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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15
추천수 :
0
글자수 :
113,002

작성
21.05.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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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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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드러나는 진실-4

DUMMY

노를 저으며 나는 생각했다.

애덤의 배는 무인도로 갔을까.

애덤이 죽거나 의식을 잃었으면 배는 결코 무인도에 닿을 수 없다.

레지나는 배와 함께 망망대해를 떠돌다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애덤이 죽지 않고 살아 있어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 어려웠다.

애덤이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면 레지나 혼자 배를 다뤄야 했다.

배는 혼자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뱃사람이 아니면 더더욱.


다행히 애덤의 배는 조류가 시작되는 곳, 고깃배 선착장 앞에서 조류를 탔으므로 섬을 벗어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먼바다에 진출한 후였다.


바다라는 곳은 단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같다.

잔잔하던 바람이 갑자기 돌풍으로 변하고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와 비가 쏟아졌다.

그것들은 거친 파도를 동반했다.


내가 믿을 건 카일 밖에 없었다.

카일이 얼마나 정확히 애덤의 항적을 추적하느냐,

얼마나 빨리 애덤의 배를 찾아내느냐에 따라 둘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다.


대장의 일은 아직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 일행과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한 가닥 내가 희망을 거는 게 있다면 대장의 동지애였다.

머나먼 바다에서, 미지의 무인도에서 동향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우리를 공격할까?


나는 설마 그가 그런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에게 자신의 명령을 따르도록 강요할지는 몰라도 무작정 공격하지는 않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 역시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는 교대로 취침하며 항해를 계속했다.



동쪽 하늘에 여명이 밝아왔다.

새벽 바람이 불어오고 파도가 일렁였다.

배가 심하게 흔들리자 동료들이 하나씩 깨어났다.


수평선에 먹구름이 모였다, 금방 흩어졌다.

서서히 해가 떠올랐다.

일출을 바라보는 동료들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누군가 돛대를 잡고 서서 뒤쪽 바다를 가리켰다.

돌아보니 조이피아가 수평선에 작은 점으로 보였다.

곧 그것마저도 사라지고 말았다.


이렇게 멀리 섬을 떠난 건 난생처음이었다.

포보스를 비롯한 고래잡이들, 림부스 같은 물고기잡이를 빼고 섬사람 중에 이런 먼 곳까지 나온 사람은 드물었다.


포보스가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무인도의 꼭대기가 보일 거야.”


조이피아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무인도가 나타날 때까지 바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방향을 잡아줄 무엇도 없는 그 길지는 않은 시간 동안 항로를 유지하는 것이 무인도에 가는 방법이었다.


파고가 높았다.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배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내가 우려하던 일이 시작됐다.

뭍에서만 일하는 동료들에게 멀미가 찾아온 것이다.

모두 다섯이었다.


뱃사람들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견디는 수밖에 없어. 내일이면 육지에 닿을 테니 그때까지만 참아.”


멀미 환자들은 아침, 점심도 거른 채 배 바닥에 누워 이리저리 몸을 굴렸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배의 누군가 말했다.

“식량이 남아돌겠는걸?”


그는 자신의 농담이 다른 배에도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포보스가 꾸짖었다.

“누가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림부스도 말했다.

“배에서는 이상한 말을 삼가야 해. 갑자기 식량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동료들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예, 선장.”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식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농담했던 동료가 입을 열었다.


그는 나의 친구, 경작장이 피치타스였다.

“꼭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는 거야.”


림부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러나 명령조로 말했다.

“그 일은 그만 덮기로 하자.”


피치타스가 말했다.

“그만 덮다니? 친구들 앞에서 내가 바보가 됐는데 그만 덮다니?”


포보스의 어깨가 들썩이는 게 보였다.

피치타스가 소리 높여 말했다.


“웃음이 나오겠지. 그는 친구들 앞에서 자존심을 높였으니까. 그리고 그는 선장이나 됐으니까.”


