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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10
추천수 :
0
글자수 :
113,002

작성
21.05.12 09:33
조회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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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더러운 음모-5

DUMMY

형 얼굴에는 난생처음 보는, 너그러운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오늘부터 네 이름은 쓰론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가 말했다.

“왕의 자리다.”


나는 가만히 그 말을 중얼거렸다.

“쓰론······.”


며칠 후 그는 작살잡이들과 바다로 나갔다.

고래잡이 나갈 때마다 그는 항상 배의 이물에 섰다고 했다.

멧돼지를 사냥하러 갈 때도 그는 늘 최전방에 섰다고 했다.


어떤 형들이 말했다.

“그는 정말 용감한 형이었어. 위험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지.”


'형들이 잘못 안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고래의 거대한 꼬리지느러미가 배 주변에 숲의 그늘 같은 그림자를 드리울 때 그는 머리를 들어 그것을 쳐다봤다고 했다.

누군가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 있었다고도 했다.


나는 형이 사람들 말처럼 위험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형은 그저 동료들보다 한발 앞서 위험한 곳을 선점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어린 나이에 죽었다.

그의 이름은 둑스였다.



그런 나를, 미카엘과 동료는 두 개의 인격체를 가진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미카엘. 그리고 동료 여러분.”


장작이 탁탁 소리 내며 타올랐다.


“나는 여러분의 우정에 항상 탄복해왔어. 우리는 항상 그런 관계였지. 그런데 오늘······.”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어. 내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었는지 말이야······. 내가 지금까지 어떤 인물로 여러분에게 보여 왔었는지 말이야······.”


“여러분 말대로 나는 카일, 애덤과 더불어 섬에 남은 유일한 미혼의 남자야. 그런데······ 만약 그것 때문에 내가 괴로워했다면 나는 지금까지 왜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 섬에는 이미 많은 여자가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왜 가만히 있었던 거지?”


미카엘이 말했다.

“그건 조이피아의 여자를 허락 없이 건드리는 것이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야. 그걸 알기에 너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던 거지.”


이야기가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과정을 겪어야 했다.

동료들의 협조를 구하려면 먼저 내 이름을 깨끗이 해야 했다.



내가 말했다.

“미카엘. 그럼 너는 내가 벌을 받는 게 두려워 지금까지 섬 여자들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거야?”

“······.”


미카엘도, 동료들도 내가 벌 따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섬 여자들은 결혼한 몸이잖아. 결혼한 여자를 건드리면 안 되니까. 벌도 벌이지만, 양심에 걸리는 일이니까.”


그는 아론이었다.


내가 말했다.

“오. 아론. 그러니까 너는 내가 소녀를 주인 없는 물건 정도로 생각한다는 말이구나.”


아론이 말했다.

“당연하지. 왜냐하면 소녀는 외부에서 왔으니까. 아니······ 쓰론. 내 말은 네가 섬의 여자를 건드리는 짓을 할 무뢰한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거야.”


내가 말했다.

“너는 소녀를 외부에서 떠밀려온 물건으로 생각하는구나. 그렇다면 재물 창고에 한 번 가 봐. 그곳에 가면 외부에서 떠밀려온 물건이 잔뜩 쌓여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창고의 물건 어느 것도 훔치지 않았어. 내 것이 아니니까.”


나는 말했다.

“소녀도 마찬가지야. 소녀는 내 여자가 아니야.”


그때 카일이 몸을 일으켰다.


그가 말했다.

“여러분. 이제 그만하는 게 어때요. 우리 모두 쓰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요. 나는 그의 말을 믿어요. 그는 남의 것을 욕심내는 사람도 아니고 우리에게 거짓말할 사람도 아니에요. 그리고 중요한 건.”


카일이 퇸티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가 자기 입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잖아요.”


누군가 말했다.

“맞아. 쓰론이 결백하다고 하면 그건······ 결백한 거야.”


미카엘이 말했다.

“좋아. 모두의 의견이 모였어. 지금부터 누구도 쓰론에게 소녀의 일을 묻지 않는다.”


모두 동의했다.


미카엘이 말했다.

“쓰론. 이제 너의 이야기를 들려다오.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나는 동료들에게 내가 보고 들은 모든 걸 설명했다.

진장과 대표들이 우리 몰래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죄 알려줬다.

그들이 레지나를 어떻게 이용하려고 하는지, 그들이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어떤 장구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몽땅 털어놨다.


