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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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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40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15 18:05
조회
8,817
추천
302
글자
12쪽

뒷처리는 확실하게 (2)

DUMMY

나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는 것들을 방치할 만큼 멍청한 성격은 아니다.


원래는 처음 문제가 발생했던 던전에서 양정훈에게 거역할 수 없는 공포를 심어주려고 했었다.

그 과정에서 뇌가 손상돼 백치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까진 내 알 바 아니었다.

그게 싫었으면 처음부터 죄를 저지르질 말았어야지.


그런데 그때 양정훈의 똘마니들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았고,

뒤이어 대훈이 형까지 나를 불러세우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기왕 그렇게 된 거.

나는 한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려던, 죽어 마땅한 녀석에게 선처를 베풀었으니 어쩌면 회개하고 새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기대감을 품어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은혜를 이딴 식으로 갚다니. 섭섭하네.”


마인들과 다를 게 없어.

심지어 사건과 관련 없는 이들까지 건드리려고 하다니.

특히 우리 누나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더 이상 참작의 여지는 없었다.

역시 검은 머리 짐승에겐 자비를 베푸는 게 아니었어.


“···누가 보냈지?”


양혁수는 가장 먼저 대화부터 시도했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네.


조사해 보니 지은 죄가 상당히 많은 인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꽤 많은 보험을 들어놓았고.

지금 이 사무실을 둘러싼 삼엄한 경비 체제 또한 그중 하나였다.


이 모든 것들을 뚫고 들어온 내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녀석이 본격적으로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받았나?"


지금껏 뒤끝 없는 상대들만 건드려 왔으니 복수보다는 경쟁 업체에서 보낸 암살자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얼마를 불렀든 간에 그 10배를 지불하겠네. 그러니,"


콰득-!


나는 양혁수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손을 뻗어 목을 꺾어버렸다.


털썩.


협상 방식이 잘못됐잖아.

살고 싶었으면 먼저 바닥에 납작 엎드렸어야지.

말도 좀 공손히 하고.

그랬으면 살 확률이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암살자였다는 가정하에서 하는 말이다.


양혁수는 나를 회유하려던 능구렁이 같은 표정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실로 악당에 걸맞는 최후라고 할 수 있었다.


스르륵.


내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CCTV를 박살 냈던 어둠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양혁수의 시체를 집어삼켰다.


콰드득-!


이로써 증거는 모두 인멸했다.


대훈이 형이 말하길,

제아무리 강한 힘을 지녔더라도 그 힘을 함부로 휘둘렀다간 많은 적을 만들게 될 거라고 했었지.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건 힘이 부족하거나 문제를 안일하게 처리해서다.

지금처럼 불화를 일으키기 전에 없애버리면 그만이다.


모든 흔적을 집어삼킨 어둠이 내 몸속에 갈무리되었다.


쉬고 있을 여유는 없다.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까.


일처리는 확실히 해야지.

병실에 누워있는 양정훈과 양혁수와 통화했던 실장이라는 놈.

추가적으로 불씨가 될만한 놈들을 모두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그들은 양혁수와 마찬가지로 ‘행방불명’ 처리될 것이다.


나는 창문을 통해 사무실을 벗어났다.




***




그날 이후.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갔다.

나흘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

양혁수 일가 행방불명 사건으로도 잠깐 떠들썩했었고 나 또한 의심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심증만 있고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도 있어서 곧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다.


“선우야··· 아니지?”

“......"

“서, 선우야?”

“지은 죄가 많던데, 천벌이라도 받았나 보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형에게는 살짝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주말.

동생들과 함께 도시 외곽에 위치한 카페로 놀러 갔다.


“흐음.”


그냥 집 주변 적당한 곳에 가자고 했는데 기어코 이곳까지 나를 끌고 왔다.

그래도 막상 나와 보니 생각보다 좋긴 하네.

누나가 바빠서 같이 못 온 게 아쉽다.


“멍멍아~ 언니랑 놀자~”


나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깥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고,

다혜와 승원이는 카페에서 기르는 골든 리트리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발악 중이었다.

흘끗 그쪽을 바라보니 나와 눈이 마주친 골든 리트리버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개의 후각은 인간의 수십 배라더니.

내 몸의 피 냄새를 맡은 건가?

아까부터 눈만 마주치면 저런다.


“오빠!”


다혜와 승원이는 결국 리트리버와 놀기를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애가 저래! 쟤 사람 잘 따르기로 유명한데 집에만 들어가 있잖아!”

“왜 나한테 그러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피 냄새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영광의 상처와 같은 것.

너희도 머지않아 나처럼 될 거다.

쉴 새 없이 마물의 피를 뒤집어쓰고 그 냄새가 몸에 밸 쯤은 돼야 진정한 헌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참 신기해.”

“뭐가.”

“어떻게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대?”


이전에 대훈이 형도 같은 얘기를 했었다.

하긴. 지금 내 모습이 3년 전의 진선우와는 갭이 좀 있었다.

그때는 말도 더 많았고 지금보다 생기 있었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형. 근데 그 마계라는 곳, 대체 뭐하는 곳이길래 그렇게 강해지신 거예요?”


역시 실력이겠지.


“여기랑 크게 다를 거 없어.”


그런데 이게 꼭 마계라서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룬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구에서도 목숨을 건 사투를 매일 반복하면 누구나 강해질 것이다.

