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영효 님의 서재입니다.

신비천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영효
작품등록일 :
2018.02.23 11:28
최근연재일 :
2018.03.25 17:13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57,763
추천수 :
597
글자수 :
405,034

작성
18.03.23 18:26
조회
492
추천
4
글자
16쪽

혈왕 - 18

DUMMY

“후~~ 잘해내고 있을지...”


천위익을 떠올린 뒤 태사의에 몸을 기댄 천소찬이 두 눈을 무겁게 감았다.



혈왕과 무림맹이 함께 마교를 향해 이동하는 행렬 어림잡아도 3천명이 넘는 규모의 무인들 그들의 행렬을 막을 자가 현 무림에 존재하지 않는 듯 그 나아가는 길은 거침이 없었고, 또한 느긋함이 묻어있었다.

선두에 서서 지휘를 하는 제갈운한 그는 혈왕의 명에 따라 길을 잡고 이동했고 길을 따라가다 쉬었다.

혈왕은 무림맹 위의 굴림하며 무림맹의 무인들을 하찮게 여기기 일쑤였고 그런 혈왕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은 어김없이 죽음을 당했다.

그 모습에 질려 하는 수없이 따라 이동하는 무인들도 있었으니 강제로 끌려가는 것과 같은 모습을 취하는 뒤처진 무리들은 걸음걸이에 힘이 빠지고 어깨는 축 늘어져 싸울 의지가 없어 보였다.

이런 것들을 모두 알고 있는 제갈운한은 남궁현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대뇌었다.


“마교의 씨를 말리고 나면 중원뿐 아니라 새외까지 뻗어나갈 생각이네 우리가 무림을 지배하면 그들에게도 더 좋지 않겠는가?”


터무니없다 생각했던 그 말이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혈왕... 이자라면 이루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남궁현이 천마와 싸우다 죽어갈 때 도와주지 않았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묻지 못하는 제갈운한 혹시 혈왕의 입에서 남궁현이 누구냐? 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그것이 두려웠다.

지금 하는 행동을 보고 있자니 자신 또한 남궁현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조심 또 조심하려 했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추위를 지켜볼 생각이었다. 남궁현이 죽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며 밤마다 자신을 찾아와 울부짖는 남궁현의 모습에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세운지 여러 일 제갈운한은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랐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혈왕의 곁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혈왕의 움직임을 파악하던 마교의 비영단이 가져온 소식으로 마교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한 뒤인 천소찬과 태상천왕들은 마교가 혈왕과 무림맹의 움직임에 요동치는 것을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그것에 대해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3천명에 달하는 무인들이 마교를 향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마인들과 정파의 사람들은 이 싸움의 결과가 이미 정해진 것과 같다 말하며

혈왕에 대한 분노보다 마교를 향해 다가오는 적의 숫자에 민감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었다.

마교에 모인 사람들의 수는 천명에 불과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지만 천마는 적을 앞에 두고 다음 일을 생각하는 자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싸워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똥 씹은 얼굴들을 하고 있으니 때려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곧 적과의 싸움을 위해 움직여야 했던 만큼 짜증이 밀려들고 있었다. 울화와 함께


마교의 마인들과 정파의 무인들이 한데 섞여 있는 드넓은 광장 이례적인 그 모습은 섞이지 않은 물과 기름을 한데 섞어 놓은 듯 부자연스러웠지만 같은 적을 두고 싸워야 했던 만큼 두렵고 떨려오는 것은 모두 같았다.

그런 얼굴을 가득 품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천소찬이 미리 마련된 단상에 올랐다.


“그대들의 적이 그리고 나의 적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 숫자가 무려 3천에 달한다는 것도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천소찬 내뱉기 시작한 말에 주위에 있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잔잔함이 묻어나는 울림 그리고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강함 사람들을 향해 내보이는 진중함과 결연함이 묻어나오는 모습에 장내에 소란스럽던 잡소리 들이 사라지고 천소찬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자신이 따르는 자를 믿으라! 그대가 홀로 외로이 죽게 하지 않을 동료들과 함께 적을 향해 나아가라! 그 곳에서 나 천소찬과 나의 수호신이 선봉에 설 것이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무기를 믿어라 그것이 진정 무공을 갈고 닦은 자의 길이니라 죽음이 두렵다 생각하는 자! 함께 하지 않아도 좋다. 단 부끄러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자신의 동료를 사지로 밀어 넣고 혼자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가? 함께 하기에 그 힘은 배가 되는 것이니 믿어라! 그리고 적에게 지옥을 선사하라~“


‘둥~ 둥~ 둥~‘


천소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울리는 북소리

천소찬을 바라보던 마인과 무인들은 얼굴가득 했던 불안한 기색은 사라지고 서로를 마주보며 천소찬의 말을 확인하듯 결연함 이 깃든 얼굴로 자신과 자신의 상관 그리고 자신의 동료를 바라보며 무언가 뜨거운 기운이 자신의 심장을 파고드는 것 같은 뜨거움을 느낀 마인과 무인들은 뒤 늦게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

“아아아아~~~”


그 모습을 바라본 천마는 사람을 아우르는 그 기운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느끼며 천소찬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본 뒤 천소찬과 태상천왕들이 걸음을 옮기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천왕들께서는 보이지 않으십니다?”


