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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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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5.11 20:17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4,425
추천수 :
229
글자수 :
262,123

작성
24.03.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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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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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41화. 조칼

DUMMY

- 까아악, 까아악, 까아악 ~~~


대보그룹 부회장 권오일은 까마귀 소리에 잠을 깼다.


까마귀가 다른 날보다 유난히 징하게 우는 것도 아니니, 머릿속이 복잡해 잠을 깬 것이다.


옆에서 잠자는 뽀오얀 살빛의 아내가 깰까 봐 조심하면서 침실 창가로 갔다.


새벽 푸른 여명에 싸인 정원을 내다봤다.


잔디 정원 오른편에 있는 소나무 줄기에 앉은 새까만 까마귀가 보였다.


권오일은 간단히 옷을 걸치고 정원으로 나갔다.


잔디가 곱게 깔린 정원을 가로질러 소나무를 지나쳐 별채로 걸어갔다. 그의 출현에 아랑곳하지 않고 까마귀는 까아악 까아악 울어댔다.


별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준일이 총에 맞은 뒤 별채를 쓰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썰렁했다.


벽에 설치된 거대한 수족관의 푸르스름한 불빛이 을씨년스럽다.


수족관을 마주보는 소파에 앉았다.


백점얼룩상어 세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쳐다봤다.


어젯밤 준일이와의 일이 떠올랐다.


어제저녁 약속에 가려고 사무실을 나설 때, 메시지가 들어왔다.


[형, 병실에 잠깐 들를 수 있어?]


준일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 .


답 메시지를 보내는 대신 대보의료원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일의 상태를 묻는 오일에게 원장은 쭈뼛쭈뼛했다.


재차 상태를 묻자 원장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준일이 생식능력만 잃었다고 판단했었는데, 성기능까지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치료를 했음에도 자연 발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일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원장은 음경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을 통해 인위적인 발기로 성관계는 가능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저녁 약속을 마치고 귀찮은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준일의 병실에 들렀다.


병실을 지키고 있던 진 비서가 오일을 보고 자리를 피했다.


준일의 얼굴은 수척했다.


“몸이 이렇게 되니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특히 형에게 못되게 굴었던 게 가장 마음에 걸렸어. 형, 미안해.”


눈빛은 흐릿했고,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유년기를 갓 지났을 때, ‘형, 형’, 부르며 오일을 졸졸졸 따르던 어린 준일의 모습이 연상됐다.


큰일을 겪은 탓인지 준일의 모습과 태도가 며칠 만에 크게 변했다. 지켜보는 권오일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준일은 몇 번이나 지난 시간 자신이 오만했다고 사과했고, 앞으로 도움이 되는 동생이 되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준일의 변화에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준일이 손을 잡기에 힘을 주어 맞잡아 주었다.


“형, 고마워.”


병실을 나와 집으로 오는 내내 마음이 뒤숭숭했다.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삶의 대부분을 증오하고 견제하고 무시해 왔던 준일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백점얼룩상어 두 마리가 서로 몸을 감으며 헤엄치는 모습을 멍하게 쳐다봤다.


소파에 앉아 잠깐 잠이 들었던 권오일이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떴다.


경찰청장 전화다.


유리창 너머 정원에는 화창한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권오일입니다.”


- 출근하셨습니까?


권오일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7시 15분.


“아니, 아직요.”


- 댁이시면 이따 전화 다시 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말씀하시죠.”


- 어제 혹시 안 형사나 오 형사 연락 받으셨습니까?


“아니요. 아무 연락 없었습니다. 그러잖아도 오늘쯤 연락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찰청장이 길게 내쉬는 숨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렸다.


- 오늘도 연락은 가지 않을 겁니다.


“왜죠?”


- ········· 오 형사는 사망했고, 안 형사는 중탭니다. 의식이 없습니다.


“예! 뭐라고요!!”


