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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내 락카에 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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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선생
작품등록일 :
2023.11.01 23:02
최근연재일 :
2024.05.11 20:17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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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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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글자수 :
262,123

작성
24.04.1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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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7화. 오늘밤

DUMMY

“아저씨, 어디 가시게요? 그 몸으로는 아직 무리세요.”


주방에서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던 영진이 외출복 복장으로 거실에 서 있는 신철을 보고 말했다.


영진의 소리를 듣고 진주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신철을 보는 진주의 얼굴 역시 걱정이 그득했다.


“며칠째 방에만 있었더니 좀 답답하네. 슬슬 걸을 정도로 상처가 아물기도 했고. 진주 씨, 지금 특별한 일 없으면 같이 동행 좀 해줄 수 있나? 동네를 남자 혼자 어슬렁거리는 것보다 둘이 다니는 게 사람들 눈에 덜 거슬릴 거 같은데.”


“저야 괜찮지만. 아저씨,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신철은 씩 한 번 웃고 현관으로 나갔다.


진주와 영진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교환했다.


신철 일행이 에어비앤비 숙소로 잡은 곳은 은일역에서 도보로 8분 정도 거리에 있는 주택가였다.


외관이 멋진 이층 주택 스무 채가 이차선 오르막 도로를 중심으로 담장을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


지대가 높은 곳이라 집 베란다에서, 대문 앞에서 은일역과 역 주변의 건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마을을 향해 오는 차를 일찌감치 알아차릴 수도 있었다.


신철은 구글 맵으로 이런 지형적 특성을 단번에 파악하고 여러 곳 중에서 이곳을 숙소로 정했었다.


현관을 나오는 진주를 흘깃 보고 신철이 대문 밖으로 발걸음을 뗐다.


옆집에서 서툴게 치는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거실 창 너머로 피아노 의자에 앉은 여자아이가 보였다.


신철은 옆집 담장을 끼고 돌아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란히 걷는 신철과 진주의 발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진주는 ‘괜찮냐’, 고 물어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어린아이와 비슷한 속도로 걷는 것으로 보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마워요, 아저씨. 아저씨 아니었으면 제 삶은 지하 10층 쯤 되는 깜깜한 곳에서 허우적댔을 거예요. 그런데 저 때문에 이렇게 다치시기까지 하니 죄송할 뿐이에요. 정말 고맙고 죄송해요.”


“고맙다는 말을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지 좀 낯설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보면 치 떨리게 싫은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쓴웃음을 짓는 신철을 진주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골목길 양옆으로 이층집들이 이어졌다. 정원과 집 외벽에 켜진 조명들이 운치가 있었다.


유럽풍의 키 낮은 주물 대문 앞에 신철이 멈춰섰다. 따라가던 진주도 걸음을 멈췄다.


신철이 대문의 주물 장식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놀란 진주의 눈이 커졌다.


- 땅.


대문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


- 끼이이이익.


주물 대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신철이 열린 대문 안으로 태연하게 걸어 들어갔다.


“어머, 저, 저기.”


얼떨결에 나오는 진주의 소리.


넓지 않은 정원을 가로지른 신철이 현관 앞에 섰다.


현관 앞에 나란히 놓인 세 개의 화분을 차례로 들췄다.


그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워 진주는 신철의 지인 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맨 안쪽에 있는 해피트리 화분 밑에서 꺼낸 것은 열쇠였다.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던 신철이 뒤를 돌아봤다.


“거기 계속 서 있으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겠어?”


눈이 어둠에 익숙해 있었던 탓에 모든 조명이 켜져 있는 실내에 들어서니 눈이 부셨다.


주방과 거실, 군데군데에 화분이 놓여있었다. 뱅갈고무나무, 남천나무, 파키라 ···.


벽에 걸린 대형 TV를 향해 ㄷ자형 소파가 있고, 소파 테이블 위는 조리대와 식탁과 마찬가지로 접시 하나 없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아시는 분 집이세요?”


“아니.”


“모르는 집인데 들어오신 거예요?”


“집 안팎에 켜져 있는 불이 며칠째 꺼지지 않길래 궁금해서 들어와 봤어.”


