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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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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6.17 19:1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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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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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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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6화. 팩트

DUMMY

오철식은 마 씨와 진 비서를 세워두고 주차장 이곳저곳을 살폈다.


바닥에 핏자국이 산재해 있었다. 총상을 입은 권준일이 고통에 몸부림친 흔적이리라.


핏자국들을 확인한 오철식은 포르쉐의 깨진 유리창 앞에 섰다.


차문을 조심스럽게 연 다음 보조석 시트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유리 조각과 유리창, 대시보드와 콘솔박스를 확인하는 오철식의 표정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들고 있는 수첩에 계속해서 뭔가 적었다. 전직 형사의 포스가 진하게 풍겼다.


한참 만에 차 밖으로 나온 오철식이 옷에 붙은 유리 조각을 털면서 마 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권준일 씨 핸드폰이 없어졌다고 하셨죠?”


“부회장님께서 지시하셔서 별장에 오자마자 집하고 정원하고 아까는 여기도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집하고 정원은 뭐 하러 찾아요. 여기 주차장을 잘 찾으셔야지. 권준일 씨가 여기 오면서 핸드폰을 안 가지고 왔겠어요. 없을 거 같긴 한데 저기 풀숲 좀 뒤져보세요.”


마 씨는 오철식이 가리키는 풀숲으로 걸어갔다.


그때 오철식의 눈에 뭔가 띄었다.


포르쉐 앞 타이어 안쪽, 자그마한 것.


오철식이 허리를 굽혀 집어 든 것은 탄피였다.


진 비서도 오철식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유심히 쳐다봤다.


“비서님, 지금 그 부회장이라는 분하고 통화 좀 합시다.”


“저에게 먼저 말씀을 하시면 제가 전해드리겠어요.”


“통화 한 번 하는데 참 빡빡하시네. 이게 어제 쏜 총알의 탄피 같아서 국과수에 의뢰를 좀 하려고요. 보아하니 그 부회장님에게 부탁하면 청장님 통해서 국과수에 보낼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리고 동생이 총에 맞았는데 이런저런 상황을 직접 듣고 싶어 하지 않겠어요?”


진 비서가 굳은 표정으로 오철식을 마주봤다.


“먼저 저에게 말씀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참 말귀 못 알아들으시네.”


그때 마 씨가 손에 든 것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여기 이런 게 있습니다!”


마 씨가 풀숲에서 찾아낸 것은 골프채였다.


오철식의 눈이 반짝 빛났다.


“아하! 저걸 가지고 나왔구먼.”


오철식은 마 씨에게서 받아 든 골프채를 눈 가까이 들고 세심하게 살폈다. 헤드 부분을 햇빛에 비춰보면서.


“비서님, 이 골프채 권준일 씨 거 맞죠?”


“브랜드가 상무님께서 좋아하시는 거는 맞는데, 직접 사용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 맞을 겁니다. 그러면 총격이 벌어진 상황이 설명이 되거든요. 비서님, 뭐 하세요. 통화 좀 하자니까요.”


진 비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부회장님, 진 비서입니다. ··· 예, 지금 주차장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 아니 아직 핸드폰은 찾지 못했습니다. ··· 그런데 저분이 통화를 하고 싶어 합니다. ··· 예, 알겠습니다.”


오철식은 진 비서가 내미는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오철식입니다.”


- 총을 쏜 자에 대한 단서를 좀 찾으셨나요?


부회장의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단서가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사를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 조사요? 제게요?


오철식은 손에 쥔 탄피를 만지작거렸다.


“탄피를 발견했어요. 아마 어제 동생 분을 쏜 총에서 나온 거 같아요. 언뜻 보기에는 권총의 탄피 같은데 국과수에 보내서 총의 종류 등 이것저것을 알아봐 주시기 바랍니다.”


- 국과수요?


“경찰청장님께 부탁하면 될 겁니다. 그리고 골프채도 하나 보낼 건데. 특별히 골프채 헤드에 묻어 있는 것이 있는지, 또 골프채에 권준일 씨 외의 지문이 묻어 있는지도 알아봐 주세요.”


부회장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 ········· 알겠어요. 진 비서 편에 조사가 필요한 것들을 보내세요. 그게 다입니까?