동료 하나가 그의 어깨를 도닥이며 말했다.

“그만해. 피치타스. 곧 배에서 내리잖아.”


피치타스가 말했다.

“그렇지. 우리는 곧 배에서 내리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그는 영원히 선장 노릇을 하고 싶을 텐데.”


포보스는 다혈질이었다.

그가 참는 건 대장선의 선장이라는 직함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 배의 선장 림부스가 나섰다.


“동료들. 우리는 지금 뱃놀이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무인도에 도착하면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싸울 때는 지휘관이 필요하다. 배가 섬에 닿는 즉시 우리는 지휘관을 선출하고 그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림부스가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는 배를 타고 있다. 항해는 위험한 작업이다. 항로를 유지하고 배와 선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서 배에는 선장이 있고 선원은 모두 선장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굳은 얼굴로 동료들을 돌아봤다.

피치타스는 가만히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었다.


림부스가 말했다.

“우리의 명령 체계에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내 경고하겠다. 이 균열을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봉합하지 않으면 우리 임무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내 말은 끝났다.”


피치타스의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번져갔다.


피치타스가 뱃전을 잡고 일어섰다.

그가 림부스에게 돌아섰다.

림부스의 얼굴엔 아무 표정이 없었다.


피치타스가 말했다.

“선장에게 사과합니다.”


피치타스가 림부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림부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러분이 나를 선장으로 임명한 이상, 이 배의 질서와 안전은 내 책임이야. 그걸 잊지 말아줘.”


림부스가 피치타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둘은 서로의 팔목을 잡았다.


피치타스가 림부스에게 작게 말했다.

“배를 대장선에 가까이 대줄 수 있어요?”


림부스는 피치타스의 뜻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가 소리쳤다.

“대장선은 잠시 속도를 줄이시오.”


포보스의 배가 속도를 줄이자 우리 배가 가까이 붙었다.


피치타스가 포보스에게 말했다.

“포보스 선장. 대장선에 승선을 요구합니다.”


포보스가 말했다.

“허락한다.”


두 배가 밧줄로 묶였다.

피치타스가 포보스의 배로 넘어갔다.


피치타스가 포보스에게 머리를 숙였고 포보스는 그의 팔목을 잡고 흔들었다.

모두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소동은 그렇게 끝났다.

이 일을 계기로 구조대의 우정은 끈끈해질 것이었다.

그러나 이 짧은 소동을 통해 나는 퇸티스와 서티스가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소동은 재발할 것이었다.



*



태양이 돛대를 지나 기울기 시작할 즈음 포보스가 소리쳤다.

“섬이다! 저기 무인도가 보인다.!”


동료들이 서로 보려고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배가 뒤뚱거렸다.


선장이 소리쳤다.

“이 자식들! 모두 앉아!”


수평선에 작은 점이 보였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점은 수평선을 오르내렸다.


바람이 무인도를 향해 불었으므로 우리는 쉬엄쉬엄 노를 저었다.

포보스는 배의 속력이 충분하며 내일 아침에는 섬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우리는 반나절이나 시간을 앞당긴 거야.”

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갈매기 한 마리가 돛대에 앉았다.

배가 조이피아를 떠난 후 처음 보는 갈매기였다.


측풍이 불어 배가 흔들릴 때 갈매기가 날아올랐다.

그런데 갈매기가 날아가는 방향이 무인도가 아니라 조이피아 쪽이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거나 바람을 잘못 타 여기까지 날아온 것 같았다.



수평선의 작은 점이 점점 커져 횡으로 펼쳐졌다.

머지않아 무인도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무인도는 생각 외로 큰 땅덩어리였다.

거리가 멀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조이피아 만큼 클 것 같았다.


나는 의문이었다.

저렇게 큰 섬이 왜 무인도로 남았을까?

시조는 왜 저 섬에 가지 말라고 후손들에게 당부했을까?


