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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42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13 20:05
조회
9,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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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던전

DUMMY

“오~ 기대되는데?”


대훈이 형은 취기 덕분에 기분이 좋은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선우 너도 헌터 일 계속할 거라고 했으니까 다음 주에 던전이나 같이 돌자.”


진지하게 듣는 것 같진 않네.

술 취한 사람 앞에서 힘자랑하기도 그렇고.

던전 가서 보여줘야겠다.


"좋지."


내가 행방불명된 사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한다.

던전에서 숙지해야 할 내용이 꽤 많았기 때문에 대훈이 형은 직접 현장에서 교육해주겠다고 말했다.


얘기를 끝마친 우리는 자리로 돌아갔다.


“오빠아. 나 아이스크리임~”

“......”


그리고 만취해 정신 차리지 못하는 동생들에게 딱밤을 먹이고.


“”아악ㅡ!”"


자리를 정리했다.




***



그리고 다음 날부터 주말까지 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실종 관련 행정 처리, 휴대폰 개통.

그밖에 할 일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헌터 관리국 지부를 방문해 헌터증까지 재발급 받은 나는 집에 돌아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흐음. 장기간 활동 부재로 헌터 자격을 상실했을 줄 알았는데 페널티가 없네.

나는 어제 개통한 휴대폰을 조작해 어플을 실행해보았다.

화면 위로 면허증이 떠오른다.

왼쪽 중앙에는 큰 글씨로 알파벳 F가 새겨져 있었다.


참고로 F는 헌터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내가 명예욕은 없는 편이긴 한데 헌터 등급이 높을수록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등급을 갱신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헌터 등급 조정 심사가 3개월마다 한 번 열린다는 것.

오늘로부터 두 달은 지나야 F급을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뭐, 급한 문제는 없으니 그동안 사회에 적응하고 형이랑 동생들 기본기 좀 잡아줘야겠다.


“선우야. 밥 먹어.”


그리고 되찾은 평화를 만끽해야지.

식탁 위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가 식욕을 자극한다.


“맛있네.”


진심으로.

오물이나 다름없던 마물 시체나 뜯어먹다가 집밥을 먹게 되니 감격스러웠다.

요근래 치킨도 시켜 먹고 다양한 먹거리를 접했는데 역시 누나가 차려준 집밥이 최고였다.


“저녁엔 뭐 먹을래? 말만 해.”


한식부터 시작해서 중식, 일식.

심지어 양식까지, 누나는 대부분의 요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담인데 이십 대 후반의 나이면서도 길거리 캐스팅까지 당할 정도로 외모도 빼어나다.


"으음."


아무리 봐도 우리 누나가 너무 아까운데.

산적 같은 외모의 C급 헌터 윤모 씨가 떠올랐다.


“......? 왜 그래? 입에 안 맞아?"

“아니. 잠깐 뭐 좀 생각하느라.”


확실히 누나도 대훈이 형에게 마음이 있어 보이던데.

제아무리 남녀 사이에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지만 밸런스 문제가 너무 심각했다.

물론 내가 불편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훗날 대훈이 형의 자존감 문제로 연애 생활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하는 것이다.


스펙 좀 키워줘야지.

기존의 훈련 매뉴얼을 좀 더 타이트하게 짜보기로 했다.

죽음의 문턱을 자주 드나들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 사람이 버틸 수 있는지 그 한계선을 잘 알고 있었다.

거기 맞춰 굴려봐야겠군.


"저녁에는 고기나 구워 먹을까?"

"그래~"


그렇게 오늘 하루도 별 탈 없이 지나갔다.




***



"너. 어제 내 욕했지?"

"뭐?"

"귀가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너 저번 회식 때 영 표정 안 좋던데. 너희 누나 넘본다고 나 욕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

"뭐래. 다 큰 남녀 연애사에 내가 왜 간섭을 해."


날카로운걸.

이런 걸 동물적 감각이라고 하는 건가.


"짜식. 농담 한번 해봤다. 얼른 준비하자."


대훈이 형은 내 어깨를 툭 치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함께 던전 공략을 하기로 한 날이다.

퀴퀴한 곰팡내가 진동하는 느려터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도착했다.


