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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13
추천수 :
0
글자수 :
113,002

작성
21.05.11 20:04
조회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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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더러운 음모-3

DUMMY

진장이 말했다.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하자고 했던 것이오.”


모두 침묵했다.

수긍하는 것 같았다.


진장이 말했다.

“잘 들어보시오. 씨앗을 잉태하면 소녀는 각별한 보호를 받을 것이오.”


“아이가 태어나면 소녀는 일정 기간 휴식이 필요하오. 소녀가 충분히 휴식했다고 판단하면 우리는 다시 씨앗을 심어야 하오.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되는 것이오.”


세븐티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시일이 많이 소요되겠군······.”


진장이 말했다.

“우리 섬을 살리는 일입니다. 적어도 수십 년이 소요될 일입니다.”


식스티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오······. 우리에겐 시간이 없소······.”


진장이 물었다.

“우리라니 누구 말이오? 누가 시간이 없다는 말이오?”


피프티스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저분 말씀은 더 늙기 전에 씨앗을 주고 싶다는 말입니다. 먼저 기회를 달라는 말씀이지요.”


포티스가 외쳤다.

“이건 말이 안······.”


진장이 말했다.

“의사와 모든 상의를 마쳤소. 순서도 다 정해져 있소.”


세븐티스가 말했다.

“순서를 정해? 어떻게 말이오?”


진장이 말했다.

“나이순으로 가야 합니다.”


포티스가 외쳤다.

“이건 말도 안······.”


세븐티스가 말했다.

포티스에게 하는 말 같았다.

“자네, 한 마디만 더하면 새처럼 날게 될 줄 알게!”


진장이 말을 이었다.

“단, 에잇티스와 세븐티스, 그리고 식스티스는 처음 한 번만 기회가 갈 것입니다. 그 점을 고려해 여러분은 순서를 앞으로 당겼으니 부디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식스티스가 말했다.

“그건 안 될 말이오. 내가 왜 세븐티스, 에잇티스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오?"


짧은 침묵 후에 그가 말을 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나는 지금도 배를 타고 산에 오르오. 밥도 네 끼를 먹소. 그런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란 말이오?”


몇 사람이 헛기침했다.


진장이 말했다.

“잘 알고 있습니다만······ 양해해주실 줄로 믿겠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침묵은 오래갔다.


한참 후 피프티스가 입을 열었다.

“두 가지······ 걱정되는 게 있습니다.”


진장이 물었다.

“말하게.”

“소녀가······ 응할까요?”


식스티스가 말했다.

“당연히 응해야지. 섬의 미래가 걸린 일인데······.”


나는 슬펐다.

그들의 생각 수준이 이 지경일 줄은 미처 몰랐다.

그들이 매사에 이런 식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문제는 아니었다.


진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소녀가 우리 청에 응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소. 이건 꼭 필요한 일이오. 그러나 이왕 질문을 받았으니 하는 말인데······ 소녀가 거부한다고 안 할 거요?”


아무도 말이 없었다.


진장이 덧붙였다.

“소녀가 거부하면 섬이 망하도록 내버려 둘 거요?”


“소녀의 의사는 중요한 게 아니오. 씨앗을 심는 게 중요하오. 우리 섬을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소.”


피프티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마을 사람들입니다. 소녀를 어떻게 할 작정인지 마을 사람들은 궁금해할 것입니다.”


진장이 말했다.

“내 아들을 이용할 것이오.”


세븐티스가 물었다.

“진장의 아들을 어떻게?”


진장이 말했다.

“소녀를 애덤과 혼인시킬 겁니다.”


포티스가 외쳤다.

“그건 말도······”


세븐티스가 소리쳤다.

“너, 이 자식!”


진장이 말했다.

“소녀를 애덤과 혼인시키는 건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식스티스가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더는 소녀 일에 왈가왈부하지 않겠군.”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들려왔다.


피프티스가 말했다.

“그럼 정리해보겠습니다. 소녀는 애덤과 혼인을 합니다. 그러나 명목상 혼인일 뿐입니다. 맞습니까?”

“그래.”


“진짜 혼인은 여기 계신 대표님들과 진장님. 이렇게 일곱 분이 하는 겁니다. 이 일곱 분이 소녀에게 씨앗을 주는 것입니다. 맞습니까?”


