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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37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17 16:05
조회
7,691
추천
266
글자
11쪽

한성 길드 (1)

DUMMY

윤세영은 눈을 떴다.

띠리릭- 정확히 1초 후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


힘겹게 손을 뻗어 알람을 종료한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

세 시간의 수면.

그리고 20분의 낮잠.

이제는 몸이 이 패턴을 기억해 알람이 들려오기도 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아-”


재벌 3세.

스물다섯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아름다운 외모.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조건은 다 갖췄지만,

그녀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느라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성 그룹 후계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장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키포인트는 아버지 세대가 아닌 윤세영의 세대가 쥐고 있었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먼저 헌터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관련 사업들은 물론 직접적인 무력을 보유하는 길드 운영까지.

무엇하나 놓칠 수 없었다.


‘일하자.’


게으름 피울 시간은 없다.

물먹은 솜 같은 무거운 몸을 움직이는 마법의 주문을 되뇌며 몸을 일으켰다.


휴게실 문을 열자 업무용 책상 위에 갓 내려진 로즈마리 차와 수제 초콜릿이 세팅되어 있었다.

매일 한 치 오차도 없는 생활을 반복하는 그녀의 루틴에 맞춰 비서가 준비해놓고 간 것이다.

초콜릿을 하나 집어 먹고.

의자에 앉아 두 손을 위로 뻗은 후 좌우로 스트레칭.


“끄으응-!”


마지막으로 로즈마리 차를 입에 머금고서 향을 음미하던 그녀는 이내 업무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금테로 표시된 이력서들부터 살폈다.

그녀가 영입해야 할 헌터들의 신상이 기재되어 있었다.


“으으음···”


윤세영은 각성 초기에만 하더라도 이름을 날리며 활약했었지만 그것도 잠시.

3년이 지난 지금까지 A급 끝자락에 머물러 있었다.

한성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도 성장이 멈췄다면 그건 분명 재능의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후계 경쟁 중인 오빠들과는 노선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사업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무력이 필요한 부분은 다른 헌터들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인재 발굴과 영입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다.


‘진선우···’


윤세영은 진선우의 이력서를 뚫어져라 보았다.

3년 전 F급 헌터로 활동하다가 균열에 휘말려 실종됐던 인물.

이세계를 전전하다가 지구로 돌아온 ‘귀환자’라고 밝혔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지만 불가능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당장 마물들만 하더라도 어딘지 모를 이세계에서 넘어오는 존재들이기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설령 거짓말쟁이라 하더라도 장민욱이 목격했다는 ‘무력’은 진짜였다.

A급 헌터인 그가 눈으로 포착하지도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크라카타우에게 접근해 일격에 가죽을 꿰뚫은 것이다.


물론 다른 변수가 개입했을지도 모른다.

크라카타우가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든지.

진선우 그 사람이 한방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특이한 형태의 스킬을 사용한다든지 말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7급 마물의 방어력을 꿰뚫었다.

그 말은 최소 A급 최상위의 공격력을 보유했다는 거다.


'그걸로 충분해.'


다른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A급 최상위는 귀중한 인재다.

무고한 시민을 해치고 다니는 흉악한 빌런만 아니라면 어떤 흠이든 덮어줄 의향이 있었다.


이전에 잠깐 통화를 나눴을 때도 길드 이적에 관해서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영입하겠어!’


윤세영은 진선우의 사진을 보며 의지를 불태웠다.




***



일정을 조율한 결과, 우리는 다음 주 수요일에 윤세영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대훈이 형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동행할 것을 요청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수요일 아침.

이른 시각부터 길드 앞에 고급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건물을 나섰다.


“어이구, 윤 사장~ 맨날 앓는 소리 하더니만, 요즘 잘 나가나 봐? 월세 더 올려도 되겠어?”

“···끔찍한 소리 마세요, 영감님.”


청소하고 있던 건물주와 인사를 나눈 대훈이 형이 나를 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맨날 저 소리다. 석 달 전에 올려놓고 또 저러네.”


다 쓰러져 가는 건물 주제에 월세로 협박을 한다고?

벼룩의 간을 빼먹는군.

조만간 길드 사무실도 이전해야겠다.


“반갑습니다.”


한성 길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승용차 뒷좌석에 탑승하자 정장을 입은 말끔한 인상의 운전기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흘끗 그를 바라본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길드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안전벨트를 매자 승용차는 곧바로 주행을 시작했고.


“두 분 식사는 하셨나요?”

“네. 먹었습니다.”


운전기사는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시도했다.

나는 시시콜콜한 대화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대훈이 형과 대화를 나누던 운전기사가 계속 내게 말을 걸어왔다.

단답으로 일관하는데도 개의치 않고 계속 주제를 바꿔 가며 얘기를 이어갔다.


“아하. 그러시구나.”


대훈이 형이 괜히 눈치를 보다가 리액션을 해주었고,

대화는 어느덧 사회적 이슈 문제로 흘러가고 있었다.


“최근 각성자들의 폭력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죠.”

