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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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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5.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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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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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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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2화. 구출

DUMMY

택시 한 대가 보석동 주민센터 앞에 정차했다.


택시에서 내린 영진은 불 꺼진 주민센터 주변을 둘러봤다. 총이 들어있는 스포츠 백이 손에 들려져 있었다.


진주의 비명소리와 함께 전화 연결이 끊긴지 40분이 넘게 지났다.


진주의 집을 향해 걸음을 떼는 영진의 마음이 급했다.


주민센터 담장을 끼고 돌았다. 진주의 집은 왼쪽으로 꺾인 첫 번째 골목 안에 있었다.


“집으로 가는데 차에서 남자 둘이 내렸어, 깡패 같은 사람들이.”, 라고 진주가 다급하게 말했었다.


영진은 골목길 한쪽에 일렬로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의 운전석을 살피면서 걸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깡패 같은 자들이 차에 있을 지도 몰랐다.


진주의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어귀에 차 한 대가 빠져나간 듯한 공간이 있었다.


혹시 그 깡패 같은 자들이 탔던 차가 세워져 있던 곳이 아닐까?


그자들은 진주를 막아서서 이름을 대며 맞냐고 물었고, 진주는 거짓말로 빠져나와 무인 과자점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주변에 무인 과자점은 보이지 않았다.


진주는 왜 여기서 집으로 가지 않고 과자점으로 갔을까?


영진은 골목을 빠져나와 주민센터 뒷길로 빠졌다.


뒷길 끝에 무인 과자점이 보였다. 영업이 끝나 간판 불이 꺼져 있는 가게들 끝에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무인 과자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인점포 특유의 밝은 조명 아래 알록달록 포장된 과자가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CCTV는 출입문 위에 한 대. 안쪽 구석에 한 대.


깡패 같은 자들을 피해 헐레벌떡 들어왔을 진주, 두려운 표정으로 다급하게 전화하는 진주, 쫓아온 그자들에게 끌려가는 진주의 모습이 모두 CCTV에 찍혔을 것이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

진주가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 경찰은 믿어줄까?


믿어준다면 사건이 접수되고, 점포 주인을 불러 CCTV를 확인하고, 수사가 시작되겠지.


일반적인 과정이지만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 방법으로는 위험에 처한 진주를 당장 구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영진에게 달리 좋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키패드를 눌렀다.


- 전원이 꺼져 있어 ······.


진주의 핸드폰은 40분 전에 전원이 꺼진 후 다시 켜지지 않았다.


40분 전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리고 이곳으로 달려오는 40분 동안 진주는 무슨 일을 당했을까?


가장 궁금한 것, 지금 진주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진주에게 지금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 같은 불안감에 영진은 안절부절못했다.


아닐 수도 있잖아!


문뜩 진주가 아무 일 없이 집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확인하지는 않았으니까.


서둘러 무인 과자점 출입문을 미는데, 출입문 아래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영진이 허리를 숙여 집어 들었다.


줄이 끊어진 목걸이. 진주의 목걸이다.


작년 진주 생일에 수영과 돈을 모아 선물했던 것. 얇은 14K 줄에 작은 십자가 메달이 달린.


진주의 목걸이를 보자 영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목걸이 줄이 끊어질 정도라면, 진주에게 강한 완력이 가해졌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진주의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고 골목길을 달렸다.


낮은 담장을 따라 키가 크지 않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진주의 집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잠자리에 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영진은 대문을 두드렸다.


- 꽝, 꽝, 꽝, 꽝 ······.


“진주야! 진주야! 진주야! ···.”


문 두드리는 소리와 영진이 부르는 소리가 골목길을 채웠다.


옆집 유리창이 드르륵 열렸다.


중년 여자가 유리창에 붙어 서서 내다봤지만, 영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문을 두드렸다.


“시끄러워요. 집에 아무도 없는 거 같구먼.”


중년 여자가 짜증스럽게 외쳤다.


진주가 집에 없는 것은 확실해졌다.


영진은 주변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 진주가 차에 잡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얼마나 찾았을까.


한여름 후텁지근하고 끈적한 밤공기에 입고 있는 티셔츠가 땀에 젖었다.


영진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지쳐서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진주의 흔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진은 힘없이 다시 진주의 집 앞에 섰다. 모든 유리창이 여전히 새까맣다.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스포츠 백을 쥔 손은 분노에 단단히 쥐었다.


모든 정황으로 봤을 때, 진주는 누군가에게 끌려간 것이 분명했다.


납치.


도대체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인 자가 누굴까?


정말 납치된 거라면, 진주를 납치한 데는 그에 걸맞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소한 영진이 아는 선에서는 진주에게 그럴만한 이유는 없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기는 했다.


대보출판사 권준일 상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권 상무가 벌였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성폭력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에 화가 나서 여자를 납치했다고?


