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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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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6.17 19:1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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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8
추천수 :
240
글자수 :
30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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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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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60화. 협상

DUMMY

약속 시간이 8시인데 11분이나 지났다. 주변 숲에는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았다.


8시가 임박해서 영진이 차에 시동을 걸었을 때, 신철은 머리를 가로젓고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다.


방금 전에는 김 실장에게서 전화가 들어왔었다. 언제 도착하는지를 묻는 전화일 거다.


신철은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권오일을 만나러 가지 않는지, 김 실장의 전화를 왜 받지 않는지 궁금했지만, 영진은 물어보지 않고 기다렸다.


자동차 대시보드의 전자시계가 8시 23분을 가리키고 있을 때, 다시 김 실장으로부터 전화가 들어왔다.


“이제 출발하지.”


계속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를 들으며 영진은 식당 주차장에서 차를 움직였다.


출발한 지 3분 만에 별장 마을이 길 건너편에 나타났다.


영진은 중앙선을 넘어 별장 마을 입구로 차를 진입시켰다.


길 양편의 별장들을 지나 마을 끝에 다다랐다.


다른 별장 서너 개를 합친 크기의 커다란 별장. 낮은 담장 너머로 넓은 정원과 이층집이 한눈에 보였다. 한 번 왔던 곳이라고 정경이 눈에 익었다.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검정 마이바흐가 네 개의 주차칸 중 가장 바깥쪽 주차칸에 서 있었다.


조명이 주차장 안쪽에 설치되어 있어 바깥쪽이 안쪽보다 어두웠다.


영진은 마이바흐를 지나쳐 두 번째 주차칸에 차를 세웠다.


“혹시 급하게 나갈 수도 있으니까 후진으로 주차해 두는 게 좋겠어.”


“아, 예.”


주차장 공간이 넓지 않아 차를 어떻게 돌려야 할지 차창 밖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였다. 마이바흐의 운전석과 뒷좌석 차문이 동시에 벌컥 열렸다.


“머리 숙여!!!”


신철의 날카로운 외침에 영진은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 퍽!! 퍽!!


옆 유리가 박살 나며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액셀 밟아!!!”


- 와앙! 끼이익!! 쿵!!!


숨가쁜 엔진 소리. 귀를 찢는 타이어 소리. 앞으로 돌진한 차가 주차장 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후진해!!”


백 기어를 넣고 액셀을 밟는 순간, 깨진 유리창 밖에서 날아온 것에 영진이 어깨를 맞았다.


- 퍽!


“아악!!”


그 충격에 핸들을 놓쳤다. 중심을 잃은 차가 휘청하며 후진했다.


- 쿵!!!


뭔가에 부딪치는 충격에 고개가 뒤로 획 젖혀졌다. 백미러로 보니 마이바흐의 앞 타이어 부분을 쏘카 후미로 그대로 들이받았다.


“다시 액셀 밟아!!”


조수석에 있는 신철이 왼손을 뻗어 핸들을 잡아 돌리며 소리쳤다.


그 순간 헤드라이트 불빛에 남자 둘의 모습이 드러났다. 한 남자는 스킨 헤드였고, 다른 남자는 시커먼 피부에 근육이 울퉁불퉁했다. 야자수가 그려진 하얀 셔츠가 눈에 익었다.


“때려!”


고함 소리와 동시에 두 남자가 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 퍽!!


앞 유리 너머에서 뭔가 번쩍 하더니 앞 유리가 거미줄 모양으로 박살이 났다.


“밟으라고!!”


영진은 눈을 질끈 감고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 끼이이이이익!


차가 오른쪽으로 급하게 회전했다.


- 쿵!


벽을 박을 때와는 전혀 다른 소리에 영진이 눈을 번쩍 떴다. 차는 주차장 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브레이크를 밟을 새도 없이 주차장 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충격에 몸이 앞으로 급하게 쏠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앞에 바로 주차장 벽이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보닛 위에 뭔가 엎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으아아아아 ~~~~~”


괴성과 함께 조수석의 깨진 유리창 안으로 번쩍거리는 것이 날아들었고, 몸을 낮춰 그것을 피한 신철이 차문을 열고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다.


