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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현대판타지

완결

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6.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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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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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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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5화. 거사

DUMMY

아파트 입구에 있는 경비실을 지난 안성열 형사는 천천히 차를 몰았다. 차창 밖을 기웃기웃하며 아파트 옆면에 써진 동 번호를 확인했다.


104동이 보였다. 회색 산타페는 104동 주차장 구석에 서 있었다. 안 형사는 산타페 옆에 차를 세웠다.


- 똑, 똑, 똑


차에서 내린 안 형사가 산타페의 유리창을 두드렸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오철식이 깜짝 놀라며 도어잠금장치를 풀었다.


“주무시고 계셨어요? 어휴, 차 안이 왜 이렇게 더워요?”


안 형사는 보조석 시트 위에 있는 빵 봉지와 쇼핑백을 뒷자리로 던져 놓고 털썩 앉았다.


“으응, 왔어? 깜빡 잠이 들었었나 봐.”


“에어컨을 켜든지 창문을 좀 열든지 하시지. 차 안이 아주 찜통입니다, 찜통.”


“창문을 여니까 자꾸 모기가 들어오잖아. 에어컨을 틀면 춥고. 추워서 껐다가 잠깐 졸았나 봐. 참! 그건 어찌 됐어, 하영진이 맞대?”


“잘 모르겠다네요.”


안 형사가 맥 빠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총에 맞았을 때가 깜깜한 밤이었던 데다가 범인이 검정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사진만 봐서는 모르겠대요. 아무래도 권준일에게서 범인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우려한 데로군.”


안 형사가 앞 유리 가까이 얼굴을 내밀며 104동을 올려다봤다.


“하영진 집은 몇 층입니까?”


“708호, 저기 불 꺼진 창문 보이지? 그 아래야.”


“유진주가 방문한 시간이 6시라고요? 그럼 세 시간이 지났네요.”


“자고 갈 게 아니면 나올 시간이 된 거 같은데 ······. 병원에 간 길에 혹시 권준일에 대해서 알아낸 건 없고?”


오철식의 말에 안 형사가 혀를 차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꼴에 재벌 2세라고 이것저것 뭘 그렇게 막는지. 숨길 게 많은 거 같더라고요. 사진 확인하는 거 말고 다른 질문은 몇 개 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여기저기 쑤셔서 알아낼 거는 다 알아내잖아, 안 형사는.”


“역시 오 선배는 저를 너무 잘 아신다니까.”


안 형사가 오철식을 보며 히죽 웃었다.


“오 선배, 피해자의 총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시죠?”


“그 부회장이라는 형의 말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던데. 근데 왜?”


“하긴 본인 생명에는 지장이 없긴 하죠. 하지만 2세 생명은 끝났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안 형사가 손가락 끝으로 배 아래를 가리키자, 오철식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총알이 여기를 맞았더라고요.”


오철식의 눈이 동그래졌다.


“총알이 그 중요하디 중요한 고환을 관통했대요. 다른 곳도 상처가 나긴 했지만 비교적 얕은 상처인데, 정말 절묘하게 고환만 관통했다지 뭡니까.”


“그게 말이 돼!”


기가 막힌다는 듯 오철식의 입이 벌어졌다.


“형사 일하면서 가장 황당한 일일 겁니다, 이게.”


“사건 현장에서 골프채가 발견된 걸로 봐서 범인하고 격투가 벌어진 거 같던데, 그 와중에 어떻게 거기가 맞았을까? 재수도 없군. ······ 참! 그럼 남자 구실을 못 하는 거야?”


“여자하고 관계를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생식 능력은 완전히 상실했대요.”


“어휴, 같은 남자로서 맘이 아프구먼.”


안 형사가 손가락으로 코를 만지작거렸다. 뭔가 할 말이 있을 때 나오는 안 형사의 습관이라는 걸 오철식은 잘 안다.


“이 사건하고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두 사람 관계가 아주 복잡하던데요.”


“두 사람, 누구? 권준일하고 권오일 부회장?”


“예. 권준일이 대보의료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형이 한 번도 오지 않았대요. 권오일만 안 온 게 아니라 가족 중에서 병실에 온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첫날 권성열 회장만 잠깐 다녀갔고. 병실에는 진 비서라는 사람만 있어요.”


“알리기가 껄끄러워서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저도 그 생각은 했죠. 그래도 영 이상해서 제가 좀 알아봤어요.”


