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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스토리 오브 아일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depriver
그림/삽화
강정
작품등록일 :
2021.05.05 09:11
최근연재일 :
2021.05.26 09: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00
추천수 :
0
글자수 :
113,002

작성
21.05.12 05:18
조회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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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더러운 음모-4

DUMMY

나는 옆으로 몸을 던졌다.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집벽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벽의 잔해 앞에 시커먼 형체가 서 있었다.


경비대장이었다.

그가 휘두른 은제 칼이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대장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 승리를 확신한 미소가 드리워 있었다.


칼을 꺼낼 겨를이 없었다.

급한 김에 나는 나무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무너진 벽 안쪽에서 레지나가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경비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독수리 문신이다. 독수리 문신을 잡아라.”


대장의 칼이 날아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대장의 칼솜씨를 우습게 생각했었다.

오늘 그 생각을 바꿔야 했다.

칼날이 내 어깨를 스쳐갔다.

칼이 조금만 낮았어도, 내가 몸을 조금만 덜 숙였어도 내 어깨는 몸통에서 분리됐을 것이다.


나는 막대기로 대장을 후려갈겼다.

빡! 하는 소리와 함께 막대기가 산산조각이 났다.

대장의 갑옷 탓이었다.


대장이 걸친 갑옷은 평소에는 평범한 옷처럼 보이지만, 충격을 받으면 그 부위가 단단해지는 마술 같은 물건이었다.


대장이 다시 칼을 휘둘렀다.

나는 몸을 날려 울타리를 넘었다.


경비들이 울타리를 돌아왔다.

사방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독수리 쓰론이 나타났다!”

“독수리 쓰론이 소녀를 데려가려고 왔다!”

“모두 나와라. 쓰론을 잡아야 한다!”


마을에는 네 개의 관문이 있었다.

나는 조이산 관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움막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제길······.

내 실수였다.

레지나를 보고 싶은 마음에, 레지나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성급히 움직인 탓이었다.


휙, 휙.

창이 날아왔다.


숙, 숙.

화살이 날아들었다.


조이산 관문에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관문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내 집이 근처에 있어 이곳 관문을 지키는 것이었다.


나는 품에서 은제 칼을 꺼냈다.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를 공격하면 반격하는 수밖에.


경비들이 창과 칼을 들고 나를 막아섰다.

“독수리 문신. 멈춰라.”


나는 관문 밖 어두운 숲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듯했다.

숲에만 들어가면 소동은 끝나는 것이었다.


내가 말했다.

“물러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경비 하나가 창끝으로 나를 찌르며 말했다.

“독수리 쓰론. 소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나는 그의 창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가 내게 끌려왔다.


나는 그의 얼굴에 대고 말했다.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어!”


그가 창을 빼앗으려고 낑낑댔다.

뒤에서 사람들이 쫓아왔다.


“놓치지 마라. 조금만 버텨라.”


우군이 오는 것을 보자 경비들이 와, 하며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들이 창으로 나를 찌른 순간, 나는 은제 칼을 휘둘렀다.

후두둑, 소리 내며 창대들이 부러졌다.


경비들에게 달려들었다.

경비들이 머리를 감싸고 몸을 수그렸다.

나는 그들을 뛰어넘어 관문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따라오는 사람이 없었다.

숲에서는 나를 당할 수 없다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숲길을 달려 퇸티스 동굴로 향했다.

퇸티스 동굴은 조이산 자락 깎아지른 절벽에 있었다.


앞산 위로 조각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빛이 으스름했다.


나는 조심스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와 있지 않았다.

나는 동굴 입구의 움푹 들어간 곳에 몸을 숨기고 동료들을 기다렸다.


달이 하늘 꼭대기로 비상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퇸티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꾸무룩 잠이 들었다.



“쓰론. 독수리 쓰론.”

누군가 나를 깨웠다.


눈 떠보니 카일의 얼굴이 눈앞에 와있었다.


카일이 말했다.

“다 모였어.”


나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료들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쓰론. 어서 와.”

“무사해서 다행이야.”


나는 동료들이 내준 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모두 내 얼굴만 바라봤다.


내가 말했다.

“늦은 시간에 모두 나와줬구나.”


누군가 말했다.

“당연히 나와야지. 독수리의 호출인데.”

그는 퇸티스 최고령자 미카엘이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게 순서일 것 같았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여러분에게 먼저 밝혀둘 게 있다. 나는 결백하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내 말을 못 믿는 표정들은 아니었다.

다만, 동료들 얼굴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표정이 담겨 있었다.


미카엘이 말했다.

“쓰론. 동료들 반응이 이상하게 느껴지겠지? 그럼 내 말을 들어봐.”


나는 미카엘을 향해 앉았다.


그가 말했다.

“쓰론. 먼저 이 말을 하고 싶어.”


미카엘이 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우리는 너를 믿어. 그래서 언제나 너를 따르는 거야. 우리가 너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무엇을 믿고 너를 따르는 거지? 그건 너의 용기와 정직함 그리고 동료들을 향한 우정 때문이야.”


그가 말을 이었다.

“언젠가 너는 물건을 훔친 적이 있어. 그때 우리는 너를 비난하지 않았어. 오히려 칭찬했지. 왜냐하면 네가 우리에게 나눠주려고 그것을 훔쳤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어."


다른 누군가 말했다.

“재미도 있었잖아.”