어디선가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말씀이오. 일곱 분이라니.”


경비 대장 목소리였다.


진장이 말했다.

“경비 대장은 포함해야 하오.”


피프티스가 말했다.

“그럼 여덟 분입니다.”


그때 모깃소리만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티스였다.

“의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의사도 포함하는 겁니까?”


서티스의 발언에 여럿이 한숨을 내쉬었다.


진장이 말했다.

“그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네.”


이유를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장이 말했다.

“이제 결정이 되었소. 자, 마지막으로 묻겠소. 이의가 있소, 없소. 이의가 있으면 지금 이야기하시오.”


식스티스가 말했다.

“여보시오, 진장.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진장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엄했다.

“아까 그 일이라면 결정에 따르시오!”

“······.”


진장이 말했다.

“이제 끝났소. 우리는 이제 모두 한 몸이오. 이 일이 밖으로 새 나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두 잘 아실 것이오. 그런데도 만약!”

“······.”


“이 일을 외부에 발설하는 자가 있으면 경비 대장이 처리할 것이오. 대장!”


누군가 망루 밖에다 소리쳤다.

“가져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와 새끼 돼지 소리였다.


경비대장이 말했다.

“이 칼은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오. 잘들 보시오.”


무언가 툭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시끄럽게 울던 돼지의 소리가 딱 멈췄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에 선했다.

경비 대장이 대표들에게 은제 칼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다.

단 한 번의 칼질로 새끼 돼지는 두 동강 나 바닥에 나뒹굴었을 것이다.


진장이 말했다.

“이제 끝났소. 자세한 내용은 추후 다시 전달하겠소. 모두 해산하시오.”


나는 래디오를 잠재웠다.

애덤은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었다.

녀석의 어깨가 비 맞은 나뭇잎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녀석이 밖으로 뛰쳐나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지나 않을까 걱정됐다.


“애덤. 괜찮으냐?”


애덤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녀석이 말했다.

“쓰론 형. 이제 어떡할 거야······?”

“일단 마을로 가자. 친구들을 모아 상의해봐야겠어.”


애덤이 몸을 일으키다 휘청했다.

술에 취한 사람 같았다.

나는 녀석을 부축해 산을 내려왔다.


산자락에서 나는 애덤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집에 가 있어. 내가 연락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면 안 돼. 알았지?”


녀석이 가만히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마을로 향하는 애덤의 뒷모습을 보며 녀석이 정신이 돌아 이상한 짓을 꾸미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나는 애덤을 불러세웠다.

“애덤!”


녀석이 축 처진 어깨로 나를 돌아봤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레지나를 지켜줄게. 알았지?”

“······.”


갈라진 앞니를 드러내보이며 녀석이 힘없이 웃었다.


나는 수색대로 향했다.

수색대 거처는 해안 절벽 동굴에 있었다.

나는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주변 동태를 살폈다.

혹시라도 경비들이 잠복해 있으면 몸을 피해야 했다.

경비들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괜한 소동이 일면 계획이 틀어지기 때문이었다.


수상한 동태는 없었다.

나는 몸을 낮추고 바위 사이를 달렸다.


수색대에 남은 유일한 동료는 카일이었다.

카일은 올해 열여덟 살이고 수색대 생활만 10년째였다.

카일과 나는 우리가 조이피아의 마지막 수색대원이 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카일은 동굴 안에서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카일!”


카일이 달려왔다.

내가 수색대 동굴을 찾은 건 엿새만이었다.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마주 앉았다.

카일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 있었다.

카일은 내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식은 들었겠지?”

“······.”


나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분명히 밝히겠다.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카일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 때문에 마음을 졸였음을 알 수 있었다.


“형이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 나는 알고 있었어.”

“고맙다. 그리고······ 카일, 너에게 전해줄 말이 있다.”


나는 카일에게 진장과 대표들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알려줬다.

그들이 사람들을 속이고 레지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지 말해줬다.


카일은 눈만 휘둥그레 뜨고 말을 잇지 못했다.

대표들이 그런 짓까지 모의했다는 사실에 충격 받은 듯했다.


내가 말했다.

“그들을 막아야 해. 자칫하면 조이피아는 영원히 그들 손에 놀아나게 돼.”

