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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현대판타지

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6.10 18:39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5,376
추천수 :
239
글자수 :
300,020

작성
24.05.23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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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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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59화. 마지막 예감

DUMMY

축 처진 어깨로 운전석에 앉은 김 실장은 한참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으아아아아 ~~.”


꼼짝없이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되지 않았나. 정필이는 사로잡히고, 자신은 저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됐으니.


더 난감한 것은 저자의 요구를 따르고 싶어도 두 가지 요구가 모두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권성열 회장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면 그나마 안면이 있는 그룹 비서실 양 차장에게 물어야 할 텐데, 업무용 번호면 몰라도 사적으로 쓰는 핸드폰 번호를 알려 달라면 뭐라고 할까?


부회장님을 양선 별장까지 모시고 가는 것도 그렇다. 위험한 자들임을 뻔히 아는 상황인데 부회장님이 직접 가실까 싶다.


일이 잘못되어서 저자들 손에 정필이 화를 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내가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몇 달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으아아아아아 ~~~~”


앞이 깜깜하다. 일단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저자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 빵!


클랙슨 소리에 깜짝 놀랐다. 옆을 쳐다보니, 정필의 차 운전석에 앉은 그자가 차창을 내리고 손가락질을 했다. 빨리 출발하라고.


김 실장은 뒤죽박죽인 머릿속을 비우기라도 하려는 듯 세차게 머리를 흔든 다음 차를 출발시켰다.



✭✭✭



김 실장의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간 다음, 신철이 모는 정필의 비엠더블유도 주차장을 나왔다.


하진대교를 지난 차는 화양시 외곽 방향으로 움직였다.


길가에, 지어진 지 족히 30년은 지난 낡은 아파트 단지가 나타났다.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운 신철이 뒷좌석을 향해 일부러 큰소리로 말했다.


“금방 올게. 그 자식 움직이면 그냥 찔러 버려.”


그 말에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시트에 얼굴을 박고 엎어져 있는 정필이 움찔했다.


뒤에서 정필이 일어나지 못하게 누르고 있던 영진이 눈이 똥그래져서 쳐다봤다.


신철은 별일 없을 거라는 제스처를 보이고 차에서 내렸다.


잠시 후, 차로 돌아온 신철의 손에 검정 비닐봉지가 들렸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비엠더블유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장 벽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신철은 운전석 유리창을 열고 두리번거리며 CCTV를 확인했다. 오래된 아파트라서 CCTV가 많지 않았다.


지하 3층 안쪽, 주차장 기둥 뒤에 선 비엠더블유의 시동이 꺼졌다.


신철이 뒷좌석으로 넘어갔다. 비닐봉지에서 청테이프와 가위, 생수 한 병을 꺼냈다.


먼저 뒷덜미를 잡아끌어 정필을 앉힌 다음 생수병을 따서 입에 물렸다. 갈증이 났는지 정필은 꿀꺽꿀꺽 단숨에 반 넘게 마셨다.


청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기 시작하자, 정필이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재빨리 청테이프를 입과 눈에 붙였다.


“네 사촌이 너를 구하러 오지 않겠어? 일찍 오기나 바래.”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꽁꽁 묶은 다음 정필을 뒷좌석 시트 밑으로 굴렸다. 앞의 운전석과 조수석의 시트를 최대로 뒤로 밀자, 정필의 몸이 앞좌석 시트와 뒷좌석 시트 사이의 좁은 공간에 꽉 꼈다.


정필이 몸을 버둥거리며, 막힌 입으로 끙끙거렸다.


차에서 내리며 신철이 말했다.


“괜히 힘 빼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 일이 마무리되면 여기 위치는 네 사촌에게 알려줄 테니까. 사촌이라면 설마 구하러 오겠지.”


신철을 따라 영진도 비엠더블유에서 내렸다. 유리창 썬팅이 짙어 밖에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차 안이 보이지 않았다.




✭✭✭




영진은 신철과 함께 무사히 돌아가고 있다고 진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진주는 카페에서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진주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많이 걱정했던 모양이다.