천위익의 천왕들의 모습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자 의아함이 묻은 얼굴로 천마가 물었다.


“소가주를 지켜야 할 의무가 끝난 것이 아니지 않는가? 당연한 것을 묻나?”


어이없는 얼굴을 하고 천마를 향해 말한 태상풍신


“아! 제가 그걸 잊고 있었습니다. 어제... 천마동이 열렸지요...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됩니다. 송구합니다. 허허허”


천마의 실없는 웃음에 저마다 고개를 흔드는 태상천왕들 천마의 말처럼 천마동이 열렸다.

하지만 함께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한 걸 천마는 아직 알지 못했다. 천위익의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말이다.

천위익이 깨어나고 천소찬과 태상천왕들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길을 떠나기 전 자신들이 천위익과 천왕들에게 건넸던 무기들을 다시 받아 들고 길을 떠나기 위해 움직였다.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무기들 그 것 역시 500년을 이어온 천가세가의 비밀이 담긴 무기였기에 그것을 다시 받아 든 가주인 천소찬과 10대 태상천왕들의 얼굴에 살짝 스쳐지나간 빛 영롱한 그리고 무공을 아는 자라도 쉽게 볼 수 없는 빛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천소찬을 선두로 그를 따르는 10대 태상천왕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혈왕과 무림맹 무리들을 처단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천명에 가까운 마인과 무인들을 대동하고 떠나는 길 두 배가 넘는 숫자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두려운 얼굴을 하고 걷는 자가 없었다.

당당함이 묻어나오는 걸음에 결연함을 품은 얼굴이 더해져 누가 보아도 비범함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렇게 만든 것이 천소찬이지만

그것을 가능케 한 세력은 당연 태상천왕들이 이끄는 부대 ‘천왕천대’ 10명의 대주들이 이끄는 무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천마와 비교해도 가히 뒤지지 않을 법한 기운을 갈무리 하지 않을 채 걸음을 떼는 그들에 의해 적을 향해 나아가는 무인들과 정파무인들의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천소찬의 명으로 천왕천대의 부대원들은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 하지 않은 채 걸었다.

그것에도 다 뜻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천마는 천소찬을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다르단 말이지... 어찌 저리 잘나셨을꼬! 경휘가 저 정도만 됐어도 아니 반만 됐어도 내 걱정이 없을 진데... 헙! 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노망이 난게야 허이구! 늙으면 발이나 닦고 자야하는데’


자신의 어이없는 생각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다시 길을 재촉하는 천마

그런 천마를 바라보며 태상암흑신의 얼굴에 웃음이 번져갔다.

어쩜 저리도 변하지 않는지...

사람이 타고난 성격과 인격은 아무리 바꾼다 해도 바뀔 수 없는 것이니 이해하려 하지만

천마! 무림의 한 축을 담당하며 무림인을 공포와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자가 저리 경망스럽기도 어렵다 생각했다.

보고 있으면 엉뚱한 행동을 하는 천마가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엔 조금 부족한 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한참을 천마의 행동을 주시하며 웃던 태상암흑신이 다가오는 기운에 얼굴을 굳혔다.



드디어...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마교를 떠나 온지도 벌써 보름이 지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 걸어 당도하게 되면 두 달 여일이 걸리는 길을 두 세력이 함께 이동하고 있으니 그것도 무공을 아는 자들이 걷는 걸음은 평범한 사람과 다를 수밖에 없으니 ‘보름’ 그 정도의 시일이 지나자 점점 느껴져 오는 기운들 3천에 달하는 무인들이 내뿜는 기운 드디어 혈왕이 이끄는 무림맹의 무인들과 마주하게 된 천소찬의 얼굴은 싸늘히 식어있었다.


“그대가 혈왕인가?”


천소찬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목소리 50보정도 떨어진 공간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혈왕과 천소찬

드넓은 대지가 꽉 들어찰 정도의 무인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그 모습은 과히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한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그대는 누군가?”


혈왕은 자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천소찬의 모습을 천천히 살폈다.