동료들은 경악했다.

"그 인간들이 얼마나 추악한지 이번 일로 증명이 된 거야!"

"원래 그런 인간들이었지."

"이번 일은 달라. 그들은 도둑놈에 강도에 사기꾼이 되기로 마음 먹은 거야."


누군가는 당장 진장과 대표들의 집으로 쳐들어가자고도 했다.


미카엘이 말했다.

“쓰론. 너의 계획은 뭐냐.”


내가 말했다.

“사람을 모아야 해. 그런데 문제가 있어.”

“문제?”

“많은 사람이 이미 진장의 농간에 넘어갔다는 거야.”


나는 말했다.

“사람들 눈이 뒤집혔어. 소녀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진장의 말만 믿고 나를 적으로 보고 있어. 이런 상태에서 사람을 많이 모을 수 없어.”


미카엘이 말했다.

“소녀를 마을 밖으로 빼돌리면 어때?”


“빼돌려? 어디로? 조이피아에 숨을 곳은 없어. 언제까지 도망 다닐 수는 없어.”


카일이 말했다.

“무인도로 가자.”


녀석은 역시 수색대였다.


내가 말했다.

“거긴 사람이 살 수 없다고 했어. 가는 족족 죽는다고 했어.”


카일이 말했다.

“왜 죽는지, 어떻게 죽는지는 모르잖아.”

“······.”


미카엘이 말했다.

“누가 무인도에 가서 살펴보고 오는 게 어때?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인데 적응을 못 해 죽는 걸 수도 있잖아.”


동료들이 서로의 얼굴을 돌아봤다.

모두의 얼굴에 비장함이 드리웠다.


미카엘이 말했다.

“그곳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조이피아처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 말했다.

“시조들이 조이피아를 만든 것처럼?”


모두 환호했다.

"그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거야."

"우리만의 세상. 늙은이들이 망칠 수 없는 깨끗한 세상."


카일이 말했다.

“내가 가서 보고 올게. 배 한 척만 있으면 돼.”


미카엘이 말했다.

“안 돼. 혼자 가는 건 위험해. 여럿이 함께 가야 해.”


동료들이 너무 앞서가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잠깐. 모두 이걸 알아야 해. 그곳에 간다고 해도 조이피아처럼 만들 수는 없어.”


미카엘이 말했다.

“왜? 우리는 할 수 있어.”


내가 말했다.

“우리 섬이 어떤 상황인지 잘 봐. 우리 섬이 왜 이렇게 됐는지도. 무인도를 제2의 조이피아로 만들려면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야 해.”


“소녀가 있잖아.”


모두의 시선이 발언자에게 모였다.

아론이었다.


아론이 말을 이었다.

“소녀를 섬에 데려가면 정상아를 출산할 수 있어.”


카일이 말했다.

“그럼 소녀를 혼인시켜야 하는데 누구랑 하지?”


내가 말했다.

“여러분은 너무 앞서가고 있어.”


미카엘이 말했다.

“누구랑 혼인하다니. 당연히 쓰론이지. 미혼 중 고령자는 쓰론이야. 쓰론과 혼인시키면 돼.”


내가 말했다.

“그건 안 될 일이야. 소녀는 물건이 아니야.”


아론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쓰론. 넌 조이피아가 파멸하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말이야?”


모든 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곰곰 생각했다.

이대로 가면 퇸티스도 늙은이들처럼 생각할 것 같았다.

그들의 생각을 바꿔놔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했다.

지금은 일의 순서를 정해야 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사람을 모으는 일이었다.

사람이 모이면 선봉에는 당연히 퇸티스가 서야 했다.

나는 일단 동료들의 의견을 쫓는 척하기로 했다.


내가 말했다.

“좋아. 여러분 의견이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알고 있겠어. 그러나 아직 받아들일 수는 없어. 이 일은 모든 일이 끝난 후에 결정하도록 하자.”


모두가 동의했다.


작전에 서티스를 참여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

나는 서티스 중 과반이 우리 작전에 참여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들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의사를 타진하는 데만 수 주가 걸릴 것이었다.


작전 비밀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었다.

사람이 많을수록 싸우는 데 유리하겠지만, 비밀이 새 나가 작전 자체가 실패할 공산이 컸다.

토론 끝에 우리는 작전 진행을 봐가며 다른 연령대를 가담시킬지 결정하기로 했다.


우리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했다.