진주는 현관에 서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 진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철은 1층 이곳저곳을 살피고 나서 불쑥 말했다.


“핸드폰 좀 빌릴 수 있을까?”


예기치 않은 말에 당황했지만, 진주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다.


핸드폰을 받아든 신철이 키패드로 번호를 눌렀다.


“핸드폰 연결되면 글로리아 백화점 여성 의류 매니저라고 말해 줘.”


영문을 모르는 진주의 눈이 동그래졌다. 신철이 통화 버튼과 함께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 뚜르르르 뚜르르르 ···


통화 연결음이 핸드폰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여자 목소리다.


신철이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진주의 입 가까이로 내밀었다.


“·········.”


“여보세요.”


여자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글로리아 백화점 여성 의류 매니접니다.”


“아, 아, 아, 예, 예, 그러잖아도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자의 그 말에 신철이 핸드폰 스피커를 껐다.


“저, 신철입니다.”


처음으로 듣는 신철의 다정한 목소리다.


신철은 거실을 지나 이층 계단을 올라가며, 통화를 했다. 목소리가 작아서 내용이 들리지 않았지만, 다정다감한 톤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진주의 느낌으로는 20분 정도 지나서야 신철은 이층에서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올 때는 상처에 통증이 있는지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웠다.


“그만 가지.”


돌려받은 핸드폰이 따끈따끈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현관문을 잠그고 해피트리 화분 아래 열쇠를 넣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골목길을 걸어가는 신철과 달리 진주는 불안감에 한 번씩 뒤를 돌아봤다.


신철은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신철과 영진, 진주가 식탁에 둘러앉았다. 식탁에는 맥주 캔과 스낵류가 놓여있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이곳을 떠나야겠어.”


신철의 말에 영진과 진주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날 쫓는 자들이 내가 화양시에 있다는 걸 알았어. 지금까지는 너희들이 위험했지만, 이젠 나까지도 위험해졌어. 솔직히 그자들이 나를 쫓는 건 두렵지 않은데, 나 때문에 너희들이 다치는 건 싫어.”


“아저씨를 쫓는 자들이 누군데요?”


“오성파.”


“조직폭력배라는 말인가요?”


“녹천시를 무대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야. 몇 달 전까지는 나도 그 조직에 있기도 했었고.”


“아저씨가요?!”


맥주를 들이키는 신철을 영진과 진주가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아직 오성파 내부에 있는 사람과 통화를 했어. 내가 화양시에 있는 걸 오성파에서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오성파에서 소위 선수라는 자들을 화양으로 보냈다고 했어, 며칠 전에. 빨리 화양을 떠나라고 충고하더라고.”


진주는 아까 낯선 집에서 전화 통화를 하던 신철의 모습을 떠올렸다.


여자였는데?

아저씨와는 어떤 관계의 여잘까?


“오성파에서 보낸 선수라면 내가 건강할 때도 상대하기 쉽지 않아. 하물며 이런 다친 몸으로는 어림도 없어.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너희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에 빠뜨리는 거야.”


“저희와 여기서 헤어지겠다는 말씀인가요?”


신철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영진은 베란다 유리창 앞으로 다가가서 달빛이 내려앉은 정원을 내다봤다.


입술을 앙다문 진주의 얼굴이 심각했다.


“한 가지 여쭤볼게요. 아저씨는 그자들에게 잡히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영진의 물음이 의외라는 듯이 신철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잡히면 어떻게 되냐고요?”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그럼 이건 말해 주세요. 아저씨가 오성파를 배신한 거예요?”


“배신이라 ······ 그 단어는 주로 나쁜 놈에게 쓰는 말 아닌가? 그럼 오성파를 배신하는 게 나쁜 게 되는 거잖아. 아니, 오성파야말로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나쁜 놈들의 총집합소야. 난 그걸 깨닫고 거기에서 나온 거고.”


“그 오성파는 조직에서 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하나하나 선수를 보내나요?”


신철은 질문이 제법 예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진을 쳐다봤다.