세 사람은 먼저 병원부터 가서 신철의 꿰맨 상처를 확인했다. 상처를 꿰맸던 부분의 손상이 넓고 심해졌다고, 의사는 상처를 재봉합했다.


꿰매는 내내 의사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최소한 일주일 정도 새살이 나오기까지는 무조건 안정을 취하라고.


신철은 처음에는 의사의 말을 들은 척도 않더니, 상처를 꿰매고 난 다음에는 통증을 호소했다.


의사에게 강한 진통제 주사를 놓아 달라며 계속 끙끙거렸다. 영진과 진주의 얼굴에 걱정이 그득했다.


진통제 주사를 맞고 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했다.


병원을 나와 차에 탔을 때, 신철이 주머니에서 주사기와 진통제 약병을 꺼냈다. 주사실에서 몰래 들고나온 것이다.


영진이 조수석에 앉은 신철을 쳐다봤다.


강한 진통제까지 준비한 이유는 오늘 저녁 양선 별장에서 부회장을 만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 사람의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결론은 진주는 그나마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영진의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신철과 영진이 함께 양선 별장에 가기로 했다.


신철은 별장에 자신이 혼자 가겠다고 했지만, 영진이 같이 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영진의 아파트 주차장.


쏘카 안에 신철과 진주가 앞뒤로 앉아 있다.


영진은 진주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집이 너무 어질러져 있다고 치우러 먼저 들어갔다.


진주가 앞 조수석에 앉은 신철에게 물었다.


“의사가 안정을 취하라고 신신당부했는데 그 몸으로 부회장을 만나러 가도 되겠어요?”


“만나서 그저 SD카드 전해주고, 그 대가로 우리를 쫓지 않겠다는 확답만 얻으면 되는 일이야. 걱정하지 마.”


“문뜩 문뜩 일이 왜 이렇게까지 커졌을까 하고 생각해요. 짐승만도 못한 상무의 폭행에서 절 구해주셨는데, 오히려 아저씨를 다치게 하고 위험에 빠뜨린 것 같아 너무 죄송해요.”


“그동안 나란 놈은 주먹질이나 하고 칼이나 쓰던 놈이야. 돈과 조직을 위해서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안 해본 게 없었지. 그런 쓰레기 인생을 사는 내가 불쌍해서 신이 진주 씨를 만나게 해준 게 아닐까? 세상에 태어났으니 좋은 일 하나는 하라고.”


“아저씨가 나쁜 짓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신철이 기분 좋은 미소가 담긴 눈으로 차창 밖을 쳐다봤다.


“아저씨는 일이 마무리되면 어디로 가실 거예요?”


“나도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어.”


“혹시 제가 목소리를 들었던 그분에게요?”


신철이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 위험해지는 거 아니에요?”


“아까 메시지를 보냈어. 내가 꿈을 꼭 이뤄주겠다고. 그 여자는 분명 나를 기다릴 거야.”


“그럼 또 싸우셔야겠네요?”


“그 여자를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절 구해주시고, 또 저를 위해서 싸워주신 거 잊지 않을게요.”


“방금 그 말, 그 여자에게도 똑같이 듣는 날이 오면 좋겠다.”


“꼭 그분의 꿈을 이뤄주시길 바래요, 아저씨.”


“응원 고마워.”


아파트 입구를 나오는 영진의 모습이 보였다.


차 밖으로 나간 진주가 고개를 숙여 조수석에 있는 신철을 쳐다봤다.


왠지 마지막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울컥하면서 목까지 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정말 고맙다고.


그 모습을 보고 신철이 코를 찡긋하며 미소를 보였다.




✭✭✭




양선 별장으로 가는 6번 국도 위로 여름 해가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영진과 신철은 풀숲이 어린아이 키만큼 자라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얼마 전에 영진이 상무의 뒤를 밟아 별장까지 왔을 때 차를 세웠던 곳이다. 여전히 식당 간판은 깨져 있고, 출입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부회장과 약속한 8시까지는 한 시간이 남았다.