“어떻게 할 생각이야?


"퇸티스와 힘을 합쳐야 해. 그들을 만나 사실을 알려주고 상의해야 해."


카일은 내 제안에 동의했다.

녀석은 벌써부터 퇸티스와 자주 어울리던 참이었다.


내가 말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이면 안 돼. 나 대신 네가 퇸티스를 소집해다오.”


바깥이 어둑했다.

우리는 모닥불에 빵과 고기를 데웠다.

음식을 찢어 입에 넣는 카일의 얼굴이 비장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바로 움직였다.

카일이 먼저 동굴을 떠났다.

시차를 두고 나도 마을로 향했다.


멀리 어둠 속에 마을 외곽을 달려가는 카일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카일과 반대 방향으로 가야 했다.


진장의 집이 보였다.

경비가 넷이나 배치된 걸로 봐 레지나는 아직 진장 집에 머무르는 것 같았다.


레지나의 방에서 불빛이 새 나왔다.

경비들은 각각 동서남북 한 방위씩 맡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소동을 일으킬 때가 아니었다.


나는 재물 창고 뒤쪽으로 갔다.

나뭇가지를 끌어모았다.

주머니에서 부싯돌을 꺼내 나무에 불을 붙였다.


나는 진장 집 앞 나무에 몸을 숨겼다.

창고 뒤쪽에서 불길이 일었다.

멀리서 보면 창고에 불이 난 것처럼 보일 것이었다.


경비가 소리쳤다.

“불이야!”


재물 창고는 조이피아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다.

창고 물건을 잃으면 진장은 사람들을 다스릴 힘을 잃는다.

경비들이 창고로 달려갔다.


나는 진장 집 울타리를 넘었다.

창으로 레지나의 방을 들여다봤다.


레지나가 방구석에 무릎을 감싸고 앉아 있었다.

황금색 머리카락이 그녀의 몸을 뒤덮고 있었다.

자신의 머리카락에 몸을 숨긴 것 같았다.


“레지나!”

레지나가 머리를 들었다.


“여기야!”

레지나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레지나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휘청하더니 바닥에 손을 짚고 쓰러졌다.


방 한쪽에 음식 그릇이 뒹굴었다.

그릇마다 음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레지나가 네발로 기듯 창으로 다가왔다.

레지나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우리는 창살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봤다.


레지나가 말했다.

“독수리 쓰론······.”


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낮고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가 고막에서 곧장 심장으로 달음질치는 것 같았다.


레지나는 더 야위어 있었다.

나는 창살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내 손이 레지나의 볼에 닿았다.

레지나가 자기 손을 내 손에 포갰다.


내가 말했다.

“레지나. 조금만 참아.”


레지나가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나를 구해줘. 독수리 쓰론······.’


나는 음식 접시를 가리켰다.

“저걸 먹어야 해. 그래야 내가 레지나를 구할 수 있어.”


레지나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내 말에 용기를 얻은 것 같았다.


내가 말했다.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내가 친구들을······.”


순간, 레지나의 두 눈이 벌어졌다.

그녀의 시선이 내 어깨 너머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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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드러나는 진실-4 21.05.17 37 0 11쪽
17 드러나는 진실-3 21.05.15 44 0 13쪽
16 드러나는 진실-2 21.05.13 45 0 12쪽
15 드러나는 진실-1 21.05.12 36 0 11쪽
14 더러운 음모-6 21.05.12 42 0 11쪽
13 더러운 음모-5 21.05.12 79 0 12쪽
12 더러운 음모-4 21.05.12 58 0 11쪽
» 더러운 음모-3 21.05.11 49 0 11쪽
10 더러운 음모-2 21.05.11 40 0 10쪽
9 더러운 음모-1 21.05.10 47 0 13쪽
8 외부의 피 - 6 21.05.10 51 0 14쪽
7 외부의 피 - 5 21.05.10 55 0 12쪽
6 외부의 피 - 4 +2 21.05.09 58 0 12쪽
5 외부의 피 - 3 21.05.08 54 0 12쪽
4 외부의 피 - 2 21.05.07 86 0 11쪽
3 외부의 피 - 1 21.05.07 70 0 11쪽
2 섬의 운명 21.05.05 1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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