놀란 권오일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 어젯밤 서악산에서 오 형사와 안 형사의 차가 각각 추락했습니다. 운전미숙이나 음주운전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


그 순간, 권오일의 머리에 조윤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 아시다시피 그 두 형사는 부회장님이 의뢰하신 일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찾아 달라고 하셨죠? 분명 그 일과 관련되어 변을 당했다고 판단이 됩니다.


“·········.”


- 오 형사와 안 형사가 누굴 찾고 있었죠?


“지금 제 상황이 그런 얘기를 하기는 좀 곤란하네요. 출근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늦지 않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권오일은 멍한 시선으로 연결이 끊긴 핸드폰을 쳐다봤다. 오 형사가 죽고, 안 형사는 의식이 없다니.


권오일은 조윤구의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


화가 치밀었다.


‘깡패 새끼가 그렇지. 지금 처자고 있겠지.’


조윤구를 끌어들인 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한 번도 틀리지 않았던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 고객님의 ······.


“씨팔!”


핸드폰을 내던지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하나, 둘, 셋 ······.


늘 그렇듯 권오일은 숫자를 세며 분노를 빠르게 가라앉혔다.


별채를 나온 권오일은 빠른 걸음으로 정원을 걸어갔다.


그때 문득, 조윤구의 핸드폰이 꺼져 있는 게 좀 이상했다. 처자고 있다고 해도 핸드폰을 꺼놓았다는 게.


오 형사와 안 형사 일에 다가 혹시 더한 일까지 꾸미고 있는 게 아닐까?


권오일은 미래전략실장 번호를 눌렀다.


- 예, 부회장님.


“어딘가?”


- 출근하는 중입니다. 차 안입니다.


“며칠 전에 내가 만났던 조윤구라는 자 기억하지?”


- 리츠 호텔에서 만났던 사람 말씀이십니까? 깡패라고 하셨던.


“그래. 지금 그자의 소재 좀 파악해 봐.”


- 알겠습니다. 빠른 시간에 파악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냉정하고 주도면밀한 게 자신을 빼닮은 미래전략실장의 대답은 언제나 처럼 믿음직했다.


유리창 열리는 소리에 올려다보니 아내가 열린 창문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조금 전의 짜증스러운 기분이 걷혔다.


아내를 안고 나서 출근하면 제법 늦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아내는 아침부터 왜 이러냐고 두 눈이 동그래지겠지.



✭✭✭



오성파 조칼이 듬성듬성한 수염을 손바닥으로 쓱쓱 비빈 다음 볼보 에스유브이에서 내렸다. 어깨까지 자란 고수머리는 삐쭉삐쭉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내린 종섭과 주호가 조칼 좌우에 섰다.


“저기가 불이 났다는 주차장이고, 저기가 양진이파가 관리하는 업장이라는 거지?”


“예, 형님.”


종섭이 차렷 자세로 대답했다.


“섹시밤? 이름도 좆나게 촌스럽구만.”


조칼의 조롱기 섞인 웃음소리에 종섭과 주호의 소리가 더해졌다.


“그럼 가 보자.”


지하 주차장 출입구에 도착한 세 남자는 탄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냄새만 나고, 차 두 대가 불타고 사람도 죽었다더니 말끔하네?”


“광수 말로는 형님 전화 받고 바로 왔을 때도 불에 탄 차들하고 화재 현장이 모두 치워져 있었답니다.”


“그럼 불에 탄 차가 신철 새끼 차인지 확인을 못 했겠네?”


“그래서 제가 주차장 CCTV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해 두었습니다.”


종섭의 말에 조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광수 새끼한테 이리 오라고 해.”


“그러잖아도 지금 오고 있을 겁니다.”


“확인해 봐.”


“예, 형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종섭을 두고, 조칼이 주차장 통로로 들어갔다. 주호도 뒤를 따라 들어갔다.


탄 냄새가 점점 심하게 났다.


주차장 벽에 군데군데 자동차가 벽을 긁은 자국이 나 있는데, 오래된 자국으로 보이지 않았다.


통로 아래쪽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주차장 통로를 올라오는 소리였다.


