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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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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6.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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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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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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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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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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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1화. 추락2

DUMMY

초승달이 지나 살이 도톰하게 붙은 달이 밤하늘 구석에 떠 있었다. 서악산은 그 흐릿한 달빛에 어둠을 두툼하게 껴입었다.


숨 쉬는 모든 것들이 잠들었을 시간. 임산 도로를 내려오는 자동차 세 대의 요란한 소리가 산의 정막을 깨뜨렸다.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마치 어린아이가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는 것 같았다.


가장 앞장서서 임산 도로를 내려온 오철식의 산타페가 목과 팔에 온통 뱀 문신을 새긴 남자를 지나쳐 정차했다.


뒤를 이어 벤츠 에스유브이가 뱀 문신 바로 앞에 섰다.


벤츠의 차문이 열리고 조윤구가 차에서 내렸다.


뱀 문신이 다가오는 조윤구를 향해 90도로 절을 했다.


조윤구는 입고 있는 프라다 코튼 셔츠의 소매를 걷고 여전히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있는 뱀 문신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 자식, 진짜 물건이네. 육봉아, 아주 잘했다.”


“감사합니다, 조 이사님.”


육봉은 고개도 들지 않고 큰소리로 말했다.


“처음에 육봉 저 자식이 안성열을 저세상으로 보낼 계획이 있다고 말했을 때, 뭔 허무맹랑한 소린가 했는데. 이렇게 안성열을 아작을 내다니. 이 소식을 들으면 감빵에 계신 회장님께서 정말 좋아하실 거다. 나도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거 같다.”


얼굴 가득히 흡족한 미소를 담고 있는 조윤구 주위로 방금 차에서 내린 양진이파 조폭들이 모여들었다.


“철두는 어딨냐?”


조윤구의 부르는 소리에 조폭들 가운데서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자가 앞으로 나섰다. 조윤구 발치에 닿을 만큼 고개를 숙였다.


“여기 있습니다, 이사님.”


조금 전에 오철식의 산타페에서 내린 자다.


“안성열을 여기까지 유인한 네 녀석도 아주 잘했다.”


“육봉과 저는 오직 조직을 위해 헌신할 뿐입니다.”


“육봉하고 철두 너희 둘은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라고 했지? 그동안 우리 조직에 아쉬웠던 게 힘이나 연장 쓰는 놈은 많은데, 샤프한 대가리가 없었던 건데. 안성열을 여기까지 유인해서 골로 보내는 걸 보니 우리 조직이 업그레이드될 거 같은 예감이다.”


“칭찬 감사합니다, 이사님.”


육봉과 철두 둘은 동시에 목청을 높이며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그런데 육봉아.”


“예! 이사님.”


“아까 내가 저 위에서 볼 때 말이다. 네 차가 들이받았는데도 안성열 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아서 일이 뻐그러졌구나 생각했었다. 안성열이 차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지, 만약 빠져나와서 도주했다면 곤란할 뻔했어. 다음부터는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를 대비해서 다음 장치도 꼭 마련해라.”


“충고 명심하겠습니다, 이사님.”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이는 육봉을 철두가 곁눈질했다.


조윤구의 오른편에 서 있는 고수머리가 조윤구 가까이 다가갔다.


“이사님, 오철식 처리에 대해 ···.”


고수머리가 그 말을 하고 조윤구에게서 떨어졌다.


“아참! 육봉아.”


육봉이 차렷 자세를 취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조윤구를 바라봤다.


“애초에 네가 말했던 계획은 이곳에서 오철식을 차에 태우고 낭떠러지로 굴리는 거였지? 그런데 경찰 둘이 죽으면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질 거고 그러면 우리 조직에도 좋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육봉은 조윤구의 말을 예상하지 못한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조 이사님,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조윤구는 육봉의 그 말이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나한테 솔직해도 되냐고?”


말끝에 조윤구가 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거짓말을 하면 이렇게 된다는 뜻으로.


