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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후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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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6
최근연재일 :
2022.05.30 16: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1,053
추천수 :
6,680
글자수 :
109,868

작성
22.05.18 15:05
조회
7,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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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글자
11쪽

한성 길드 (2)

DUMMY

윤세영의 최측근인 김건영은 근래 들어 윤세영의 행보를 못마땅히 여기고 있었다.

오랫동안 옆에서 보필해온 만큼 그녀의 사정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마구잡이로 각성자들을 포섭하는 행위는 너무 위험했다.


‘덕분에 우리 팀의 입지가 커지기는 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문제아들이 윤세영의 이름을 등에 업고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문제 수습을 위해 윤세영이 직접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성 길드의 이미지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물론,

윤태웅 회장님의 눈 밖에 날 수도 있었다.


결국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김건영은 각성자를 데려올 때 자신이 직접 대화를 나눠보고 면접 전에 성향을 파악해보기로 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헌터들은 대체로 강약약강이다.

운전기사라는 신분으로 위장해 상대를 안심시키고 본색을 드러내게 만든다.

이 단계에서 낙제점을 받는다면 실력에 상관없이 포섭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말했다.


물론 이때부터 이미지 관리 들어가는 놈들도 있지만 그 정도는 합격점을 주기로 했다.

적어도 최소한의 눈치는 본다는 말이니까.


‘애매해.’


그런데 이번에 초대된 진선우는 판단하기 까다로웠다.

무엇보다 그냥 떠나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였다.

각성자 측정 장치로도 능력치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라니.

적어도 피지컬 면에서는 S급 헌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준이라는 말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인.

대한민국에 단 열두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인재.

대부분 헌터들은 S급의 벽을 뚫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흐음.’


김건영은 마침내 생각을 정리했다.

진선우 정도의 성향이면 집중 마크할 경우 충분히 컨트롤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 솟은 콧대부터 꺾어줘야 하리라.


‘이세계라는 곳에서 운 좋게 강해진 것 같은데.’


그래봐야 3년 전에만 하더라도 F급 헌터였던 자다.

상식이 뒤집어진 세상이라도 그 안에서 새롭게 정립된 최소한의 상식이라는 게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판단해보건데 진선우는 A급 최상위거나 S급의 초입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예상되었다.


“원하시면 추가 테스트,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진선우를 훈계할 목적으로 나섰다.

무슨 의도인지 짐작한 윤세영이 걱정스런 시선을 보냈다.

김건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적당히 알아서 조절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들은 대련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스릉-


김건영은 아공간 형태의 인벤토리에서 투박한 검 한 자루를 뽑아 들었다.

손잡이를 잡고 상대를 주시했다.

진선우는 무기를 꺼내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무기 안 꺼내십니까.”

“없습니다.”


‘...맨손 격투 타입인가.’


크라카타우를 사냥할 때도 무기를 들지 않았었다고 했었지.

흔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놀랄 만큼 희귀한 것도 아니었다.


“선공은 양보하,”


김건영은 말을 내뱉던 도중 입을 다물고 말았다.


“......”


진선우의 기세가 일변한 탓이다.

조금 전 대화를 나누던 사람과 같은 인물인지 의심될 정도였다.

지금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때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워낙 충격이었기에.

김건영은 지금도 가끔 그날의 악몽을 꾸곤 했다.


능력을 각성하기 전.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거대한 마물과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공포.

곧바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오줌을 지렸다.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꽈악-!


다만 지금의 김건영은 그때와는 다르다.

초인의 반열에 접어들면서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력 또한 일반인을 초월했다.


“으아아아아-!”


그러나 기합 소리가 비명처럼 내뱉어지는 것까지는 제어하지 못했다.

공포심을 떨쳐내기 위해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내부에서 가속한 마력이 김건영의 신체를 강화했다.


콰앙-!


“어?”


관전 중이던 윤대훈의 시야에서 김건영이 사라졌다.

뒤늦게 들려온 굉음에 정신을 차린 윤대훈은 황급히 시선을 옮겼다.

어느새 거리를 좁힌 김건영이 오러블레이드를 뿜어내는 검으로 진선우를 찍어누르고 있었다.


“......”


마찬가지로 손에 마력을 두르고 그 공격을 방어하는 진선우.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있었다.




***



김건영과 첫 공방을 주고받은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전혀 예상 못한 전개인데···


“크윽···!”


실력이 이렇게 형편없을 줄 몰랐다.

극소량의 마력만 손바닥에 두른 채 검을 잡아냈다.

김건영이 안간힘을 쓰며 내 쪽으로 무게 중심을 싣고는 있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내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A급 헌터를 보고는 실망했지만 S급 헌터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사람이 S급치고는 약한 건가?


“......!”


낑낑거리며 힘을 주던 김건영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앗-!”


김건영은 다시 한번 기합을 토해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스킬인지 검이 다섯 개로 늘어난다.

각각 팔과 다리,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래봤자 실체는 하나였다.

다리를 들어 올렸다가 아래로 내려찍어 검을 짓밟았다.


콰득-!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검이 부러진다.

