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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17
추천수 :
0
글자수 :
113,002

작성
21.05.12 22:46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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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드러나는 진실-1

DUMMY

나는 나무 그늘에 몸을 숨겼다.

애덤이 어디로 가는지 예상해야 했다.


녀석은 바닷쪽 관문으로 갔다.

카일이 무인도로 떠나기 위해 마련한 배편으로 이 섬을 떠날 작정이었다.


나는 어둠 속을 달렸다.

녀석보다 먼저 선착장에 도착해야 했다.

관문을 빠져나가자 바다 쪽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저기 독수리 쓰론이 있다. 잡아라.”

“독수리가 마을을 불태우고 도망친다. 잡아라.”


사람들과 실랑이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길에서 벗어나 야산으로 올라갔다.

야산을 가로지르면 선착장으로 가는 샛길이 나왔다.


횃불이 없어 숲을 달리기가 어려웠다.

마음은 급하고 숲은 울창했다.


온몸이 땀으로 후줄근했다.

달이 바다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멀리 샛길이 보였다.


샛길을 달리자 선착장이 눈에 들어왔다.

선착장엔 한 척의 고깃배도 보이지 않았다.

애덤이 떠나면서 배를 모두 침몰시킨 것 같았다.


배가 섬을 벗어나려면 조류를 타야 했다.

조류는 섬의 뒤편에서 밀려와 고래바위 앞으로 빠져나갔다.

애덤은 고래바위로 갔을 것이었다.


나는 선착장을 떠나 해변을 달렸다.

야자수가 자란 해변을 지나면 땅이 바위로 뒤덮인 현무암 지대가 나왔다.


고래바위는 현무암 지대에 높이 솟은 거대한 바위로 모양이 바다를 굽어보는 바다표범을 닮은 바위였다.


그곳은 섬을 지나는 고래를 감시하고 때때로 섬에 가까이 헤엄치는 고래에게 작살을 던지는 곳이었다.


달빛을 받은 고래바위가 보였다.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막 현무암 지대에 들어섰을 때였다.

무언가 발에 걸렸다.

누군가 쳐놓은 밧줄에 걸린 것이다.


나는 바닥에 굴렀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몸으로 나를 눌렀다.


나는 용을 썼다.

그러나 수십 명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가슴과 배가 눌려 숨을 쉴 수 없었다.

몸이 축 늘어졌다.

사람들이 나를 밧줄로 묶었다.


누군가 내 얼굴에 횃불을 들이밀었다.

횃불을 든 사람이 말했다.


“독수리 쓰론이 맞습니다.”


“칠면조 쓰론······.”

진장의 목소리였다.


사람들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사람들 사이로 진장이 걸어왔다.


진장의 얼굴이 내 코앞에 다가왔다.

“드디어 잡았다. 이 칠면조 새끼!”


그의 일그러진 얼굴이 환희로 채워져 갔다.


“소녀를 찾았습니다.”

경비대장 목소리였다.


진장이 말했다.

“어디에 있어?”


“배를 타고 고래바위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진장이 중얼거렸다.

“섬을 빠져나갈 생각이군······.”


진장이 말했다.

“모두 고래바위로 가자.”


사람들이 고래바위로 몰려갔다.

나도 밧줄에 묶여 사람들에게 끌려갔다.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머릿속이 안개가 낀듯 멍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 머릿속은 오직 애덤과 레지나, 동료들 걱정으로 꽉 차 있었다.


고래바위 위에서 사람들이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 배가 온다!”

피프티스 목소리였다.


멀리서 배 한 척이 빠른 조류를 타고 미끄러지듯 다가오고 있었다.

달빛이 바다와 해안을 환하게 비췄다.


배 위에 두 사람 형체가 또렷이 보였다.

그러나 밤중이라 누구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진장이 말했다.

“장작에 불을 붙여라!”


고래바위에는 야간에도 바다를 볼 수 있도록 장작더미가 쌓여 있었다.


사람들이 장작에 불을 붙였다.

불길이 타올랐다.

배 이물에 앉아 있던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사람들이 소리쳤다.

“돌아와라. 섬으로 돌아와라.”


배의 이물에 작은 불꽃이 일더니 흰색의 가느다란 줄이 해안으로 뻗어왔다.

흰색의 줄이 끝나는 곳, 현무암 지대에 굉음과 함께 화염이 일었다.

사람들이 놀라 뿔뿔이 흩어졌다.


배의 이물에선 연신 불꽃이 일었다.

그때마다 하얀 선이 해안으로 뻗어왔고 현무암 지대는 굉음과 화염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람들 몇이 쓰러져 신음했다.


“팔이 없어졌어.”