“그럴 리가 ······ 오성파 입장에서는 내가 죽일 놈이니까 선수까지 보냈지.”


“그 말은 그 선수들을 만나면 아저씨는 죽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아마도.”


영진이 천천히 걸어와 식탁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럼 결론은 났네요. 아저씨 말대로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여길 나가요. 근데 우리도 같이 갈 거예요. 그 선수라는 놈들과 마주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마주치면 그 다친 몸으로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잖아요, 아저씨는. 다행히 제게는 총이 있어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사격 실력도 훌륭하죠.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운전도 할 수 없는 아저씨와 그냥 헤어질 수는 없어요.”


진주가 같은 생각이라는 표정으로 영진을 쳐다봤다.


신철이 빈 맥주 캔을 손으로 와지직 구겼다.


“그래! 학생에게 총이 있었군!”


“총알도 아저씨를 쫓아오는 자들을 처리할 정도는 있어요.”


“······ 좋아 이번에는 같이 가자. 그 대신 내가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헤어지는 걸로, 약속해?”


“당연히 약속하죠. 저도 아저씨하고 빨리 헤어지고 진주하고 둘만 있고 싶거든요.”


영진의 농담 섞인 말에 신철은 피식 웃고, 진주는 눈을 흘겼다.



✭✭✭



은일역 서쪽 굴다리 아래.


흰색 볼보 에스유브이 안, 종섭이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벌써 몇 시간째 블랙박스 주행 기록을 확인하는 종섭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형님! 형님!!”


종섭이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조칼과 주호, 광수가 후다닥 차로 뛰어들었다.


“여기 화면 한 번 보세요. 신철 새끼 있는 곳을 알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잠깐, 처음부터 다시 틀어봐.”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이 재생되었다.


야간 주행 영상이라 주위는 깜깜하다. 상호는 보이지 않고 숯불갈비라고 적힌 간판이 길 옆으로 지나간다. 이어서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 편의점을 지나면서 길은 이차선 도로로 바뀌고 오르막길 양편으로 이층집들이 보인다.


영상 속의 차가 정차했다. 전방을 찍은 영상에 젊은 남자의 모습이 보였고, 후방을 찍은 영상에는 여자의 모습이 찍혔다.


“스톱! 거기 멈춰!!”


분명 신철이다. 남자와 여자의 부축을 받은 모습이다.


“빙고! 자, 저기가 어딘지만 알면 되는 거지. 신철 이 새갸, 내가 오늘밤에 널 꼭 잡아주마. 꼼짝 말고 기다려.”


주호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광수는 영상 속 편의점 간판에서 봤던 상호를 핸드폰으로 검색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봄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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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싸움 24.04.28 40 2 11쪽
51 51화. 일촉즉발 24.04.24 38 2 11쪽
50 50화. 함정 24.04.20 34 2 11쪽
49 49화. 오성파 도착 24.04.18 43 3 10쪽
48 48화. 고백 24.04.13 52 3 11쪽
» 47화. 오늘밤 24.04.10 48 1 11쪽
46 46화. 추적자들 24.04.06 45 2 10쪽
45 45화. 전동 드릴 24.04.03 49 1 11쪽
44 44화. 8951 24.03.30 48 2 10쪽
43 43화. 신철의 부상 24.03.27 42 2 10쪽
42 42화. 권오일 부회장 24.03.23 44 1 10쪽
41 41화. 조칼 24.03.20 50 2 11쪽
40 40화. 오성파 24.03.16 47 2 10쪽
39 39화. 칼, 총, 그리고 배신 24.03.13 46 2 11쪽
38 38화. 발포 24.03.10 51 3 10쪽
37 37화. 지하창고 24.03.06 46 3 10쪽
36 36화. 근접 24.03.02 49 2 10쪽
35 35화. 섹시밤 24.02.29 55 4 11쪽
34 34화. 콧수염 남자 24.02.25 58 3 9쪽
33 33화. 버닝 폴 24.02.21 52 4 9쪽
32 32화. 구출 24.02.17 53 5 10쪽
31 31화. 추락2 24.02.15 54 4 10쪽
30 30화. 추락 24.02.10 57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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