“아직 범인에 관해 알아낸 건 없지만, 주변에 있는 집들의 CCTV를 확인해 보면 단서가 나올 겁니다. 일단 계획적인 범행인 건 확실한 거 같습니다.”


핸드폰 너머에서 부회장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뭔가요?


“자동차 보조석 유리창을 깨고 블랙박스에 있는 SD카드를 빼갔어요. 아마 핸드폰도 범인이 가지고 간 거 같고.”


- 블랙박스 SD카드요?!


“범인은 처음부터 SD카드를 노린 거 같습니다. SD카드를 빼내려고 자동차의 유리창을 깼고, 그 소리를 들은 권준일 씨가 골프채를 가지고 나온 상황에서 총에 맞지 않았나 싶어요. 그 와중에 격투가 있었는지는 골프채 헤드에 묻어 있는 것이 있으면 알 거 같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을 테니 부회장은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범인이 영 어설퍼요, 유리창을 깨는데 적당하지 않은 도구를 사용했어요. 떨어져 나간 유리창에 군데군데 구멍이 난 걸로 봐서 뾰족한 것으로 내리친 거 같은데, 자동차의 이중 접합 유리에 대해 지식이 없었던 거죠. 전문가라면 당연히 전동 드릴 같은 걸 사용했을 겁니다.”


- 왜 SD카드나 핸드폰을 노렸을까요?


“그거야 그 안에 저장된 것이 필요해서 그러지 않았겠어요?”


- 저장된 거요?


“블랙박스에 저장된 영상이나 음성이겠죠. 그리고 핸드폰에 저장된 것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지 않습니까.”


- ·········.


“하여튼 단순히 금품을 노린 사건은 아닙니다. 제 감으로는 핸드폰보다는 블랙박스의 SD카드가 범인에게 중요한 거 같아요. 자동차 유리를 깨는 힘겨운 수고까지 한 걸 보면. 부회장님께서는 동생 분 상태가 회복되는 대로 짚이는 게 없는지 물어봐 주세요. 분명 SD카드에 범인과 관련된 영상이나 음성이 저장되어 있을 겁니다. 틀림없어요.”


- 제 동생이 그 정도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 제 나름으로 조사를 해봐야죠. 이번 달 안에 범인을 찾아야 서로에게 좋으니까.”


- ······ 진 비서를 좀 부탁합니다.


핸드폰을 돌려받는 진 비서의 얼굴이 벌겋게 굳어있었다.


‘자기를 패스 시킨 게 저렇게까지 기분 나쁠 일인가.’


하여튼 진 비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오철식이다.



✭✭✭



타이레놀을 먹었는데도 머리 아픈 게 가시지 않았다.


'전투 로봇, 전투 로봇' 하는 상무의 대화를 듣고 난 후의 찜찜한 기분 탓일까.


영진은 커서를 움직여 다음 파일을 클릭했다. REC 파일이었다.


노트북 화면에 주행하는 길의 전경이 나왔다. 움직이던 화면이 멈췄다. 건널목 앞에 차가 정지한 것이다.


- 유진주 씨, 집이 어디예요?


노트북 스피커로 나온 상무의 목소리에 영진은 움찔했다.


- 어디냐니까요?


- 그럼 같은 방향이네. 타요, 근처에 내려줄게.


-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지나치면 실례예요. 빨리 타요.


연이은 상무의 목소리 후에 쾅, 차문 닫히는 소리.


이때 진주가 상무의 차에 탄 것이다.


카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커졌다.


- 진주 씨 어깨가 다 젖었네. 이걸로 좀 닦아요.


-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아아, 제 제가 닦을게요, 상무님.


이어지는 상무의 끈적거리는 음성.

진주의 목소리에 담긴 불편함.


이때부터 상무는 진주를 유혹하려 작정했다고 영진은 느꼈다.


노트북에서 재생되는 음성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불쑥 주차장 전경이 나왔다. 화면 구석에 ‘무인 호텔’이라고 적힌 간판이 보였다.


여기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영진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진주에게 퍼붓는 상무의 욕설에 피가 끓었고, 진주를 때리는 소리에 꼭지가 돌았다.


당시의 폭행이 음성과 소리로 리얼하게 담겨있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가한 폭력의 실상이,

사랑하는 진주가 공포를 느끼며 오롯이 감내했던 미친놈의 광기가,

한 여자가 폭력 앞에 무너지는 처참한 순간이.