혹시 저 섬에도 조이피아처럼 사람이 살고 마을이 있을까?

그럴 확률은 낮았다.

뱃사람들에 따르면 저 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시조가 남긴 고서에는 무인도를 죽음의 섬이라고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 진장이 자리에 오른 후 중범죄자들을 무인도로 추방했다.

오랫동안 지켜 오던 시조의 훈령을 어긴 것이다.

시조 말대로 저 섬이 죽음의 섬인지, 누군가 살고 있는지 곧 밝혀질 일이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하늘에 별들이 나타났다.


림부스가 별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것들은 성질도 급하지. 아직 하늘은 태양의 시간인데 그걸 못 참고 태양을 쫓아보내려고 재촉하니······.”


다른 누군가 말했다.

“별들은 성질머리도 안 좋아. 저 넓은 하늘을 두고 저희끼리 싸우잖아.”


맞는 말이었다.

별들은 많지만, 하늘은 그만큼 넓었다.

하늘은 모든 별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존재할 만큼 넓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였다.

나는 별들이 평면상에 있지 않고 입체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큰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새 떼를 보면 알 수 있다.


새 떼를 멀리서 보면 서로 바싹 붙어 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앞쪽 새들 사이로 뒤쪽 새들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들은 충분한 거리를 두고 난다.


별도 같은 이치다.

별들이 따닥따닥 붙어 보이는 이유는 앞쪽 별들 사이로 뒤쪽 별들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밤하늘이 과밀해 보이지만, 실제로 하늘엔 충분한 공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별들은 종종 충돌했다.

수컷 멧돼지들이 박치기하듯 별들도 박치기했다.

자신의 공간을 떠나 다른 별의 공간을 차지하려다 발생하는 사고였다.


멧돼지들은 박치기해도 죽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별들은 박치기하는 순간 추락했다.

하늘에 짧은 줄을 남기며 소멸했다.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이 박치기하다 죽은 별이라고 믿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배를 감쌌다.

뱃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돛대가 펄럭이는 소리, 선체가 삐걱대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밤바람이 불어왔다.

모두 담요를 끌어 덮었다.


누군가 노래했다.


"친절하신 바람.

고마우신 파도.

우리의 선조를 이곳에 보냈네."


선원들이 노래에 합류했다.


"푸르른 나무와

달콤한 샘물.

우리의 선조를 받아주셨네."


모두가 입을 맞춰 노래했다.


"사나운 멧돼지,

교활한 칠면조도

위대하신 선조에게 머리를 숙였네."


선원들이 뱃전을 두드리며 장단을 맞췄다.


"아아. 땅에는 벼가 자라네.

기장도 자라고 카사바도 자라네.


바다에서는 물고기가 잡히네.

고래와 상어도 많이 잡힌네.”


선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모두의 가슴을 울리고 밤하늘 높이 올라갔다.


“아아. 우리는 아름다운 사랑을 얻네.

소중하고 어여쁜 자식도 얻네.


자손은 번성해 땅을 채우네.

우리 삶의 터전이요 우리의 어머니.

아아. 그 이름도 아름다운 조이피아여.”


모두 박수치고 환호했다.

구조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배는 칠흑 같은 바다를 질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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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드러나는 진실-3 21.05.15 44 0 13쪽
16 드러나는 진실-2 21.05.13 45 0 12쪽
15 드러나는 진실-1 21.05.12 36 0 11쪽
14 더러운 음모-6 21.05.12 43 0 11쪽
13 더러운 음모-5 21.05.12 79 0 12쪽
12 더러운 음모-4 21.05.12 58 0 11쪽
11 더러운 음모-3 21.05.11 49 0 11쪽
10 더러운 음모-2 21.05.11 4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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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외부의 피 - 4 +2 21.05.09 58 0 12쪽
5 외부의 피 - 3 21.05.08 54 0 12쪽
4 외부의 피 - 2 21.05.07 8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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