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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296
추천수 :
0
글자수 :
113,002

작성
21.05.26 09:58
조회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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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죽음의 섬-4

DUMMY

그러나 무턱대고 대장 앞에 나타나 ‘합류합시다.’ 할 수는 없었다.

섬에 괴물이 있다는 말을 대장이 믿어줄지도 의문이었다.


카일은 일단 대장의 동정을 살피기로 했다.

나무 위에 올라가 대장이 산으로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들 비명이 들려왔다.

대장 일행이 괴물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카일은 나무위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괴물은 둘이었다.

가만 보니 일행 중 둘이 괴물에게 인질로 잡혀 있었다.

인질 중 하나는 팔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괴물들과의 거리가 좁혀지자 대장은 숲으로 뛰어들었다.

나무 위로 올라가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괴물들은 더는 대장을 쫓지 않았다.

인질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곧장 산으로 올라갔다.

인질들을 자신의 본거지로 데려가는 것 같았다.


괴물들이 사라진 후에야 카일은 대장을 만났다.

카일과 대장은 일이 이렇게 됐으니 조이피아의 일은 접어두고 힘을 합치기로 했다.

괴물들을 쫓아가 인질을 구하기로 합의했다.


샛길을 따라가면 괴물들의 본거지가 나올 것이었다.

그들은 함께 산으로 올라갔다.



산 중턱에 이를 즈음 날이 어둑해졌다.

카일은 괴물들이 샛길을 이용하므로 길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로 했다.

카일의 제안으로 일행은 샛길에서 떨어진 나무에 올라 밤을 보냈다.


날이 밝자 식사를 마치고 다시 샛길을 탔다.

가파른 바위 절벽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나무가 자라지 않아 시야가 탁 트인 곳이었다.


절벽 아래로 해안이 보였다.

배 한 척이 해안에 접근하고 있었다.

조이피아의 배였다.


카일은 대장에게 산을 내려가 사람들과 합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장은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산을 내려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자기는 계속 전진할 테니 카일이 내려가 사람들과 합류하라고 했다.

그때까지도 카일은 배를 타고 온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카일은 대장과 헤어져 산을 내려갔다.

그사이 날이 저물었다.

괴물들이 우리를 공격할 때 카일이 나타난 것이었다.



카일의 말을 듣고 보니 나는 괴물의 정체가 더욱 궁금했다.

도대체 그것들은 무엇일까.

인간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왜 우리를 죽이지 않고 사로잡아갔을까?

본거지로 데려가 죽이려는 것일까?

아니었다.

죽일 생각이었으면 포로를 그렇게 조심스럽게 다루지는 않았을 것이다.


잡아먹으려는 걸까?

본거지에 닿을 때까지 고기를 신선한 상태로 유지하려고?

그것도 아닐 것 같았다.

조이피아에서의 사냥을 돌아봐도 그런 경우는 없었다.


그때 나는 동료의 말이 떠올랐다.

괴물을 보고 아는 얼굴이라고 말했던 동료였다.

그는 서티스였다.


내가 물었다.

“물고기잡이 코피아.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

“독수리 쓰론. 무엇이든 물어라.”


“아까 괴물을 보고 당신은 아는 얼굴이라고 했었지?”

“그랬었지······.”


“누구 얼굴이었지? 정말 아는 얼굴이었어?”

“······.”


코피아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나무 아래 타오르는 횃불을 바라보다 코피아가 입을 열었다.


“그건······ 우리 아버지 얼굴이었어.”


동료들이 수군거렸다.


코피아의 아버지는 삼십여 년 전, 반란을 주동한 혐의로 섬에서 추방된 인물이었다.

당시 무인도로 추방된 퇸티스와 서티스만 이십여 명에 달했고 그의 아버지도 그중 한 명이었다.


포보스가 말했다.

“코피아. 네 말이 사실이라면······ 유감스럽다고 말해야겠다. 너는 항상 아버지를 그리워했으니까.”

“······.”


포보스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나는 너의 절친한 친구로서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코피아여. 그 괴물이 정말 너의 아버지가 맞는가. 어렸을 때 나도 너의 아버지를 본 기억이 있지만,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 너의 아버지가 맞는가.”


코피아가 몸을 세우며 말했다.

“내 친구 포보스. 누가 자기 아버지의 얼굴을 잊어버릴 수 있겠어. 진장과 경비들에게 끌려가던 아버지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낡은 배에 실려 섬에서 멀어져갈 때 내게 손을 흔들던 아버지의 얼굴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내가 물었다.

“코피아. 틀림없이 그대의 아버지가 맞다는 말이지?”


“그래, 맞다. 그리고 나는 지금 슬픔과 분노를 참을 길이 없어 내 가슴에 칼을 꽂고 싶은 심정이다.”