얘들처럼 허구헌날 놀러 다니면서 강해지길 바라는 게 과욕이지.


지금 잘 즐겨두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는 쉴 시간도 없을 거니까.


“...오빠. 표정이 왜 그래. 수상한데. 뭐 꾸미고 있지?!”


대훈이 형도 그렇고 다혜도 감이 참 날카롭구나.

나는 대답 대신 휴대폰을 꺼내 문자 기록을 살폈다.

그리고 남은 커피를 한 번에 마시며 말했다.


“이제 슬슬 일어날 준비나 하자.”

“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한 시간 남았는데 넉넉하게 지금 출발하는 게 좋겠지.”


오늘은 저녁에 또 다른 약속이 잡혀 있었다.

내가 지구로 돌아온 첫날.

B 구역에서 만났던 장민욱을 보기로 한 날이다.




***




우리는 과거엔 인연이 없었던 고급 한식당에 도착했다.


“반갑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말끔한 정장 차림의 장민욱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반갑습니다.”

“와- 안녕하세요!”


다혜와 승원이는 두 눈을 빛내며 장민욱과 인사를 나눴다.

A급 헌터 정도 되면 하급 헌터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라고 했던가.

더군다나 장민욱은 국내 대형 길드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한성 길드 소속인 만큼 더욱 관심이 갈 것이다.


그나저나 내가 훨씬 더 강한데.

나한테는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이 아이러니하네.

얘들은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제대로 실감을 못하는 것 같다.


“부족한 거 있으면 얘기하세요. 술도 좋은 걸로 많이 준비해 뒀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다혜와 승원이는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보기 불편하다기보다는 좀 안쓰러웠다.

우리 누나 약값 보탠다고 허리띠 졸라매느라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먹었을 테니까.

앞으로는 맛있는 것 좀 자주 사줘야겠다.


“그나저나. 이거 참 아쉽게 됐네요.”


내 맞은편에 앉은 장민욱이 술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잔을 들어 맞부딪쳤고, 술을 입에 털어 넣은 장민욱이 얘기를 이어 나갔다.


“사실 그날 선우 님께 번호 드린 것도 저희 길드에 스카우트하려는 의도였거든요. 그날 제가 저지른 무례가 있다 보니 뜸을 좀 들인 건데··· 그사이 다른 길드에 들어가셨다니 참 아쉽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잔을 채우고 술잔을 부딪쳤다.


“그나저나 지금 헌터 등급이 F라고 하셨던가요? 하하. 이것 참···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네요.”


장민욱은 B구역에서 일격에 크라카타우의 숨통을 끊어놓은 내 모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잔에 술을 채워주며 말했다.


“아직까지는 크게 불편한 점 없어서 괜찮습니다. 그보단 일전에 제공해주신 정보 유용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양혁수 일가에 관한 정보는 장민욱이 제공해주었다.


“하하. 뭐 대단한 것도 아니었는데요. 자, 한잔 더 받으시죠.”


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현 정세에 관한 얘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건 어제 얘기 나눴던 서류입니다. 처리는 다 끝내놨으니 원하실 때 이용하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장민욱으로부터 종이 뭉치를 건네받았다.

던전 이용과 관련된 서류가 포함돼 있었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는 힘 있는 놈들이 상등품의 던전을 독식하고 있었고,

우리 온새미로처럼 길드라고 말하기도 쪽팔리는 이들은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질 낮은 던전 위주로만 이용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장민욱이라는 인맥의 힘을 빌려 몇 가지 괜찮은 던전의 이용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저, 진선우 님.”

“네.”


내가 서류를 보는 동안 옆에서 눈치를 살피던 장민욱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희 대표님께서 진선우 님을 뵙고 싶어하시는데. 혹시 시간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한성 길드 대표라면 윤태웅 회장님 말인가요?”


한성 길드는 국내 대기업인 한성 그룹에서 운영하는 길드였다.


“아닙니다. 윤태웅 회장님께선 길드 경영엔 일절 개입하지 않고 계십니다.”


장민욱의 말에 따르면 윤태웅 회장의 핏줄들이 지분을 나눠 한성 길드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제가 모시는 분은 회장님의 손녀이신 윤세영 님이십니다.”


현재 한성 길드의 마스터는 윤태웅 회장의 장남인 윤석호였다.

그리고 그의 딸인 윤세영은 어린 나이부터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아 한성 길드의 공동 대표 이사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지금은 오빠들과 후계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었고.


“좋습니다.”


장민욱만 하더라도 이렇게 도움이 되는데.

그보다 더 큰 권력을 지닌 윤세영이라면 만나볼 만했다.

때마침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귀중한 시간 할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빠른 시일 내에 일정 조율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만남을 마무리 지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던 다혜는 직접 운전해 집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오빠. 다음 주에 봐~”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집에 돌아온 나는 샤워부터 끝마치고 장민욱으로부터 받은 서류를 정리했다.

한쪽은 대훈이 형에게 전해줄 파일이고,

다른 한 뭉치는 내가 개인적으로 필요해서 요청한 자료다.


지구로 귀환한 날 정신을 차렸던 B구역.

그곳의 지리와 서식 마물 정보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당장 돈 쓸 일도 많고.

내일 일요일에는 마물 파밍으로 돈 좀 벌어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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