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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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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6.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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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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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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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0화. 삿포로의 우연

DUMMY

오철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끊고 부회장 권오일은 고개를 젖히고 목덜미를 주물렀다.


점점 실타래가 얽히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준일이가 총상을 입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일이 묘하게 확대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특히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던 N프로젝트의 유출이었다.


물론 N프로젝트라고 해서 다른 신사업 프로젝트와 별반 다른 것은 아니다. 단 한 가지, N프로젝트가 실행될 첫 번째 장소가 북한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대한민국에서 북한과 연계된 일을 한다는 것은 그 파장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 거기에 권오일의 고민이 있었다.


N프로젝트의 시작은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6년 전, 흰 눈을 좋아하는 아내가 홋카이도 여행을 졸랐다.


회사 일로 아내에게 소홀했던 게 미안해 회사 일정을 조정해서 삿포로행 비행기에 올랐다.


눈 축제로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삿포로에서 이틀을 보내고, 인근 조잔케이 온천의 료칸으로 향했다.


삿포로 TV탑 앞에서 료칸으로 가는 송영버스(셔틀버스)를 기다릴 때부터 폭설이 내렸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에 권오일도 흡족한 마음이었다.


료칸에서 제공한 특별한 저녁 식사를 하고 노천탕으로 갔다.


침엽수와 바위 위로 켜켜이 쌓인 흰 눈, 그 속에 신비의 샘 같은 탕에 앉으니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저기, 한국에서 오셨어요?”


맞은 편에 앉은 여자가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그쪽도 한국에서 오셨나 봐요?”


“아니, 저는 재일교포예요.”


재일교포 여자 메이는 아내보다 다섯 살이 많았고, 일본인인 남편 유우마는 권오일보다 7살이 많았다.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좋아하지 않는 권오일과 달리 아내는 사교성이 좋다.


료칸에서 지낸 이틀 동안 아내와 메이는 친자매처럼 친해졌다.


권오일도 유우마가 미국 유학을 다녀온 터라 영어로 대화할 수 있었고, 또 공부한 곳이 권오일이 유학한 뉴욕과 가까운 보스톤이어서 이야기가 제법 통했다.


특히 두 남자 모두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번째 날 아침 식사 후에 받은 유우마의 명함을 사진 찍어 비서실에 보냈다. 그건 권오일에게는 사람과 가까워지기 전에 행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하루 만에 유우마의 신원이 확실하다는 메일이 왔다.


그 메일에서 권오일의 시선을 끄는 게 있었다.


유우마가 중역으로 있는 회사가 일본에서는 손가락에 꼽히는 로봇 제조 기업이었다.


대보그룹도 신사업을 물색하고 있던 시기로 로봇 분야 진출의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는 참이었다.


행운이 우연이라는 날개를 달고 찾아온 것인가?


료칸에서의 마지막날은 덕분에 더 즐거웠다.


한 달쯤 지나서 메이와 유우마가 아내의 초대로 한국 여행을 왔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환대 때문인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권오일 부부는 일본으로 초대를 받았다.


메이를 만나고 일본 여행을 한다고 들뜬 아내와 달리 권오일은 유우마에게 회사 견학을 부탁했다. 유우마는 흔쾌히 권오일을 안내했다.


회사를 둘러본 소감을 묻는 유우마에게 권오일은 대보그룹은 신사업으로 로봇 분야는 접어야겠다고 했다.


유우마는 일본말로 “난데?”, 왜 라고 물었다.


유우마 회사의 로봇 수준을 쫓아가다가 늙어서 죽을 거 같다는 권오일의 말에 유우마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 자리에서 유우마가 권한 게 전투 로봇이었다.


"분단 국가인 한국 상황을 이용해 보는 게 어때?"


자기 회사에서 예전에 검토했다가 엎은 것이지만 권오일에게는 새로운 사업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곧바로 권오일은 대보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사업 개발에 착수했다. 담당 팀이 꾸려졌고, 대보연구소로 본격화되었다.