“하루 만에 알아낸 게 아주 많네.”


“정말 바빴다니까요, 제가.”


시트 위로 늘어지며 힘이 빠졌다는 시늉을 하는 안 형사를 보고 오철식이 피식 웃었다.


“알아보니까, 권성열 회장의 현재 처는 두 아들하고는 상관이 없는 여자더라고요. 권 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데 서른 살 넘게 나이 차가 나요. 권오일의 친모가 첫 번째 부인이고, 권준일의 친모가 두 번째랍니다.”


“돈도 어마하게 많고 정력도 못지않은 모양이네. 안팎으로 대단하군.”


“육십이 넘은 노인넨데 대단하긴 해요. 비싼 것만 먹어서 그런가.”


“근데 그런 얘기는 다 어디서 들었어?”


안 형사가 장난스럽게 오철식을 빤히 쳐다봤다.


“왜, 나 같은 민간인에게는 얘기해줄 수 없다는 거야?”


“그렇죠. 너무 깊이 알면 민간인 주제에 다치십니다.”


오철식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옛정이 있으니까 말씀드릴까요?”


“하지 마, 안 들어. 원 치사해서.”


안 형사가 한바탕 깔깔 웃고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출판사 한 간부에게서 들은 건데요. 권준일이 사석에서 아버지가 자기에게 경영권을 넘길 거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해요.”


“재벌 2세 형제가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일이야 흔히 있는 일이지. 게다가 배가 다른 형제라며.”


“배가 다른 정도가 아니라 권준일 친모가 첫 번째 부인을 쫓아낸 격이래요.”


“그럼 원수지간일 수도 있겠네.”


막장 드라마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다는 듯 오철식은 권성열의 가족사에 호기심이 생겼다.


“권 회장이 미국 출장을 갔다가 권준일의 친모를 만났는데, 권 회장이 첫눈에 반해 살림까지 차렸대요. 첫 번째 부인하고는 그때 이혼을 했고요. 그 이후로 권 회장이 그 여자를 무척 아꼈답니다.”


“근데 권 회장은 왜 또 다른 여자하고 결혼했대?”


“죽었답니다, 그 여자가. 친구들하고 아프리카 여행을 갔다가 말라리아에 걸려서. 그 당시 뉴스에도 꽤 주요 기사로 다루었던데요.”


“아끼는 여자가 죽었으니, 그 여자가 남긴 자식에게 특별히 애착이 갔을 테고. 그래서 경영권도 넘기고 싶었다. 그런 얘기네.”


“그렇죠. 거기에다가 권 회장이 엄청 손주를 원했는데, 권오일이 결혼한지 7년이 넘었는데도 아기가 없대요. 그래서 권 회장이 권준일에게 결혼 전에라도 아기부터 낳으라고 했답니다.”


오철식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기대를 가졌던 권준일마저 생식 불능이 됐으니, 늙은이가 화가 단단히 낫겠어.”


오철식의 말에 잠시 아무 대꾸가 없던 안 형사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오 선배,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친모가 같은 동생도 아니고 경영권 다툼이 있는 동생이 총에 맞았다면 좋지 않나요? 그런데 사람까지 사서 그런 동생을 다치게 한 자를 찾겠다는 게 영.”


“그래서 그렇게 침착했었나? 나는 처음에 부회장 태도가 이상했었거든. 동생이 총에 맞아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인데, 그 부회장은 너무 침착하더라고.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범인을 잡는 거보다는 블랙박스 SD카드에 더 신경쓰는 거 같았어.”


“저도 청장님에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몇 번이나 SD카드 찾는 걸 최우선으로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거 참, 벌어진 사건은 간단한데, 이제 보니 그 내막은 얽히고설켜 있는 거 같아. 뭔가 숨기고 있는 거 같은 찜찜한 느낌도 있고.”


그때였다.


아파트 현관에 남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철식과 안 형사는 자세를 고치고, 아파트 현관을 나서는 영진과 진주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아파트 경비실 쪽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어깨 위에서 가로등 불빛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어떻게 할까요? 제 생각에는 이렇게 잠복하고 미행한다고 뾰족한 수가 있을 거 같지 않은데요.”


“수색이나 구인을 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유의미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니까 일단 며칠만 지켜보자고.”


오철식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어서 안 형사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럼 일단 제가 저 두 사람을 따라가 볼게요. 오 선배는 어쩌실래요?”