풍겨져 오는 기운 그 기운은 파멸혼을 소환하며 죽음 직전에 놓였던 천위익이 내뿜던 기운과 흡사함 하지만 천위익과 비교해 그 무공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갈무리되어있는 내공 많이 잡아도 40대 중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혈왕의 모습은 어림잡아도 60대를 넘어선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혈왕보다 연배가 한참 낮음 에도 반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을 본 혈왕의 시선은 천소찬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대가 혈왕인지를 물었거늘! 갈!”


지금껏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 하고 있던 천소찬은 혈왕에게서 풍겨져 오는 기운을 느끼며 혈왕이 진정 혈마의 진전을 이은자가 맞는지를 가늠하려 했다.


“맞다 내가 혈왕이다 그러는 그대는 누구인가?”


“그건 하늘에 가서 묻도록!”


천소찬은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자신이 이동하며 타고 있던 말위에 앉은 상태 그대로 하늘로 도약해 내려섬과 동시에 혈왕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자신의 아들을 그리 만든 원흉이라는 말을 직접 들었으니 지금까지 가슴에 묻어두었던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 천소찬의 몸 주위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혈왕에게 신형을 날린 천소찬은 혈왕과 10보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지금부터 나 천소찬이 명하니 혈왕과 함께하는 자! 그 누가 되었든 용서치 않을 것이니 지금 이 자리에서 돌아선다면 그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 것이니 지금 당장 떠나라 단! 남는 자는 죽음으로 그 죄를 단죄할 것이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원망하라!”


위엄이 넘쳐흘러 하늘에 닿을 듯 한 사자후가 터져나갔다.

천소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오색찬란한 빛은 주위의 모든 기운들을 빨아들이는 듯 천소찬의 오색찬란한 빛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혈왕은 자신 앞에 오만하게 자신을 바라보며 사자후를 내뱉고 있는 천소찬의 몸 주위로 몰려드는 기운을 느끼며 자세를 바로 잡으려 했다.

갈무리되어있던 내공을 일으키려 정신을 집중하는 순간

이글어진 얼굴 혈왕은 자신의 단전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내공을 불러내려 했지만 어쩐 일인지 똬리를 틀고 앉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 이 무슨...”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무영의 기운이 자신의 단전에 내려앉아 자신의 내공을 내리누르는 것과 같은 느낌 그 묵직한 기운을 밀어내려 가진 애를 써보지만 자신의 갈무리 된 내공은 그 묵직한 기운에 눌려 끔쩍도 하지 않았다.


“그대의 내공은 남의 순수한 선천지기로 만들어진 것 그것은 곧 너의 순수한 기운이 아니라는 말 사악한 무공은 그의 대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거늘 그것도 몰랐단 말인가?”


혈왕의 내공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선천지기부터 시작해 무공의 아는 자의 선천지기까지 서슴없이 받아낸 만큼 자신의 내공으로 만들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오롯이 자연의 기운을 받아 내공을 쌓아온 무인들과 다르게 불순하고 탁한 기운들이 모여 내려앉아 있었던 만큼 천소찬이 내보낸 기운들의 위해 잠재 되어있던 기운들이 깨어나면 충돌하고 있었다.

순수하게 자연의 기운을 받아내 쌓았던 내공과 선천지기를 빼앗아 억지로 눌러 놓았던 내공들이 싸움을 시작하니 단전에 모여 있던 내공들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천소찬의 순수한 기운 그 기운은 선천지기로 기이하게 내공을 늘려왔던 혈왕이 혈들을 살짝 건들기만 했을 뿐인데 요동치는 혈왕의 기운들을 느끼며 진정 혈마의 후예가 지근거리에서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무슨 술수를 쓴 것이냐? 이... 내 이놈!”


“그대를 편히 죽게 한다면 하늘이 노할 것이니 나를 원망하지 말라!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끔찍한 고통을 선사 할 것이니 기대해도 좋아!”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은 천소찬의 신형이 혈왕을 향해 다가섰다.

한발 한발 움직이며 다가서는 천소찬을 바라보며 얼굴이외 마비가 된 듯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이려 혈왕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살아온 삶 또한 그리 녹록치 않은 삶이었던 만큼 이리 죽을 순 없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천소찬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떨려오고 있었다.

고통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건만 억눌러 오는 이 고통과 두려움은 혈왕의 몸을 떨리게 만들고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하여도 쉬이 진정이 되지 않고 날뛰는 혈왕의 혈도들은 이미 그 기능을 잃은 듯 혈왕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한낱 인간에 불과한 것을...”


천소찬은 두 눈을 감았다.