중점 개발 로봇은 다목적 이동 로봇, 저격 로봇, 수색 로봇 등이었다.


전자 기술이 모체인 대보그룹답게 머지않은 시기에 속속 개발 성과들이 나타났다.



작년이었다.


벚꽃을 보고 싶다는 아내의 성화에 일본에 휴가를 갔다.


아내는 메이와 함께 쇼핑을 나갔고, 권오일은 유우마와 호텔 바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자리가 무르익었을 때쯤, 유우마의 제안에 권오일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격 로봇 10대를 북한에 보내라는 것이었다.


유우마가 오랫동안 파트너로 함께한 중국의 사업 파트너의 제안이라는 것이었다.


북한 내에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세력이 있는데, 평양 내에 있는 병력이 부족하다.

대보그룹에서 개발하고 있는 저격 로봇이라면 쿠데타 성공까지의 병력 부족을 메울 수 있다.

만약 쿠데타가 성공하면 새로운 집권 세력은 대보그룹과 중국의 사업 파트너에게 북한의 자원 개발권, 항만 개발권, 전기 가설권 등 북한의 인프라를 독점하여 개발할 수 있는 특혜를 주겠다.

그리고 로봇의 인도는 수출 선박을 나포하는 형식으로 할 것이니 만약 잘못된다고 해도 대보그룹에 피해는 전혀 없을 것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권오일은 마침내 결심했다. 미래 수십 년 동안의 먹거리로 북한의 인프라 사업 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저격 로봇 10대만 동남아시아 수출 명목으로 선적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엄청나게 위험한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위험할 것도 없었다.


혼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연구소의 핵심 인물들과 의논했다.


대보연구소 소장 최광조, 지능로봇 연구 본부장, 인터렉티브로봇 연구 본부장, 연구전략실장 서윤제가 모였다.


최광조 소장은 북한과의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두 본부장과 서 실장은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라고 했다.


그리고 북한과의 사업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한 국가와의 계약임을 강조하면서, 서윤제 실장은 자신이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맡겠다고 자원했다.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인물들이었지만, 서로의 양해 하에 비밀 서약 각서까지 받았다.


대보그룹은 저격 로봇을 만들고, 가짜 계약서를 만들어 10대를 선적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핵심 인물 5명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절대로 알려질 수 없는.

잘되면 북한의 인프라 사업 독점이라는 어마어마한 황금알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런데 ······ 그런데 ······.


이 절대 비밀이 SD카드에 담겨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최대한 빨리 회수해야 한다.


권오일은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오철식은 카페로 들어서서 두리번거리는 안성열 형사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뭐 얼마나 됐다고 오랜만이라고 해?”


“매일 붙어다니다가 거의 일 년 만에 뵙는 거니 당연히 오랜만이죠. 탐정사무소를 차렸다는 말은 전해 들었습니다.”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아무래도 경찰 쥐꼬리 봉급보다는 여유로우시죠?”


“하는 일이 지저분해서 그렇지 돈은 좀 되더라고.”


“일이 지저분해요?”


“태반이 불륜 뒷조사니 아무래도 그렇지.”


“걸린 사람 참 재수가 없네요. 하필 천하의 오철식 형사에게 걸렸으니.”


“별소리 다하네. 자네도 뭘 좀 마셔야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든 안 형사는 단숨에 반을 먹고 잔을 내려놓았다.


“하루 종일 더위 먹은 개새끼처럼 쏘다녔는데 이걸로 기운이 좀 나는 거 같네요.”


“이 더위에 뭔 일로 그렇게 바빠?”


“청장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하던 일 모두 인계하고 대보그룹 일에 전념하라고 하셔서 그런 거 아닙니까. 아마 선배님하고 협조해야 해서 저를 찍으신 거 같은데. 재벌 일이라고 특별히 챙기고 그러는 게 영 보기에 안 좋더라고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다 그러는 건지.”


불만스러울 때면 입이 툭 튀어나오는 안 형사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다.