갑자기 열린 차문에 들이받힌 자가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영진도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스포츠 백을 꺼내 재빨리 지퍼를 열었다.


주차장 조명에 조금 전 숨가쁘게 벌어진 상황이 드러났다.


마이바흐의 열린 차문, 우그러진 앞 펜더. 쏘카의 깨진 뒤 범퍼, 심하게 찌그러진 보닛.


보닛 위에 엎어져 있는 남자는 하얀 셔츠를 입었는데, 다리가 쏘카의 보닛과 벽 사이에 끼어 있었다.


뒤로 나동그라졌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신철에게 다가갔다.


스킨 헤드에 캠핑 도끼를 들었다.


영진은 에어비앤비에서 청테이프로 묶었던 자임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보닛 위에 엎어져 있는 자 역시?


“아저씨, 뒤로 물러나세요.”


영진의 말에 두 남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이봐, 지금 널 겨누고 있는 게 진짜 총인지 가짜 총인지 확인하는 무모한 짓은 안 했으면 좋겠어.”


신철이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영진을 쏘아보는 스킨 헤드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신철이 트렁크 뒤를 돌아 영진 옆으로 왔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차 키는 꽂혀 있어, 저기 쓰러져 있는 놈 태우고 빨리 사라져.”


신철의 말에, 스킨 헤드가 고개를 돌려 보닛에 엎어져 있는 자를 쳐다봤다.


스킨 헤드의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캠핑 도끼를 차 안에 던져 넣고, 보닛 앞으로 갔다. 죽은 것처럼 엎어져 있는 자를 힘겹게 들쳐업었다.


낑낑대며 근육질 남자를 차에 실는 모습을 두 사람은 멀뚱히 쳐다봤다.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스킨 헤드는 떠났다. 거미줄처럼 앞 유리가 박살나고, 옆 유리창 세 개가 깨져 없어진 흉측한 차를 몰고.



✭✭✭



신철과 영진은 잔디가 깔린 정원에 서서 조명이 환하게 켜진 별장 안을 쳐다봤다.


넒은 거실 한가운데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부회장 권오일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잔디를 밟으며 다가가자 갑자기 나타난 김 실장이 폴딩 도어를 열었다.


“어떻게 다치진 않으셨나? 아일랜드 버진에서 온 자들인데 이번엔 반드시 형 씨들을 잡겠다고 큰소리를 쳐서 맘대로 해보라고 했어요. 아마 형 씨들을 잡아야 두둑히 돈을 받는데, 제대로 못해서 비행기값만 날리고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니까 눈이 뒤집혔던 거죠. 하여튼 거기 서 있지 말고 여기 앉으시죠?”


권오일의 눈짓에 김 실장이 와인과 술잔 세 개를 가져와 소파 테이블에 놓았다.


“한바탕 움직였더니 갈증은 좀 나네요. 그럼 잠깐 앉읍시다.”


신철이 소파에 앉자 권오일이 와인을 잔에 따랐다. 새빨간 와인이 찰랑거리며 잔을 채웠다.


권오일이 와인 잔을 앞으로 내밀자 신철이 잔을 부딪쳤다. 권오일은 반 정도 마셨고, 신철은 벌컥벌컥 잔을 비웠다.


신철의 잔에 다시 와인을 따르면서 권오일이 말했다.


“당연히 SD카드는 가지고 오셨겠죠?”


신철이 주머니에서 SD카드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권오일의 입꼬리가 쓱 말려 올라갔다.


플라스틱 케이스에서 SD카드를 꺼낸 권오일은 소파 테이블 아래 작은 서랍에서 라이터를 꺼내 손에 쥐었다. 눈을 치켜뜨고 신철을 쳐다봤다.


신철이 별 관심이 없다는 얼굴로 와인 잔을 입으로 가져가자, 권오일은 라이터 불로 SD카드를 태웠다.


플라스틱과 금속이 타는 냄새가 났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내가 원하는 걸 받았으니까, 이제 내가 줄 차례겠죠? 그래 뭘 드릴까?”