동료들이 코피아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나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우리 친구 코피아의 말에 따르면 괴물은 그의 아버지가 맞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는 코피아의 아버지가 아니다, 라고. 그는 누구의 아버지도 아니며 조이피아의 사람도 아니다.”


동료들이 웅성거렸다.


“내 생각을 말하겠다. 카일에게서 들었다시피 괴물은 우리를 해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우리 동료를 사로잡아갔다. 어제 나는 여러분에게 괴물들이 우리를 잡아먹을 거라고 말했었다. 이제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괴물들은 우리를 잡아먹는 게 아니고 자신의 동료로 만들고 있다고.”


카일이 말했다.

“맞다. 그런 것 같아. 괴물들이 우리 동료를 데려갈 때 얼마나 소중히 다루는지 여러분도 봤어야 해.”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짰다.

놈들과 다시 부딪치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 생각해둬야 했다.


불 공격.

그리고 이어지는 창 공격.

괴물은 이 두 가지 공격에 취약했다.


포보스가 말했다.

“불화살을 만들자. 그러면 더 멀리서도 괴물들을 공격할 수 있어.”


포보스의 제안은 즉시 동의를 얻었다.



다음날, 날이 밝기 무섭게 나는 사람들을 세 조로 나눴다.


한 개 조에게는 횃불 폭탄 만드는 임무를 부여했다.

그들은 소나무 숲으로 가 배에서 생선 기름을 가져왔다.

뱃사람들은 등불을 켜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배에 생선 기름을 싣고 다녔다.


다른 조는 활과 화살을 만드는 일에 투입했다.

도구가 없어 활을 정교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물론 정교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마지막 한 개 조는 창끝을 손보도록 했다.

창끝이 괴물의 몸을 찌를 때 되도록 살점을 많이 뜯어내게끔 모양을 바꿨다.


작업하는 동안 괴물이 나타날지도 몰랐다.

나는 한 사람을 모래사장 끝 지점에 보내 괴물이 오는지 감시하도록 했다.


모두 열심히 일했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인질을 빨리 구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작업에 집중했다.



점심 무렵 작업이 끝났다.

우리는 풀밭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아론이 말했다.

“잡혀간 사람들은 살아 있을까?”


포보스가 말했다.

“서둘러야 해. 안 그럼 모두 괴물로 변하고 말 거야.”


맞는 말이었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구출할 동료의 수가 줄어들 것이었다.



“출발!”


행군이 재개됐다.

사람 수가 늘어나니 동료들의 사기도 한층 높아졌다.


해가 기울어갈 무렵 산 중턱에 우뚝 솟은 절벽에 닿았다.

절벽의 규모가 어찌나 큰지 그것 하나로 또 하나의 산 같았다.


나무가 자라지 않아 푸른 하늘과 바다가 보였다.

아래쪽을 굽어보니 하얀 모래사장과 소나무 숲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를 보자 동료들의 얼굴이 향수에 젖었다.


“저 수평선 너머에 조이피아가 있어.”

“아내가 보고 싶어.”

“갑자기 술이 먹고 싶어.”


카일이 말했다.

“여기서 대장과 헤어졌어.”


여기서부터는 카일도 초행길이었다.

날이 더 저물기 전에 잠잘 곳을 찾아야 했다.


여기서 찾던가, 절벽을 건너가 찾던가 해야 했다.

아직 해가 있으니 절벽을 건너가 찾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샛길은 절벽의 허리를 가로지르듯 나 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만큼 폭이 좁았다.


그런데 절벽의 규모가 워낙 크고 길이 험해 반대편에 닿기도 전에 날이 저물고 말았다.

우리는 횃불로 주변을 비춰가며 위태로운 샛길을 걸어야 했다.



선두가 반대편 숲에 이르렀을 때였다.

행렬의 후미는 아직 절벽을 건너는 중이었다.


포보스가 소리쳤다.

“괴물이다!”


돌아보니 빨간 빛 여러 개가 절벽을 건너오고 있었다.

동료들이 하나씩 숲으로 들어왔다.


나는 횃불을 들어 주변의 나무를 살펴봤다.

나무들이 하나같이 크기가 작았다.


나뭇가지도 지면과 너무 가까웠다.

여기서 전열을 정비하고 괴물을 맞이하는 게 최선이었다.


나는 동료들에게 지시했다.


“불 폭탄 준비.”

“활 준비.”

“창 준비.”


괴물들이 숲으로 다가왔다.

절벽이 위험한 걸 아는지 녀석들도 움직임이 조심스러웠다.

땅에 몸을 바싹 붙이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괴물들의 움직임이 어딘가 이상했다.

