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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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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36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12 21:05
조회
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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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글자
13쪽

옛 동료

DUMMY

“선우야?”

"나 믿어 봐. 잠깐 아플 수도 있으니까 인형 꽉 붙잡고 있고."

“어, 으응.”


지체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누나를 침대에 눕힌 후 손목을 붙잡고 정신을 집중했다.

몸 안에 똬리를 튼 푸른 마력 덩어리가 이전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준비를 끝마친 나는 누나의 몸 안으로 마력을 흘려 넣었다.


"읍?!"


내가 보유한 검은 마력은 마물과도 같다.

어둠에서 태어난 생명체 이외의 모든 것을 배제하려고 든다.

한낱 인간에 불과한 내가 어떻게 검은 마력을 흡수할 수 있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의문.


아무튼.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나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검은 마력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 힘을 이용해 마왕을 죽일 정도로 강해졌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의지만으로 통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으으으!"


원래라면 검은 마력이 인간의 몸에 들어가는 순간 내부를 갈기갈기 찢어놓았겠지만 통제력을 강화하자 순한 양처럼 길들여졌다.

그것으로 푸른 마력 덩어리를 에워싼 후 고삐를 살짝 느슨히 하니.


콰득-!


억눌렸던 본능을 발산하며 푸른 마력 덩어리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검은 마력이 포식을 끝마치는 순간 나는 곧바로 마력을 회수했다.


"허억. 허억···"


누나는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


"고생 많았어. 푹 쉬어."


나는 수건을 들어 누나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



누나는 기절하듯 잠들었다.

처음에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세상 편안한 얼굴로 새근새근 숨을 내뱉는다.

이불을 턱 끝까지 올려주고 방을 나섰다.


누나 깨기 전까지 좀 쉬고 있어야지.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맥주가 다섯 캔 들어있었다.

누나는 술을 즐기지 않았는데 그새 취향이 바뀌었나?

하나를 챙겨 거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예능 프로그램이 재방영 중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아직은 낯설다.

조금씩 지구의 문물에 적응해가기로 했다.


띵동.


그때 현관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뭐지. 택배인가?

맥주캔을 내려놓고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세 남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누나 손님인가?

뭔가 낯이 좀 익은데.

두 손에 짐을 한가득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약속이 잡혀있던 것 같다.

치료를 끝마친 지 세 시간쯤 지났나.

이젠 슬슬 누나가 깨어날 때도 돼서 일단 문을 열어주었다.


“””.....어?”””


그런데 나와 마주친 세 남녀가 귀신이라도 본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선우?”

“오빠?”

“형?”


툭. 투두둑. 손에 들고 있던 짐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



일단 손님들을 거실로 안내했다.


“””......”””


이들은 여전히 넋 나간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연 건 삼십 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아니. 선우야. 너 표정이 왜 그래? 설마 나 못 알아보겠어?!”


아. 목소리 들으니 기억이 떠올랐다.


“대훈이 형?”

“그래! 나야! 윤대훈!”

“...다혜랑 승원이?”

“그래, 오빠!”

“잘 지내셨어요, 형?”


윤대훈. 강다혜. 하승원.

마계로 떨어지기 전 지구에서 헌터로 활동할 때 나와 파티를 이뤘던 동료들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 1년을 함께했었다.


“야. 나 지금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온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너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난 거야?!”

“우린 오빠 죽은 줄 알았잖아!”


함께 던전을 공략하다가 던전 내부에 발생한 차원의 균열로 빨려 들어갔었지.

그러니까 지구에서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던 이들이었다.


“설명하자면 길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지난날 겪은 일을 얘기해주려면 입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근데 언제 돌아온 거야? 왜 연락 안 했어?”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누나와 이 셋이 만난 건 단 한번 밖에 없었을 텐데.

내가 없는 동안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아.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서···”


이들이 호들갑을 떨 동안 나는 조용히 맥주를 마시며 기다렸고.

시간이 지나자 조금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아, 참.”


윤대훈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보단 선우야. 너네 누나 어딨어?”

