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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07
추천수 :
0
글자수 :
113,002

작성
21.05.23 07:53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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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죽음의 섬-3

DUMMY

굉음은 절구통으로 쌀을 찧는 소리 같았다.

무언가 육중한 것이 걷는 소리였다.


나는 지그시 눈을 떴다.

반딧불이가 숲을 배회하고 있었다.

초저녁보다 개체 수가 많이 준 것 같았다.


쿵.

쿵.


발소리와 함께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풀 지르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끽. 끼익. 끽.


쇠가 마찰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발소리와 쇳소리, 풀 지르밟는 소리가 한 덩어리가 돼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었다.

봇짐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반딧불이의 노란색 불빛 사이로 붉은색 빛이 나타났다.

점처럼 작지만, 선명한 빛이었다.

불빛은 네 개였고 두 쌍씩 짝을 지어 움직였다.

반딧불이가 불빛에 밀려나듯 흩어졌다.


나는 추적자들이 우리를 잡으러 온 것을 알았다.

의아한 일이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떻게 우리를 찾았을까.


나는 가까운 곳에 잠든 동료를 창으로 찔렀다.


“뭐야.”

“일어나. 추적자들이 왔어.”


동료가 자신의 몸을 묶은 밧줄을 푸는 소리가 들렸다.


동료가 물었다.

“모두 깨울까?”

“그래. 놀라지 않도록 깨워야 해.”


그사이 빨간 불빛은 우리가 있는 소나무 아래까지 왔다.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빨간 불빛 네 개가 나무 아래 와있을 뿐이었다.


텅.

텅.


그것이 나무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동료들이 깨어났다.


“뭐야. 무슨 소리야.”


내가 말했다.

“모두 일어나. 추적자들이 왔어.”

“어디?”

“나무 밑에.”


즈윽.

즈윽.


나무줄기를 긁는 소리였다.

추적자들이 나무줄기를 긁고 있었다.


끼익.

끼익.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쇠가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도대체 녀석들이 나무 아래에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봇짐에서 부싯돌을 꺼냈다.

두 손을 아래로 향해 부싯돌을 쳤다.

부싯돌이 불꽃을 튀겼다.


“으윽!”

“저게 뭐야!‘


동료들이 비명을 질렀다.

놀라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계속 부싯돌을 쳤다.


부싯돌 불꽃이 튈 때마다 추적자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였다.

둘이었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단코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의 모습을 한 괴물이었다.


괴물은 머리카락이 다 빠진 머리통에 창백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어두워 몸통은 보이지 않았지만, 웃통을 벗고 있었다.

슬개골 근처에 빨간 빛 두 개가 반짝이고 있었다.


어깨의 양 끝단,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쇠붙이가 붙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괴물의 팔이 쇠로 되어 있었다.


동료들도 모두 부싯돌을 꺼내 불꽃을 튀겼다.

괴물들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괴물의 팔이 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움직였다.

가만 보니 팔이 여러 개의 관절로 이루어져 있었다.

손이 있어야 할 부위에 손 대신 날카로운 칼날이 붙어 있었다.

그 칼날로 나무줄기를 긁어댔는데 가만 보니 나무를 긁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 오르려는 것 같았다.


나는 괴물에게 소리쳤다.

“너는 도대체 뭐냐! 인간이냐, 동물이냐!”


내 말을 못 알아듣는지 괴물은 대꾸도 없이 나무줄기만 긁어댔다.

괴물 중 하나는 내가 있는 나무에, 다른 하나는 포보스의 나무 아래에 있었다.


나는 불꽃을 계속 튀겨 괴물의 생김새를 살펴봤다.

괴물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


눈에는 눈꺼풀이 없고 눈동자도 없었다.

자세히 보니 눈동자가 있어야 할 곳에 다른 것이 들어가 있었다.


여러 겹으로 된 구슬 같았다.

부싯돌이 불꽃을 튀길 때마다 구슬이 가운데 부분이 부풀었다 줄었다.

나는 구슬이 인간의 눈동자처럼 빛의 밝기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다시 묻겠다. 너는 뭐냐! 괴물이냐?”

내가 물었지만, 괴물은 여전히 나무줄기만 긁어댔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저 얼굴······ 내가 아는 얼굴이야!”


누군가 말했다.

“아는 얼굴? 괴물이 조이피아에서 왔단 말이야?”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괴물들이 몸을 홱 돌렸다.

괴물들의 뒤쪽에서 불꽃이 반짝하고 일었다.

다음 순간, 어둠 속에 불길이 이는가 싶더니 여러 개의 불덩어리가 타올랐다.

불덩어리 주변에 사람들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이 괴물에게 불덩어리를 던졌다.

괴물이 팔을 들어 불덩어리를 막았다.

불덩어리가 괴물의 팔에 명중하며 폭발했다.

폭발한 불덩어리가 물처럼 괴물의 몸에 쏟아졌다.

몸에 불이 붙은 채 괴물들이 사람들에게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쿵쿵쿵쿵.


괴물들은 뛰지는 않으나 걸음이 빨랐다.

