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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03
추천수 :
0
글자수 :
113,002

작성
21.05.13 05:4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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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드러나는 진실-2

DUMMY

어둠 속에서 웬 여자가 걸어 나왔다.

애덤의 어머니 리지였다.

그녀 손에 큼지막한 보자기가 들려 있었다.


경비들이 창을 거두며 말했다.

“이 밤중에 어쩐 일이오?”


경비들 얼굴이 샐쭉했다.

그들은 리지의 성깔을 잘 알고 있었다.

리지는 울어서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녀가 경비들에게 말했다.

“여기 음식을 좀 싸 왔어요.”


리지가 보자기를 풀었다.

보자기 안에는 고기와 술이 잔뜩 들어 있었다.


나는 가만히 리지의 하는 짓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이 밤중에 저 여자는 여기서 뭘 하려는 걸까.’


나는 그녀가 심히 의심스러웠다.

경비들은 리지가 가져온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됐다.


리지가 보자기의 음식을 바닥에 차곡차곡 늘어놓았다.


리지가 말했다.

“나는 갈 테니 들어요.”


경비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별일이네, 하는 표정들이었다.


리지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경비들이 하나둘 음식 주변에 모였다.


내가 경고했다.

“그거 먹으면 안 돼.”


누군가 말했다.

“왜? 독약이라도 들어 있을까 봐?”


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 말했다.

“독수리 쓰론. 저 여자가 제일 죽이고 싶은 건 바로 너야. 그걸 명심해.”


경비들이 술잔을 돌리고 고기를 먹었다.


내가 다시 경고했다.

“그걸 먹으면 안 돼. 내 말을 들어.”


누군가 말했다.

“독수리 쓰론. 너 배고파서 그러지? 옜다, 하나 먹어라.”


그가 내게 고기 한 점을 던졌다.


나는 축사의 가운데로 자리를 옮겨 어둠 속을 살폈다.

어둠 속에서 금방이라도 여자가 달려 나올 것 같았다.

축사에 불을 지르거나 여자들을 데려와 긴 창으로 나를 찌를 것 같았다.


경비들이 하나둘 곯아떨어졌다.


‘미련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아니나 다를까.

어둠 속에서 리지가 걸어 나왔다.

경비들이 쓰러지기를 기다린 것이다.


쓰러진 경비에게 리지가 다가갔다.

나는 창살을 잡고 서서 여자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리지가 경비에게서 열쇠를 꺼냈다.

그녀가 축사로 다가왔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여자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리지가 축사 문을 열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나와.”


나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는 축사에서 나왔다.


리지가 돌아서며 말했다.

“따라와.”


리지가 관문을 벗어났다.

그녀가 나를 숲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무슨 꿍꿍인지 알 수 없었다.

이대로 숲에 몸을 숨길 수도 있었다.

그러면 끝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지 궁금했다.

이유를 안 후에 떠나도 늦지 않았다.


나는 여자에게 바싹 붙었다.

누군가 숲에서 공격해오면 그녀에게 붙어야 안전했다.


내가 말했다.

“너무 멀리 가는데?”


리지가 말했다.

“다 왔어.”


그렇게 말하고도 그녀는 한참 더 걸었다.



여자가 갑자기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나는 위험을 느꼈다.

몸을 낮추고 주변을 살폈다.


“이리 와.”

덤불 속에서 여자의 손이 튀어나와 내게 손짓했다.


덤불 안으로 들어가 보니 동굴이었다.

리지가 부싯돌로 불을 지폈다.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입구는 좁지만, 내부가 제법 넓었다.


조이산의 모든 동굴은 내가 잘 알았다.

그런데 이런 곳에 이런 동굴이 숨어 있을 줄이야.


나는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매복이 있을지도 몰랐다.


동굴에는 사람 살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무로 만든 잠자리가 있고 화로의 흔적도 남아 있었다.


잠자리 옆에는 아기를 재울 때 쓰는 요람이 있었다.

기저귀, 조그마한 옷, 숟가락 따위도 굴러다녔다.

누군가 동굴에서 아기를 키운 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나를 해칠 생각이 없음을 알고 마음을 놓았다.


내가 물었다.

"여기는 어디야? 나를 왜 데려왔어?'


"독수리 쓰론.”

리지가 품에서 은제 칼을 꺼냈다.


나는 물끄러미 칼을 바라봤다.

여자가 칼을 내 앞에 놓았다.