“도와줘.”

“살려줘. 다리가 사라졌어.”


사람들은 암초 뒤에 숨어 꼼짝도 안 했다.


진장이 내게 물었다.

“독수리 쓰론. 말해라. 저게 뭐냐. 배에 누가 타고 있느냐.”


내가 말했다.

“불이다. 배에는 애덤이 타고 있다. 애덤이 우리에게 불을 쏘고 있다.”


진장이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하는 거냐. 애덤이라니. 불을 쏘다니. 바른대로 말해라. 저놈은 누구며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나는 거듭 말했다.

“저건 애덤이다. 애덤이 우리에게 지옥의 불덩어리를 던지는 거다.”


대장이 말했다.

“저건 카일입니다. 카일이 어제부터 배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마을에서 식량을 훔쳐 가는 걸 사람들이 봤습니다.”


진장의 얼굴에 뜻 모를 미소가 번져갔다.

그는 독한 짓을 할 때마다 그런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했다.


진장이 피프티스를 불렀다.

“작살잡이! 작살잡이 어디 있느냐!”


피프티스가 달려왔다.

그는 뛰어난 작살잡이였다.


진장이 말했다.

“저 배에 탄 놈은 수색대 카일이다. 카일이 쓰론과 짜고 소녀를 빼돌렸다.”


피프티스가 이를 갈았다.

“이 죽일 놈들······.”


진장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돌아오라고 말해봐라. 돌아오지 않으면 죽인다고 해.”


사람들이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소리쳤다.

“섬으로 돌아와라. 돌아오면 살려주겠다. 돌아오지 않으면 죽이겠다.”


애덤이 화염으로 응답했다.


화염을 피해 몸을 낮추며 진장이 피프티스에게 말했다.

“자네, 저놈을 맞출 수 있겠나?”


피프티스는 조이피아 최고의 작살잡이였다.


나는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안 돼!”


대장이 몽둥이로 나를 쳤다.

나는 계속 소리쳤다.


“저건 애덤이야. 안 돼! 애덤! 애덤!”


진장이 소리쳤다.

“이놈 주둥이를 막아.”


누군가 헝겊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고래고래 소리 질렀지만 음, 음, 하는 신음만 새 나왔다.


진장이 피프티스에게 말했다.

“조심해. 카일을 맞춰야 해. 소녀를 다치게 해선 안 돼.”


진장이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는 바다에 뛰어들어 소녀를 건져낼 준비를 해."


피프티스가 바위 너머로 배를 살폈다.


이리저리 거리와 방향을 재보던 그가 말했다.

“이 정도 거리면······ 맞출 수 있습니다.”


진장이 대장에게 말했다.

“사람들에게 카일의 주의를 끌라고 해.”


대장이 명령했다.

“모두 내가 신호하면 횃불을 흔들고 소리를 질러라.”


대장의 명령에 사람들이 횃불을 준비했다.


진장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잘 봐둬라······. 칠면조 쓰론······.”


피프티스가 고래바위로 올라갔다.

그의 손에는 두 개의 작살이 들려 있었다.


아아······.

애덤, 애덤······.


배가 빠른 속도로 고래바위 앞을 지나고 있었다.

달빛이 배를 비췄다.

한 사람은 고물에 앉고 한 사람은 이물에 서 있었다.

이물에 선 사람이 막대기를 들고 해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장이 소리쳤다.

“횃불을 들고 소리를 질러라!”


사람들이 바위 밖으로 횃불을 흔들어댔다.


“와아, 와아”

사람들이 함성을 질러댔다.


일부는 배를 향해 창을 던지고 얼른 몸을 숨겼다.

애덤이 기다렸다는 듯 화염을 날렸다.

무수한 흰색의 선들이 배의 이물과 해안을 연결했다.

하얀색 선의 끝에서 화염이 연신 솟구쳤다.


작살잡이가 고래바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애덤은 횃불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작살잡이가 작살을 어깨에 들쳐멨다.

나는 고래바위로 뛰어올랐다.

사람들이 내 몸을 눌렀다.


작살잡이가 작살을 던졌다.

애덤이 고래바위를 향해 화염을 쐈다.

배와 고래바위가 흰 선으로 연결됐다.

흰 선 위로 검은색 물체가 날아갔다.

얇고 긴 물건, 작살이었다.


고래바위에 화염이 일고 작살잡이가 아래로 뛰어내렸다.

작살이 배의 이물에 꽂혔다.

작살이 배에 꽂히면서 형체가 움직임을 멈췄다.

작살이 형체를 배에 고정한 것 같았다.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레지나였다.


레지나가 애덤에게 매달려 울부짖었다.