“안성열 혼자 죽든 안성열과 오철식이 둘 다 죽든 저는 경찰이 우리 조직을 수사할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결국 중요한 건 결정적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조직이 그들을 죽였다는 결정적 증거 말입니다.”


“네 말은 경찰에게는 우리가 죽였다는 증거가 없다는 거냐?”


“아닙니다. 증거는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 경찰은 증거를 확보할 겁니다.”


조윤구가 '무슨 말이야' 하는 표정으로 육봉을 노려봤다.


“저는 경찰이 우리 조직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든 말든, 오철식이 안성열을 죽였다는 결정적 증거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적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철식을 죽여야 합니다.”


잔뜩 미간을 찌푸린 조윤구가 팔짱을 꼈다.


“새끼, 아주 자신만만하구만. 자세는 아주 맘에 들어. 그래도 경찰 둘을 죽이는 건 조직으로서도 큰 부담인 거야. 저번에 듣기는 했지만 생각 좀 정리하게 오철식을 죽여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얘기해 봐.”


조직원들의 표정이 육봉이 말을 꺼내길 재촉했다.


“우선 저기 벤츠와 아우디 두 대의 번호판은 모두 위조번호판이니, 우리 조직이 여기에 왔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조 이사님이 떠나시면, 오철식의 산타페로 벤츠와 아우디의 바퀴 자국을 지울 겁니다. 게다가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차량이 왔던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겁니다.”


조직원들이 하나 둘 하늘을 올려다봤다.


“제가 몰고서 안성열을 추락시킨 아우디의 블랙박스 SD카드와 오철식의 산타페의 SD카드를 바꿔치기 하는 게 결정적 증거가 될 겁니다. 우리 조직이 하지 않았다고 믿게 할 결정적 증거 말입니다. 경찰은 당연히 사고 조사를 위해 SD카드를 조사할 겁니다. 그러면 오철식이 산타페로 안성열의 차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리는 영상을 보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오철식은 후배 경찰을 죽인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자살했다고 결론지을 겁니다.”


조윤구가 씩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고수머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최 실장, 저 녀석 얘기 들었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넌 매사에 너무 걱정이 많아.”


“알겠습니다, 이사님.”


머리를 숙이는 고수머리의 뺨을 조윤구가 툭툭 쳤다.


“아까는 안성열 뒤지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오철식 떨어지는 것도 볼까 했는데, 오철식이야 뭐. 육봉이하고 철두는 쟤들 데리고 계획한 대로 잘 마무리하고 와라.”


육봉과 철두, 그리고 조윤구의 지시를 받은 조직원들이 동시에 허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벤츠 에스유브이에서 내렸던 조윤구와 고수머리 최 실장, 양진이파 간부급 두 명이 다시 차에 탔다.


막 출발하려는데 조윤구가 차 유리를 내렸다.


“육봉아! 일 마치고 애들 데리고 섹시밤에 가서 실컷 놀아라. 내가 마담한테 잘 노는 년들로 대기시켜 놓으라고 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여자하고 놀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 조직원들이 목청껏 인사했다.


벤츠 에스유브이가 떠나자 육봉의 지시를 따라 일은 착착 진행됐다.


아우디 트렁크에서 오철식을 꺼내 나무에 묶었다.


오철식의 입에는 양말이 쑤셔박혀 있었고, 머리에는 오토바이 헬멧이 씌워져 있었다. 헬멧 페이스 실드는 앞이 보이지 않게 검정 페인트로 칠해 놓았다.


헬멧의 친가드에 묶인 끈으로 등 뒤로 꺾인 오철식의 두 손을 묶어 놓아 오철식은 꼼짝할 수가 없었다.


조직원 하나가 아우디 한 대를 임산 도로 아래로 끌고 내려갔다.


철두는 오철식의 산타페로 임산 도로를 왕복해서 다른 차량의 바퀴 자국을 없앴다.


그리고는 산타페를 낭떠러지 앞에 위치시켰다.