물론 폭력을 가한 벌로 흠씬 두들겨 맞기는 했다. 하지만 그만한 일로 납치까지 하기는....


진주 때문에 자신이 총에 맞았다는 사실을 권 상무가 알고 있다면 혹시 몰라도.


뭔가 영진의 머리를 툭 쳤다. 영진은 곰곰이 생각했다 ······ 기억이 났다.


권 상무가 총에 맞아 별장 주차장에 쓰러져 있을 때, 검정 에스유브이를 타고 온 남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눴었다.


나중에 신철이라고 이름을 밝힌 남자에게 영진이 고마움을 표하자, “그 아가씨 이름이 진주인가?”, 남자가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났다. 이어서 진주의 안부를 묻기도 했었다.


대화 중에 자신이 진주의 남자친구라고 밝혔던 기억도 났다.


만약 총에 맞아 주차장 바닥에 쓰러져 있던 권 상무가 대화를 들을 만큼 의식이 있었다면, 권 상무는 진주를 폭행한 일로 자신이 총에 맞았다는 사실을 알지 않았을까.


영진의 생각은 점점 진주를 끌고 간 배후가 권 상무일 수도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달리 진주를 납치할 만한 자가 없기도 했으니까.


현재 총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권 상무가 조직폭력배를 사주해서 진주를 납치한 것이라면, 영진이 갈 곳은 한 곳뿐이었다.


대보의료원.


영진은 골목길을 뛰어서 큰길로 나갔다.


멀리서 빈 택시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저씨, 대보의료원이요.”


영진은 대보의료원에 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잘 알았다.


권 상무가 총상 피해자라면 영진은 범인이다. 범인이 제 발로 피해자를 찾아가는 격이니 위험할 수밖에.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진주를 구해내야 했다.


영진은 대보의료원 본관에서 택시를 내렸다.


밤 1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니 만큼 본관을 제외하고는 불 꺼진 건물이 많았다. 왕래하는 사람도 적었다.


본관 건물에는 입원실이 많았기에 불이 켜져 있는 유리창이 많았다.


본관 로비로 들어갔다. 진료 시간에는 사람들로 붐볐을 로비는 적막했고, 조명도 군데군데 꺼져 있었다.


내원객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로비 중앙 안내 데스크에 있는 직원이 영진을 발견하고 고개를 돌렸다.


영진은 똑바로 직원을 향해 다가갔다. 머리통보다 커 보이는 모자를 쓴 안경을 낀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환자 친척인데요. 급하게 물건 좀 가져다 달라고 해서 왔어요. 근데 제가 오다가 병실 적은 종이를 잃어버렸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환자 이름은 아니까 병실 좀 알려주실래요?”


직원은 코에 걸린 안경 너머로 눈을 게슴츠레 떴다.


“환자 면회 시간은 아까 끝났습니다. 내일 오셔야 합니다.”


“그건 저도 알죠 왜 모르겠어요. 근데 입원하신 외삼촌이 꼭 가져다 달라고 하셔서요. 성격이 괴팍하신 분이라 아마 잠도 안 주무시고 기다리실 겁니다. 어려우신 줄 알지만 여기 이것만 잠깐 드리고 오겠어요.”


영진은 손에 들고 있는 스포츠 백을 들어 보였다.


“안 돼요. 규정은 규정입니다. 내일 오세요.”


직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까칠하게 말했다.


“그럼 전달만이라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안 돼요. 여기에 있어야 할 시간에는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요.”


직원은 귀찮다는 듯이 영진을 외면하고 돌아앉았다.


영진은 하는 수 없이 물러나서 내원객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아있는 영진을 안내 데스크 직원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사실 직원이 지키고 있다고 해서 병실에 올라가지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정확한 병실을 모르니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VIP 병실에 있지 않을까 싶지만 막상 권 상무를 만난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막상 병원에 와보니 권 상무에게서 진주에 대해 알아낸다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진주를 구해야 한다.


영진은 무력함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때였다.


문뜩, 그 남자가 떠올랐다. 검정 에스유브이의 남자, 신철.


‘그게 내 핸드폰 번호야. 도움이 필요할 때 전화해.’


남자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먹구름 사이로 환한 햇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영진은 핸드폰에서 신철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글 읽기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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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싸움 24.04.28 40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38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35 2 11쪽
49 49화. 오성파 도착 24.04.18 44 3 10쪽
48 48화. 고백 24.04.13 52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48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45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49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48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42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44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51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47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46 2 11쪽
38 38화. 발포 24.03.10 51 3 10쪽
37 37화. 지하창고 24.03.06 46 3 10쪽
36 36화. 근접 24.03.02 49 2 10쪽
35 35화. 섹시밤 24.02.29 55 4 11쪽
34 34화. 콧수염 남자 24.02.25 58 3 9쪽
33 33화. 버닝 폴 24.02.21 52 4 9쪽
» 32화. 구출 24.02.17 54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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