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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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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6.10 18:39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5,370
추천수 :
239
글자수 :
300,020

작성
24.05.16 02:04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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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57화. 잭나이프

DUMMY

화양강 고수부지 주차장.


신철은 통화 버튼을 누른 다음 핸드폰을 귀에 댔다.


- 뚜두두두두두 ······.


그때 대각선 방향에 주차해 있는 차의 유리창이 내려갔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신철을 향해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 좀 늦으셨군요.


“잠시 볼 일이 좀 있어서.”


- SD카드는 가지고 오셨습니까?


“물론이죠. 그러려고 만나는 건데.”


- 그럼 바로 돌려주시죠? 오래 끌 거 없이.


“돌려 달라. 마치 이 물건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네요?”


- 원래 그건 저희 것이었고, 그쪽에서 훔친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돌려주시려고 온 거고.


“과거에 누구 것이었는지는 본래 중요한 게 아니죠. 지금 누구 손에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그런데 혼자 오셨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뒤에 더 거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 실장은 움찔했다.


저자는 SD카드를 원하는 게 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내 뒤에 권오일 부회장이 있는 것도 알고 있을까?


김 실장은 어떻게 말할지 망설였다. 일단 시치미를 뗐다.


-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흐흐흐 ··· 김 실장님 말고 내가 가진 이 물건을 뺏으려는 높으신 분 말이에요. 전 그분이 함께 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 그분을 아신다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알잖습니까. 아시다시피 저는 그분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저와 일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그분은 모든 걸 제게 일임하셨습니다.


“그럴 수는 없지요. 그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안 오면 오늘 만남은 의미가 없어요. 괜히 시간만 낭비했군요.”


‘예상대로 이자는 부회장님을 알고 있다.’


김철준이 폰에 대고 다급하게 말했다.


- 잠, 잠시만, 잠시만요.


“·········.”


- 지금 이쪽으로 오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제게 먼저 SD카드 내용을 확인하라고 하셨어요. 우리가 찾는 물건이라는 게 확인이 되면 그때 그쪽을 만나실 겁니다.


신철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차 안에 있는 김 실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 일단 제 차로 오시죠. 컴퓨터를 준비했으니 SD카드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그렇게 합시다.”


신철은 차의 시동을 끄고 흰색 쏘나타에서 내렸다.


김철준은 다가오는 신철을 보면서 정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액정창에는 부회장님이라고 조금 전에 저장한 이름이 떴다.


- 가고 있어. 근데 길 좆나 막혀.


“접니다. 지금 지시하신 대로 SD카드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 예, 알겠습니다. 확인을 마치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김철준은 일부러 조금 크게 말했다. 다가오는 상대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 야, 갑자기 뭔 소리야. 알아듣.


어리둥절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정필의 전화를 뚝 끊고, 통화 볼륨을 줄였다.


눈치가 빠르긴 하지만 가끔 황당하리만치 멍청하기도 한 정필이가 이 상황을 알아차렸을지 불안했다.


신철이 보닛 앞을 돌아 조수석 문 앞에 섰다.


“타시죠.”


그 말에 신철이 문을 열고 조수석에 탔다.


김철준은 차에 탄 사람이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날 것의 느낌이 진하게 풍겼기 때문이다. 마른침이 저절로 삼켜졌다.


뒷좌석으로 몸을 돌려 노트북을 끌어당겼다.


노트북 전원을 켜자, 신철이 말없이 SD카드를 건넸다.


김철준은 SD카드를 노트북 옆면의 슬롯에 삽입했다. 블랙박스 영상이 이동식 디스크에 로드가 되었다.


가장 최근에 저장된 영상은 7월 30일 영상이다. 이자들이 권준일 상무의 차에서 SD카드를 빼간 날일 것이다.


마우스를 움직여 7월 29일 파일 하나를 재생시켰다. 평범한 주행 영상이었다.


다시 마우스를 움직여 7월 28일 파일을 클릭했다. 역시 평범한 주행 영상이다.


곁눈질로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던 신철이 말했다.


“7월 22일 네 번째 영상을 보면 이게 당신들이 찾는 거라는 걸 알 거요.”


“7월 22일, 네 번째 영상, 이거 말입니까?”


SD카드에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는 날짜가 가장 앞선 영상이다.


7월 22일 이전의 영상은 SD카드의 저장 용량이 꽉 차면서 새로운 영상으로 덮어 씌어진 모양이다.


마우스를 클릭해서 해당 파일을 재생시켰다.


노트북 화면에 주차장 전경이 보였다.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이어서 귀에 익은 남자 목소리가 노트북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권준일 상무다.


- 어때요, 서 실장님. 바람을 쐬시니까 맘에 결심이 좀 서시나요?


- N프로젝트에 대해 말씀을 드리기 전에 먼저 상무님께서 확답을 주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김철준은 권준일 상무와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누군지 금방 알았다. 대보연구소 연구전략실장 서윤재다.


- 실장님이 원하시는 확답이 뭐죠? 필요하시면 열 번, 스무 번이라도 해드려야죠.


- ······ 차기 연구소장 자리를 제게 맡겨 주십시오.


- 그 자리는 당연히 서윤재 실장님이 맡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연구소 경력으로 보나 그동안의 성과로 보나 실장님보다 적임자가 어디 있겠어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게다가 제 일까지 이렇게 도와주시는데.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상무님. ······ 그럼 상무님께서 궁금해하시는 N프로젝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N프로젝트는 대보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전투 로봇을 북한에 보내는 계획으로.


