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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295
추천수 :
0
글자수 :
113,002

작성
21.05.10 22:08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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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더러운 음모-1

DUMMY

며칠 동안 나는 내 은신처에 머물렀다.


처음 발견했을 때 은신처는 멧돼지 일가족이 동굴로 사용 중이었다.

동굴은 규모가 작지 않았지만, 깊이가 얕았다.

은신처로 최적이었다.

나는 동굴 내부를 청소하고 살림살이를 채워 넣었다.

비상식량도 가져다 놓고 야생동물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입구를 막아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아무도 이곳을 몰랐다.

나는 휴식이 필요하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 마음이 어지러울 때 이곳을 찾았다.


비록 내 은신처이긴 했으나 아무 때나 찾아올 수는 없었다.

은신처는 마을에서 오가는 데만 이틀이 걸렸다.

길도 험하고 멧돼지도 자주 출몰했다.


게다가 내겐 수색대원이라는, 조이피아에서 부여받은 고유 임무가 있었다.

은신처에 머무는 동안에는 수색대를 떠나 있어야 했다.

자칫 대표들에게 걸리면 직무 태만으로 질타를 받을 것이었다.


잘못하지 않은 일로 질타를 받는 건 참으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내 잘못으로 질타를 받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사흘째 마을을 떠나 있는 것이다.



저녁 식사로 말린 칠면조 고기를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동굴 입구에 누워 바다를 바라봤다.

붉은 해가 수평선에 내려앉으며 타원으로 짜부러들고 있었다.


어디선가 쏙독새 소리가 났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 새가 울기에는 날이 밝았다.

우는 소리도 어딘가 좀 이상했다.


나는 은신처 입구를 나뭇가지로 틀어막았다.

발소리를 죽여가며 쏙독새를 찾아 나섰다.


숲길에 누군가 서 있었다.

어두워 누군지 잘 안 보였다.


나는 두 손을 입에 대고 쏙독새 소리를 냈다.

“쏙쏙쏙쏙.”


어둠 속 존재가 소리 나는 곳을 찾아 허둥댔다.

애덤이었다.


“애덤! 너 이 자식!”


무심코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녀석의 무모함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 탓이었다.


애덤은 물에서 구명밧줄을 발견한 사람처럼 내게 정신없이 달려왔다.

“쓰론 형!”


애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옷은 찢겨 넝마가 다 됐고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이 험한 산을, 그것도 혼자 올라올 생각을 하다니.

나는 녀석이 이런 모험을 감행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을 겪었음을 직감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녀석을 마을로 돌려보내는 건 사지로 몰아넣는 짓이었다.


나는 애덤을 은신처로 데려왔다.

녀석이 쭈뼛거리며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신기한 듯 동굴을 둘러보며 애덤이 말했다.

“여기가 형이 말한······ 은신처야?‘


나는 일부러 화난 척 말했다.

“이젠 은신처가 아니지.”

“왜?”

“은신처는 아무도 모르는 곳이어야 하니까.”


애덤이 갈라진 앞니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나는 아무도가 아니잖아. 형······.”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나는 애덤에게 요깃거리와 물을 내어줬다.

녀석은 며칠 굶은 멧돼지처럼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내가 물었다.

“마을에 별일 없냐?”


녀석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심상치 않은 소식을 가져온 것 같았다.


“쓰론 형. 레지나를 만날 수 없어.”


나는 머릿속에 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수백 개의 불확실한, 그러나 가능성 있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네 아버지가 못 만나게 하냐?”


애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녀석에게 자초지종을 말해보라고 말했다.



재물 창고에서 일이 있던 그날 저녁이었다.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식당에 모여들었다.


시작될 때까지 레지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소녀는 어디 갔어?”

“소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소녀가 보고 싶어. 누가 가서 데려와.”


술렁임이 계속되자 진장이 몸을 일으켰다.

“여러분에게 발표할 일이 있소.”


사람들 눈이 진장에게 모였다.


진장이 말했다.

“오늘부터 소녀는 방에서 생활할 것이오. 앞으로 소녀를 볼 수 없소.”


사람들이 동요했다.

“왜 소녀를 방에 가둬?”

“누구 마음대로?”


누군가 소리쳤다.

“소녀를 우리에게 돌려다오!”


“조용히 좀 합시다!”

경비대장이었다.


사람들 목이 자라처럼 움츠러들었다.


진장이 말했다.

“내가 이유를 설명하겠소. 잘 들으시오. 우리 중 누군가가!”


진장이 좌중을 돌아봤다.

진장은 방금 자신이 언급한 누군가가 식당 안에 있기라도 한 듯 사람들 얼굴을 하나씩 들여다봤다.


“누군가 소녀를 가지려고 했소.”


사람들이 동요했다.

“뭣이?”

“어떻게 그런 일이!”

