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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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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5.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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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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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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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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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6화. 추적자들

DUMMY

- 위이이이잉 ~~~ 드드드드 ~~~


전동 드릴 앞에 끼운 십자 드라이버 비트가 ‘퍽’ 소리를 내며 벤츠의 조수석 유리를 뚫고 들어갔다.


이때, 벤츠의 유리가 선팅이 안된 일반 유리라면 조각조각 잘게 부서지며 깨졌겠지만, 선팅이 된 이중 접합 유리이기에 구멍만 뽕 났다.


- 위이이이이잉 ~~~~


주호는 오른손 검지로 전동 드릴의 작동 버튼을 누른 채, 유리를 뚫고 들어간 드라이버 비트를 창틀을 따라 전진시켰다.


회전하는 드라이버 비트에 유리가 잘려 나갔다. 칼에 잘리는 종이처럼.


“저, 형님.”


광수가 종섭의 곁으로 바싹 다가가 귀엣말을 건넸다.


“왜?”


“근데 차 유리창은 왜 자릅니까?”


“넌 그것도 모르냐.”


“죄, 죄송합니다.”


광수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신철 새끼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내려는 거잖아.”


“숨은 데를 알아낸다고요?”


“아이, 이 새끼 진짜 돌대가리네. 야, 잘 들어. 신철 새끼가 애초에 차를 여기다 세우고 걸어서 갔을 수도 있지만, 짐이나 동행을 은신처에 내려놓고 차만 여기에 뒀을 수도 있잖아. 만약 그랬으면 그 동선이 블랙박스에 모두 찍혔을 거 아냐.”


“아, 아! 그렇군요!”


“형님 말마따나 너는 진짜 머리가 문제구나, 머리가.”


광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유리를 자르는 전동 드릴로 눈길을 돌렸다.


조수석 유리의 아랫면이 잘렸고, 이어서 옆면과 윗면, 마지막으로 다시 옆면이 잘렸다.


사다리꼴 모양으로 잘린 유리가 차 안 조수석 시트 위로 툭 떨어졌다.


주호가 전동 드릴의 작동을 멈추고, 벤츠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광수야, 네가 제일 작으니까 네가 차 안으로 들어가서 블랙박스의 SD카드를 빼 와라.”


“예?! 아, 예.”


조칼의 지시에 광수가 차문 잠금장치를 풀려고 뚫린 유리로 손을 넣었다.


“야, 새끼야! 문 열고 들어갈 거면 왜 너를 시키겠냐. 경보 장치가 울리면 시끄러우니까 유리창으로 넘어 들어가라고, 새꺄.”


“아, 아, 예, 형님.”


광수는 작고 비쩍 마른 몸을 뚫린 유리로 어렵지 않게 밀어 넣었다.


앞 유리창에 달린 블랙박스에서 SD카드를 빼낸 후, 광수는 들어갔던 자세 그대로 차 밖으로 나왔다.


광수가 내미는 SD카드를 본체만체 하고, 조칼이 말했다.


“종섭아, 노트북 가져와라.”


“형님, SD카드는 여기서 말고 밖에 나가서 보시죠. 지나가는 차들이 자꾸 흘깃거립니다.”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노트북이나 가져와.”


“아아, 예, 형님.”


종섭이 볼보 뒷좌석 차문을 열고 노트북 가방을 가지고 왔다.


가방에서 꺼낸 노트북을 벤츠 보닛 위에 놓고 SD카드를 노트북에 꽂았다.


노트북 화면에 SD카드에 저장된 주행 기록 파일이 떴다.


마우스를 잡고 있는 종섭이 고개를 돌려 조칼을 봤다.


“신철 새끼, 뭘 저렇게 많이 돌아다녔어. 일단 가장 최근 거 열어봐라.”


가장 최근 주행 기록은 어젯밤 자정 가까운 시간에 저장된 것이었다.


노트북 화면에 밤거리의 모습이 재생되었다.