주호가 빠른 걸음으로 조칼에 앞서서 아래로 내려갔다.


- 끼이익!!!


주차장 통로를 올라오던 세단이 주호를 발견하고 급정거를 했다.


“야이, 새끼야! 너 미쳤어!”


중년 남자가 차창을 내리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주호가 무표정하게 차 가까이 다가갔다.


“깔려 죽으려고 작정했냐고 새꺄!”


남자의 욕설과 동시에 주호가 품에서 회칼을 꺼냈다.


“으윽!!”


회칼이 목에 닿자 남자의 벌어진 입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주호야, 아직 할일이 많다. 사고치지 마라.”


“죄송합니다, 형님.”


주호가 회칼을 거두자 남자는 허겁지겁 꽁무니를 뺐다.


“여기서 불이 난 모양이구만.”


시커먼 그을음이 바닥에 즐비했다.


통로를 빠져나온 두 사람은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CCTV를 살폈다.


볼보 에스유브이가 주차장 통로를 내려왔다.


조수석 문이 벌컥 열리고, 삼각형 턱에 인상이 조악한 남자가 폴짝 뛰어내렸다.


“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허리를 폴더처럼 접으며 절하는 남자를 보며 조칼이 씩 웃었다.


“광수 넌 못 본 사이에 더 뺀질뺀질해졌구나. 어떻게 금방 왔다.”


“형님이 오셨는데 미리 와서 기다려야 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새끼, 아부는 여전하구나.”


“아부 아닙니다. 제가 얼마나 형님을 존경하는데요.”


“알았다, 새꺄. 그래 알아보라는 건 좀 알아봤냐?”


“CCTV 말씀이시죠? 벌써 이 건물 CCTV 관리하는 놈 하나를 포섭해 두었습니다. 이따 저녁 7시에 그놈 근무하는 시간에 CCTV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조칼이 손목에 찬 시계를 봤다.


“근데 형님, 진짜 신철 실장님 아, 아니 ···.”


조칼이 눈쌀을 찌푸리며 광수를 째려봤다.


광수의 목이 어깨 속에 파묻혔다.


“죄, 죄송합니다, 형님. ········· 신철 새끼가 진짜 여기 화양에 있습니까?”


“그거 확인하려고 너를 부른 거잖아.”


“아, 예 ·········.”


광수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7시면 시간이 꽤 있네. 우린 사우나하고 저녁 먹고 오면 되겠다. 그리고 광수 너는 CCTV 확인할 때 양진이파에서 빌빌거리는 놈 하나 데리고 와라.”


“아까 종섭 형님한테 얘기는 들었습니다. 입 가벼운 놈으로 수소문해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래 발에 땀 나게 뛰어라. 혹시 아냐 양진이파를 우리가 접수하면 너도 한자리 할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이마가 땅에 닿도록 광수가 머리를 숙였다.


“형님, 여기 사우나는 프리미어 호텔이 아주 좋습니다. 제가 거기 아는 놈이 있으니까 형님 잘 모시라고 연락해 놓겠습니다.”


“광수 넌 어딜 가나 아는 놈이 많냐. 빨빨거리고 다니는 건 여전하구나.”


비굴한 웃음을 웃는 광수의 뒤통수를 조칼이 쳤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글 읽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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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함정 24.04.20 3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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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고백 24.04.13 52 3 11쪽
47 47화. 오늘밤 24.04.10 48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45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49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48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42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44 1 10쪽
» 41화. 조칼 24.03.20 51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47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46 2 11쪽
38 38화. 발포 24.03.10 51 3 10쪽
37 37화. 지하창고 24.03.06 46 3 10쪽
36 36화. 근접 24.03.02 49 2 10쪽
35 35화. 섹시밤 24.02.29 55 4 11쪽
34 34화. 콧수염 남자 24.02.25 58 3 9쪽
33 33화. 버닝 폴 24.02.21 52 4 9쪽
32 32화. 구출 24.02.17 53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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