인간으로 써 최소한의 도리도 저버린 혈왕을 바라보며 그 죄를 단죄함에 있어 많은 고심을 했던 천소찬

혈왕을 보자마자 일 검에 목을 쳐 죽이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그 죽음은 죄에 비해 너무 가볍다 생각했다.


천소찬은 가만히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비천검을 들어올렸다.


“‘비천파형무(秘天破形無)’”


‘스스스’


혈왕을 향해 천소찬의 비천검을 빠져나간 비천파형무 오색찬란한 빛을 내포한 기운이 혈왕의 몸을 향해 다가서더니 천천히 몸속으로 파고들며 빛이 사라져갔다.


“으아아아악”


혈왕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하고 얼굴을 마구 흔들며 고통스러운 듯 울음과 비슷한 소리를 내뱉었다.


오색찬란한 빛이 모두 사라지자 혈왕의 혈도를 따라 흘러 들어간 비천파형무의 기운들이 혈왕 몸 구석구석을 누비며 맹렬히 휘몰아치기 시작하자 혈왕의 발끝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고통을 참아내려 혈왕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진 듯 허옇다 못해 잿빛으로 변해갔고, 그것이 시작인 듯 숨을 헐떡이며 고통을 감내하려 눈을 뒤집고 혀를 깨물어보려 입을 노려보아도 말을 듣지 않는 혈왕의 몸에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거구의 풍채로 당당하게 무림맹을 장악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붉다 못해 핏빛에 가깝던 풍성한 머리는 허옇게 물들어 갔고, 우람했던 체격은 점점 줄어들더니 살갗이 뼈에 달라붙은 듯 외소한 몸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천소찬의 검초 비천파형무 혈왕의 살아 숨 쉴 정도의 선천지기만을 남기고 모두 파괴하여 자연으로 내보냄과 동시에 일어난 혈왕의 모습은 60대의 건장한 중후반의 모습에서 90이 넘는 늙은 노파로 변해가고 있었다.

허리는 굽었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 들어차 보기에도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으며 검버섯이 핀 온 몸의 살들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천수를 누린 늙은 노파로 보였다.


“나에게... ”


말을 내뱉던 혈왕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며 말을 멈췄다.

우렁차게 좌중을 이끌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쇳소리가 가득한 늙은 노인이 낼법한 목소리가 나오자 힘겹게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몸을 확인한 혈왕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지긋지긋하게 지하에 숨어 살아온 삶 드디어 혈마의 진전을 이어 세상에 나온 지 10여년 세월동안 누려온 그 세월이 끝이라는 것이 억울한 듯 힘겹게 떠진 두 눈에서 눈물이 뚝! 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돌려준 것 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비천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3 파멸혼 - 19 18.03.25 608 3 12쪽
72 혈왕 - 18 18.03.24 497 4 15쪽
» 혈왕 - 18 18.03.23 493 4 16쪽
70 혈왕 - 18 18.03.22 513 6 15쪽
69 혈왕 - 18 18.03.21 518 4 16쪽
68 천위익의 위기 - 17 18.03.18 577 4 12쪽
67 천위익의 위기 - 17 18.03.18 566 3 11쪽
66 천마신교 와 무림맹 - 16 18.03.16 636 3 13쪽
65 천마신교 와 무림맹 - 16 18.03.16 503 3 11쪽
64 천마신교 와 무림맹 - 16 18.03.15 568 3 13쪽
63 천마 - 15 18.03.15 582 4 14쪽
62 천마 - 15 18.03.14 600 5 9쪽
61 천마 - 15 18.03.14 587 5 10쪽
60 천마 - 15 18.03.13 585 6 10쪽
59 천마 - 15 18.03.13 569 4 11쪽
58 새로운 바람 -14 18.03.12 721 6 12쪽
57 새로운 바람 -14 18.03.12 601 4 11쪽
56 새로운 바람 -14 18.03.11 605 5 10쪽
55 새로운 바람 -14 18.03.11 564 5 11쪽
54 새로운 바람 -14 18.03.10 628 4 14쪽
53 사천당가 - 14 18.03.10 604 5 11쪽
52 사천당가 - 14 18.03.09 578 6 12쪽
51 사천당가 - 14 18.03.09 607 4 15쪽
50 권신 위기에 처하다 - 13 18.03.08 617 5 10쪽
49 권신 위기에 처하다 - 13 18.03.08 614 5 12쪽
48 권신 위기에 처하다 - 13 18.03.08 577 6 13쪽
47 권신 위기에 처하다 - 13 18.03.07 582 6 10쪽
46 각성(覺醒) - 12 18.03.07 585 6 9쪽
45 각성(覺醒) - 12 18.03.07 577 6 10쪽
44 균현으로 - 11 18.03.06 625 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