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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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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6.02 01:09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5,071
추천수 :
237
글자수 :
290,443

작성
23.11.0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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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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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화. 총

DUMMY

화양강 변 빌딩 55층.


하영진은 락카 룸에서 헬스복을 갈아입고 나와 유리벽 앞에 섰다.


저녁 노을에 곶감색으로 물든 화양강이 내다보였다.


여긴 2주 전부터 다닌 헬스클럽.


대학동아리 여사친인 수영이 여름 방학 동안 운동하라고 회원권을 줬다. 자기는 캐나다 이모 집에 가게 됐다고.


영진은 화양강을 보면서 운동할 수 있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스피닝 룸.


빠른 비트의 음악에 맞춰 천장과 벽에 설치된 조명이 반짝거렸다.


“상체를 세우고, 숙이고, 팔을 위로, 아래로, 더 빠르게 ···.”


트레이너의 리드 속에 스피닝 수업은 열기를 더해갔다.


영진은 맨 뒷줄에서 스피닝 자전거의 페달을 돌리며, 트레이너의 동작을 어설프게 따라 하고 있었다.


"무게 중심 이동은 수직으로 가져갈게요. 자아, 하나, 둘, 셋, 넷 ..."


트레이너의 소리는 절정을 향해 가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동작을 멈췄다.


'뭐지?'


이상한 낌새에 영진은 고개를 돌렸다.


복도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헬스클럽 입구를 향해 있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스피닝 자전거에서 내려 복도로 나갔고, 영진도 따라 나갔다.


건장한 남자들이 남자 락카 룸 앞에 무더기로 있다.


“형사들이래요. 범죄자가 잡혔대요.”


앞에서 소리를 낮춘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그럼 우리가 살인자하고 같이 운동하고 있었던 거예요.”


“살인자인지는 모르죠.”


수군 수군 ······ , 수군 수군 수군 ······ .


잠시 후, 남자 락카 룸에서 금테 안경을 쓴 남자가 세미 정장을 입고 나왔다.


곧바로 형사들이 에워쌌다.


형사들에게 둘러싸인 남자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너도 나도 목을 뺐다.


잠시 후, 형사들에 이끌려 세미 정장의 남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헬스클럽을 떠났다.


그들이 떠난 후에도 헬스클럽은 술렁술렁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운동을 그만두고 나간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영진은 레그컬머신을 하고 벽의자에 털석 앉았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저장된 사진 한 장을 액정창에 띄웠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놀이동산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셀카를 찍는 영진이 맨 앞에 있고, 그 뒤로 동물 캐릭터 머리띠를 한 진주와 수영이 일렬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사진.


화창하게 웃고 있는 진주의 얼굴을 두 손가락으로 확대했다.


연하게 푸른 빛이 도는 눈동자, 짙고 기다란 속눈썹, 오똑한 콧날을 살짝 비킨 곳에 작은 점 하나, 붉고 도톰한 입술.


진주의 입술을 보고 있자니 그 붉고 촉촉한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 띠링.


그 순간에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진주다!'


영진은 방금의 충동을 들킨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영진아 지금 뭐 해?]


놀란 감정은 사라지고 반가운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헬스클럽에 있어]


[수영이가 준 회원권으로 갔구나 그럼그럼 남자는 몸이 좋아야지 ^^ 내일 내 조그맣고 귀여운 월급 나오는 날인데 혹시 시간 되니? 내가 너 좋아하는 파스타 사 줄게]


[그 귀한 월급을 내게! 나야 너무 좋지]


[그럼 7시에 베네치아에서 봐]


영진의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환해졌다.


러닝머신에 올라 한바탕 뛰는데 숨도 차지 않았다.


머릿속이 진주 생각에 가득했다.



운동을 마치고 락카 룸으로 가는데 콧노래가 나왔다.


출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헬스복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응?!”


락카 키가 없었다.


당황한 손으로 다른 주머니를 뒤졌다. 어디에도 락카 키는 없었다.


영진의 표정이 굳었다.


다시 복도로 나와 하나하나 갔던 곳을 되짚어갔다.


'락카 키에 달린 손목밴드가 파란 형광색이니까 금방 눈에 띌 거야.'


스피닝 룸, 스트레칭 존, 웨이트 존, 어디에도 락카 키는 없었다.


‘아차, 자판기!’


자판기 앞 테이블에서 스포츠 음료를 마셨던 기억이 났다. 그때 바지 주머니에서 빠졌는지도 모른다.


한달음에 음료수 자판기로 갔다.


테이블 아래를 기웃거리는 영진을 자판기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녀가 궁금한 눈으로 쳐다봤다.


“혹시 여기서 락카 키 못 보셨어요?”


“못 봤는데요.”


두 사람도 합세해 테이블과 의자 아래를 살폈지만 락카 키는 없었다.


더 이상 찾아볼 곳이 없다.


남은 방법은 카운터에 키를 분실한 사실을 알리고 마스터키를 받는 것뿐.


락카 룸 벽에 붙어있는 공지에 따르면, 락카 키 분실 시 키 박스 교체 비용 10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아! 10만 원.'


아까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응! 근데 락카가 몇 번이었더라?’


점점 ······,


할 수 없이 터덜터덜 락카 룸으로 다시 갔다.


위치로 보아 91번, 93번, 95번 락카 중 하나인데, 그것들은 붙여넣기 한 것처럼 모양이 똑같았다.


