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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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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5.11 20:17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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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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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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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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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7화. 위기

DUMMY

안성열 형사가 하얀 점퍼를 입은 남자의 움직임을 2층 유리창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길이 매서웠다.


하얀 점퍼는 아파트 단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뒤를 쫓아온 안 형사가 갑자기 없어지니 당황한 듯 보였다.


찾는 것을 포기한 듯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차를 타고 떠나려는 건가?’


그런데 하얀 점퍼가 가는 방향이 안 형사의 차가 있는 곳이었다.


점점 차에 가까워져 거의 10m 내로 접근했다.


하얀 점퍼가 허리를 낮추고 다른 차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 모습을 보는 안 형사의 눈이 커졌다.


뭐야, 내 차를 아는 거야!

그럼 내가 도착할 때부터 있었다는 건데.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그 뒤로 계속해서 내 뒤를 밟았다는 얘기잖아.


하얀 점퍼가 차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었다. 안 형사의 차 안에 누군가 있는지 살피는 듯했다.


하얀 점퍼는 자세를 바꾸면서 조금씩 차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안 형사는 2층 유리창에서 떨어져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1층 아파트 입구를 나서기 전에, 고개를 돌려 하영진이 걸어간 방향을 쳐다봤다.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영진은 벌써 집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길을 건너 하얀 점퍼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차와 차 사이의 공간을 이용해서. 소리 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하얀 점퍼 자락이 차 사이로 보이는 곳까지 다가갔다.


뒤에서 안 형사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안 형사는 삼단봉과 테이저건을 차에 두고 내린 것을 후회했다. 애초의 계획이 하영진을 감시하는 것이었으니 가지고 내릴 이유가 없기는 했지만.


다행인 것은 가까이에서 보니 하얀 점퍼의 체구가 꽤나 왜소했다. 손에 든 무기도 없는 것 같았다. 무기를 숨기기 위해 푹푹 찌는 한여름에 하얀 점퍼를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형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제압하기로 결정했다.


발소리를 죽이며 하얀 점퍼의 뒤로 접근했다.


하얀 점퍼의 온 신경은 눈앞에 있는 안 형사의 차에 쏠려있었다.


안 형사는 허리를 납작 숙이고 차 사이로 움직였다. 조심조심 발을 옮겨 한 칸 앞에 있는 카니발 트렁크에 몸을 바짝 붙였다.


카니발 보닛 쪽에 있는 하얀 점퍼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천천히 몸의 자세를 잡은 다음 안 형사는 하얀 점퍼의 뒤통수를 보면서 속으로 천천히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안 형사가 잰걸음으로 카니발을 끼고 돌 때, 기척을 느낀 하얀 점퍼가 뒤를 돌아봤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안 형사가 오른 무릎을 하얀 점퍼의 옆구리에 박았다.


- 퍽!!


- 으윽!!!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하얀 점퍼는 충격에 허리를 꺾으며, 카니발 보닛에 그대로 얼굴을 박았다.


허리가 끊어지는 통증이 몸을 덮쳤다. 입술이 터졌고 눈두덩이가 부서진 것처럼 아팠다. 눈이 떠지지 않았다.


하얀 점퍼는 입술과 코에서 피가 흐르는 얼굴을 감싸 쥐고, 썩은 나무가 부러지듯 땅바닥으로 꼬꾸라졌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했기에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안 형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닥에 엎어진 하얀 점퍼에게 달려들었다. 무릎으로 뒷덜미를 짓누르고 두 팔을 등 뒤로 꺾었다.


- 아아아아악, 켁, 켁.


예상보다 쉽게 하얀 점퍼를 제압했다.


“사, 살려주세요. 사, 살려주세요.”


하얀 점퍼는 저항할 기색 없이 애원하고 있었다.


“누구야, 넌? 왜 날 훔쳐보는 거야?”


“아아아 ··· 이, 이거 놓으면 다 말씀드릴게요. 형사님, 형사님, 팔 부러져요. 아아아아.”


꺾인 팔의 부러질 듯한 고통에 하얀 점퍼의 말이 다급했다.


‘형사라고? 내가 형사인 거를 안다고?’


안 형사는 꺾은 팔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줬다.


하얀 점퍼의 비명이 자지러졌다.


“넌 누구냐니까? 날 염탐하는 이유가 뭐야?”


“아아아아 ······ 어좁이에요, 어좁이. 돈 준다고 시켜서, 아아아 ··· 부, 부러져요, 팔. 말할게요. 말하겠습니다.”


안 형사는 잡고 있는 손의 힘을 뺐다. 고통에 잔뜩 경직되어 있던 하얀 점퍼의 몸이 땅바닥에 축 늘어졌다.


“이름이 어좁이라고?”


“예. 다들 그렇게 부릅니다.”


“돈 준다고 시킨 게 누구야?”


“조 이사님입니다. 양진이파.”


“양진이파?! 깡패들 말이야?”


“예, 예.”


양진이파라면 벌일 수 있는 일이지.

깡패 새끼들.

얼마 전에 두목을 잡아 깜빵에 처넣으니 앙심을 품은 거겠지.

조 이사라면? 조윤구, 그 새끼?

뺀질뺀질하니 인상 더럽더니.

그래도 감히 대한민국 형사에게 보복을 하려고 해.


