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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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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5.11 20:17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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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9
추천수 :
229
글자수 :
262,123

작성
24.04.18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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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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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49화. 오성파 도착

DUMMY

나무처럼 우뚝 서서 눈물을 흘리는 신철.


진주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신철의 슬픔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밤하늘만 올려다봤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고통이 숨소리로 들려왔다. 이별의 절망이 남자의 뜨거운 눈물로 전해졌다.


위로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진주는 용기를 내서 신철의 뒤로 다가갔다. 자기보다 커다란 몸을 두 팔로 꼭 안았다. 자신의 작은 품에 폭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흐드러진 달빛에다가 진주의 진심 어린 위로 때문인지 신철의 눈물이 멎었고, 슬픔도 점점 옅어졌다.


“고마워.”


신철은 자신의 몸을 안고 있는 진주의 팔을 풀었다.


“저희가 더 고맙죠. 아저씨는 은인이에요.”


“시간이 늦었어. 내일은 아침부터 서둘러야 하니까 들어가서 자.”


“아저씨도 그만 들어가서 주무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신철이 진주의 등을 떠밀었다.


진주는 설핏 미소를 보이고 이층 발코니에서 방으로 들어갔다.


진주가 방으로 들어간 후에도 신철은 이층 발코니를 서성거렸다. 좀처럼 잠이 올 거 같지 않았다.


아까 진주의 핸드폰으로 통화할 때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거의 육 개월 만에 들은 목소리인데, 방금 전화를 끊고 잊은 게 있어 다시 전화를 걸어 듣는 목소리처럼 익숙하게 들렸다.


잘 지내냐는 신철의 물음에 그녀는 건강하게 잘 지낸다고 했다.


뭐하면서 지내냐고 물으려다가 담뱃불로 지진 흉터가 남았을 얼굴이 떠올라 얼떨결에 아프지 않냐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간격을 두고 아픈 데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공항에 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정말 가고 싶었는데 피치 못한 사정이 생겨서 못 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그 말에 신철은 뜨거워진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녀는 사랑한다고 일찍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여자가 사랑한다고 먼저 말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해서 그랬다고. 자기가 먼저 말했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많이 괴로웠다고.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괜찮아졌다고.


자기처럼 불행만 찾아오는 여자 말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여자를 만나기 바란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오늘은 누군지 몰라 전화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신철의 전화는 받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게 그녀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통화 내내 신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 너무 미안해서, 그리고 너무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안고 싶어서. 두 눈에 가득 차고 목까지 차오른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 눈물을 흘리는 소리에 그녀가 따라 울 거 같아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키패드로 그녀의 번호를 찍었다가 지우고 찍었다가 지우고 ······.


신철은 그녀의 핸드폰 번호가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오성파에서 당연히 그랬을 거라고.


아까는 갑자기 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진주의 목소리를 빌릴 수 있다는 생각에, 뭔가에 이끌리듯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다시 지웠던 번호를 다시 눌렀다. 이제 통화 버튼만 누르면 그녀의 핸드폰이 울릴 것이다.


아까 말한 것처럼 나인 걸 알고 바로 끊을까?

혹시 내가 건 전화가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통화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하지만 누를 수가 없었다.


정작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말뿐이었으니까.


발코니를 서성이며 얼마나 담배를 피웠는지 입안이 쓰고 텁텁했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캔 맥주를 꺼내왔다.


다시 이층 발코니로 나가던 신철이 멈칫 섰다.


주택가 오르막길을 올라오는 차량 한 대가 보였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강해서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로등 불빛에 드러난 차체가 어딘지 눈에 익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차량의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밤이 깊은 골목길에 디젤 엔진의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나타난 에스유브이.


볼보 흰색 에스유브이는 신철이 있는 에어비앤비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신철은 발코니로 나가 ㄱ자로 꺾인 벽 뒤에 몸을 숨기고 에스유브이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흰색 에스유브이가 멈춰선 곳은 몇 시간 전에 신철과 진주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집이었다.


에스유브이의 뒷좌석 문이 열렸다. 차에서 내린 자의 모습이 가로등 불빛에 보였다.


“조칼!”


보스의 왼팔.

오성파에서 선수를 보내면 올 거라고 기대한 자.

누구보다 나를 죽이고 싶어 안달하는 자.


뒤를 이어 세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조칼의 심복인 종섭과 주호였고, 체격이 왜소한 나머지 한 놈은 모르는 자였다.


세 놈이 조칼을 둘러쌌다. 조칼의 지시를 받은 세 놈은 집 주변으로 흩어졌다.


잠시 후, 조칼에게로 다시 모인 세 놈이 몸을 돌려 담장을 훌쩍 뛰어넘었다.


담장을 넘어 자그마한 정원을 지나 유리창을 통해 집 안을 살피는 세 놈의 행동에 주저함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계속 조칼 일행을 지켜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신철은 발코니에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이층 거실에 켜져 있는 불부터 껐다.


어떻게 할 것인가?