불빛이 지면에 가까운 것은 그렇다 쳐도 불빛 중 두 개가 샛길에서 벗어나 있었다.

샛길에서 벗어나면 낭떠러지였다.

날아오지 않는 한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눈앞의 괴물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종임을 깨달았다.


내가 말했다.

“다른 괴물이야. 내가 신호하면 망설이지 말고 불을 던져.”


우리는 열일곱 명이었다.

싸우려면 열일곱 명이 횡으로 서야 했지만, 이곳은 너무 좁았다.


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열의 동료에게 활을 들라고 명령했다.


“불화살 준비.”


동료들이 화살에 불을 붙였다.


“쏴!”


여섯 개의 불화살이 어둠속으로 날아갔다.

세 개의 불화살이 괴물을 맞췄다.

나머지 화살은 괴물을 넘어가거나 몸에 튕겨 계곡 아래로 떨어졌다.

괴물의 몸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동료들이 비명을 질렀다.

“으악! 저게 뭐야!”


인간 괴물이 아니었다.

괴물의 몸은 털로 뒤덮여 있었고 바닷게처럼 횡으로 펼쳐져 있었다.


가만 보니 괴물은 멧돼지였다.

멧돼지의 몸통 좌우로 또 다른 몸통이 뻗어 나와 있었다.

즉, 괴물은 하나의 주 몸통에 두 개의 보조 몸통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다시 명령했다.

“불화살 쏴!”


몇 개의 불화살이 날아갔다.

화살은 명중률이 높아졌다.


괴물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났다.

괴물의 보조 몸통은 칠면조와 너구리였다.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것 같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괴물의 다리는 멧돼지의 몸통에만 붙어 있었다.


동료들이 화살을 시위에 걸 때 괴물의 뒤쪽에서 기다란 물체들이 떠올랐다.

전갈이 꼬리를 드는 모습 같았다.


전갈의 꼬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개였다.

길이도 훨씬 길었다.

문어나 오징어의 촉수처럼 유연했다.

촉수들이 괴물의 몸통에 붙은 불을 껐다.


우리는 뒷걸음질하며 계속 불화살을 쐈다.

괴물의 촉수는 움직임이 민첩했다.

괴물의 몸통 위에서 뱀처럼 흔들리다 불화살이 날아오면 정확하게 쳐냈다.


불이 나무에 옮겨 붙었다.

촉수들이 나무에 붙을 불을 껐다.


이제 화살은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활을 든 동료를 뒤로 물리고 창을 든 동료들을 앞에 세웠다.


내가 말했다.

“애들은 인간 괴물들하고 달라. 모두 조심해.”


괴물이 숲으로 들어왔다.

거기서 괴물이 걸음을 멈췄다.

괴물이 몸통을 바짝 낮췄다.

우리는 괴물이 달려들 줄 알고 창을 내밀며 자세를 낮췄다.


괴물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괴물의 몸통에서 작은 물체들이 떨어졌다.

주먹만 한 동그란 물체들이었다.


땅에 떨어진 물체들이 부르르 떠는가 싶더니 몸을 펼쳤다.

고슴도치가 몸을 펴는 것 같았다.


그것들의 몸통에서 네 개의 다리가 나왔다.

이마에는 붉은색 빛이 반짝였다.


그것들이 다리를 디디고 우리를 향해 섰다.

그것들은 쥐와 다람쥐, 토끼 모습을 한 괴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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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죽음의 섬-3 21.05.23 36 0 12쪽
20 죽음의 섬-2 21.05.20 66 0 14쪽
19 죽음의 섬-1 21.05.18 40 0 14쪽
18 드러나는 진실-4 21.05.17 37 0 11쪽
17 드러나는 진실-3 21.05.15 43 0 13쪽
16 드러나는 진실-2 21.05.13 44 0 12쪽
15 드러나는 진실-1 21.05.12 36 0 11쪽
14 더러운 음모-6 21.05.12 42 0 11쪽
13 더러운 음모-5 21.05.12 78 0 12쪽
12 더러운 음모-4 21.05.12 57 0 11쪽
11 더러운 음모-3 21.05.11 48 0 11쪽
10 더러운 음모-2 21.05.11 39 0 10쪽
9 더러운 음모-1 21.05.10 47 0 13쪽
8 외부의 피 - 6 21.05.10 50 0 14쪽
7 외부의 피 - 5 21.05.10 54 0 12쪽
6 외부의 피 - 4 +2 21.05.09 57 0 12쪽
5 외부의 피 - 3 21.05.08 53 0 12쪽
4 외부의 피 - 2 21.05.07 85 0 11쪽
3 외부의 피 - 1 21.05.07 69 0 11쪽
2 섬의 운명 21.05.05 118 0 11쪽
1 프롤로그 +2 21.05.05 138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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