“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이거.”


투명한 유리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너네 누나 약이다.”

“.....?”

“선우 니가 그렇게 사라진 뒤에 너희 누나 병이 악화됐거든.”

“......”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시선을 마주하니 윤대훈이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건 통증 완화제인데, 매달 너희 누나 이 약 먹어줘야 한다.”

“......”

“돌아오자마자 이런 말 전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넌 하나뿐인 가족이니 알아둬야지. 이 약이 좀 비싸. 한 병에 천만 원 정도 하거든. 그래도 너무 걱정 마라. 우리가 계속 도와줄 거니까, 너는 그동안 최대한 빨리 자리부터 잡아보자.”

“그러니까.”


나는 윤대훈과 유리병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저 없는 동안 형님이 누나 치료비를 대주셨다고요?”

“나 혼자선 어림 없지. 여기. 니 동생들도 도왔다.”

“......”


우리가 그럴 만한 사이였나?

오랜 기간 함께해온 것도 아니고.

고작 1년. 적당히 탈 없이 무난하게 지내온 파티에 불과했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천만 원은 이들에게 상당히 부담되는 금액 같은데, 대체 왜?


“짜식. 감동했냐?”


감동보다는 그냥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어디 남이냐.”

“......”


생각해보면 필요 이상으로 친한 척 하면서 귀찮게 굴긴 했었다.


“우리 선우 오빠, 노잼이긴 한데 사람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형이 이것저것 챙겨주신 덕분에 헌터 생활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위험할 때 구해주신 일도 많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


험상궂은 아저씨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 정도면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냐?”

“......”

“...뭐야 그 표정은. 진짜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야? 거참 쪽팔리네···”


여전히 이들의 생각에 공감할 수 없었다.


“서, 선우야?”


정말 미련하고 멍청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는 한편.


“고마워.”


희생을 감수하며 도와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또 뭐 잘못했어?”


무슨 말 하는 거지.


“···와. 오빠.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앞으론 웃는 거 자제했으면 좋겠어. 지금 오빠 표정 소름 끼쳐. 진심으로.”

"......"


내 표정이 뭐가 어때서.


“선우야··· 대훈 씨?”


그때. 누나가 잠에서 깨어났다.




***



“뭐? 서, 선화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누나의 병이 완치됐다는 얘기를 털어놓자 윤대훈은 난리를 쳤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윤대훈은 동의를 구하고 누나의 손목을 붙잡았다.

누나 몸 안에 있던 비정상적인 형태의 마력은 등급이 낮은 헌터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었다.

존재의 유무 정도는 판별할 수 있겠지.


“어? 어어?”


그래서 내 말이 진실임을 알게 되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 아, 아니. 이거 뭐, 몰래카메라 같은 거냐?”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죠. 가서 다 말씀드릴게요.”


원래는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을 예정이었다는데 내 덕분에 회식으로 변경됐다.

우리는 윤대훈의 차를 타고서 시내로 나갔다.

도착한 곳은 한옥 형태의 으리으리한 한우집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래. 일단 먹고 얘기하자!”


우리는 축배를 들었다.


“근데 선우 넌 왜 갑자기 존댓말이냐. 거리감 느껴지게.”

“뭐, 지금부터 놓죠.”


윤대훈과 말부터 놓았다.


“크으.”


연거푸 잔을 비우니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왔다.

나는 그제야 쌓였던 얘기를 풀어놓았다.

예상대로 삼인방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여러 차례 불신을 표했으나 검은 마력까지 보여주자 그제야 내 말을 믿기 시작했다.


“진짜 별일이 다 일어나는구나···”


다시 한번 잔이 오갔고.

이후에는 셋의 얘기가 이어졌다.


“길드?”

“어. 그 당시에 우리 헌터 등급으로는 당장 큰돈 구할 길이 이것밖에 없더라.”


초기에는 누나 치료비로 2천만 원 이상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길드 만들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많고 대출도 잘 나오더라고. 그래서 형식적으로 만들었지. 인원도 우리 셋밖에 없다.”