사람들이 계속 불덩어리를 던졌다.

어느새 괴물의 몸은 불덩어리가 됐다.


고기 타는 냄새가 났다.

괴물들이 두 팔을 허우적댔다.

그러나 괴물들은 비명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어둠속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공격!”


아론의 목소리였다.


“와아!”

함성과 함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괴물의 불길이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사람들이 창으로 괴물을 찔렀다.


내가 소리쳤다.

“우리도 내려가서 싸우자! 괴물을 죽이자!”


동료들이 함성을 지르며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와아!”

“괴물을 죽이자!”


모두 창을 들고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우리는 이쪽에서, 카일은 저쪽에서 괴물을 공격했다.


그런데 괴물들은 우리와 싸우기보다 제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무에 옮겨 붙은 불을 발로 밟아 끄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괴물은 비명을 지르거나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괴물은 나무 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덩치가 컸다.

우리보다 머리가 서너 개는 더 있어 보였다.

그렇게 큰 괴물들이 불붙은 몸으로 허둥대는 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용기가 치솟았다.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괴물은 인간과 쇳덩어리가 합쳐진 모습이었다.

머리와 목, 어깨, 가슴, 몸통, 골반까지는 인간의 것이었다.

나머지 부분은 모두 쇠붙이로 되어 있었다.

인간과 쇠가 만나는 부위가 쇠줄 같은 것으로 이어져 있었다.


괴물들이 몸을 돌려 샛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으로 도망칠 심산이었다.


우리는 괴물을 쫓아가며 창으로 계속 찔렀다.

괴물의 등은 쇳덩어리로 되어 있었다.

창끝이 쇠에 부딪혀 쨍, 쨍, 하는 쇳소리만 났다.


괴물을 멀찌감치 쫓아 보낸 후 우리는 동료들에게 돌아왔다.


“독수리 쓰론!”

카일의 목소리였다.


카일은 한 손에 횃불을, 다른 손엔 창을 들고 있었다.

우리는 무기를 내던지고 서로의 팔뚝을 맞잡았다.


아론도 달려왔다.

“독수리 쓰론!”

“카일! 아론! 무사해서 다행이야!”

“네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


동료들 모두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퇸티스는 모두 무사했다.

포보스를 비롯한 서티스도 다친 사람이 없었다.


카일이 말했다.

“쓰론 형. 나무 위로 올라가야 해. 괴물들이 또 올지도 몰라.”


우리는 소나무 군락으로 돌아왔다.

나무에서 떨어진 짐을 찾아야 했다.


괴물과의 첫 전투를 승리로 이끈 우리는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느라 동료들은 여념이 없었다.


“끝까지 쫓아가서 숨을 끊어놓는 건데!”

“머리를 자를 걸 그랬어.”


“내가 창으로 괴물의 복부를 찔렀는데 그게 치명상이었어.”

“나는 괴물의 가슴을 찔렀어. 조금만 옆을 겨냥했으면 심장을 관통했을 거야.”


모두 나무 위로 올라갔다.

나는 나무 밑에 횃불을 피웠다.

괴물에게 발각될까 봐 불을 피우지 않았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괴물은 어둠 속에서도 잘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네 그루의 나무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나는 카일과 같은 나뭇가지에 올랐다.


나는 카일에게 물었다.

“그것들은 다 뭐냐. 인간이냐, 괴물이냐.”


카일이 말했다.

“괴물이야. 기계로 된 괴물.”

“기계? 방앗간이나 풍차 같은 거 말이야?”


“그런 것 같아.”

“사람 몸뚱이를 가지고 있잖아.”


“자세한 건 나도 몰라. 하지만 인간은 절대로 아니야.”


카일이 갈증을 호소했다.

나는 봇짐에서 물통을 꺼내 그와 나눠 마셨다.


내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괴물들을 따라온 거야?”

“형이 해안에 배를 대는 걸 봤어. 그래서 달려온 거야.”


“너흰 어딜 가는 중이었는데?”

“괴물을 쫓아가는 중이었어.”


카일이 몸서리치며 말했다.

“괴물들이 애덤이랑 레지나를 데려갔어.”

“애덤이 살아있어?”


“그래. 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면 곧 죽을 거야. 지금쯤······ 죽었을지도 몰라.”

“빌어먹을!”


나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내가 물었다.

“대장은 어떻게 됐어?”

“대장은 괴물들을 쫓아갔어.”


“괴물들은 몇 마리나 되지?”

“내가 본 것만 넷이야. 형을 공격한 놈들을 빼고도.”


동료들이 웅성거렸다.

“그런 놈들이 넷이나 더 있다니.”

“불로 공격하면 되잖아.”

“놈들이 또 당할까?”


내가 물었다.

“카일,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들려다오.”

“그래. 형도 궁금할 거야.”


우리는 모두 나뭇가지에 누워 그동안 카일이 겪은 일을 들었다.


“형이 진장한테 잡혀갔다는 말을 듣고 나는 배에 올랐어. 자칫하다간 나도 잡혀갈 게 뻔했거든.”



카일은 아론을 비롯한 퇸티스 셋과 배에 올랐다.