새삼 칼에 베인 상처가 욱신거렸다.


이층 침실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 너머에서 비추는 가로등 불빛에 잠든 진주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진주 씨, 진주 씨.”


부스스 눈을 뜨던 진주가 신철을 발견하고 눈이 동그래졌다.


“쉿, 조용히. 지금 바로 떠날 수 있게 옷을 입어요. 불은 절대 켜지 말고.”


“왜, 왜 그러세요?”


“위험한 자들이 왔어요. 준비되면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와요.”


진주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을 나온 신철이 계단으로 해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래층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학생, 학생, 학생.”


신철의 흔드는 손길에 영진이 벌떡 일어났다. 눈을 부릅떴지만, 잠이 떨어지지 않은 눈이다.


“소리 내지 마. 지금 밖에 위험한 자들이 왔어. 옷 입고 총 가지고 나와. 불은 절대 켜지 말고.”


“아, 아, 예.”


침대에서 뛰어내리다시피 움직이는 영진을 뒤로 하고 신철은 방을 나왔다.


유리창으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젖히고 그 틈으로 바깥의 동정을 살폈다.


이층 베란다에서는 조칼 일행이 들어간 집이 보였지만, 여기서는 대문 앞 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방문을 열고 영진이 나왔다. 조금 지나서 진주가 이층에서 계단을 내려왔다.


유리창에 붙어 서서 밖을 살피고 있는 신철의 모습에 둘은 긴장했다.


영진의 손에 들린 총을 발견한 진주의 표정이 창백하게 굳었다.


“누가 온 거예요, 아저씨?”


총구를 위로 향하고 두 손으로 총의 손잡이를 잡은 채, 영진이 물었다.


“오성파 선수들.”


“지금 밖에 있어요?”


“여기를 지나쳐 다음 골목에 있는 집으로 갔어. 아직 내가 있는 정확한 장소는 모르는 것 같아. 하지만 내가 이 근처에 있다는 걸 알고 온 게 분명해.”


“몇 명인지 보셨어요?”


“확인한 건 네 명.”


신철이 들추고 있던 유리창 커튼을 닫고 둘에게로 돌아섰다.


“조만간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 여길 덮칠 거야. 나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잘 알아.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너희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어. 저놈들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잔인한 놈들이야.”


“그 얘기는 아까 끝났잖아요, 아저씨.”


“아니, 내 생각이 바뀌었어. 너희들은 이곳을 빠져나가. 지금 바로 나가는 건 눈에 띌 수 있어서 위험하니까, 너희들은 세탁실에 숨어있다가 저자들과 내가 대치하고 있을 때, 세탁실 쪽문으로 빠져나가. 진주 씨, 아까 나하고 같이 갔던 집 기억나지. 쪽문으로 나가서 담 따라가면 저자들 눈에 띄지 않고 그 집으로 갈 수 있어. 지금 저자들이 살피고 있는 집이 그 집이니까, 다시 가지는 않을 거야. 그곳에 숨어있으면 너희들은 안전해.”


“아니요. 전 가지 않을 거예요.”


진주의 단호한 말에 신철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너희들이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란 말이야!”


“저도 알아요. 아저씨가 다친 것도 알고, 저 같은 여자가 상대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아저씨를 두고 가는 건 아저씨를 죽게 두는 거나 마찬가진데 어떻게 그렇게 해요. 전 그럴 수 없어요. 아저씨, 영진이한테 총이 있잖아요. 저 총으로 저 사람들을 막을 방법이 있을 거예요.”


영진이 총을 들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진주 말이 맞아요. 겨우 네 명이라면서요. 이 총에는 아직도 아홉 발의 총알이 남았다구요.”


“너희들 죽을 수도 있어. 살인자가 될 수도 있고. 그건 무섭지 않아?”


“별일 없이 해결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죽지 않을 수도 있고, 살인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나가면 아저씨는 죽잖아요. 그건 반드시 일어날 일이잖아요.”


신철이 고개를 젖히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도 살고 싶어.

살아서 그 사람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하지만 너희들이 다칠 게 뻔한데 어떻게 그래.


괴로워하는 신철에게로 다가간 영진이 진지하게 말했다.


“아저씨,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우리가 저 사람들에게 죽을 수도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셔야 해요.”


신철의 슬픈 눈과 영진의 부릅뜬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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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싸움 24.04.28 40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38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34 2 11쪽
» 49화. 오성파 도착 24.04.18 44 3 10쪽
48 48화. 고백 24.04.13 52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48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45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49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48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42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44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50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47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46 2 11쪽
38 38화. 발포 24.03.10 51 3 10쪽
37 37화. 지하창고 24.03.06 46 3 10쪽
36 36화. 근접 24.03.02 49 2 10쪽
35 35화. 섹시밤 24.02.29 55 4 11쪽
34 34화. 콧수염 남자 24.02.25 58 3 9쪽
33 33화. 버닝 폴 24.02.21 52 4 9쪽
32 32화. 구출 24.02.17 53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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