윤대훈, 아니 대훈이 형은 알딸딸하게 취해 가볍게 주사를 부리는 두 동생을 가리켰다.


“부끄럽게도 우리 전부 C급을 못 벗어나고 있거든.”


헌터 길드는 간단히 말하자면 각성자들이 몸담는 회사다.

헌터 등급이 높거나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라면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쪽팔리네...”


대훈이 형은 방어 능력에 특화된 전사 계열 각성자로 기억한다.


“언니이~ 나 괜찮다니까요오··· 따악 한 잔만! 한 잔만 더 마실게요~”


쾌활하고 밝은 성격의 강다혜는 마법 계열 특성을 지녔다.


“...···”


그리고 술에 취해 꾸벅꾸벅 머리를 흔들고 있는 승원이는 파티의 메인 딜러를 맡았었고.

특성에 따른 포지션 구성은 나쁘진 않은데.

이들 몸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정말 형편없었다.


‘길드라.’


나는 대훈이 형과 술잔을 맞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후우. 잠깐만. 나 담배 한 개만 피고 올게~”


그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대훈이 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고주망태가 되어 해롱거리는 두 동생을 누나에게 맡기고 대훈이 형을 뒤따라갔다.


밤이 되어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대훈이 형은 흡연장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나를 흘끗 보더니 한 개 더 꺼내 내밀었다.


“안 펴.”

“어?”

“그냥 바람 쐴 겸 따라 나온 거야.”

“...그러냐.”


대훈이 형은 살짝 취했는지 몸을 기우뚱거렸다.

나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한마디 던졌다.


“우리 누나 담배 피는 사람 안 좋아하는데.”

“...어?”


대훈이 형이 놀라 눈을 부릅떴다.

말없이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니 대훈이 형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알고 있었냐.”

“어.”


대훈이 형이 우리 누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품고 있단 사실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지나칠 정도로 큰 호의를 베푼 데다가,

무엇보다 누나를 향하는 시선과 행동들에서 티가 났다.


“흐흐. 쪽팔리네.”

“......”

“어어, 혹시 오해할까봐 미리 말해두는데. 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너희 집 챙겼을 거다.”

“그래.”


함께 하던 1년 동안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기는 했다.

나는 마음을 닫고 있었지만,

어찌 됐든 이 형은 정말 못 말릴 정도로 착해빠진 호구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길드는 처리한다고?”

“어어. 당장 묶여있는 문제들만 해결하고 정리하려고. 이젠 선화 씨 병원비 문제도 해결됐겠다, 월급쟁이나 해야지.”

“헌터 활동은 계속할 거고?”

“당연하지. 배운 재주가 이것밖에 없는데.”

“그럼 길드 계속 운영해봐.”

“뭐?”

“괜히 남 밑에서 굴려지는 것보단 회사 대표가 낫잖아.”


지구에서 헌터로 활동한 만큼 길드에 관한 기본 지식 정도는 있었다.

등급 낮은 헌터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길드에 들어가면 제약이 많아진다.

그러게 되면 따로 시간을 내기도 힘들어서 이들을 교정시켜주기도 힘들다.


기왕 헌터로 활동할 거.

나는 은혜도 갚을 겸 예전처럼 형 동생들과 함께 활동하기로 결정했다.


“하하. 됐어, 임마. 길드 평가도 최저 등급 받아서 조만간 지원도 끊길 거야. 그럼 적자다.”


길드 가치는 소속 헌터의 등급과 실적으로 평가된다.


“내가 가입하면 되지."


지구의 최상위권 헌터 수준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명색이 마왕을 쓰러뜨린 몸인데 나 정도면 그들에 버금가는 수준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그리고 S급 헌터 한 명만 보유하더라도 길드의 가치는 수직상승했다.


“야. 너 하나 들어온다고 뭐가 달라지냐.”

“......”

“응? 표정 봐라. 뭐냐, 그 자신감? 크크큭. 마계란 곳에서 좀 강해지셨어?”


그래, 꽤 많이 강해졌지.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않을 정도는 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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