손잡이에 전해지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김건영이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


그러나 내 얼굴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김건영의 눈동자를 가리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살짝만 움직이면 두 눈을 파낼 수 있었다.


“더 하실 겁니까?”


내 물음에 김건영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고.


“...졌습니다.”


5초 정도 더 시간이 지나서야 힘겹게 패배를 인정했다.




***




대련을 지켜본 윤세영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김건영이 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비록 S급 헌터 중에서는 하위권에 속했지만 초인의 반열에 접어든 지 4년이 지난 베테랑 헌터였다.

그런 실력자가 압도당하다니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인재다.

업계 최고 연봉을 제시해서라도 계약을 성사해야만 한다.


“...네?”


대련이 끝나고 마련된 협상 자리.

그곳에서 윤세영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었다.


“길드에 가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뭐하러 테스트에 응한 거지?

당황하는 윤세영에게 진선우는 준비해온 얘기를 꺼냈다.


“일반적인 형태로는 말이죠.”

“......?”


진선우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설명을 늘어놓았다.


“자, 잠시만요.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가상의 신분으로 한성 길드에 가입하기를 희망한다는 말이었다.


“어떻게요?”

“윤세영 님 정도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실 건데요.”


진선우는 온새미로 길드를 탈퇴할 생각이 없었다.

다른 누군가의 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데 국내 최고 길드의 지원은 받고 싶었으며, 사회에 뿌리 내린 윤세영의 권력 또한 이용하고 싶었다.

용병 신분으로 거래할 수도 있지만 그건 윤세영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녀는 후계 경쟁에서 회장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로를 원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인이 아닌 본인이 품고 있는 길드원의 활약이 필요했다.


비슷한 제안을 건낼 만한 사람이 몇몇 더 있기는 했는데 진선우는 그중에서 윤세영이 가장 적합한 파트너라고 판단했다.


“특별 부서 하나 만들어주시죠. 다른 사람 간섭받지 않아도 되는. 그곳에 소속되겠습니다.”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이었다.

비슷한 사례도 있었으니까.

다만 한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신분은 위조할 수 있죠. 외형도 아이템을 이용하면 바꿀 수 있고. 근데 능력은 어떡하시려고요?”


헌터들마다 특성이 다르다.

싸우는 걸 보면 누군지 특정할 수 있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다 방법이 있으니까.”

“......”

“한 달에 두 번. 윤세영 씨가 원하는 던전을 공략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 힘이 필요할 때마다 거절할 이유만 없다면 적절하게 보상을 받고 도와드릴 거고요. 그 공로 또한 모두 윤세영 씨가 차지하겠죠.”

“···기준이랑 보상이 너무 애매하지 않나요?”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죠. 저는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선에서 보상을 요구할 거고, 윤세영 씨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시면 됩니다. 계약 기간은 짧게 잡고 주기적으로 상황을 보면서 갱신하도록 하죠.”

“......”


윤세영은 멍한 얼굴로 김건영을 바라보았다.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의 의견을 참고하고 싶은 것이다.

눈이 마주친 김건영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세영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선우를 보며 물었다.


“그럼 계약금이랑 연봉은 어떻게 할까요?”

“안 주셔도 됩니다. 대신 다른 조건이 있습니다. 저희 온새미로 길드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한성 길드 최고 유망주들이 받는 지원을 해주기를 원합니다.”

“......”

“지원은 지금 가입해 있는 네 명으로 한정하도록 하죠.”


진선우는 조용히 윤세영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내 그녀의 입이 열렸다.


“...이번 주까지 연락드릴게요. 몇 가지 급하게 체크할 게 있어서. 아마 긍정적인 대답 기대하셔도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진선우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



온새미로 길드의 헌터들이 윤세영의 집무실을 벗어나자.


“하아.”


윤세영과 김건영. 두 남녀는 소파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대체··· 어떻게 저런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거죠?”

“...그러게요.”


진선우와 대련을 벌인 김건영은 완전 혼이 나가 있었다.


“건영 씨.”

“네.”

“혹시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아까 전력 다 한 거 맞죠? 상태 이상 스킬 같은 거에 당한 거 아니죠?”

“네. 제 전력이었습니다···”


김건영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해서 S급 헌터가 약한 건 결코 아니었다.

당장 김건영만 하더라도 일격에 빌딩을 부숴버릴 수 있는 존재다.


“그냥. 격이 달랐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이 계약을 성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건영은 진선우와 마주 섰던 그때를 생각하면 몸을 떨었다.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서 순식간에 사냥감으로 전락한 기분이었다.


“대체 얼마나 강한 거죠?”

“부끄럽지만··· 저로서는 그 힘을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껏 자신보다 더 강한 헌터들을 여럿 만나 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진선우 그 사람이 다른 길드와 관계를 맺기 전에 저희와 먼저 만나게 된 건 천운과도 같습니다.”

“장민욱 팀장··· 보너스 많이 챙겨줘야겠네요.”

“꼭 그러시죠.”


김건영은 조만간 진선우를 중심으로 한국 헌터계가 발칵 뒤집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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