“지금 하영진이 유진주를 바래다주는 거 같지 않아? 나는 유진주 집 근처에 먼저 가서 기다릴게.”


안 형사가 산타페의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나갔다.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오철식은 손을 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안 형사가 두 사람을 따라 아파트 담장 뒤로 사라졌다.


오철식은 차의 시동을 걸었다. 헛수고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경험상 이렇게 기다리고 뒤를 밟다 보면 의외의 순간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오철식의 산타페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갈 때, 주차장에 있는 승합차에서 어깨가 좁고 키가 작은 남자가 내렸다.


남자는 뛰다시피 해서 안 형사의 뒤에 따라붙었다.


승합차 역시 미끄러지듯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초등학교 앞길을 서행하고 있는 오철식의 산타페를 따라갔다.


노란색 점멸 신호등에 운전석에 앉은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곱슬머리 남자는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었다.


“조 이사님, 찐득입니다.”


- 보고해.


“방금 안 형사가 오철식 차에서 내려 남자하고 여자 뒤를 따라갔습니다. 어좁이를 딸려 보냈고, 저는 오철식 차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 두 연놈이 어디로 가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차 타는 데까지 여자를 데려다주는 거 같습니다.”


핸드폰에서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곱슬머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찐득아!


“예, 이사님.”


- 오철식이 다시 여자 집으로 가는 거면, 오늘 밤에 오철식하고 여자를 잡아야겠다. 바로 차 실장하고 애들 보낼 테니까, 너는 차 실장 만나서 오철식 있는 곳하고 여자 집이 어딘지 알려줘. 그리고 차 실장이 두 사람을 납치하면 넌 좀 남아서 짱 보다가 들어와.“


”알겠습니다, 조 이사님.“


찐득이는 산타페의 뒤를 쳐다보며 뱀같이 혀를 날름거렸다. 매번 허접한 일만 하다가 조직 전체가 움직이는 거사에 중책을 맡았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글 읽기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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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The End 24.06.10 32 0 11쪽
63 63화. 거짓을 모의하다 24.06.07 31 2 10쪽
62 62화. 별장의 총소리 24.06.02 33 2 10쪽
61 61화. 드러나는 것들. 24.05.30 30 1 10쪽
60 60화. 협상 24.05.26 35 1 10쪽
59 59화. 마지막 예감 24.05.23 37 1 11쪽
58 58화. 양선 별장으로 와. 24.05.19 42 1 11쪽
57 57화. 잭나이프 24.05.16 44 1 11쪽
56 56화. 하진대교 24.05.11 41 2 10쪽
55 55화. 믿을 놈 없다 24.05.09 48 1 10쪽
54 54화. 알게 된 진실. 24.05.05 50 2 10쪽
53 53화. 싸움, 싸움 24.05.02 57 2 10쪽
52 52화. 싸움 24.04.28 67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64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54 2 11쪽
49 49화. 오성파 도착 24.04.18 69 3 10쪽
48 48화. 고백 24.04.13 73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72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74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77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72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68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73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75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70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71 2 11쪽
38 38화. 발포 24.03.10 7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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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위기 24.02.01 93 4 10쪽
26 26화. 들킴 24.01.27 93 4 11쪽
» 25화. 거사 24.01.24 93 4 11쪽
24 24화. 미행, 감시 24.01.20 88 4 10쪽
23 23화. 근접 24.01.17 92 5 10쪽
22 22화. 청부 24.01.13 97 4 11쪽
21 21화. 의혹, 의혹 24.01.10 101 4 11쪽
20 20화. 삿포로의 우연 24.01.06 115 5 10쪽
19 19화. 쿠데타 목적 24.01.03 118 5 11쪽
18 18화. 색출 23.12.30 115 5 9쪽
17 17화. 바닷가의 밤 23.12.27 119 4 10쪽
16 16화. 팩트 23.12.23 120 5 10쪽
15 15화. 전투 로봇 +1 23.12.20 136 6 11쪽
14 14화. 전직 형사 23.12.16 128 7 11쪽
13 13화. 관통상 23.12.13 132 7 11쪽
12 12화. 총격 23.12.09 134 6 11쪽
11 11화. 포르쉐의 유리창 23.12.06 135 5 11쪽
10 10화. 피 묻은 칼헤라 +2 23.12.02 146 5 11쪽
9 9화. 파라오 호텔 515호 23.11.29 14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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