주차장이 식당 뒤편에 있어 지나는 차들 눈에 띄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다.


“아까 진주하고 집에 들어갔을 때요.”


앞 유리창 너머에 점점 짙어지는 숲을 보고 있던 신철이 고개를 돌려 영진을 쳐다봤다.


“진주가 아저씨에게 총을 드리면 안 되겠냐고 물었어요.”


“총을?”


“우리한테는 원래 필요한 게 아니었는데 가지고 있었다고. 앞으로는 더더욱 필요 없을 테니까 아저씨 드릴 수 없냐고.”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오늘 일 우리가 계획한 대로 잘 마무리되면 아저씨는 떠나실 거잖아요. 그때 드릴게요.”


“그 귀한 걸?”


“귀하긴요. 전 이 총이 이젠 좀 무서워요. 만약 제게 이 총이 없었다면 상무에게 사적 복수를 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테고, 그러면 제가 사람을 쏘는 일도, 진주가 납치되는 일도, 아저씨가 다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죠. 사람이 죽는 일은 더더군다나.”


“한 가지 물어볼까? 왜 락카에서 그 총을 가지고 왔어? 나 같은 나쁜 놈이야 남이 가진 거까지 뺏는 놈이니까 이게 웬 횡재냐 하고 낼름 갖겠지만. 학생같이 평범한 사람이 왜 그랬을까 궁금했어.”


“락카에 들어있는 총을 본 순간, 제 모습이 그려졌어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 총을 겨누면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벌벌 기는 장면. 갑자기 그렇게 군림하는 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더라고요. 한 번쯤은 남을 벌벌 떨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나 봐요.”


“참, 묘하군. 꼭 내 얘기를 하는 거 같아. 내가 깡패가 된 이유하고 어쩜 그렇게 똑같지.”


두 사람이 묘한 표정으로 마주봤다.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학생은 총을 가졌고, 나는 깡패가 됐고, 부회장 같은 인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는 게 아닐까?”


“모두 나쁜 목적을 가졌네요. 제 자신이 부끄러워요.”


“너무 자학하지 마.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인간 대부분이 그렇다면, 그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 수 있으니까.”


“안 그러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군대에서 훈련 나갔을 때, 집중 호우로 다리가 떠내려가면서 보급이 하루 동안 끊긴 적이 있었어. 네 끼를 굶은 다음에야 밥이 도착했으니 다들 눈깔이 뒤집혀서 달려들었지. 그런데 몇 사람은 뒤에서 차분히 기다리는 거야. 허겁지겁 먹는 동료들에게 천천히 먹으라는 말도 하고, 물도 떠다 주고 하면서. 인간의 1차적 본능마저 억누르는 사람들. 나는 그때 그 사람들을 보면서 창피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소수고, 나같이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이 다수였거든. 물론 나도 저 사람들처럼 멋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 그런데 쉽지 않더라고.”


그 말을 듣고 난 영진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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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거짓을 모의하다 24.06.07 15 2 10쪽
62 62화. 별장의 총소리 24.06.02 16 2 10쪽
61 61화. 드러나는 것들. 24.05.30 16 1 10쪽
60 60화. 협상 24.05.26 20 1 10쪽
» 59화. 마지막 예감 24.05.23 22 1 11쪽
58 58화. 양선 별장으로 와. 24.05.19 27 1 11쪽
57 57화. 잭나이프 24.05.16 28 1 11쪽
56 56화. 하진대교 24.05.11 28 2 10쪽
55 55화. 믿을 놈 없다 24.05.09 33 1 10쪽
54 54화. 알게 된 진실. 24.05.05 40 2 10쪽
53 53화. 싸움, 싸움 24.05.02 45 2 10쪽
52 52화. 싸움 24.04.28 55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51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44 2 11쪽
49 49화. 오성파 도착 24.04.18 59 3 10쪽
48 48화. 고백 24.04.13 63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60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62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65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60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55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61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63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58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61 2 11쪽
38 38화. 발포 24.03.10 64 3 10쪽
37 37화. 지하창고 24.03.06 5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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