"어서 와 오빠~"

"오셨어요, 형."


동생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근데 어째 소풍 분위기네.


"자. 이건 오빠 꺼."


다혜는 한껏 배를 부풀린 개구리 같은 모양새의 짐가방을 내게 내밀었다.


"......"

"헤헤. 담다 보니 그렇게 됐어."


각성자들은 인벤토리라는 아공간에 물건을 수납할 수 있어서, 상태창이 떠오르지 않는 현대 물품들만 가방에 챙기면 됐다.

그런데 나는 마계로 넘어가면서 각성 능력을 상실했다.

인벤토리 또한 사라지는 바람에 모든 물품을 가방에 때려 박아야 하는 것이다.


"이거 다 필요한 거야?"


내 질문에 대훈이 형이 답했다.


"오늘 가는 던전에서는 몇 개 필요 없는데, 교육 겸 다른 던전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품들까지 다 챙겨봤어."

"어디 쓰이는 건지 간단하게 설명해봐."


대훈이 형이 하나하나 물건을 짚어가며 설명을 시작했고.

모든 얘기를 들은 나는 짐가방을 사무실 소파에 던져버렸다.


"다 필요 없어."

"...어쭈. 너 그러다 후회할 건데?"

"안 해."


거북이 같은 꼴로 저 거대한 가방을 짊어지고 다니고 싶진 않았다.

두고 보자는 형의 으름장을 뒤로한 채 우리는 사무실을 나서 던전이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



지구에는 수많은 던전이 존재한다.

마물을 모두 소탕하면 자연 소멸되는 ‘게이트’와 달리 던전은 클리어 이후에도 계속 유지된다.

그리고 끝없이 마물을 만들어내 헌터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냥터로 활용되었다.


당장 서울만 하더라도 공식 등록된 던전이 65개나 된다고 하지.

3년 전 내가 헌터로 활동하던 때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와. 완전 신기하다. 이 멤버로 다시 뭉칠 줄 상상도 못했잖아.”

“소풍 가냐? 강다혜. 긴장 풀지 마라.”

“네에~”


대훈이 형 말이 옳았다.

제아무리 공략 경험이 많은 던전이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마음의 틈은 신체의 빈틈을 만들기 마련.

결코 좋지 않은 자세다.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해 던전이 개방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온새미로 길드 파티장님!”

“네, 갑니다!”


온새미로는 우리 길드 이름이고,

오늘 우리는 다른 길드 소속 헌터로 구성된 두개의 파티와 합동 공략을 펼칠 예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조율할 내용이 많았다.

두툼한 서류를 품에 안고 있는 남성의 호출에 대훈이 형이 헐레벌떡 뛰어갔다.


그동안 나는 다혜와 승원이와 잡담을 나누었고,

잠시 뒤 대훈이 형이 돌아왔다.


“저기··· 다혜야.”


그러고는 난처한 얼굴로 다혜에게 뭐라 얘기를 꺼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던 다혜가 얼굴이 일그러졌다.


“갑자기? 왜?”

“그, 그러게. 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하아···”

“정 불편하면 파티 깰까, 다혜야?”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 아니. 던전이 무슨 애들 놀이터도 아니고. 대체 뭐하자는 짓거리지?”


다혜는 도끼눈을 뜨고서 서류를 체크 중인 남자를 노려보았다.


“왜. 무슨 일인데.”


자초지종을 물으니.


“그게.”


다혜가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요악하자면.


“예전부터 너한테 껄떡 대던 양정훈이라는 헌터가 있는데. 오늘 자기 빽 이용해서 던전 들어가기로 한 다른 파티 밀어내고 자기가 끼어들었다고?”

“어!”

“다혜 인기 많구나.”

“이씨! 하나도 안 기쁘거든!”

“왜 그렇게 싫어하는데. 이상한 짓이라도 해?”

“하아. 그건 아닌데. 싫다는데 계속 달라붙잖아.”


말만 들어서는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떡할 건데.”


뭐, 일이 어떻게 됐든 간에 본인이 싫다는데 강요할 생각은 없다.


“일단 가야지... 개같지만 여기서 빠지면 찍히는 건 우리고. 어휴. 어디 약소 길드 서러워서 살겠나.”