“누구요. 누가 그런 짓을 했소!”


사람들의 동요는 조금 전 그것과 비교 되지 않았다.

경비대장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군가 말했다.

“이름을 밝히시오!”

식스티스 대표였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

“숨기지 말고 밝히시오!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하겠소!”

피프티스 대표였다.


사람들이 수저로 식탁을 치며 외쳤다.

"밝혀라, 밝혀라, 밝혀라······."


진장이 손을 들어 사람들을 조용히 시켰다.

“조이피아 사람들이여······.”


그가 제 가슴에 한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원한다면 나는 그 이름을 밝히겠소. 그러나!”


“나는 내 입으로 그 이름을 말함으로써 여러분에게 분노를 사지 않을까 두렵소. 왜냐하면 그는!”


사람들 얼굴이 흥분과 분노로 벌겋게 변했다.


“그는 여러분에게 많은 신망을 얻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오.”


“그래도 밝히시오! 밝혀야 합니다!”

포티스 대표였다.


사람들이 외쳤다.

“그래도 밝혀라! 그래도 밝혀라! 그래도 밝혀라!”


진장이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진장이 몹시 괴로운 듯 큰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독수리 문신, 쓰론이오!”


순간, 사람들이 두 패로 갈렸다.


첫 번째 무리는 다음과 같이 외쳤다.

“독수리 문신을 잡아라! 잡아서 추방하라!”


두 번째는 이랬다.

“독수리 문신을 잡아라! 우리 앞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게 하라.”


두 번째 무리의 외침은 진장과 대표들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애덤이 말했다.

“쓰론 형. 대표들 표정을 말해줄까? 꼭 멧돼지를 쫓다가 멧돼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표정들이었어.”



진장이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여러분. 내 말을 들어보시오.”


사람들이 제 자리를 찾아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두 패로 갈려 자리까지 바꿔 앉은 상태였다.


진장이 말했다.

“조이피아가 언제부터 이 지경이 되었소? 우리 섬이 언제부터 범죄자에게!”


진장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가 저지르려다 실패한 미완성의 범죄를 완성하도록 해주었소?”


“잘 들으시오. 독수리 문신이 소녀를 가지려고 할 때 나를 비롯한 대표들이 그것을 막았소. 우리가 만약 그 시간에!”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독수리 문신은 소녀를 가졌을 것이요. 그러나 위대하신 시조의 계시가 있어 그 시간에!”


“우리가 그곳에 가게 되었소. 그리고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독수리 문신의 범죄 행위를 막았소. 그런데 여러분은!”


진장 얼굴이 놀라움과 당혹감으로 일그러져 갔다.


“여러분 중 일부는 독수리 문신에게, 우리가 온 힘을 다해 막았던 그 범죄 행위를 완성하게 기회를 주자는 말이오?”


사람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웅성거렸다.


진장이 말했다.

“또한!”


진장은 이제 말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여러분 중 일부는······ 그래, 우리 섬의 파멸을 막아 줄 그 소녀를······ 범죄 행위를 한 사람에게 바치자는 말이오······?”


여론 물줄기가 뒤바뀌었다.

식당은 난상토론의 아수라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애덤 말을 듣고 보니 나는 어이가 없었다.

마을을 떠나는 게 아니었다.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중대 범죄자로 내몰린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뭐야. 어떻게 됐어.”

“쓰론 형을······ 추방하겠대······.”


나는 큰 숨을 몰아쉬었다.

추방이라니······.


내가 물었다.

“레지나는 어떻게 됐니?”

“레지나는 모르겠어. 결정할 때까지 방에 가두겠대.”


“사람들이 나를 찾고 있어?”

“수색대 카일에게 명령했는데······ 안 하겠다고 한 것 같아. 그래서······.”


“그래서?”

“경비대가 나선대.”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녀석들이 나를 잡아?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조이피아가 나를 추방했다.

조이피아의 명령에 따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쓰론 형······. 어떻게 할 거야······?”

“······.”


입이 바싹 말랐다.

나는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애덤이 풀 죽은 소리로 말했다.

“형이 없으면······ 레지나는······.”

“이 자식, 지금······.”


그렇게 말하다, 나는 애덤의 눈을 들여다봤다.


애덤······.

이 가엾은 놈······.

이 순진한 놈······.


애덤은 나를 따르고 좋아했다.

섬이 바닷속으로 꺼지는 한이 있어도 녀석은 나를 믿고 따를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지금 나를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녀석은 어떻게든 내가 이겨내리라 믿는 것이다.

그렇기에 애덤 머릿속은 레지나 생각뿐이었다.


녀석이 나보다 레지나를 더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녀석의 마음속 관심의 저울이 일시적으로 레지나에게 기울어 있기 때문이었다.



*



달이 뜨고 쏙독새가 울었다.

나는 애덤에게 잠자리를 내줬다.