육봉과 철두가 나무에 묶인 오철식에게로 다가갔다. 육봉의 눈짓에 철두가 오토바이 헬멧을 벗겼다.


눈두덩이가 퉁퉁 부어오르고 코뼈가 부러진 오철식의 얼굴이 처참했다. 오철식의 눈이 분노와 두려움으로 이글거렸다.


철두가 오철식의 무릎 뒤를 걷어찼다. 푹 하고 주저앉은 오철식의 머리를 철두가 뒤에서 감싸 꼼짝하지 못하게 했다.


머리를 빼내려 발버둥치는 오철식 앞으로 육봉이 다가갔다.


철두가 힘으로 오철식의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히자, 육봉이 오철식의 목울대 양옆을 있는 힘껏 눌렀다.


육봉과 철두가 중학교 때부터 재미 삼아 주변의 아이들에게 행했던 기절 놀이. 몇 번은 아이를 죽일 뻔한 적도 있는.


목동맥을 눌린 오철식이 눈자위를 허옇게 뒤집으며 푹 고개를 꺾었다. 기절한 것이다.


철두와 조직원 둘은 기절한 오철식을 둘러매고 산타페 운전석에 앉혔다.


그때, 육봉은 아까 안성열의 차를 밀어붙였던 아우디에서 SD카드를 빼내 오철식의 산타페 SD카드와 바꿔치기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산타페의 규칙적인 엔진 소리와 카 오디오에서 흐르는 음악 소리.


육봉은 마지막으로 운전석에 기절해 있는 오철식의 상태를 확인했다.


육봉을 비롯해 양진이파 조직원들이 산타페 후미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음악 소리가 제법 컸지만 누군가의 움직이는 소리가 SD카드에 녹음되면 곤란하니까.


하는 일이라고는 몸에 문신이나 새기고, 나쁜 짓에 쓸 몸뚱아리 단련하는 게 고작인 깡패들이기에 힘은 셌다.


육중해 보이는 산타페가 천천히 움직였다. 낭떠러지를 향해.


앞바퀴가 낭떠러지 밖으로 나갔다. 땅에 긁히는 쇳소리를 내며 차체가 낭떠러지 밖으로 밀렸다.


육봉의 신호에 깡패들이 한꺼번에 힘을 쓰자 산타페와 함께 오철식이 낭떠러지로 굴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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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별장의 총소리 24.06.02 33 2 10쪽
61 61화. 드러나는 것들. 24.05.30 30 1 10쪽
60 60화. 협상 24.05.26 35 1 10쪽
59 59화. 마지막 예감 24.05.23 37 1 11쪽
58 58화. 양선 별장으로 와. 24.05.19 42 1 11쪽
57 57화. 잭나이프 24.05.16 44 1 11쪽
56 56화. 하진대교 24.05.11 41 2 10쪽
55 55화. 믿을 놈 없다 24.05.09 48 1 10쪽
54 54화. 알게 된 진실. 24.05.05 50 2 10쪽
53 53화. 싸움, 싸움 24.05.02 57 2 10쪽
52 52화. 싸움 24.04.28 67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64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5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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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고백 24.04.13 7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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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추적자들 24.04.06 74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77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72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68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73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7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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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삿포로의 우연 24.01.06 114 5 10쪽
19 19화. 쿠데타 목적 24.01.03 118 5 11쪽
18 18화. 색출 23.12.30 115 5 9쪽
17 17화. 바닷가의 밤 23.12.27 119 4 10쪽
16 16화. 팩트 23.12.23 120 5 10쪽
15 15화. 전투 로봇 +1 23.12.20 136 6 11쪽
14 14화. 전직 형사 23.12.16 128 7 11쪽
13 13화. 관통상 23.12.13 132 7 11쪽
12 12화. 총격 23.12.09 134 6 11쪽
11 11화. 포르쉐의 유리창 23.12.06 135 5 11쪽
10 10화. 피 묻은 칼헤라 +2 23.12.02 146 5 11쪽
9 9화. 파라오 호텔 515호 23.11.29 14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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