애덤의 배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문제는 애덤의 배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어두운 바다에서 조각배 하나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조님의 도움이 있었던 걸까.

다음날 오전, 카일은 애덤의 배를 발견했다.

애덤의 배는 바람에 떠밀려 무인도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애덤은 어떻게 무인도로 방향을 잡았대?”

“애덤의 배엔 방향을 알려주는 외부의 물건이 있었어.”


나는 카일이 말한 외부의 물건이 나침반일 거라고 생각했다.


카일 일행은 노를 저어 애덤의 배를 따라잡았다.

애덤은 그때까지도 작살에 몸이 꿰뚫린 채 이물에 서 있었다.


작살은 애덤의 왼쪽 어깨와 가슴 사이를 관통한 상태였다.

레지나가 애덤을 부축하고 상처를 지혈해 숨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카일은 애덤의 몸에 박힌 작살을 잘라냈다.

고기잡이배에는 카일이 미리 실어둔 약초가 있었다.

아론이 애덤의 상처에 약초를 바르고 붕대로 감쌌다.


카일은 애덤과 레지나를 고래잡이배로 옮겼다.

애덤이 타고 온 물고기잡이 배는 고래잡이배의 고물에 매달았다.

애덤이 의식을 잃은 건 그때였다.


카일의 배가 무인도에 가까워질 즈음, 수평선에 두 척의 배가 나타났다.

카일은 그것이 자신을 추격해오는 조이피아의 배라고 생각했다.


카일은 노를 저어 속도를 높였지만, 추격자들의 배가 더 빨랐다.

밤이 내리자 카일은 물고기잡이 배에 등불을 밝히고 자신의 배는 불을 껐다.

고물에 메어둔 밧줄을 풀어 물고기잡이 배를 멀리 떠나보냈다.

추격자들은 물고기잡이 배의 불빛을 쫓아갈 것이었다.


무인도에 가까워지자 카일은 배를 댈 곳을 찾아 섬을 우회했다.

다행히 모래사장이 있어 해안에 상륙했고 즉시 배를 소나무 숲에 감췄다.


내가 카일에게 물었다.

“파도 때문에 상륙이 어려웠을 텐데?”

“우리가 상륙할 때는 파도가 세지 않았어.”


나는 포보스에게 말했다.

“섬을 빠져나갈 때 물때를 잘 봐야겠어.”



그때 수평선에 추격자들의 돛대가 나타났다.

속은 것을 알고 뒤늦게 쫓아온 것이다.


카일은 일단 산에 들어가 몸을 숨기기로 했다.

산에 오르다 보니 웬 샛길이 나 있었다.


카일은 놀랍고 두려웠다.

샛길이 있다는 건 섬에 사람이 산다는 뜻이었다.

그들과 마주치면 자신들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추격대를 피하는 게 급선무였다.


카일 일행은 산으로 올라갔다.

그러다 카일은 누군가 자신들을 따라오고 있음을 느꼈다.

숲에 몸을 숨기고 보니 웬 사람들이 샛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카일은 그들이 섬의 원주민인 줄 알았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레지나가 소리쳤다.


“도망쳐요!”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숲으로 도망쳤다.

그러다 자신들을 쫓아오는 것이 사람이 아닌, 사람을 닮은 괴물임을 알았다.


일행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애덤과 레지나는 나무에 오를 수 없었다.

카일은 레지나만이라도 나무에 끌어올리려 했지만, 괴물들이 더 빨랐다.

카일 일행의 눈앞에서 괴물들은 애덤과 레지나를 잡아갔다.


카일은 괴물들을 쫓아가려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대장과 합류해 힘을 합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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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죽음의 섬-4 21.05.26 60 0 11쪽
» 죽음의 섬-3 21.05.23 37 0 12쪽
20 죽음의 섬-2 21.05.20 66 0 14쪽
19 죽음의 섬-1 21.05.18 40 0 14쪽
18 드러나는 진실-4 21.05.17 37 0 11쪽
17 드러나는 진실-3 21.05.15 44 0 13쪽
16 드러나는 진실-2 21.05.13 45 0 12쪽
15 드러나는 진실-1 21.05.12 36 0 11쪽
14 더러운 음모-6 21.05.12 42 0 11쪽
13 더러운 음모-5 21.05.12 78 0 12쪽
12 더러운 음모-4 21.05.12 58 0 11쪽
11 더러운 음모-3 21.05.11 48 0 11쪽
10 더러운 음모-2 21.05.11 40 0 10쪽
9 더러운 음모-1 21.05.10 47 0 13쪽
8 외부의 피 - 6 21.05.10 51 0 14쪽
7 외부의 피 - 5 21.05.10 55 0 12쪽
6 외부의 피 - 4 +2 21.05.09 58 0 12쪽
5 외부의 피 - 3 21.05.08 53 0 12쪽
4 외부의 피 - 2 21.05.07 85 0 11쪽
3 외부의 피 - 1 21.05.07 70 0 11쪽
2 섬의 운명 21.05.05 119 0 11쪽
1 프롤로그 +2 21.05.05 139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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