다혜의 투정에 대훈이 형의 얼굴이 쭈그러들었다.


“오빠가 미안하다···”

“아, 아니!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고!”


뭐 어찌 됐든 던전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의견은 좁혀진 것 같다.

잘됐네.

선을 넘는 것 같으면 오빠로서 훈육해줄 수도 있으니까.


“오빠! 난 우리 길드가 최고야! 가족 같은 분위기. 세상에 이런 길드가 어딨어?! 하, 하하···!”

“......”


다혜의 필사적인 뒷수습에도 불구하고 대훈이 형의 무너진 자존감은 펴질 줄을 몰랐고.

우여곡절 끝에 형을 달랜 우리는 던전에 입장했다.




***



“거기 막아!”


헌터들은 정립된 매뉴얼을 바탕으로 손쉽게 난관을 헤쳐 나갔다.

어느덧 마지막 보스방만을 남겨둔 상황.

그전에 파티별로 구역을 나눠 자유로이 사냥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물을 사냥하고 돈이 되는 부산물을 획득한다.

이른바 파밍 타임이다.


“알겠지? 오늘은 너 체험시켜주려고 데려온 거니까 뒤에서 구경만 해. 놓치지 말고 잘 보라고.”


나는 대훈이 형의 배려 덕분에 편안하게 관전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삼인방이 파티 사냥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뭐랄까···


“이야. 오늘 폼이 예사롭지 않은데? 승원이 컨디션 좋은가 봐?”

“하하. 아침에 몸 좀 풀고 왔죠.”

“확실히 템 바꾸니 화력이 다르네.”


정말.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다.

이건 뭐, 약할 거라고는 예상했는데 처참한 수준이네.

지난 3년간 뭘 한 거냐.


“선우야!”

“......”


대훈이 형은 이 형 어떠냐는 눈빛으로 자랑스레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형만 아니었어도 독설을 퍼부었을 거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저들의 썩어빠진 정신 머리를 개조할 매뉴얼을 떠올리고 있는데.


“사냥은 잘 하고 계세요?”


누군가 저들에게 다가갔다.

동시에 다혜의 얼굴도 와락 일그러졌다.

이름을 듣지 않아도 그가 양정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커피 좀 드시면서 하세요.”


갑자기. 그것도 던전에서?

커피는 기본적으로 이뇨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던전에 들어서기 전부터 섭취를 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혜가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자 양정훈이 눈짓으로 다른 파티들을 가리킨다.

그들 모두 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다.

보아하니 길드원을 짐꾼으로 부려 챙겨온 모양이었다.


“...전 괜찮아요.”

“하하. 다혜 씨. 오늘 아니면 이런 경험 언제 해보겠어요~ 제가 있으니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쵸, 성민 씨?”


양정훈의 말에 멀찍이 떨어져 있던 담당자가 꾸벅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다혜는 극구 사양했다.


“정말. 진짜, 괜찮습니다. 마음만 받을게요.”

“허어···”


양정훈은 서운한 표정을 짓더니 쪼르륵. 자기가 마시던 커피를 바닥에 붓기 시작했다.


“다혜 씨 있어서 사 온 건데··· 다혜 씨 안 드시면 전부 버려야겠네요?”


녀석이 다른 길드의 헌터들에게 시선을 옮기자,

커피를 마시고 있던 헌터들이 똥씹은 표정으로 커피를 바닥에 흘리기 시작했다.


"""......"""


이 어이없는 가스라이팅 짓거리에 다혜는 물론이고 대훈이 형과 승원이까지 할 말을 잃었다.


이것 봐라.

나는 양정훈의 왼손에 쥐여진, 그러니까 다혜에게 건냈던 커피에서 미세한 마력을 감지했다.


툭툭.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양정훈에게 다가가.


“......? 뭐야, 당신.”


문제의 커피를 뺏어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씨발! 뭐하는 짓거리야!”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한 모금 더 마셔본다.


“안 내놔?!”


나는 양정훈이 내 몸을 건드리기 전에 손을 뻗어 놈의 양 볼을 움켜쥐었고.


“읍! 으읍! 이궈 안 놔?!”

“어디서 개수작을 부려.”


콰드득.


그대로 입을 박살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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