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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01
추천수 :
0
글자수 :
113,002

작성
21.05.11 06:54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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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더러운 음모-2

DUMMY

날이 밝았다.

나는 애덤을 깨웠다.


“너,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쓰론 형. 밥 먹었어?”

“밥······.”


나는 땅속에 묻어둔 말린 멧돼지고기를 꺼냈다.


간단한 식사를 끝내고 나는 애덤에게 말했다.

“진장과 대표들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아야 해.”


애덤의 눈이 반짝거렸다.

녀석은 내가 무모하고도 위험한 일을 꾸미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말했다.

“대표 중 한 사람에게 래디오를 붙여야 해.”


"누구한테 붙일까?"

“너랑 가장 친한 대표가 누구지?”


애덤이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한참 후 애덤이 말했다.


“세븐티스.”


내 생각에도 세븐티스가 제격일 듯했다.


“근데 쓰론 형. 어떻게 그 사람 귀에 래디오를 붙이지?”


나는 가만히 애덤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애덤. 그걸 세븐티스의 귓불에 붙이면 어떻게 하냐.”


애덤이 곰곰 생각하더니 아하 그렇지, 했다.


내가 말했다.

“레지나가 말했잖아. 래디오를 다른 데 붙이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


녀석은 이번에도 아하, 했다.

우리는 세븐티스의 몸 어디에 래디오를 붙이는 게 좋을지 생각했다.


애덤이 말했다.

“등 가운데.”

“왜?”


“손이 안 닿잖아.”

"아하!"

녀석 말이 맞았다.


내가 물었다.

“영감 등판에 무슨 수로 래디오를 붙일 거야?”

"빨간 술을 먹일 작정이야."

"아하!"


애덤이 물었다.

“형. 레지나는 어떻게 할 셈이야?”

“래디오로 그걸 알아내기를 바라야지.”


애덤이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쓰론 형. 난 형만 믿어······.”


애덤, 개자식······.

내 앞에서 그런 슬픈 표정을 짓다니······.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애덤 이 자식이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일었다.

내가 레지나한테 흑심이라도 품을까 봐 미리 선수를 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안돼, 안돼.’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왜 이런 생각이 들지. 여자 때문에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녀석을 의심하다니······.’


과연 여자는 위험한 존재로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능하면 레지나를 생각하지 않고 레지나가 겪는 문제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마음먹는다고 될지는 몰라도 일을 제대로 하려면 그래야 했다.



*



애덤이 내 은신처를 다시 찾은 건 사흘이 지난 늦은 오후였다.

녀석 표정을 보고 나는 우리의 ‘래디오 임무’가 성공했음을 직감했다.


내가 물었다.

“성공했니?.”


녀석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형이 맞춰봐.”


나는 녀석에게 임무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상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애덤이 말했다.

“세븐티스 영감이랑 나는 전에도 가끔 술을 마셨어.”


둘은 재물 창고에서 만났다.

술기운이 거나해지자 애덤이 세븐티스에게 말했다.


“영감님. 어깨 아프지 않아요?”


세븐티스가 말했다.

“애덤. 나는 젊었을 때부터 멧돼지를 키웠다. 너는 돼지를 안 키워봐서 모르지? 그건 정말이지 뼈마디가 아플 정도로 힘이 드는 일이란다.”


애덤은 세븐티스 영감 대화 습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간단히 끝낼 수 있는 말도 세 배 혹은 네 배까지 늘려 말하곤 했다.

마을 사람들,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의 질질 끄는 이야기를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는 건 애덤이 가진 또 하나의 특기였다.


세븐티스가 말했다.

“내가 너희 아버지보다 젊었을 때 일이란다. 축사에 커다란 멧돼지가 한 마리 있었지. 어금니가 제 이마에 닿을 만큼 길게 자란······.”


평소 같으면 애덤도 날이 새도록 이어지는 영감 넋두리를 들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애덤에게 임무가 있었다.


애덤이 말했다.

“그래, 영감님. 어깨가 아프다는 거에요, 안 아프다는 거에요?”


세븐티스가 말했다.

“가만있어 봐, 이 친구야. 그러니까······.”


세븐티스가 말을 멈추고 애덤을 쳐다봤다.


애덤이 물었다.

"왜 그래요?"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어깨가 아프다고 한 것 같은데요?”

“그래. 이쪽 어깨가 아주 좋지 않아. 이유를 알고 싶지?”


“아니요.”

“그럴 줄 알았다. 그 수퇘지란 놈이 내가 밥을 주고 있는데 어깨를······.”


애덤이 영감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영감이 물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니?”

“안마해주려고요.”


영감이 말했다.

“넌 참 기특한 아이로구나. 내게 안마를 해주다니.”


애덤이 세븐티스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영감이 말했다.

“얘야, 애덤. 언젠가 우리 마을에 안마를 잘하는 아이가 있었단다. 어찌나 안마를 잘하는지 '안마의 신'이라고 부를 만했단다. 이유를 알고 싶지?"


“별로······.”

“그럴 줄 알았다. 그 아이는 말이지······.”


세븐티스가 떠들어대는 동안 애덤은 무난히 래디오 임무를 마칠 수 있었다.

임무를 끝낸 애덤은 맘편히 세븐티스의 수다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말했다.

