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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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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6.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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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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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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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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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5화. 전동 드릴

DUMMY

신철을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꿰맨 상처의 통증에 신철이 얼굴을 찡그렸다.


핏자국이 있는 셔츠를 벗기려는 영진의 손을 신철이 붙잡았다.


“괜찮아, 이제 너희들도 그만 가서 쉬어.”


머뭇거리는 영진을 진주가 재촉해서 방을 나왔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여기저기 묻은 피도 닦아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하루 정도는 그냥 자도 괜찮아. 아저씨는 무엇보다도 좀 쉬셔야 해.”


“······ 그래 네 말이 맞는 거 같네. 진주야, 너도 커피 한 잔 마실래?”


영진이 주방 한쪽에 놓인 커피 머신으로 다가갔다.


“그래 나도 한 잔 줘.”


커피 머신에 커피 캡슐을 하나씩 넣고 커피 두 잔을 뽑았다.


소파에 앉아있는 진주에게 커피잔을 건네고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번졌다.


“급하게 구한 숙소인데, 나름 좋은 거 같지 않아? 커피 머신도 있고.”


진주가 동의하는 뜻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지난밤 납치에 감금, 도망까지. 평소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겪었는데.


“영진아,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


“그 총은 어디서 난 거야?”


바라보는 진주의 눈을 슬쩍 피하고,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얘기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얘기하기 싫은 게 아니라 너한테 미안해서 그래.”


“영진이 네가 왜 미안해?”


“그 총 때문에 네가 그런 안 좋은 일을 겪은 거 같아서.”


진주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영진을 쳐다봤다.


영진은 어느 시점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길더라도 처음부터 얘기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예전에 네가 파스타 사주겠다고 전화한 날 있잖아.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마치고 락카를 열었을 때, 그때 총을 처음 봤어. 락카에 누가 총을 넣었는지는 지금도 몰라. ····· 그때 총을 신고했어야 했는데 ······ 근데 이상하게 갖고 싶은 거야. 내 속에 잠재된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타인을 위협하고 굴복시키고 싶은 못된 욕망 때문이었는지.”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


진주의 눈이 놀란 감정에 흔들렸다.


"락카에 처음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을 거 아냐. 그럼 운동하는 동안에 너 모르게 누가 일부러 넣었다는 거네.”


“그렇지.”


“참 이상한 일이다. 그 사람은 총을 왜 네 락카에 넣었을까? 자기 락칸 줄 알고 넣었나?”


“락카를 착각하지는 않았을 거야. 옷걸이에 내 셔츠가 걸려 있었고 청바지도 개켜 있어서, 한눈에 자기 락카가 아닌 걸 알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럼 다른 사람 거라는 걸 알고도 네 락카에 넣었다는 건데, 왜?”


진주가 궁금함에 가까이 다가왔다.


“많이 생각해 봤는데,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 거 같아.”


“두 가지?”


“하나는 거의 망상에 가까운 생각이지, 내가 총을 가지고 뭘 하는지 지켜보려고 한 게 아닐까? 영화 트루먼 쇼처럼. 말하자면 일종의 관음증. 성적인 관음증보다 좀 더 넓은 의미의 남 훔쳐보기 말이야. 만약 그렇다면 지금도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겠지.”


진주가 긴장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유리창 너머 어둠이 짙은 바깥을 쳐다봤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하나도 없어. 언제부턴가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봐.”


“누군가 너를 감시한다고?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 또 다른 가능성은 뭔데?”


“총을 가지고 있던 자가 총 가진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 급하게 내 락카에 총을 넣은 게 아닐까? 사실 이게 가능성이 높은 거 같아, 내 생각에는.”


“그건 누군가 총이 발각될 위기에 처해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 헬스클럽에서 그럴만한 일이 있나?”


“실은 그날 헬스클럽에서 어떤 남자가 경찰에 붙잡히는 일이 있었어. 더구나 그 남자가 붙잡힌 곳이 락카 룸이었고.”


“그런 일이 있었어!”


“만약 그 남자가 총을 가지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경찰이 들이닥쳤다면. 경찰이 잡으러 왔다는 건 범죄 용의자라는 건데, 총을 가지고 있는 걸 들키면 죄가 더 커지지 않겠어?”