“거기서 뭣들 하는 거요?”


갑자기 들린 큰소리에 조칼 일행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경비원 복장을 한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 새끼는 뭐야?”


“주차장 관리인인 거 같은데요. 지나갔던 차가 신고를 했든지 아니면 CCTV를 보고 온 모양입니다.”


“씨발, 종섭이는 노트북 덮고, 주호는 저 새끼한테 가서 돈 십만 원쯤 쥐어서 보내라.”


“예, 형님.”


주호가 만면에 웃음을 흘리며, 뭐하는 거냐고 언성을 높이는 관리인을 향해 걸어갔다.


“타이어에 빵꾸가 났지 뭐예요. 지금 타이어 갈아 끼우고 있어요.”


관리인은 마주 걸어오는 주호의 셔츠 밖으로 드러난 용 문신을 발견하고 움찔했다.


그 자리에 엉거주춤 멈춰서는 관리인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아무리 빵꾸가 났어도 코너에 그렇게 차를 세워두면 다른 차들이 불편하다고 항의해요. 저기 좀 한가한 데로 차를 좀 옮기세요.”


“아, 예, 예, 이제 다 됐습니다. 금방 끝납니다.”


가까이 다가온 주호가 팔로 어깨를 감싸자 관리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몸집 차이가 커서 UFC 헤비급 선수가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을 품은 것 같았다.


주호가 머뭇머뭇하는 관리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비상계단으로 가는 것을 보고 조칼이 말했다.


“야, 정리해라. 일단 여기서 나가자.”


조칼 일행은 잠시 후 차로 돌아온 주호를 태우고 환승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돈 좀 집어줬지?”


조칼의 물음에 조수석에 앉은 주호가 어깨를 우쭐하며 호기롭게 말했다.


“아, 늙은 새끼가 말을 안 듣던데요. 돈을 안 받겠다고 하도 뻗대서 주먹으로 겁 좀 주고 돈은 던져 주고 왔습니다.”


“주먹질을 했다고?!”


조칼의 목소리가 커지자, 주호가 당황해서 말했다.


“아니 때리지는 않고, 때리는 시늉만 좀 했습니다.”


“에라이 새꺄. 이 새끼는 가끔 아주 멍청한 짓을 해.”


“예? 제, 제가 뭘 잘, 잘못했습니까?”


“멍청한 새끼, 거기서 겁을 주면 어떻게 새꺄! 좀 봐달라고 사정을 하면서 돈 액수를 올려줬어야지. 돈 받은 거 때문에라도 모른 척하게!”


조칼이 앞에, 주호가 앉은 조수석 시트를 발로 냅다 찼다.


“억! 죄, 죄송합니다. 형님.”


“지금쯤 관리인 그 새끼, 벤츠 유리창 그렇게 된 거 알고 신고했을 거 아냐! 넌 거기서 관리인 새끼한테 우리 일을 모른 척하게 하든지 신고라도 늦게 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 새꺄!”


운전하는 종섭과 조칼 옆자리의 광수 얼굴까지 잔뜩 겁에 질렸다.


“야, 빨리 한적한 곳으로 가자. 차 번호판이라도 바꾸게. 주호, 하여튼 이 새끼는.”


- 딱!


조칼이 손을 휘둘러 주호의 뒤통수를 갈겼다.


놀란 자라처럼 주호의 목이 쪼그라들었다.



✭✭✭



- 똑, 똑.


조심스러운 노크 후에 미래전략실장이 부회장실로 들어왔다.


“거기 앉아서 좀 기다려.”


권오일의 말에 고개를 숙여 대답하고, 미래전략실장은 소파에 앉았다. 가방에서 파란색 파일을 꺼내 소파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파란색 파일 표지에 노란색으로 ‘N’이라고 적혀있었다.


잠시 후, 권오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걸어오자, 미래전략실장이 벌떡 일어났다.


“줘 봐.”