“······”

"압구정 거리 대난투. 로델리아 던전 유혈 사태. 금성 길드 하청 길드 협박 사건 등등. 근 한 달간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만 나열하더라도 수십 건에 달합니다.”


운전기사는 백미러로 나를 흘끗 보더니 물었다.


“최근 진선우 헌터님께서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셨던데.”

“.....?”

“던전에서 양정훈 헌터에게 과격한 제재를 가하셨더군요. 꼭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었나요?”

“별로 과하다고 생각 안 하는데요. 그러니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겠죠.”

“...지금 대한민국의 법은 정상이 아닙니다.”

“그래요?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법은 법인데.”

“그럼 진선우 헌터님은 비슷한 문제가 또 발생해도 똑같이 대처하시겠다는 겁니까?”

“아마 그럴 겁니다.”


백미러를 통해 운전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근데 질문의 의도가 뭐죠. 초면에 나눌 대화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벌써 면접이라도 보는 건가요?”

“...아닙니다. 제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에 질문드렸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감정이 듬뿍 들어가 있던데.

그래도 눈빛을 보니 말마따나 시비 걸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

이유가 뭐든 간에 더 이상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다.


“실례를 저질러서 거듭 죄송합니다.”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고.

침묵 속에서 승용차는 도로를 질주했다.




***




잠시 후 우리는 한성 길드 빌딩 앞에 도착했다.

운전기사와 함께 고층에 자리한 집무실에 들어섰다.

그러자 윤세영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반갑습니다. 한성 길드 대표 이사 윤세영입니다.”


오는 길에 살짝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는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내 거래 대상은 윤세영이었고 그녀로부터 필요한 것들을 받아내기만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민욱 씨한테서 진선우 씨에 관한 얘기 많이 전해 들었습니다.”


윤세영은 사무적인 태도로 인사를 건넸다.

표정도 그렇고 말투도 차가웠다.

이쪽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성격이 그런 것 같았다.

비서가 내온 차를 마시며 계속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계약을 하려면 진선우 씨의 가치에 걸맞는 대가를 책정해야 하는데··· 저희는 진선우 씨에 대해 잘 모르고 있네요.”


윤세영이 내 눈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해도 될까요?”


그녀의 말마따나 나는 이세계를 전전하다가 이제 막 귀환한 몸이라서 3년간 지구에서 활동한 이력이 공백이었다.

더군다나 헌터 등급도 F.

크라카타우를 사냥한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데이터가 부족했다.

거래에서 좋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직접 나서서 가치를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시죠.”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를 대하는 윤세영의 태도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시험해본다는 사실 자체를 아니꼽게 받아들이는 헌터들이 많아서 그러는 것 같았다.


“저희 길드에는 헌터 관리국에 있는 것과 동일한 사양의 테스트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과연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문 길드답네.

제대로 된 훈련실 하나 없어서 아래층 복싱 체육관 시설이나 빌리는 우리 길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대훈이 형은 오늘에야 내 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윤세영을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측정기가 준비된 장소에 도착했다.

투명한 유리벽 너머의 밀실 안에 혼자 들어가자.


-반갑습니다, 진선우 님


천장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안내에 따라서 준비를 마치고 앞으로 나섰다.



****



으음. 기대했는데 이거 영 실망스럽네.

수용 가능 한계치를 넘겨버린 측정기가 스파크를 토해내며 부서지고 있었다.

지금 막 네 번째 테스트인 마력 측정까지 끝마쳤다.

밀실 안 스피커에서 이전 테스트마다 들어왔던 멘트가 똑같이 흘러나왔다.


-...측정 불가입니다.


한성 길드에서 중국산 기계를 들여온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측정실 바깥을 바라보니.


“””......”””


대훈이 형과 윤세영, 운전기사까지 얼빠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쪽으로 다가가 윤세영에게 물었다.


“더 좋은 측정기는 없나요?”

“어, 없는데요. 이게 제일 최신 제품이에요...”


현재 내 힘의 총량을 체크해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현 기술력으로는 무리인 모양이었다.


“그럼 이 정도면 S급 심사를 볼 자격은 갖춘 거 맞죠?”


윤세영이 포커페이스를 잃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기로는 S급 헌터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헌터 관리국 소속의 S급 헌터 이강민과 대련을 벌여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그는 상위권의 S급 헌터라고 들었다.

비슷한 수준의 각성자가 있으면 좋고.

그보다 부족하더라도 S급을 쓰러뜨리면 얼추 기준에는 부합할 것이다.


그리고 한성 길드 정도면 S급 헌터는 보유하고 있겠지.

이를테면.


“......”


윤세영 옆의 저 운전기사라든가.


내가 처음 저 사람을 보고 놀란 이유.

고작 운전기사치고는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내가 지구에서 본 헌터들 중 가장 뛰어났다.


마력 컨트롤 능력이 일정 경지 이상에 접어들면 스스로의 힘을 갈무리 할 수 있었고,

S급 헌터가 그 정도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저 운전기사가 이에 해당됐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원하시면 추가 테스트,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운전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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