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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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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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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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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9,868

작성
22.05.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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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훈련

DUMMY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았다.

혼자서 독고다이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력을 키워나가며 내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작업까지 병행해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윤세영이 내 제안을 승낙한 이후 대훈이 형은 한성 길드로 자주 불려갔다.

직접 만나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꽤 많은 모양.

그에 따라 업무량 또한 과중되었는지 늦게까지 길드에 남아있는 일이 잦아졌다.


“······”


눈 밑 다크써클이 광대뼈까지 내려왔네.

바빠 보이니 이번 주까지는 내버려 두고 다음 주부터 훈련을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다가오는 주말.

우리는 다 같이 놀이공원에 놀러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난 그냥 집에서 쉬면 안 될까···”

“그러든가.”

“고맙다!”


대훈이 형은 많이 피곤해 보여서 내버려 두려고 했는데.


“오빠 집에서 쉬려고? 선화 언니도 간다는데?”

“···뭐?”


다혜의 말 한마디에 곧장 태도를 바꿨다.


“아니다 선우야. 생각해보니까 간만에 다 같이 놀러 가는 건데 내가 빠질 순 없지. 시간 내볼게.”

“아냐. 피곤해 보이는데 집에서 좀 쉬어. 다음 주부터 바빠질 거니까.”

“괜찮아. 잠은 무덤에서 자는 거랬어.”


아주 대단한 사랑꾼 납셨어.


처음에는 누나와 둘이서 가족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는데,

누나가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이왕 가는 거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서 이들에게 동행을 제안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두 참석하겠다는 말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일요일.

우리는 아침 일찍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잠깐 있어봐!”


다혜는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동물귀 머리띠를 다섯 개 사왔다.


“푸흡!”


그러고는 손수 한 명씩 씌워주고 웃음을 터트린다.


“우와~ 선우야, 완전 잘 어울려! 대훈 씨도요.”

“그, 그래요?”


누나의 칭찬에 대훈이 형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좋아 죽네. 좋아 죽어.”


다혜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혀를 쯧 찼다.


“저렇게 좋아 죽으면서 고백은 왜 안 하나 몰라.”

“그러게. 누나도 관심 있어 보이시는데.”


나는 남의 연애질에 훈수 두는 두 동생을 보며 말했다.


“너네나 잘해라. 너넨 연애 안 해?”

“···그러는 오빠는.”

“난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다혜는 틈만 나면 남자친구 남자친구 노래를 불렀다.

이상한 버러지 같은 놈이 꼬이기나 하고.

오빠로서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


“인연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거랬어.”

“”······?””

“맨날 붙어 다니는 사람 있잖아.”

“미쳤어?!”

“미치셨어요?!”


싫으면 말지 왜 그렇게 오버해서 소리 지르고 그러냐.

나는 새빨갛게 얼굴이 달아오른 둘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다혜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호들갑 떨며 우리를 이끌었다.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놀러나 갑시다! 시간이 없어요~ 우리 몸풀기로 귀신의 집부터 갈까?”


그 말에 질색하는 대훈이 형.


“놀이기구나 타자.”

“오빠는 무슨! 헌터가 돼서 귀신을 무서워하고 그래? 이젠 극복할 때 됐지. 갑시다. 고고고!”

“아, 안 간다고!”


다혜는 대훈이 형과 승원이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콧노래를 부르며 끌고 갔다.

누나는 그 모습을 보고 활짝 웃다가.


“선우야. 안 와?


나를 불렀다.


“가.”


나는 지구로 돌아온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



“...선우야.”

“어. 말해.”

“우리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좋았잖아.”

“좋았지.”

“근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건데.”

“뭐래. 노는 거랑 훈련이랑 같아?

“나 진짜 죽을 거 같다. 좀 쉬자.”


다 큰 어른이 엄살이 심하네.


“우웩-!”


옆에서 속을 게워내는 승원이.

다혜가 기겁하며 몸을 피했다.


이거 참 실력이 떨어지면 정신력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전부 형편없군.


놀이공원에 놀러간 다음 날.

우리는 길드 건물 체육관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관장님. 깨끗하게 치우고 가겠습니다.”


장소를 대여해주신 복싱 체육관 관장님께 양해를 구했다.


