충분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노인의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주었다.

삼십 분 정도 지났을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눈두덩이가 퉁퉁 부은 드워프 노인이 나에게 절을 올렸다.


“은인이시여.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 아버지!”

“엘라! 너도 어서 인사드리거라!”


제대로 확인도 안 했는데 내 말을 믿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다니 드워프들의 순수함에 새삼 감탄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몸에서 마왕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으니 신빙성은 있겠지.

감사 인사를 전한 이후, 드워프 노인은 엘라라는 이름의 딸에게 말했다.


“엘라야.”

“네, 아버지.”

“VIP들께 연락드려라. 일주일 정도씩 물건이 늦어질 거라고.”

“아, 아버지···”


노인이 시선을 돌려 나를 보았다.


“다른 무엇보다 은인의 물건부터 먼저 제작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받으시죠.”


품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냈다.

얼핏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여러 서포트 마법이 걸려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그리고 제가 몇 안되는 은인 분들께 드리는 신뢰의 증표지요. 어느 나라를 가든 고위층 인사에게 이 목걸이를 보여주면 극진한 대우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생각보다 더 값진 선물을 받게 되었네.

드워프 노인은 다시 한번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말했다.


“앞으로도 라미아 공방은 은인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대신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부디 아스트라 대륙과 마찬가지로 이 땅을 구해주십시오!”

“무슨 말이죠?”


드워프 노인이 고개를 치켜들고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은인께서는 지금 이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변이 정상적이라고 보십니까?”

“......”

“천 년을 산 드워프는 하이엘프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천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이 땅에 큰 재앙이 닥쳐올 겁니다. 지금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은 그 전조 현상에 불과하고요. 그리고 마왕을 쓰러뜨린 은인이시라면 분명 이 흐름에 큰 변화를 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은 또다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지구는 이제 제 고향 아스트라 대륙만큼이나 소중한 곳입니다. 부디 이 세계를 구원해주십시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나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이 땅을 위협하는 마물들을 쳐죽일 것이다.

이 땅을 위하는 내 마음은 노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바로 지구였으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거듭 감사 인사를 외치던 노인이 딸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이후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이 땅엔 저와 마찬가지로 균열을 통해 지구로 전이된 ‘엘프’가 있습니다.”

“엘프라면 제가 아는 그 엘프가 맞나요?”

“네. 지금껏 저희는 신분을 숨기고 이 땅에서 살아왔습니다. 잠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데. 추후 연결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마 은인께서도 많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지구로 넘어온 엘프라니 흥미가 생긴다.

노인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그 엘프 또한 범상치 않은 능력을 보유한 자이리라.


“아무튼 요청하신 물품은 제 딸아이와 함께 이른 시일 내에 제작해놓겠습니다.”

“부탁합니다.”

“그리고 공방을 둘러보시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챙겨가시지요.”


공짜로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나는 노인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



“저희 라미아 공방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든 들려주세요!”


진선우가 공방 탐사를 끝마치고 돌아가는 길.

라미아 공방의 모든 장인들은 작업을 멈추고 한 인간을 배웅하게 되었다.

20년 역사를 돌이켜 봐도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야이 녹슨 망치 같은 놈들아! 은인께서 가시는데 허리 똑바로 안 숙이냐?!”

“헉! 아, 알겠습니다!”


당연히 이런 일을 처음 경험하는 장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오든의 호통을 듣고 화들짝 놀라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이내 진선우의 모습이 사라지고.


“허억! 끄, 끓어 넘친다!”


허리를 세운 라미아 공방의 장인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랜드 마스터의 소집에 작업을 멈추고 정신없이 달려 나오는 바람에 방치해뒀던 작업장이 활화산처럼 달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허둥지둥 작업실로 뛰어갔다.


“......”


라미아 공방의 정문에는 그랜드 마스터 오든과 그의 딸 엘라 둘 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

“그래, 엘라야.”


엘라는 그 어느 때보다 형형한 빛을 발하는 오든의 눈을 보며 물었다.


“저 사람··· 믿을 수 있는 건가요?”


엘라 또한 오든의, 드워프의 순수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 대책 없이 상대를 믿고 퍼주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엘라야.”

“네, 아버지.”

“천 년을 살아오면 말이다.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단다.”

“......”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까. 내가 진실의 돋보기로 저 인간을 들여다보지 않았느냐.”


오든은 그 순간을 떠올렸다.


“만약 저자가 우리를 속이고 있고. 허튼 마음을 품고 있다면···”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어둠이 진선우의 몸 안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때는 답이 없다.”

“......”

“저 인간이 미쳐 날뛴다?”


그렇게 되면 그 누구도 진선우를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오든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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