“두 가진데 괜찮겠습니까?”


“겨우 두 가지? 보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도 많고 힘도 좀 있는데, 배포가 크지는 않은가 보군요. 들어봅시다, 원하는 두 가지가 뭔지.”


“원하는 걸 가지셨으니 당연히 우리를 더 이상 괴롭히지는 않을 테고, 하지만 그동안 우리를 괴롭힌 보상은 받아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당신들을 괴롭히지 않는 거 하고, 그동안의 보상을 하는 거, 이 두 가진가요?”


“말이 그렇게 되나? 그럼 보상은 빼고 앞으로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않겠다는 것으로 합시다.”


권오일이 눈을 치켜떴다. 돈을 마다하는 게 놀랍다는 듯.


“알겠소. 그건 내 약속하지. 또 하나는 뭐죠?”


“당신 동생을 성폭행범으로 만들어서 이 사회에서 매장시켜 주면 됩니다.”


“준일이는 원래 이런저런 일로 평판이 좋지 않은데, 뭘 새삼스럽게 성폭행범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 친구 여자친구한테 당신 동생이 아주 몹쓸 짓을 했거든요.”


신철이 턱짓으로 영진을 가리켰다.


영진을 슬쩍 보고, 영진이 들고 있는 스포츠 백으로 권오일의 눈길이 움직였다.


“혹시 그 스포츠 백 안에 총이 들었나요?”


갑작스러운 권오일의 질문에 영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놀라시는 거 보니까 맞군요.”


의미심장한 얼굴로 권오일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래도 명색이 내가 형인데, 동생을 쓰레기로 만들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 총을 내게 파시죠? 그럼 댁들이 원하는 대로 준일이를 성폭행범으로 만들어서 아주 이 사회에서 매장시켜 버릴 테니.”


“가진 돈으로 이런 총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분이 왜 그러실까?”


“구하려면 구할 수 있겠지만 시간도 걸리고 또 이런저런 염려되는 것도 있고 해서.”


“글쎄, 제 총이 아니라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신철이 영진을 쳐다봤다. 영진의 생각이 어떤지 묻는 표정으로.


“좋습니다. 권 상무가 인간쓰레기 성폭행범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만 주신다면 이 총을 드리죠. 저도 이제 총이 필요 없기도 하고요. 그 대신 권 상무 일이 마무리되고 난 다음에 그때 총을 넘기겠습니다.”


“나이 어린 친구라 이것저것 따지지 않아서 좋군.”


권오일은 기분 좋게 깔깔거리며 웃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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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거짓을 모의하다 24.06.07 27 2 10쪽
62 62화. 별장의 총소리 24.06.02 29 2 10쪽
61 61화. 드러나는 것들. 24.05.30 26 1 10쪽
» 60화. 협상 24.05.26 31 1 10쪽
59 59화. 마지막 예감 24.05.23 32 1 11쪽
58 58화. 양선 별장으로 와. 24.05.19 37 1 11쪽
57 57화. 잭나이프 24.05.16 39 1 11쪽
56 56화. 하진대교 24.05.11 37 2 10쪽
55 55화. 믿을 놈 없다 24.05.09 43 1 10쪽
54 54화. 알게 된 진실. 24.05.05 46 2 10쪽
53 53화. 싸움, 싸움 24.05.02 53 2 10쪽
52 52화. 싸움 24.04.28 61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58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5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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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고백 24.04.13 70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68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70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72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69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63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69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71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6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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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색출 23.12.30 112 5 9쪽
17 17화. 바닷가의 밤 23.12.27 116 4 10쪽
16 16화. 팩트 23.12.23 116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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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전직 형사 23.12.16 125 7 11쪽
13 13화. 관통상 23.12.13 129 7 11쪽
12 12화. 총격 23.12.09 131 6 11쪽
11 11화. 포르쉐의 유리창 23.12.06 131 5 11쪽
10 10화. 피 묻은 칼헤라 +2 23.12.02 142 5 11쪽
9 9화. 파라오 호텔 515호 23.11.29 142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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