91번 락카의 손잡이를 슬며시 당겨 보았다.


잠겨있다. 자신이 옷을 넣고 잠근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잠근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옆에 있는 93번 락카 역시 잠겨있었다.


끝에 있는 95번 락카도 잠겨있으면 세 개 중에 하나라고 카운터에 이야기하는 수밖에.


마지막으로 95번 락카의 손잡이를 당겼다.


‘어!’


락카 문이 쓰윽 열렸다.


이건 사용 중이 아닌 모양이다.


순간, 영진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열린 락카 안에 낯익은 티셔츠가 걸려 있고, 청바지가 개켜 있었다. 더구나 청바지 위에는 그토록 찾던 락카 키가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분명 락카를 잠갔는데 ······ 키가 왜 여기 있지?’


영진은 눈만 껌뻑껌뻑했다.


‘아!!!’


머리를 스치는 불길한 예감에 허둥지둥 청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지갑은 주머니에 그대로 있었다.


누군가 락카 키를 훔쳐간 것이라면 지갑이 있을 리 없었다.


‘키를 훔쳐간 게 아니면, 락카는 왜 열려 있고, 키는 왜 여기 있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키를 찾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헬스복을 벗어 수거함에 넣고 샤워실로 갔다.


샤워를 하고 몸을 말리는 내내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락카에서 청바지를 꺼내는데 이상하게 묵직했다.


- 쿵!


발등으로 떨어지는 것을 재빨리 피했다.


테두리가 금박인 파우치다.


허리를 굽혀 집어 드는데 묵직했다.


겉감은 매끄러운 가죽이고, 가운데에 영문자 H를 연상시키는 금박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런 게 왜 청바지 속에 있지?’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지퍼를 열었다.


열린 지퍼 사이로 보이는 두툼한 모서리.


꺼내 보니 고급스럽게 윤기가 흐르는 검정 케이스였다.


앞면을 보기 위해 케이스를 뒤집었다.


헉!

이게!!

이게 뭐야!!!


케이스에는 세 개의 홈이 있고. 홈마다 들어있는 것이 있다.


특히 한가운데에 있는 것, 그것은,


‘권총이다!!!’


놀라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권총에 가만히 손끝을 대봤다. 섬뜩한 기운에 온몸이 오싹했다.


권총 왼쪽에 있는 것은 탄창이다.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탄환이 들었다.


오른쪽에 있는 검고 기다란 원통은 소음기일 것이다.


- 삐꺽!


등 뒤에서 출입문 열리는 소리에 황급히 락카 문을 닫았다.


누군가 영진의 뒤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 ······.’


숨을 죽이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스치는 소리, 부딪치는 소리, 열고 닫는 소리. 잠시 후, 샤워기 물소리가 났다.


영진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서둘러 옷을 입었다.


케이스에 손이 닿으면 오염이라도 되는 듯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옷만 꺼내 입었다.


이제 락카 안에는 파우치와 총, 탄창, 소음기만 남았다.


어떻게 하지?

권총을 두고 그냥 락카를 잠글까 ······

아니면 ······


수풀에서 기어 나온 독사를 발견한 것처럼 영진은 락카 앞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잠시 후, 영진은 스포츠 백을 들고 조심스럽게 락카 룸 밖으로 나왔다. 복도 천장에 달린 CCTV가 눈에 거슬렸다.


락카 키를 카운터에 반납하고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재빨리 엘리베이터 문을 닫는데, 중년 남자가 문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영진이 어깨에 멘 스포츠 백을 끌어안았다.


“어이쿠, 미안합니다.”


덩달아 놀란 중년 남자가 엉거주춤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지하 3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사람들로 붐볐다. 옆에 선 중년 남자가 힐끔힐끔 쳐다봤다.


영진은 사람들 틈에 섞여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힐끗 뒤를 보니 중년 남자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건물을 나오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두 블록쯤 갔을 때 길가에 서 있는 택시를 발견했다.


택시 문을 열면서 다짜고짜,


“아저씨, 일단 출발하세요.”


택시 기사는 룸미러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택시를 출발시켰다.


영진은 몸을 돌려 뒷유리창 너머를 봤다. 뒤따라오는 차는 없는 거 같았다.


택시가 화양강 다리를 건넜다. 그제야 영진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시트에 등을 기댔다.


스포츠 백에 들어있는 파우치가 두툼하게 만져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글 읽기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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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드러나는 것들. 24.05.30 11 1 10쪽
60 60화. 협상 24.05.26 16 1 10쪽
59 59화. 마지막 예감 24.05.23 19 1 11쪽
58 58화. 양선 별장으로 와. 24.05.19 24 1 11쪽
57 57화. 잭나이프 24.05.16 25 1 11쪽
56 56화. 하진대교 24.05.11 25 2 10쪽
55 55화. 믿을 놈 없다 24.05.09 28 1 10쪽
54 54화. 알게 된 진실. 24.05.05 35 2 10쪽
53 53화. 싸움, 싸움 24.05.02 41 2 10쪽
52 52화. 싸움 24.04.28 52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45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3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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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고백 24.04.13 60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5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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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8951 24.03.30 57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52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57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60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55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5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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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지하창고 24.03.06 55 3 10쪽
36 36화. 근접 24.03.02 6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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