“······ 듣고 보니 그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네."


진주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그런데 영진아, 조금 전에, 나한테 안 좋은 일이 벌어진 게 네가 총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영진은 슬프고 미안한 표정으로 진주를 쳐다봤다.


“내게 총이 없었다면 상무를 쫓아가지도 않았을 거고, 그랬으면 블랙박스 SD카드도 가져오지 않았을 테니까.”


진주는 어리둥절했다.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영진은 그동안 벌어진 일을 진주가 이해하기 쉽게 시간순으로 얘기했다.


상무가 폭행했다는 증거를 얻기 위해, 별장에 가서 차 유리창을 깨고 블랙박스 SD카드를 빼 온 일.

갑자기 나타나 골프채를 휘두르는 상무를 총으로 쏜 일.

거기서 우연히 신철을 만났다는 거.

진주가 납치된 상황에서 신철에게 도움을 요청한 일.

버닝폴에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가서 진주를 구출한 일까지.


영진의 이야기를 듣는 진주의 눈이 보름달만큼 커졌다.


“깡패들이 너를 납치하고 감금한 이유는 나한테서 상무 차의 블랙박스 SD카드를 얻기 위해서였어. 나한테 SD카드가 없었으면 네가 납치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거야. 그리고 총이 없었으면 과연 내가 SD카드를 빼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 진주야,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다칠 뻔했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나를 도와주려다가 그렇게 된 건데. 그런데 도대체 SD카드에 뭐가 있어서 나를 납치까지 한 거야?”


“대보연구소에서 개발하는 로봇을 북한에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대화가 녹음되어 있었어. 그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대보그룹은 아무래도 곤란해지지 않겠어? 거기에 상무 형제의 경영권 다툼까지 얽힌 거 같더라고.”


“대보그룹이 북한과! 세상에나 ······.”


진주는 너무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 지금도 SD카드를 가지고 있어?”


영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전히 위험한 거잖아. 그거 때문에 납치까지 한 사람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거잖아.”


“그래서 SD카드를 조건을 붙여서 돌려줄까 해.”


“조건? 무슨 조건?”


“애초에 상무에게 벌을 주려던 게 목적이니까 상무에게 합당한 벌을 주라는 조건하고, 그리고 더 이상 우리에게 위협이 될 만한 짓을 하지 말라는 조건.”


“SD카드를 누구한테 돌려주면 되는 건데?”


“대보그룹 권오일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핵심 인물인 거 같아.”


“그 사람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북한 관련 사실을 발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을 거야. 아무 증거도 없는 우리 말을 믿어줄 사람도 없을 거고.”


영진의 판단이 일리가 있다는 듯 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나비 효과 같지 않아? 그날 상무의 미친 행동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지고 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거잖아.”


“상무가 미친 짓만 안 했어도, 또 내가 락카에서 총을 가지고 오지만 않았어도 ······ 내 잘못도 커. 네가 나쁜 일을 겪고, 저 아저씨가 다친 데에.”


“너무 자책하지 마, 영진아.”


영진의 손 위에 진주가 손을 포갰다. 따뜻한 손이었다.



✭✭✭



볼보 에스유브이가 화양시 외곽 신고개역 입구에 섰다.


차에서 내리는 조칼 일행을 발견하고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광수가 달려왔다.


“오셨습니까, 형님.”


"그래 수고했다. 차 찾는데 4일, 5일은 족히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흘 만에 찾았다니 네 수완도 괜찮구나."


칭찬에 광수는 입이 찢어지며 재차 폴더 인사를 했다.


“차가 있다는 환승 주차장이 어디야?”


“저깁니다.”


광수가 굽신거리며 손을 뻗어 5층짜리 주차장 건물을 가리켰다.


“근데 형님 대단하십니다. 신철이 환승 주차장에 차를 세워둘 거라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신철 새끼 수법이야 뻔하지. 내 손바닥 안이라고 했잖아. 환승 주차장은 차가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차가 발견된다고 해도 은신처가 발각될 염려가 적잖아. 분명히 이 새끼 이 근처에 숨어있어.”


“그럼 신철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까?”


