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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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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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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002

작성
21.05.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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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섬의 운명

DUMMY

우리 섬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생아를 구경한 것이 10년 전이었다.

정상아가 태어난 것도 17년이 넘었다.


섬의 우두머리인 촌장과 대표들은 이유를 알고 있다.

그들이 알려줘 지금은 섬사람 모두가 이유를 알고 있다.

촌장에게 그것을 알려준 건 우리가 '시조의 사전'이라 일컫는 한 권의 고서다.



조이피아 사람들은 모두 한 핏줄이다.

수백 년 전, 우리의 시조가 이 섬에 흘러들어왔다.

배가 침몰했고 구명정에 올라탄 승객 중 살아남아 이 섬에 상륙한 건 시조 두 분이었다.

부부 사이인 두 분이 어떻게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두 분 시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섬의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 조이피아 >


섬 이름치고는 생소하다.

그러나 시조에게는 적절한 이름이었다.

시조는 거의 두 달 가까이 망망대해를 떠돌았다.

그러다 고마운 바람과 친절한 파도의 도움으로 이 섬에 닿았다.

두 분 시조에게 이 섬은 '기쁨을 주는 땅, 환희의 장소'였던 것이다.


섬에는 야생 벼와 기장 같은 곡식이 자라고 있었다.

또, 섬에는 야생 칠면조와 멧돼지가 살았다.

시조는 농사지을 땅을 개간하고 경작지를 조성했으며 축사를 지어 칠면조와 멧돼지를 번식시켰다.


그사이 하나둘 새 생명이 태어났다.

몇 세대에 걸쳐 인구가 늘었다.

장장 구십 이년의 섬 생활을 청산하고 시조가 하늘로 올라갈 때 조이피아의 인구는 육십 명에 이르렀다.



세월은 흐르고 조이피아는 번성했다.

면적 오십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조이피아 땅에는 다섯 개 마을이 생겼다.


어느 날,

조이피아의 한 마을에 불길한 소문이 돌았다.

손가락이 없는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다.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인근 마을에서 발가락이 서로 붙은 아이가 태어났다.


불길한 소식은 이어졌다.

다른 마을에서 눈이 하나인 아이, 입이 뒤틀린 아이가 같은 날 태어났다.


몸이 성하지 않은 아이들이 연달아 태어났다.

걷지 못하는 아이, 입이 붙어 말을 못하는 아이, 귀가 없어 듣지 못하는 아이, 머리가 붙은 아이, 뇌가 없는 아이······.

기형적 아이의 출산은 점점 늘어갔다.


섬의 대표들은 토론했다.

누구도 기형적 아이의 출산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단, 기형적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섬에 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사태는 막을 수는 있었다.


대표들은 섬의 모든 출산을 감시했다.

정상 아이가 태어나면 산모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비정상 아이는 감시관의 품에 안겼다.

아이를 품에 안고 감시관은 곧장 갯바위로 향했다.

수많은 갓난아이가 파도 속에 던져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산모의 품에 안기는 아이보다 파도 속에 던져지는 아이가 더 많아졌다.

이대로 가면 정상아는 하나도 태어나지 않는 날이 올 것이었다.



촌장은 다시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고민 끝에 촌장은 이 현상의 원인을 공개하기로 했다.

촌장은 진작부터 원인을 알고 있었으나 지금껏 비밀에 부쳐온 것이다.


그가 밝힌 원인은 근친혼이었다.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단어 근친혼.

그 단어는 시조가 남겨놓은 고서에 기록되어 있었는데,


일찍이 시조는 후손을 위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예언의 형태로 남겨놓았고 그 예언을 묶은 것이 우리가 말하는 ‘시조의 사전’이었다.

그리고 거기 실린 내용 중 하나가 근친혼에 대한 경고였다.


시조는 이렇게 썼다.


‘근친혼의 폐해가 찾아올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추하게 될 것이며 종국에 섬은 파멸할 것이다.’