“그래서 대보 일 빨리 해결하고 하던 일 하려고 합니다. 선배님이 도와주시면 금방 해결하지 않겠습니까?”


“글쎄, 나도 그거 맡은 지 얼마 안 돼서 범인 윤곽조차 못 잡고 있는데.”


오철식은 그동안 수사한 내용을 설명했다.


총격을 받은 피해자의 혈흔, 포르쉐의 깨진 유리창, SD카드 도난, CCTV가 꺼져 있었던 것, 풀숲에서 발견된 골프채, 주변 CCTV에 찍힌 남자와 검정 에스유브이, 방범 카메라에 찍힌 번호판, 번호판 주소지에 가서 안 위조번호판 등등.


오철식이 이야기를 마쳤다.


안 형사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사건 현장과 그 주변에서 범죄 단서를 찾는 거는 포기하셨다는 말씀이시죠? 그러면 권준일의 행적과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그건 이제 시작 단계라 안 형사에게 말해 줄 게 없어.”


오철식은 유진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총격 사건과의 관련을 확인하지 않았으니.


안 형사는 남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았다.


“왜, 뭐가 좀 이상해?”


“······ 청장님이 산업 스파이 관련 사건이라고 하셨는데, 왜 저는 그런 느낌이 없죠?”


오철식 역시 같은 생각이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글 읽기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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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The End 24.06.10 32 0 11쪽
63 63화. 거짓을 모의하다 24.06.07 31 2 10쪽
62 62화. 별장의 총소리 24.06.02 33 2 10쪽
61 61화. 드러나는 것들. 24.05.30 30 1 10쪽
60 60화. 협상 24.05.26 35 1 10쪽
59 59화. 마지막 예감 24.05.23 37 1 11쪽
58 58화. 양선 별장으로 와. 24.05.19 42 1 11쪽
57 57화. 잭나이프 24.05.16 44 1 11쪽
56 56화. 하진대교 24.05.11 41 2 10쪽
55 55화. 믿을 놈 없다 24.05.09 48 1 10쪽
54 54화. 알게 된 진실. 24.05.05 50 2 10쪽
53 53화. 싸움, 싸움 24.05.02 57 2 10쪽
52 52화. 싸움 24.04.28 67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64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54 2 11쪽
49 49화. 오성파 도착 24.04.18 69 3 10쪽
48 48화. 고백 24.04.13 73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72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74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77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72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68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73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75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70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71 2 11쪽
38 38화. 발포 24.03.10 76 3 10쪽
37 37화. 지하창고 24.03.06 70 3 10쪽
36 36화. 근접 24.03.02 77 2 10쪽
35 35화. 섹시밤 24.02.29 81 4 11쪽
34 34화. 콧수염 남자 24.02.25 84 3 9쪽
33 33화. 버닝 폴 24.02.21 7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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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총을 다시 꺼내다 24.02.03 95 4 10쪽
27 27화. 위기 24.02.01 9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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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근접 24.01.17 92 5 10쪽
22 22화. 청부 24.01.13 97 4 11쪽
21 21화. 의혹, 의혹 24.01.10 101 4 11쪽
» 20화. 삿포로의 우연 24.01.06 115 5 10쪽
19 19화. 쿠데타 목적 24.01.03 118 5 11쪽
18 18화. 색출 23.12.30 115 5 9쪽
17 17화. 바닷가의 밤 23.12.27 119 4 10쪽
16 16화. 팩트 23.12.23 120 5 10쪽
15 15화. 전투 로봇 +1 23.12.20 136 6 11쪽
14 14화. 전직 형사 23.12.16 128 7 11쪽
13 13화. 관통상 23.12.13 132 7 11쪽
12 12화. 총격 23.12.09 134 6 11쪽
11 11화. 포르쉐의 유리창 23.12.06 135 5 11쪽
10 10화. 피 묻은 칼헤라 +2 23.12.02 146 5 11쪽
9 9화. 파라오 호텔 515호 23.11.29 14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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