“으아아아악!!”


영진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괴성을 질렀다.


상무가 죽지 않아 살인자가 되는 건 면했다고 그걸 다행으로 여겼던 자신이 싫었다.


죽어야 할 상무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



건널목을 건너오는 진주가 보였다.


하얀 데님 팬츠에 짙은 파란색 폴로셔츠를 입은 모습이 여름의 태양 아래 눈이 부시게 예뻤다.


영진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마다 어깨를 덮은 갈색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 빵!


갑자기 울린 클랙슨 소리에 진주가 자동차 안의 운전석을 쳐다봤다.


“뭐야?! 웬 차야?”


운전석 밖으로 나간 영진이 보닛을 돌아 보조석 문을 열어주었다.


“오다가 주웠어.”


“으이그, 썰렁하기는.”


차에 타는 진주에게서 샴푸 향기가 날아와 영진의 코끝을 톡 건드렸다.


영진은 가슴에 손을 얹어 마구 뛰어대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갑자기 만나자고 하더니 이 차로 어디 가게?”


“어디 가고 싶어? 네가 가고 싶은 데 내가 다 데려다 줄게.”


“글쎄 ······ 갑자기 물으니까 잘 모르겠네.”


진주의 빠알간 입술이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때 영진의 눈에 띈 입술 위의 작고 까만 딱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폭행 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얼굴에 남은 흔적은 저렇게 작지만, 진주의 가슴속 상처는 얼마나 크고 깊을까.

며칠이 지나면 저 작고 까만 딱지는 없어지겠지만, 진주의 가슴속 상처는 시간이 얼마가 지나든 새빨간 피를 흘리겠지.


울컥 북받치는 감정에 영진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영진아, 이 차 언제까지 쓸 수 있어?”


“쏘카에서 빌린 거니까 원하는 만큼이지.”


“그럼, 우리 동해 바다 갈까? 해수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바다 말고 좀 한적한 바다. 휴가철이라 그런 바다는 없나? 렌트 비용에 나도 좀 보탤게.”


“바다?!”


영진의 반짝이는 눈동자에 마주보는 진주의 모습이 담겼다.


진주를 만나러 오면서 진주와 함께 바다에 가는 상상을 했었는데 ······.


작가의말

행복한 글 읽기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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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The End 24.06.10 32 0 11쪽
63 63화. 거짓을 모의하다 24.06.07 31 2 10쪽
62 62화. 별장의 총소리 24.06.02 33 2 10쪽
61 61화. 드러나는 것들. 24.05.30 30 1 10쪽
60 60화. 협상 24.05.26 35 1 10쪽
59 59화. 마지막 예감 24.05.23 37 1 11쪽
58 58화. 양선 별장으로 와. 24.05.19 42 1 11쪽
57 57화. 잭나이프 24.05.16 44 1 11쪽
56 56화. 하진대교 24.05.11 41 2 10쪽
55 55화. 믿을 놈 없다 24.05.09 48 1 10쪽
54 54화. 알게 된 진실. 24.05.05 50 2 10쪽
53 53화. 싸움, 싸움 24.05.02 57 2 10쪽
52 52화. 싸움 24.04.28 67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64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54 2 11쪽
49 49화. 오성파 도착 24.04.18 69 3 10쪽
48 48화. 고백 24.04.13 73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72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74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77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72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68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73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75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70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7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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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의혹, 의혹 24.01.10 101 4 11쪽
20 20화. 삿포로의 우연 24.01.06 114 5 10쪽
19 19화. 쿠데타 목적 24.01.03 118 5 11쪽
18 18화. 색출 23.12.30 115 5 9쪽
17 17화. 바닷가의 밤 23.12.27 119 4 10쪽
» 16화. 팩트 23.12.23 120 5 10쪽
15 15화. 전투 로봇 +1 23.12.20 136 6 11쪽
14 14화. 전직 형사 23.12.16 128 7 11쪽
13 13화. 관통상 23.12.13 132 7 11쪽
12 12화. 총격 23.12.09 134 6 11쪽
11 11화. 포르쉐의 유리창 23.12.06 135 5 11쪽
10 10화. 피 묻은 칼헤라 +2 23.12.02 146 5 11쪽
9 9화. 파라오 호텔 515호 23.11.29 14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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