“에이. 돈도 많이 주셨는데 이 정도는 괜찮아요~ 얘들아 뭐하냐! 와서 치워라~”


관원들이 빗자루와 대걸레를 가져오더니 순식간에 토사물을 정리했다.


“헌터님들 훈련하시는 거 멋지네. 그럼 마저 욕봐요!”


관장님은 우리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자리를 떠났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대훈이 형과 승원이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진짜 나 엄살떠는 거 아니다. 몸이 안 움직여···”

“우웩!”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안 그래도 그만할 생각이었어.”

“어? 저, 정말?!”

“웨엑!”

“응.”


나는 그들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무게추를 풀어주며 말했다.


“이젠 대련할 차례거든.”

“......”

“···너랑?”

“응.”


워밍업은 끝났다.

이젠 실전 감각을 키울 차례.


“똑바로 서.”


승원이와 대훈이 형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내가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성장시켜주려고 악역을 자처하는 거다.

이들이 헌터와 무관한 삶을 살겠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강해지고 싶다고 술자리에서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들은 내 은인이고 나는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이기에 그 부탁을 들어주려고 한다.


“...알겠어. 해볼게.”


이내 결심을 굳혔는지 엄살을 관둔다.

나는 대련 자세를 취하는 둘의 모습을 관찰했다.


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군.

길고양이도 겁먹지 않겠어.


내가 본 한국 헌터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다.

정말 하나 같이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갔다.

언제 마물이 도시에 등장할지 몰라 항상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핑계로 훈련도 적당히 하고,

공략법이 있는 던전을 위기감 없이 클리어했다.

왜 그러는지는 안다.

목숨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자칫했다가 불구라도 되면 그날로 헌터 인생 끝나는 거다.


하지만 그렇게 설렁설렁해도 강해질 정도의 재능이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적어도 승원이와 대훈이 형은 아니었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극한을 넘어서 혹독하게 몰아치는 수밖에 없었다.


“......”


다혜는 옆에서 관전 중.

그래도 눈치는 있는지 바짝 군기가 들어있다.


좋았어. 시작해볼까.


콰앙-!


대훈이 형이 내 손가락을 막아냈다.


“커헉!”


날아다니는 파리를 쫓는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살살 휘둘렀으니 부담은 없을 거다.

조금씩 출력을 높여야겠다.


콰앙-!


“커헉. 우웨엑-!”


가장 재능이 있던 승원이는 과연 대훈이 형보다 안정적으로 공격을 막아낸다.

짜식이 엄살은.


서서히 이들을 극한으로 내몰았다.

비명도 점점 잦아들었다.

고통에 적응하고 있다는 거겠지.

그러나 방심은 금물.

끝없이 긴장하도록 위협적인 공격을 내질렀다.


여덟 방향에서 급소를 노리고 날아드는 손끝.

대훈이 형까지 포함해 동시에 열여섯 번 내질렀다.

이전에 한성 길드의 김건영이 선보인 기술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것과는 달리 내 공격은 전부 실체가 있었다.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빠르게 내지른 게 전부다.


“”윽!””


가볍게 몸을 터치하는 것으로 중심을 무너뜨렸다.

이어서 양 손끝을 강하게 내질렀다.

그리고 정확히 둘의 눈앞에서 멈췄다.


“”......””


풍압으로 머리가 흩날렸다.

나는 뭔가 큰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의 승원이를 보며 물었다.


“보였나 보네?”

“...어어. 어. 보였어.”


뭔지 말 안 해도 이해하는 걸 보니 확실히 보였나 보네.

재능이 없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그와 다르게 대훈이 형은 내 공격을 제대로 포착하지도 못했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나는 승원이를 보며 말했다.


“그 감각 잘 기억해둬.”

“어어···”


집중력이 극한에 달했을 때.

죽음을 목전에 뒀을 때 느낄 수 있는 초감각.

나는 그것을 이들에게 일깨워줄 것이다.


그런다고 이 짓을 계속 반복하면 정신이 남아나질 못하니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오늘은 이걸로 끝.”

“”...휴.””

“오후에는 던전 갈 거니까 휴식 취해둬.”

“”......!””


누누이 말하는데 이런다고 사람 안 죽는다.