“애덤! 애덤!”


레지나는 애덤의 몸에서 작살을 빼내려 하고 있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배가 빠른 속도로 섬에서 멀어져갔다.


진장이 내 입을 틀어막은 헝겊을 풀었다.

“저 배에 누가 타고 있느냐, 쓰론?”


나는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애덤이다.”


진장이 미친 듯이 내 몸을 흔들어댔다.

“아니야. 애덤은 마을에 있다. 다시 묻겠다. 저 배에 누가 타고 있었느냐.”


내가 말했다.

“당신의 쓸모없는 아들······ 애덤이다.”


바다에 배는 보이지 않았다.

무심한 달빛 아래 레지나의 울음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



나는 버려진 축사에 갇혔다.

축사는 더럽고 냄새가 심했다.

경비 다섯이 나를 지켰다.


미카엘과 동료들이 찾아왔다.

그들이 창살 너머로 밥과 멧돼지고기를 넣어줬다.

나는 게걸스럽게 먹었다.


경비가 말했다.

“대표들이 올지도 몰라. 음식만 넘겨주고 얼른 가.”


미카엘이 내게 말했다.

“다친 데는 없어?”

“없어. 괜찮아······.”


내가 물었다.

“애덤은······ 찾았어?”

“애덤은 배와 함께 떠내려갔어.”


아아. 가엾은 애덤······.

나는 고개를 떨궜다.

내 탓이었다.

애덤의 마음을 헤아렸어야 했다.


경비가 말했다.

“너희들, 그만 가줘야겠어. 진장이 알면 우리 혼단다고.”


동료들 몇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물었다.

“카일이랑 아론은 어디 갔어? 설마 다친 건 아니겠지?”


미카엘이 경비의 눈치를 살피며 내게 말했다.

“카일은 어젯밤 무인도로 떠났어. 퇸티스 몇을 데리고.”


내가 물었다.

“배가 없을 텐데.”

“고래잡이들 배를 타고 갔어.”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미카엘이 덧붙였다.

“오늘 아침에 섬에서 두 척의 배가 떠났어. 그중 한 척에 대장이 탔다는 소문이야. 소녀를 찾아 데려올 거래.”


내가 물었다.

“진장은?”

“진장은 섬에 있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 배를 구해야 했다.


“미카엘. 나를 꺼내줄 방법 좀 찾아봐. 그리고 배를 구해줘.”


미카엘이 속삭였다.

“지금 서티스랑 이야기하고 있어. 포티스랑도 접촉하는 중이고. 조금만 기다려.”


서티스······, 포티스······.


나는 30년 전의 반란 사건을 떠올렸다.

그들이 퇸티스를 해코지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러나 지금은 전적으로 미카엘의 능력에 맡겨야 했다.


동료들이 떠났다.

축사에 누워 나는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된 걸까.

모든 계획이 착착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마을 사람 모두가 나를 원망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레지나를 욕심내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믿고 있다.


애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다쳤다.

레지나도 잃었다.

이 모든 일이 나 때문에 일어났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하루빨리 누명을 벗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동료들의 안전과 레지나의 구출에만 생각을 집중해야 했다.



밤이 왔다.

냄새가 심하고 잠자리가 불편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경비들이 축사 앞에 모닥불을 지피고 밤새 두런거렸다.


배가 고팠다.

경비들은 저희만 밥을 먹었다.


“독수리 쓰론. 진장이 너를 굶기래. 우리도 어쩔 수 없어.”



밤이 깊어갔다.

보름달이 조이산 꼭대기에 떴다.


어디선가 가벼운 발소리가 났다.


“수고들 많지요.”


경비들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창을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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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드러나는 진실-3 21.05.15 44 0 13쪽
16 드러나는 진실-2 21.05.13 45 0 12쪽
» 드러나는 진실-1 21.05.12 37 0 11쪽
14 더러운 음모-6 21.05.12 43 0 11쪽
13 더러운 음모-5 21.05.12 79 0 12쪽
12 더러운 음모-4 21.05.12 58 0 11쪽
11 더러운 음모-3 21.05.11 49 0 11쪽
10 더러운 음모-2 21.05.11 40 0 10쪽
9 더러운 음모-1 21.05.10 47 0 13쪽
8 외부의 피 - 6 21.05.10 51 0 14쪽
7 외부의 피 - 5 21.05.10 55 0 12쪽
6 외부의 피 - 4 +2 21.05.09 58 0 12쪽
5 외부의 피 - 3 21.05.08 54 0 12쪽
4 외부의 피 - 2 21.05.07 86 0 11쪽
3 외부의 피 - 1 21.05.07 7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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