‘파멸을 막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외부의 피를 수혈받는 것뿐이다.’


시조는 이미 수백 년 전 기형아의 출산을 예언하고 있었다.

그 방법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일한 방법이 외부의 피를 수혈받는 것이라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조가 조이피아에 상륙한 후 수백 년이 흘렀다.

그동안 외부인이 섬에 표류해 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우리 섬이 인간 세상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었다.


섬을 떠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50여 년 전, 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탈출 시도가 있었다.

30미터 높이의 닻을 단 배는 서른 명의 선원을 태우고 수평선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파도에 떠밀려온 것은 그들이 싣고 갔던 식량과 짐, 부서진 배의 파편들이었다.

50여 년 전의 대참사를 끝으로 섬 탈출 시도는 법으로 금지되었다.



기형적 아이들은 계속 태어났다.

정상아는 더는 태어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태어난 족족 바다에 던져졌다.

갯바위에서 울부짖는 여자들의 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태어나지 않는 시기가 왔다.

여자들의 울부짖음도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누군가는 나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우리의 섬은 파멸이었다.



*



진장(陣長)의 통나무집에서 회의가 한창이었다.

섬의 다섯 개 마을, 연령대별 대표가 모두 모인 회의였다.


나는 내가 속한 퇸티스 대표로 회의에 참가했다.

그러나 내게는 발언권이 없었다.

대표들이 나를 회의에 참석시킨 건 회의 내용을 동료들에게 전달하라는 뜻에서였다.


연령대별 대표가 돌아가며 발언하고 있었다.

피프티스 대표는 흥분해 있었다.

작살잡이인 그는 평소에도 쉬 흥분했다.


“잔꾀 부릴 생각만 해요. 며칠 전에도 벌목 담당 놈이 나를 찾아왔어요. 나무를 왜 꼭 이렇게만 옮겨야 하느냐고 묻는 거에요. 쉬운 방법을 찾아냈다면서.”


대표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놈 말인즉, 숲에서 마을까지 도랑을 파자는 거예요. 도랑에 물을 채우고 나무를 물에 띄우자는 거죠. 사람이 할 일을 물이 대신해줄 거래요.”


식스티스 대표가 물었다.

“도랑은 누가 파고?"


피프티스가 말했다.

“마을 사람 모두 힘을 모으자고 합디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몽둥이로 묵사발 내버렸지요. 다시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 못 하게 하려고.”


구석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자가 구부정한 허리를 세웠다.

대표들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그는 세븐티스 대표였다.

그가 말했다.


“병이 든 게 틀림없어······. 겉으로는 멀쩡한데 병이 머리에 든 게야······. 진작 바다에 던졌어야 했어······.”


세븐티스의 말에 포티스가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제 머리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축사 담당이었고 대표들에게서 많이 먹는다는 핀잔을 들었다.


대표들 발언이 뜸해지자 진장이 입을 열었다.

“몽둥이로 때리다니······ 그러면 쓰나······.”


피프티스가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


진장이 말했다.

“말 안 듣는다고 함부로 다루면 안 돼. 일손도 부족한데 다치면 우리만 손해야. 말로 슬슬 구슬려 써먹어.”


피프티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혼잣말했다.

“어떻게 그런 놈을 슬슬 구슬려 써먹어······.”


진장이 실눈을 뜨고 그를 쳐다봤다.


그때 회의장 밖이 소란스러웠다.

누군가 진장에게 보고할 게 있다며 경비와 실랑이하고 있었다.


경비가 문을 두드렸다.

“진장님.”


진장이 소리쳤다.

“뭐야. 지금 회의 중인 거 몰라?”

“압니다마는, 어부의 보곱니다. 바닷가에 무언가 떠밀려왔답니다.”


대표들의 시선이 진장의 입에 모였다.

나는 진장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진장이 물었다.

“무언가라니?”

“사람 모양을 하고 있다는데 저도 더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표들이 웅성거렸다.