“진짜 고생했어.”


지켜보던 다혜가 수건을 들고 다가와 대훈이 형과 승원이의 땀을 닦아주었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 왜 오빠?”

“왜긴 왜야. 다음은 넌데.”

“왜, 왜왜왜! 나는 왜?! 나 마법 쓰잖아!”


한심한 소리 하는군.


“마법사는 멀리서만 상대해준다는 법이라도 있나?”


다들 착각하고 있는데.

마법사라고 육체 단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배틀메이지라는 클래스도 있는데 지구의 헌터들은 편견을 갖고 있다.


“헛소리 말고 바로 서. 시간 없으니까.”

“......”


다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



대전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한 주택가.

그곳은 전국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렸을 때 가장 많이 게이트가 발생하는 장소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반지하나 달동네에서 살고 싶지는 않았던 하층민들이 모여든 것이다.


헌터 관리국 소속 헌터들은 그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순찰에 나섰다.


“힘들다.”


중구 순찰 5팀의 팀장 허정수는 정해진 순찰을 마치고 카페 의자에 쓰러지듯 몸을 뉘었다.

얼굴은 넋 나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차거.”


그러다가 갑자기 볼에서 느껴지는 냉기에 눈을 부릅떴다.

함께 순찰을 돌았던 팀원인 성민정이 아이스 커피 두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팀장님은 A급 헌터면서 왜 맨날 앓는 소리 해요?”

“야야. A급 헌터도 다 같은 사람이다. 힘들면 피로를 느낀다고. 나 오늘 새벽에 던전 공략하고 온 거 말 안 했어?”

“C급 던전이라셨으면서 엄살은. 이거나 먹어요.”

“오. 뭐야.”


커피뿐만 아니라 허니브레드까지 있었다.


“민정이 센스 있는데? 오빠 힘들대서 이거까지 사 온 거야?”

“웩. 오빠는 무슨.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거예요!”


고개를 돌리자 앞치마를 입은 사장님이 윙크를 보내고 있었다.

척! 엄지를 치켜든 허정수는 게걸스럽게 디저트를 해치우기 시작했다.


“으휴. 애예요?”


그 모습이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지만.

허구헌날 힘들다고 엄살이나 부리는 능글맞은 아저씨 같은 팀장이었지만.

성민정은 허정수를 미워할 수 없었다.


“뭐해. 너도 얼른 먹어.”

“됐습니다. 마아~니 드세요.”


겉모습과는 다른 내면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정수는 한국 사회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인재다.

마음만 먹으면 국내 최정상 길드에 들어갈 수도 있다.


“? 왜 웃냐.”

“그냥 웃겨서요.”


그런데도 헌터 관리국에 남아 있는 이유는 허정수가 개인의 이익보다는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의인이라서 그렇다.


“...기분 나쁘네.”


허정수가 수상쩍은 눈길로 성민정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콰드드득-!


밖에서 얼음이 갈라지는 듯한 기괴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허정수와 성민정은 동작을 멈추고 서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민정아.”

“네, 팀장님!”


허정수는 포크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걸음을 옮기면서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성민정은 스마트 워치의 무전 기능을 켜 본부에 연락을 넣었다.


“A구역. 게이트 반응 발생. 게이트 반응 발생.”


카페를 나서자 강한 바람과 함께 코를 찌르는 악취가 밀려왔다.

허정수와 성민정은 악취의 근원지로 달려갔다.

스마트 워치에서 무전이 들려오고 있었다.


-순찰팀 전원에게 게이트 발생 전달했습니다. 추가 지원 병력을 위해 자세한 내용 브리핑 바랍니다

“지금 현장으로 이동 중입니다.”


일반적으로 중구에 발생하는 게이트의 규모는 C급 수준.

A급 헌터인 허정수 혼자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불길했다.


“”......””


두 남녀는 문제의 장소에 도착했다.

2층 건물 높이에 발생한 붉은 균열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거대한 팔이 튀어나와 상가 건물을 두부처럼 으깨버렸다.

성민정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런 씨발!”


허정수가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켜고 소리 질렀다.


“레드 게이트 출현! 9급 마물이 빠져나오고 있다! 신속히 S급 헌터 지원 바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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