김철준이 급하게 파일 재생을 중단시켰다.


신철이 피식 웃었다.


“그럼 이것으로 찾으시는 물건이 맞다는 확인은 됐고. 이제 그분더러 이리로 오라고 하시죠?”


김철준은 노트북을 닫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핸드폰 전원을 켰다. 단축번호 8번을 길게 누르자, 액정창에 핸드폰 번호와 함께 부회장님이라고 저장된 이름이 떴다.


신철은 김 실장의 핸드폰을 힐끔 봤다. 예상대로 김 실장은 권오일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방금 확인했습니다. ······ 상무님 차량에서 빼낸 SD카드가 맞습니다. ···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옆에 앉았는데도 신철의 귀에 부회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금방 오실 겁니다. 이제 이 SD카드는 저희가 보관해도 되겠죠?”


신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복사물 같은 걸 남기진 않으셨길 바랍니다.”


“그거 갖고 있기가 거추장스러워서 넘기는 건데 복사물을 뭐 하러 남기겠소. 그리고 나도 잊기 전에 얘기하는 건데, 당신들이 보낸 두 놈 말이요.”


“글쎄, 누구를 말하는 건지 ···.”


“시치미를 떼는 건 당신들 자유고, 그 두 놈은 우리가 묵었던 에어비앤비 화장실에 묶여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면 곤란해질 테니까 알아서 처리해요. 주소는 지금 보내드리리다.”


김철준 얼굴이 붉어졌다.



✭✭✭



신철은 막 주차장 입구를 통과해서 들어온 비엠더블유 중형 세단을 주시했다. 차창에 짙은 썬팅이 되어 있어 운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실장의 차 옆에 나란히 섰다.


‘부회장인가?’


신철은 차에서 내려 비엠더블유로 다가갔다. 부회장이 김 실장과 만나 무슨 꿍꿍이를 세울지 모르는 일이라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잠시만요. 제가 먼저 만나 뵙고 형씨와는 따로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김 실장이 급하게 차에 내려 신철의 앞을 막아섰다.


“당신들에게 필요한 물건은 넘겨줬으니까 이제 넘겨준 대가만 받으면 됩니다.”


신철이 툭 밀치는 힘에 김 실장이 휘청하며 길을 열었다.


“자, 잠시만요, 이봐요, 거기 서요!”


- 똑, 똑, 똑


신철은 김 실장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비엠더블유 운전석 유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운전석에 앉은 부회장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봐, 거 뭐 하자는 거야?!”


김 실장이 뒤쪽에서 신철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악!”


신철이 몸을 획 돌려 김 실장의 손목을 낚아채서 꺾었다.


고통에 버둥대는 김 실장을 차로 밀어붙였다.


그때 비엠더블유 차창이 조금 열렸다.


“그만하시고, 뒷자리로 오시죠.”


신철은 꺾었던 김 실장의 팔을 놓고, 비엠더블유 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탔다.


차 안에서 담배 냄새와 함께 진한 향수 냄새가 났다.


운전석에 앉았던 부회장이 차에서 내려 반대편 차문을 열고 뒷좌석에 탔다. 동시에 김 실장이 잽싸게 운전석에 앉았다.


부회장은 타이트한 언 그레이 재킷에 깃을 세운 셔츠를 입었다. 회사에 출근하는 길은 아닌 모양이다.


“오면서 저기 김 실장에게 들었겠지만, 당신이 그토록 찾던 물건은 넘겨줬어요. 이제 더이상 우리를 쫓을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부회장이 얇은 입술을 놀렸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당신이나 나나 좋았을 텐데, 그게 뭐라고 그렇게 움켜쥐셨소?”


부회장이 반대편 창밖을 보면서 혀를 찼다.


김 실장이 룸미러로 뒤를 쳐다봤다. 잔뜩 긴장한 눈빛이다.


신철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룹 부회장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비엠더블유 중형 세단, 진한 향수 냄새, 지나치게 타이트한 재킷. 뭔지 모르게 어색한 대꾸에, 무엇보다도 거슬리는 건 김 실장의 불안한 눈빛.


이상하다.


조폭 쓰레기 인생을 살면서 단련된 신철의 감각은 조심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신철은 핸드폰을 꺼내 검색창에 ‘대보 권오일’이라고 입력했다. 경영자 회의에 관련된 뉴스에 권오일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었다.


그때 뭔가 반짝하며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놀란 신철은 반사적으로 피하며 손날로 쳤다.


날아온 것이 얼굴 옆을 스치며 자동차 시트에 박혔다.


잭나이프?!!

20센티미터 길이의 곡선으로 예리하게 깎인 날이 반짝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이 넘치는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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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협상 24.05.26 20 1 10쪽
59 59화. 마지막 예감 24.05.23 21 1 11쪽
58 58화. 양선 별장으로 와. 24.05.19 27 1 11쪽
» 57화. 잭나이프 24.05.16 28 1 11쪽
56 56화. 하진대교 24.05.11 28 2 10쪽
55 55화. 믿을 놈 없다 24.05.09 33 1 10쪽
54 54화. 알게 된 진실. 24.05.05 40 2 10쪽
53 53화. 싸움, 싸움 24.05.02 44 2 10쪽
52 52화. 싸움 24.04.28 55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51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44 2 11쪽
49 49화. 오성파 도착 24.04.18 59 3 10쪽
48 48화. 고백 24.04.13 63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60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62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65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60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55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61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63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58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61 2 11쪽
38 38화. 발포 24.03.10 64 3 10쪽
37 37화. 지하창고 24.03.06 5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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