내가 물었다.

“이게 뭐야?”


리지가 말했다.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독수리 쓰론.”

“······.”

“내 말을 듣는 도중 나를 죽여도 좋다.”


나는 리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어제 애덤을 잃었다.


애덤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작살이 애덤의 몸을 꿰뚫었으니 최소한 그는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진장과 대표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이 애덤의 죽음을 내 탓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는 내게 칼을 주고 자신을 죽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분명, 무슨 사연이 있었다.

나는 여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리라 마음먹었다.


“나는 네 어미를 안다.”

“······.”


“네 어미는 너를 낳다가 죽지 않았다.”

“······.”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졌다.


“네 어미는 파도에 떠밀려왔다.”

나는 가만히 눈을 들어 리지를 바라봤다.


“네 어미가 섬에 왔을 때 뱃속에 너를 품고 있었다.”

“······.”


“네 어미는 여기서 너를 키웠다.”


나는 다시 한번 동굴을 돌아봤다.


“네 어미를 놓고 진장과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


“그들은 너의 어미를······.”

여자가 흠 흠,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들이 너의 어미에게 부탁했다. 섬의 파멸을 막아달라고.”


나는 고개를 떨궜다.

나는 다음에 이어질 여자의 말이 예상됐다.

나는 여자의 말을 끝까지 듣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네 어미는 거부했다. 남편이 나를 찾아왔다. 여자를······ 너의 어미를 설득하라고······.”


리지가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나는 고개를 들어 가만히 여자를 바라봤다.


“네 어미가 나한테 말했다. 아들이 생기면 키울 거냐고······.”

“······.”


“오오······, 쓰론······. 나는 네 어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생기면 잘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리지가 다시 눈물을 훔쳤다.


”아들만 생기면······ 그게 어떤 아이라도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네 어미한테 말했다······.”


리지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갔다.


리지는 말했다.


네 어머니는 내 앞에서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찔렀다······.

사람들이 자신을 살려낼까 봐 다섯 번을 찔렀어······.


리지가 내 앞에 엎드려 울었다.

나는 물끄러미 은제 칼을 바라봤다.


여자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목걸이였다.


여자가 목걸이를 내 앞에 밀었다.

목걸이는 하얗고 매끄러운 표면에 작은 동그라미를 몇 개 가지고 있었다.

나는 목걸이 재질이 음악 재생기의 재질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레지나의 말이 떠올랐다.

‘조이피아 사람?’


레지나는 내 외모를 보고 내가 외부 사람이라는 걸 알아본 것일까?


내가 물었다.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했어?”


리지가 머뭇거렸다.


나는 소리쳤다.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됐어!”


리지가 말했다.

“바다에 버렸다. 고래바위에서 던졌어······.”


나는 목걸이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목걸이에는 음악 재생기에 표시된 것과 비슷한 기호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눌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리지가 말했다.

“나도 그걸 눌러봤다. 그건 그냥 그런 모양의 목걸이야.”

“······.”


“그 목걸이는 지금도 새것 같다. 20년도 넘었는데.”

리지는 내게 목걸이를 주의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리지의 경고는 맞는 말이었다.

이 목걸이는 지금 잠들어있는 것뿐이었다.

잠에서 깨우는 방법이 따로 있을 것이었다.

지금으로선,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은 레지나뿐이었다.


내가 물었다.

“나는 어떻게 됐어? 누가 날 키웠어?”

“······.”


한참만에 내가 말했다.

“당신이 나를 키운 거지?”

“그래······. 내가 너를 키웠다······.”


“그런데 애덤이 태어난 거지?”

“······.”


“애덤이 태어나서 나를 수색대에 버린 거지?”


리지가 내 손을 잡았다.

“독수리 쓰론······. 나는 반대했다. 너를 키우자고 남편을 설득했다.”


나는 여자의 손을 뿌리쳤다.


이 여자는 나를 버렸다.

이 여자는 어린 나를 수색대에 집어넣고 내 출생의 비밀을 지금까지 숨겨왔다.


그것도 모자라 이 여자는 평생을, 나를 외면하고 차갑게 대했다.

그런 여자를······ 그런 여자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었다.


내가 물었다.

“왜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내게 과거를 알려주는 이유가 뭐야?”


“애덤을 살려다오. 살려서 내게 데려와다오.”


이기적인 여자.