권오일이 손을 뻗자, 미래전략실장이 테이블 위에 놓아둔 파란색 파일을 건넸다.


적막한 부회장실에, 서류 넘기는 소리만 났다.


“연구소 소장하고 부소장, 본부장들 모두 회의에 참석했지?”


“물론입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로봇 개발 속도가 빠르군.”


“산린 부소장 팀이 합류한 이후에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난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하버드에서 스카우트하느라 돈 쓴 보람이 있군.”


그때, 권오일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액정창에 경찰청장이라고 발신자가 표시되었다.


“권오일입니다.”


- 부탁하신 차량을 찾았습니다.


“반가운 소식이군요.”


- 은일역이라고 화양시 외곽에 있는 지하철역 환승 주차장에서 찾았는데, 발견 당시 차량 상태가 좀 이상했다는 보곱니다.


“차량 상태가요?”


- 뭔가로 조수석 유리창을 도려냈다는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누군가 차량 블랙박스에 내장된 SD카드를 빼갔어요, 차량 유리를 절단하고. 요즘 차는 차음 차단을 위해 이중 접합 유리로 되어 있어서 깨기가 어려우니까 도구를 사용해 절단한 겁니다. 그것으로 봐서 전문가 솜씹니다.


‘여기서도 또 SD카드가 나오는군.’ 하고, 권오일은 눈살을 찌푸렸다.


“차 유리까지 절단하면서 SD카드를 빼간 이유가 뭘까요?”


- 수사관들 추측으로는 차량 운전자의 소재를 파악하려고 한 거 같답니다. SD카드에 저장된 주행 기록을 보면 차량 운전자의 동선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럼 우리 외에도 또 누군가 벤츠 운전자를 찾고 있다는 얘기가 되네요?”


- 그렇게 판단하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지금 주차장 CCTV를 비롯해 일대의 CCTV를 모두 수색하고 있으니까, 조만간 이번 일에 관련된 자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올 겁니다. 그자들 가운데 안 형사와 오 형사를 그렇게 만든 자들이 섞여 있을 겁니다.


“그럼 저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권오일이 말했다.


“조윤구의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간 자들이 타고 갔다고, 자네가 말한 벤츠가 발견되었다는군. 은일역 주차장에서.”


“그럼 아일랜드 버진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그곳으로 보낼까요?”


“차량이 은일역 주차장에 있다고 우리가 찾는 자들이 꼭 그 근처에 있는 건 아니잖아?”


“근처에 없을 수도 있지만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아일랜드 버진에서 들어온 자들이 전문가답게 수완이 좋아 보이던데 한 번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권오일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은일역으로 보내고, 거기 N 프로젝트 서류는 두고 가.”


미래전략실장이 나가려다 말고 머뭇거렸다.


“왜?”


“권준일 상무말입니다.”


“준일이가 왜?”


“부회장님께서 병실에 한 번 들러주셨으면 한다고 진 비서 편에 연락이 왔습니다.”


“며칠 전에 들렀었잖아.”


“부회장님 가신 이후에 권준일 상무가 긴히 드릴 말이 있다나 봅니다.”


권오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병실에 누워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한가하게 느껴지는 모양이군. 참, 철없는 녀석이야. 알았어, 생각해 볼게. 다른 사항은?”


“없습니다.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미래전략실장은 허리를 깊숙이 굽히고 부회장실을 나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봄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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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고백 24.04.13 52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48 1 11쪽
» 46화. 추적자들 24.04.06 46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49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48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42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44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51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47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46 2 11쪽
38 38화. 발포 24.03.10 52 3 10쪽
37 37화. 지하창고 24.03.06 46 3 10쪽
36 36화. 근접 24.03.02 49 2 10쪽
35 35화. 섹시밤 24.02.29 55 4 11쪽
34 34화. 콧수염 남자 24.02.25 58 3 9쪽
33 33화. 버닝 폴 24.02.21 5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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