그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미카엘이 말했다.

“또 너는 언젠가 어른들에게 심한 욕을 해 우리를 곤란에 빠트린 적도 있어. 모두가 모인 식당에서 어른들에게 쓸모없는 노인네들이라고 욕하고 망신을 줬지. 그 일로 우리는 모두 노역에 동원되어야 했어.”


미카엘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우리는 누구 하나 너를 비난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네가 어른들에게 그런 짓을 한 이유를 알기 때문이었지. 너는 퇸티스 중 하나가 아무 잘못도 없이 어른들에게 매질을 당한 일을 복수하려고 그랬던 거였어.”


동료들 얼굴이 감회에 젖은 듯했다.


미카엘은 계속 말했다.

“우리 우정은 대체로 그 정도였어. 그런데.”


나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그를 바라봤다.

“이번 일은, 부탁하건대 쓰론. 우리에게 솔직해다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너의 실수를 실수로 보지 않아.”


나는 가만히 미카엘의 눈을 응시했다.


미카엘이 말을 이었다.

“우리 중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너와 카일 뿐이야. 그 이유로 너희는 아직 수색대에 있는 거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너희가 언제까지 수색대에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쓰론.”


동료들이 고개를 떨궜다.

“우리는 네가 저지른 일을 맹세코, 실수로 보지 않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는 그의 입에서 내가 생각하는 그런 발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쓰론. 우리에게 솔직히 말해다오.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가만히 모닥불을 응시했다.

모닥불에서 불꽃이 타올라 허공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미카엘이 지금까지 나를 어떻게 봐왔는지 생각해봤다.

동료들이 지금껏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해왔는지 떠올려봤다.


그들은 나를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보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내 몸속에 두 종류의 인간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즉, 그들은 내가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자유자재로 생각을 바꾸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내게 쓰론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건 수색대의 형이었다.

그는 열아홉 살에 고래 꼬리지느러미에 맞아 죽었다.


죽기 며칠 전, 그가 나를 숲으로 불러냈다.

그를 따라가며 나는 매질을 당하러 간다고 생각했다.

그날 오전에 내가 수색대 형과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앞서가던 그가 걸음을 멈췄다.

나는 주변을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매질은 수색대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손을 들어 나무 아래를 가리켰다.

나무뿌리 근처에 세 개의 돌이 놓여 있었다.

숲에서 식사할 때 깔고 앉으면 편할 것 같은 그런 돌들이었다.


그가 말했다.

“너한테 질문을 하겠다.”


나는 그가 언제나처럼 이상한 질문을 던져 나를 곤경에 빠트리려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신 차리려고 허리를 펴고 앉았다.


그가 말했다.

“저 돌들은 하나씩 이름을 갖고 있다. 첫 번째 돌은 용기와 강함이다. 두 번째 돌은 우정과 희생이다. 세 번째 돌은 정직과 믿음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것들을 하나씩 외웠다.


“너는 저 세 개의 돌 중 네가 원하는 것을 딱 하나 골라야 한다. 네가 고른 돌 위에 가서 앉으면 된다. 그러면 내가, 아직도 이름을 갖고 있지 못한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겠다.”


나는 곰곰 생각했다.

세 가지 말 모두 좋은 말들이었다.

그러나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나는 용기와 강함을 고르고 싶었다.

그것들은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런데 우정과 희생도 좋은 말이었다.

그 두 가지가 없으면 누구도 조이피아에서 살아갈 수 없었다.

그러나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우정과 희생은 용기와 강함보다 약해 보이는 말이었다.


정직과 믿음.

어느 무엇보다 중요한 말이었다.

형들은 항상 말했다.

정직과 믿음이 없는 사람은 동료들의 밥을 훔쳐먹는 칠면조와 같고 마을 사람들의 밥을 도둑질해가는 멧돼지와 같다고.


정직과 믿음은 그만큼 중요한 말이었다.

그러나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그것 역시도 부족해 보였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형은 내가 돌을 고를 때까지 나무 곁에 묵묵히 앉아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형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돌들을 향해 걸었다.


나는 가장 왼쪽 돌 앞에 섰다.

용기와 강함의 돌이었다.

나는 몸을 굽혀 양손으로 돌을 집어 들었다.


돌은 제법 무거웠다.

나는 돌을 집어 들고 낑낑거리며 두 번째 돌로 걸어갔다.

두 번째 돌 곁에 첫 번째 돌을 두었다.


나는 세 번째 돌도 같은 방법으로 두 번째 돌 곁으로 옮겨왔다.

세 개의 돌이 나란히 놓이자 나는 그 위에 주저앉았다.


형이 다가왔다.

형의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너는 명령을 어겼다. 나는 분명히 딱 하나만 고르라고 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형. 하나만 고를 수는 없어요. 이것들은 모두 중요해요.”


형이 품에서 막대기를 꺼내 들었다.

“자. 내가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돌은 하나만 골라야 한다.”


형이 막대기를 높이 치켜들었다.

나는 돌에서 엉덩이를 뗐다.


형이 말했다.

“옳지. 하나만 골라라. 마지막 기회다.”


나는 가만히 몸을 굽혔다.

돌 위에 몸을 누이고 나는 세 개의 돌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형의 매질을 견디기 위해 찔끔 눈을 감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눈을 떴다.

형의 두 다리가 내 눈앞에 와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형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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