“언제 나타날 줄 알고 기다려. 신철 새끼가 어디 숨었는지 알아내야지. 자, 차 있는 데로 가자.”


조칼 일행을 태운 볼보 에스유브이가 환승 주차장 입구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갔다.


주차장 바닥을 미끄러지는 타이어 소리가 요란했다.


“저기 저 찹니다, 형님.”


검정 벤츠 8951.


엘리베이터 맞은편 주차 칸에 세워져 있었다.


볼보 에스유브이가 벤츠 앞을 막아 섰다. 벌컥 차문이 열리고 조칼 일행이 내렸다.


유리창에 붙어서 차 안을 살피던 광수가 말했다.


“썬팅이 진해서 안이 거의 안 보이는데요.”


“차 안은 봐서 뭐 하게. 주호야!”


“예, 형님.”


“유리창 깨라.”


주호가 볼보 뒤로 가서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 보관함 한쪽에 있는 보쉬 전동 드릴 박스를 집어 들었다.


박스를 열고 전동 드릴을 꺼낸 후, 뾰족한 십자 드라이버 비트를 전동 드릴 앞부분에 끼웠다.


작동 버튼을 누르자 십자 드라이버 비트가 모터 소리를 내며 회전했다.


작동이 되는 걸 확인한 주호가 전동 드릴을 손에 들고 벤츠 조수석에 바짝 붙어 섰다.


“니들은 주호를 좀 가려.”


종섭과 광수가 주호를 뒤에서 둘러쌌다. 지나가는 차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서.


“시작해!”


조칼의 지시에 주호가 작동 버튼을 눌렀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회전하는 십자 드라이버 비트의 끝이 벤츠의 조수석 유리창에 닿았다.


- 드드드드드드드 ······.


주호의 팔뚝 근육이 툭툭 불거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글 읽기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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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The End 24.06.10 28 0 11쪽
63 63화. 거짓을 모의하다 24.06.07 27 2 10쪽
62 62화. 별장의 총소리 24.06.02 29 2 10쪽
61 61화. 드러나는 것들. 24.05.30 26 1 10쪽
60 60화. 협상 24.05.26 31 1 10쪽
59 59화. 마지막 예감 24.05.23 32 1 11쪽
58 58화. 양선 별장으로 와. 24.05.19 37 1 11쪽
57 57화. 잭나이프 24.05.16 39 1 11쪽
56 56화. 하진대교 24.05.11 37 2 10쪽
55 55화. 믿을 놈 없다 24.05.09 43 1 10쪽
54 54화. 알게 된 진실. 24.05.05 46 2 10쪽
53 53화. 싸움, 싸움 24.05.02 53 2 10쪽
52 52화. 싸움 24.04.28 62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58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51 2 11쪽
49 49화. 오성파 도착 24.04.18 66 3 10쪽
48 48화. 고백 24.04.13 70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68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70 2 10쪽
» 45화. 전동 드릴 24.04.03 73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69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63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69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71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67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68 2 11쪽
38 38화. 발포 24.03.10 73 3 10쪽
37 37화. 지하창고 24.03.06 67 3 10쪽
36 36화. 근접 24.03.02 73 2 10쪽
35 35화. 섹시밤 24.02.29 78 4 11쪽
34 34화. 콧수염 남자 24.02.25 81 3 9쪽
33 33화. 버닝 폴 24.02.21 7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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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삿포로의 우연 24.01.06 111 5 10쪽
19 19화. 쿠데타 목적 24.01.03 115 5 11쪽
18 18화. 색출 23.12.30 112 5 9쪽
17 17화. 바닷가의 밤 23.12.27 116 4 10쪽
16 16화. 팩트 23.12.23 116 5 10쪽
15 15화. 전투 로봇 +1 23.12.20 132 6 11쪽
14 14화. 전직 형사 23.12.16 125 7 11쪽
13 13화. 관통상 23.12.13 129 7 11쪽
12 12화. 총격 23.12.09 131 6 11쪽
11 11화. 포르쉐의 유리창 23.12.06 131 5 11쪽
10 10화. 피 묻은 칼헤라 +2 23.12.02 142 5 11쪽
9 9화. 파라오 호텔 515호 23.11.29 142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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