"사람이면 사람이지 무슨 소리야."

내가 듣기에도 경비의 말은 모호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진장이 손으로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가봅시다······.”


진장의 뒤를 따라 연령대별 대표가 줄지어 걸었다.

나도 그들을 따라갔다.



마을에서 바다는 지척이었다.

모래사장에는 벌써 구경꾼들이 모여 있었다.

소문이 퍼졌는지 구경꾼은 점점 더 불어났다.

먼저 와 있던 경비대장이 진장을 맞았다.


진장이 물었다.

“뭘 발견한 건가?”


“예, 그게······ 직접 보시는 게······.”

경비대장은 제대로 대답을 못 했다.


나는 궁금하고 답답했다.

나는 대표들의 눈치를 보다 슬그머니 바닷가로 달려갔다.


구경꾼들 다리 사이로 하얀 형체가 보였다.

언뜻, 사람의 형상 같았다.

더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경비들이 죽창으로 구경꾼들을 밀쳐냈다.


마침 진장이 대표들을 이끌고 문제의 장소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갈라섰다.

진장과 대표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래사장 위에는 인간처럼 생긴 생명체가 배를 깔고 엎어져 있었다.

내가 생명체를 인간이라고 하지 않고 인간처럼 생겼다고 한 이유는 그것의 외모가 우리와 조금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피부가 희다 못해 창백해 보였고 머리털은 붉은빛이 섞인 황금색이었으며 몸은 가늘고 약해 보였다.

희고 얇고 긴 옷을 몸에 걸쳤는데 젖은 옷이 몸에 들러붙어 알몸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찬찬히 뜯어본 결과, 역시 그것은 인간이었고 체형으로 봐 여자였다.


사람들이 말했다.


“인어가 틀림없어”

“다리가 있잖아. 인어는 다리가 없어.”

“사람 피부가 저렇게 하얄 수가 있나. 인간이 아닐 거야.”


의사가 달려왔다.

여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표정이 잠시 넋을 잃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본분을 되찾았다.


의사가 여자 곁에 쭈그려 앉았다.

여자의 가는 손목을 잡고 의사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맥을 짚어보는 모양이었다.


진장이 물었다.

“어때?”


의사가 진장에게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맥이 잡힌다는 표정이었다.

“오오······.”

사람들이 낮게 탄성을 질렀다.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진장이 말했다.

“뒤집어 봐.”


의사와 경비들이 조심스럽게 여자 몸을 돌려 눕혔다.

몸을 뒤집어 놓고 보니 여자는 더한층 우리와 달라 보였다.

유난히 창백한 얼굴에 황금색의 눈썹, 오똑한 코, 놀라울 만큼 희고 가지런한 치아······.

얼굴이 앳돼 보이는 것이 어린 소녀 같았다.


그러나 봉긋 솟은 가슴과 큼지막한 엉덩이, 두툼한 허벅지 등.

몸매만 놓고 보면 다 자란 성인 같았다.

날카로운 물건에 베었는지 허벅지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상처에 물벼룩이 들끓었다.

의사가 바닷물로 상처를 씻어냈다.


“빨리 마을로 옮겨야 합니다.”

의사가 진장에게 말했다.


진장이 경비대장에게 명령했다.

“마을로!”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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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더러운 음모-5 21.05.12 78 0 12쪽
12 더러운 음모-4 21.05.12 58 0 11쪽
11 더러운 음모-3 21.05.11 48 0 11쪽
10 더러운 음모-2 21.05.11 40 0 10쪽
9 더러운 음모-1 21.05.10 4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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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외부의 피 - 5 21.05.10 54 0 12쪽
6 외부의 피 - 4 +2 21.05.09 57 0 12쪽
5 외부의 피 - 3 21.05.08 53 0 12쪽
4 외부의 피 - 2 21.05.07 85 0 11쪽
3 외부의 피 - 1 21.05.07 7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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