머리가 돌지 않고는 내 어머니의 죽음을 말하면서 자기 아들을 살려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애덤을 데려오면 네게 모든 걸 주겠다."


나는 리지가 말한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감했다.

여자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도박을 하고 있었다.


비열한 여자······.

리지의 과거만 놓고 보면 나는 그녀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여자는 누구도 아닌 애덤을, 애덤의 목숨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대장이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잖아. 곧 애덤의 배를 따라잡겠지.”

“나는 그들을 믿을 수 없다.”


“애덤이 살아 있으면 대장이 데려올 거야.”

“독수리 쓰론. 아직도 모르겠니? 그들은 소녀에게만 관심이 있어. 그들은 소녀에게 씨앗을 줄 생각만 하고 있어.”


리지가 말했다.

“생각해봐. 애덤이 살아 있다면······ 그들에게 애덤은 골칫덩어리일 뿐이야.”


리지 말을 듣고 보니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퇸티스는 만장일치로 카일에게 무인도를 조사하라고 했었다.

무인도에 사람이 살 수 있으면 제2의 조이피아를 만들자고 했었다.


만약 대장이 무인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걸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만약 레지나가 살아 있으면 대장은 그녀를 데려올까?

만약 애덤이 살아 있으나 치명상을 입었으면 대장은 애덤을 살리려고 노력할까?


레지나가 살아 있고 애덤이 죽었으면, 그리고 섬에 사람이 살 수 있으면, 대장은 조이피아로 돌아올까?

레지나가 살아 있고 애덤이 살아있으면, 그리고 섬에 사람이 살 수 있다면, 대장은 애덤을 살려줄까?


생각에 잠겨 있는 나를 리지는 가만히 지켜봤다.


이윽고 그녀가 말했다.

“쓰론. 너는 말만 하면 된다. 준비는 내가 하겠다.”


“진장은? 그가 이 일을 알고 있어?”


“너도 그를 잘 알잖아. 그는 독한 사람이야. 아들이 그 지경이 됐어도 그는 소녀를 데려올 생각만 하고 있어.”


나는 머리를 가로 저었다.

“그 말이 아니야. 내가 애덤을 찾으러 떠나면 진장이 나를 놓아줄까?”


여자가 말했다.

“너는 떠나기만 하면 된다. 진장에겐 네가 떠난 후에 내가 말하겠다.”


머리가 아팠다.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었다.

리지도, 진장도, 애덤도, 레지나도, 대장도, 카일과 아론도, 미카엘과 서티스, 그리고 포티스도······.


홀로 안개 자욱한 숲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확실한 건 당장 무인도로 떠나야 한다는 사실뿐이었다.


내가 말했다.

“나 혼자 갈 수는 없어. 동료를 모아야 해. 그러면 사람들 눈에 띄게 돼.”


리지가 말했다.

“동료를 모아라. 준비가 되면 내게 알려다오. 필요한 물품을 내가 준비하겠다.”


나는 다시 말했다.

“사람들이 알게 될 거야.”

“······.”


리지는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어차피 알게 돼 있어. 그냥 부딪쳐!’


나는 은제 칼을 집어 허리춤에 꽂았다.

리지는 내 행동을 승낙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리지가 내게 래디오를 건네줬다.

“이걸로 내게 연락해라.”


래디오를 건네받으며 내가 물었다.

“혹시 래디오의 기능을 다 알아?”

“무슨 기능 말이니?”


나는 애덤이 래디오에서 퇸트스 동굴에서 나눈 대화를 불러낸 방법을 알고 싶었다.

“래디오가 말을 다시 하게 하는 방법.”

“······.”


“그걸 알아야 해.”

“나는 몰라!”


리지가 떠난 후 나는 한참 동안 동굴에 머물렀다.

목걸이를 들여다봤다.

목걸이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모닥불에 비친 내 그림자가 벽에 투영되고 있었다.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일렁이던 그림자가 두 개로 분리됐다.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았다.

큰 그림자가 작은 그림자를 안아 올렸다.


까르르······ 웃는 아기 소리,

행복에 겨운 여자 웃음소리가 동굴 안에 울리는 듯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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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러나는 진실-2 21.05.13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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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더러운 음모-6 21.05.12 42 0 11쪽
13 더러운 음모-5 21.05.12 7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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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더러운 음모-3 21.05.11 48 0 11쪽
10 더러운 음모-2 21.05.11 40 0 10쪽
9 더러운 음모-1 21.05.10 4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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