“너도 세븐티스를 닮아가는구나. 그렇게 이야기를 질질 끌다니.”

“형이 그랬잖아. 상세히 설명하라고.”


“자, 래디오를 내게 줘. 그 작자들이 모여 무슨 작당을 하는지 알아보자.”


나는 래디오를 귓불 뒤에 붙이고 래디오의 잠을 깨웠다.

대표들이 언제 회동하는지 모르는 터라 나는 그들이 모일 때까지 계속 래디오를 듣고 있어야 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줄기차게 이어지는 세븐티스 주절거림을 듣는 일은 고역이었다.

그의 수다를 듣느니 차라리 무인도로 추방당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음 날 저녁, 그들이 회동했다.

거친 숨소리와 나무 계단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븐티스와 다른 몇이 망루 계단을 오르는 소리였다.


대표들이 인사를 주고받았다.

여느 때처럼 진장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했다.


진장이 입을 열었다.

그가 바로 본론을 꺼내는 걸로 봐 대표들은 이 문제로 이미 여러 번 만난 것 같았다.


“의사가 소녀를 검사했소. 의사 말에 따르면 소녀는 건강한 상태요.”


피프티스가 말했다.

“자,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진장이 말했다.

“한 사람 가지고는 안 되오. 의사도 그렇게 말했어.”


피프티스가 말했다.

“그 말씀은······.”


진장이 말했다.

“여럿의 씨를, 여러 차례에 걸쳐 줘야 하오.”


포티스가 말했다.

“여럿이라면······ 여럿을 어떻게 선정하기로 했습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기침 소리, 물건 만지는 소리, 누군가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래디오 소리가 워낙 생생해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았다.


진장이 말했다.

“일이 확대되면 안 됩니다. 자칫 조이피아의 모든 사람을 설득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여기 모인 사람들로 한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피프티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기 모인 모두 말씀입니까?”


그의 거친 목소리에서 거부 의사가 느껴졌다.


진장이 말했다.

“그래야지, 어떡하나.”


피프티스가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식스티스도 계시고 세븐티스도 계십니다. 에잇티스도 계시고요. 설마 그분들까지······.”


진장이 말했다.

“의사 말로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비정상아를 출산할 위험이 낮을 거라더군. 물론 '그것'이 가능하다는 조건에서 말일세.”


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그들은······ 짐승이었다.


그때 포티스가 말했다.

“저······ 말씀드리기 그렇습니다만······, 이 일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장이 말했다.

“자네 눈에는 우리가 신중하지 않게 보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포티스가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만······, 여기 계신 모두 씨를 주다니요. 그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식스티스가 말했다.

“이유가 뭔가?”


식스티스 목소리에서 적의가 느껴졌다.

그는 포티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포티스가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멧돼지와 칠면조를 키웁니다. 저는 그것들을 많이 번식시켜서 조이피아의 식탁에 고기가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합니다.”


세븐티스가 말했다.

“자네는 말을 너무 빙빙 돌려. 좀 짧게 말할 수 없나!”


포티스가 말했다.

“무슨 말씀이냐면, 출산이라는 것이 암컷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다른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수컷이 강해야 가축들이 잘 잉태합니다. 또, 수컷이 강해야 강한 새끼가 태어나고 잘 자랍니다. 암컷 돼지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컷들은 할 수 있으면 강한 수컷하고만 짝짓기를 하는 것입니다.”


세븐티스가 말했다.

“우리가 가축인가?”


식스티스가 말했다.

“우리가 멧돼진가?”


피프티스가 으르렁거렸다.

“자네가 나보다 강한가?”


에잇티스도 말했다.

“자네처럼 살이 많으면 건강한가?”


포티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무려 이십오 년을 가축들과 살아서······.”


진장이 나섰다.

“이보게. 포티스. 자네 말이 전적으로 틀렸다는 건 아니네. 한 가지 묻겠네. 자네 말대로 가축의 새끼가 수컷의 씨앗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미안한 말이네만 자네 아버지는 어떻게 된 건가.”


포티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우리 아버지가 어떻다는 말씀입니까!”


식스티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 이런 일을 힘이니 강하니 하는 저급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포티스가 악을 썼다.

“그럼 뭐가 중요합니까?”


식스티스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지식이지. 인간은 모름지기 가축과 다르니까.”


피프티스가 끼어들었다.

가소로운 듯 그가 말했다.

“지식? 무엇에 대한 지식 말입니까? 소녀에 관해서 우리는 모두 같습니다. 저렇게 젊고 우리와 다르게 생긴 여자에 대해 식스티스는 지식을 갖고 있기나 하십니까?”


“아니, 내 말은······.”


피프티스의 말은 이어졌다.

“노인장 말대로 씨를 고를 때 지식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면 우리 모두는 아니, 우리 섬의 모든 남자는 시험을 치르고 혼인했어야 맞습니다.”


식스티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노인장?”


조이피아에서 ‘노인’이라는 말은 금지어였다.

금지어가 난무할 만큼 회의 분위기가 험악해져 있었다.


그때 누군가 책상을 내리쳤다.

진장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나는 이미 짐작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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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더러운 음모-4 21.05.12 58 0 11쪽
11 더러운 음모-3 21.05.11 48 0 11쪽
» 더러운 음모-2 21.05.11 40 0 10쪽
9 더러운 음모-1 21.05.10 4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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