녀석은 머리가 땅에 닿기도 전에 코를 골기 시작했다.


모닥불에 장작을 올렸다.

불빛에 비친 내 그림자가 동굴 벽에 일렁였다.


나는 무릎을 감싸고 앉았다.

계획을 짜야 했다.

생각, 생각, 생각만이 살길이었다.


나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내가 스스로 선 건 아니었다.

타인들에 의해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벼랑 아래로 떠밀릴 것이었다.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당해서도 안 될 일이었다.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도망칠 갈 곳도 없거니와······ 그건 내게 치욕이었다.


유일한 방법은 그들과 맞서는 것이었다.

살아남으려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다수였다.

게다가 그들 뒤에는 조이피아의 여론이 버티고 있었다.

나 혼자서는 불가능했다.

사람을 모아야 했다.


수색대는 내 편이었다.

물론, 나를 빼면 한 사람뿐이지만.


퇸티스도 당연히 내 편이었다.


서티스는······.

서티스는 반 정도가 내 편일 것이었다.


포티스는······.

알 수 없었다.

정말 그들은 알 수 없는 족속들이었다.


피트티스 이상 연령대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들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그들은 나의 적이었다.



삼십여 년 전, 그러니까 내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

섬에 반란이 있었다.

지금의 진장이 자리에 오른 지 11년째 되는 해였다.


반란 주동자는 포티스였다.

그들은 자신보다 어린 진장의 횡포와 대표들의 무기력에 진절머리를 냈다.


포티스는 그들 힘만으로는 반란을 꾀할 수 없었다.

반란에 가담한 건 서티스와 피프티스였다.


그러나 첩자가 있었다.

피프티스였다.


오랜 삶을 통해 경험과 지혜, 둘 모두를 축적하고 있던 그들 피프티스는 포티스의 반란에 참여한 후 깨달았다.

이 반란은 포티스가 주인공이었다.

젊은 진장을 쫓아내고 조이피아에 새로운 권력을 세워도 주도권은 역시 포티스에게 돌아갈 것이었다.

피프티스는 이 기회를 자신들의 것으로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 것은 피프티스 뿐만은 아니었다.

서티스도 같은 생각이었다.

서티스는 이번 기회에 조이피아 행정 체계를 거꾸로 세우고 싶었다.

한 마디로 반란 세력들은 동상이몽에 빠진 오합지졸이었다.


반란 마지막 단계에서 또 한 번 등을 돌린 건 피프티스였다.

그들은 생각했다.

이 반란으로 그들이 얻는 건 극히 적었다.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젊은 진장을 찾아갔다.


그렇게 반란은 실패했다.

색출된 주모자들이 섬에서 추방되었다.

그 일로 서티스와 포티스는 힘을 잃었다.


연령대별 힘의 재분배가 이루어졌다.

조이피아의 힘은 처음부터 위에서 아래로 작용했었다.

그런데 반란의 실패로 그 힘은 더욱 강화되었다.

진장의 군대식 행정체계는 더욱 힘을 얻었다.

생각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때 자취를 감췄다.


이것이 바로 삼십여 년 전 있었던 조이피아의 반란 시도였다.

반란을 시도하다 실패하면 결과는 이와 같을 것이었다.



나의 섬, 조이피아는 파멸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걸 막으려면,

조이피아의 파멸을 막고 나의 파멸을 막으려면, 이번 일은 성공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했다.

30여 년 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섣부른 계획은 공멸을 불러올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저들의 계획을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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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죽음의 섬-2 21.05.20 66 0 14쪽
19 죽음의 섬-1 21.05.18 40 0 14쪽
18 드러나는 진실-4 21.05.17 37 0 11쪽
17 드러나는 진실-3 21.05.15 43 0 13쪽
16 드러나는 진실-2 21.05.13 44 0 12쪽
15 드러나는 진실-1 21.05.12 36 0 11쪽
14 더러운 음모-6 21.05.12 42 0 11쪽
13 더러운 음모-5 21.05.12 78 0 12쪽
12 더러운 음모-4 21.05.12 57 0 11쪽
11 더러운 음모-3 21.05.11 48 0 11쪽
10 더러운 음모-2 21.05.11 39 0 10쪽
» 더러운 음모-1 21.05.10 47 0 13쪽
8 외부의 피 - 6 21.05.10 50 0 14쪽
7 외부의 피 - 5 21.05.10 54 0 12쪽
6 외부의 피 - 4 +2 21.05.09 57 0 12쪽
5 외부의 피 - 3 21.05.08 53 0 12쪽
4 외부의 피 - 2 21.05.07 85 0 11쪽
3 외부의 피 - 1 21.05.07 69 0 11쪽
2 섬의 운명 21.05.05 118 0 11쪽
1 프롤로그 +2 21.05.05 138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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