하나는 레지나를 구출하는 일, 다른 하나는 무인도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레지나 구출 작전은 내가 맡기로 했다.

작전에는 나를 포함해 여섯이 참가했다.


무인도 조사단은 카일을 대장으로 선출했다.

카일을 포함한 네 명이 조사단을 구성했다.

역시 사람이 부족했다.


두 작전 모두 보유 물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었다.

의복과 무기는 사람 수에 맞춰 준비하면 됐지만, 식량은 얼마나 확보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특히 레지나 구출 작전에는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있었다.

재물 창고에 보관된 외부의 갑옷과 은제 칼이었다.

그것만 확보하면 작전은 훨씬 수월할 것이었다.



다음날, 나는 밤의 어둠을 틈타 마을로 갔다.

마을은 경비가 한층 보강되어 있었다.

진장과 대표들의 범죄 행위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마을 관문은 대낮처럼 환했다.

관문에 접근할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많은 횃불이 불타고 있었다.


나는 래디오를 잠에서 깨웠다.

“애덤?”

<······.>


“애덤!”

<쓰론 형······.>


애덤의 목소리는 다 죽어가는 환자의 소리였다.


“대화할 수 있니?”

<······.>


“애덤!”

<무슨 말······?>


“재물 창고의 물건이 필요해”

<어떤 물건······.>


“은제 칼이랑 갑옷.”

<쓰론 형. 창고에 그건 없어······.>


“없다니. 왜?”

<아버지가 다 가져갔어. 경비들에게 나눠줬어.>


젠장!


내가 말했다.

“바다에서 입는 의복은 얻을 수 있니?”


바다에서 입는 옷은 물에 젖지 않는 천으로 만들어졌다.

옷이 매끄러워 헤엄칠 때 속도도 빨랐다.


애덤이 말했다.

<그건 있어. 혹시 바다를 건널 셈이야?>


내가 말했다.

“아니. 그냥 필요해.”

<······.>


애덤의 말투가 이상했다.

녀석의 말투가 비아냥거리는 투였다.


“식량도 필요해.”

<쓰론 형. 내가 재물 창고지기에서 쫓겨난 거 몰라?>


나는 아차, 싶었다.

진장이 설마 진짜로 애덤을 쫓아내다니.


애덤이 말했다.

<하지만 형을 위해서 내가 식량을 구해볼게.>


내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 말고 확실해 말해줘. 할 수 있겠니? 이건 레지나를 위할 일이야.”

<레지나······?>

“그래.”


<쓰론 형. 레지나는 구하지 못해.>

“구하지 못하다니. 무슨 소리야?”


<레지나는 지금 집에 없어.>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진장이 벌써 데려간 걸까.


“집에 없으면. 어디로 옮겼니?”

<아버지가 망루로 데려갔어.>


제길!

레지나가 망루에 있으면 작전은 더 어려웠다.

그러나 계획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끝까지 밀어붙여야 했다.


“식량은 어디로 가야 얻을 수 있지?”

<내일 내게 사람을 보내. 전해 줄게.>

“그래. 고맙다.”


나는 래디오를 잠재웠다.


식량과 의복은 확보했다.

무기가 걱정이었다.

그들이 은제 칼을 가져갔다면 우리는 그들과 맞붙을 수 없었다.

멀리서 활이나 창으로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는 망루에 잠입은커녕 접근할 수도 없었다.

우리가 동원할 방법은 결국 유인책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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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드러나는 진실-3 21.05.15 44 0 13쪽
16 드러나는 진실-2 21.05.13 45 0 12쪽
15 드러나는 진실-1 21.05.12 36 0 11쪽
14 더러운 음모-6 21.05.12 42 0 11쪽
» 더러운 음모-5 21.05.12 79 0 12쪽
12 더러운 음모-4 21.05.12 58 0 11쪽
11 더러운 음모-3 21.05.11 48 0 11쪽
10 더러운 음모-2 21.05.11 40 0 10쪽
9 더러운 음모-1 21.05.10 47 0 13쪽
8 외부의 피 - 6 21.05.10 51 0 14쪽
7 외부의 피 - 5 21.05.10 55 0 12쪽
6 외부의 피 - 4 +2 21.05.09 58 0 12쪽
5 외부의 피 - 3 21.05.08 54 0 12쪽
4 외부의 피 - 2 21.05.07 85 0 11쪽
3 외부의 피 - 1 21.05.07 7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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