“조윤구 그 새끼가 시킨 거라고?”


“그냥 오 형사님을 감시만 하라고 했습니다. 뭘 하는지 감시만 하면 된다고.”


안 형사는 어좁이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오 형사라고?’


안 형사가 뒷목을 짓누고 있는 무릎에 힘을 주었다.


“이 새끼가 어디서 잔머리를 굴려. 그냥 감시만 하라는 게 말이 돼.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이유가.”


“아아아아 ··· 사, 살려주세요, 형사님. 다, 다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병신 되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말해, 알았어?”


“예, 예. 정말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안 형사가 무릎에서 힘을 뺐다.


“조 이사님이 제 형하고 저에게 형사님들을 감시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 형사님을 감시하고 형은 아까 안 형사님을 따라갔습니다. 솔직히 직접 들은 건 아니고 흘려들은 건데, 아마 양진이파에서 안 형사님을 칠 것 같습니다.”


“뭐, 형사를 친다고? 깡패 새끼들이 간이 아주 배 밖으로 나왔구만.”


“제발 사, 살려주십시오. 형사님께 모두 얘기한 걸 알면 양진이파에서 저하고 형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저희들은 그저 돈 벌 욕심에 여기에 온 겁니다.”


징징거리는 어좁이를 더 세게 찍어 누르며 안 형사가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양진이파가 다른 형사에게 움직이고 있다는 거지? 형사에게 보복하겠다고?”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아까 안 형사님을 따라간 제 형이 형사님 있는 위치를 알려주면 양진이파가 치기로 돼 있습니다.”


얘기인즉슨 양진이파가 내게 앙심을 품고 복수를 하려고 꾸민 건데.

감시하는 놈들이 멍청하다 보니 오 선배하고 나를 착각했다는 거네.

애꿎은 오 선배가 당하게 생겼어.

제길, 오 선배는 형사일 때도 싸움은 지지리 못했는데.


안 형사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오철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 고객님께서 통화중이오니 잠시 후에 ···.


연결을 끊고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통화중인 걸로 봐서 아직은 별일이 없는 거 같았다.


“야, 일어나!”


안 형사는 어좁이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켰다.


“네 차가 어느 거야?”


“저기 저 검정 투싼입니다.”


- 삑.


조금 전에 빼앗은 투싼 자동차 키로 차문을 열고 어좁이를 뒷자리로 밀어 넣었다.


“두 손 이리 내!”


머뭇거리는 어좁이의 머리통을 갈겼다.


“빨리 안 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어좁이가 두 손을 내밀었다.


안 형사는 보조석 시트에 있는 버튼을 눌러 앞 보조석 머리받침을 조금 올리고 그 공간으로 어좁이의 두 손을 밀어 넣었다. 올렸던 머리받침을 내리니 딸깍하고 머리받침 버튼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어좁이의 허리띠를 뺀 다음 앞 보조석으로 갔다. 머리받침과 시트 사이에 껴 있는 어좁이의 두 손을 허리띠로 묶었다. 풀리지 않는 매듭으로 단단히 묶었다.


머리받침을 올려야 두 손을 뺄 수 있는데, 두 손이 묶여있어 머리받침을 올릴 수 있는 버튼을 누를 수 없으니 당분간 어좁이는 꼼짝없이 묶여 있으리라.


“형사님, 형사님. 절 이렇게 두시면 어떻게 합니까.”


“나쁜 짓 같이 하는 형이 너 여기 있는 거 알 거 아냐. 너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면 그땐 감옥 갈 줄 알아, 알았어?”


울상이 된 어좁이를 두고 차문을 꽝 닫았다.


“아이 씨, 이 선배는 무슨 통화를 이렇게 오래 해.”


오 선배는 여전히 통화중이었다.


안 형사는 차를 향해서 뛰어갔다. 오 선배가 자기 대신에 양진이파에게 해꼬지 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안 형사가 모는 차가 엔진 소리를 내며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



오철식은 거구의 두 사내 사이에 끼여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입에는 더러운 양말이 쑤셔넣어졌다. 꺾인 두 팔이 아팠지만 오른쪽 팔이 특히 심하게 아팠다.


차에서 끌려 나와 승합차에 탈 때까지 도대체 몇 대를 맞았는지 모르겠다. 얼굴과 몸 여기저기가 욱신거린다.


옆에 있는 자들은 조폭임이 틀림없다.


담배 냄새에 섞인 싸구려 향수 냄새, 팔뚝에 새겨진 문신, 입만 열면 튀어나오는 욕설. 형님이라는 호칭 등등등.


'무슨 이유로 날 잡아두는 걸까?'


그때, 운전석에 있는 자가 앞 유리 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형님, 혹시 저 여자 아닙니까?”


“응? 어디?”


“저기 비닐 봉지 들고 오는 여자 말입니다.”


“삼근이하고 철두, 너희들 저 여자한테 가서 유진주냐고 물어 봐.”


“예, 알겠습니다.”


“맞다고 하면 그냥 이리로 끌고 와!”


승합차 문이 열리고 중간 자리에 앉았던 두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오철식은 차 앞 유리 너머를 쳐다봤다.


유진주가 걸어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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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섹시밤 24.02.29 55 4 11쪽
34 34화. 콧수염 남자 24.02.25 5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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