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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님의 서재입니다.

길란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aystar
그림/삽화
노란곰
작품등록일 :
2020.02.26 13:51
최근연재일 :
2020.08.26 16:41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31,637
추천수 :
376
글자수 :
394,791

작성
20.04.16 09:26
조회
357
추천
3
글자
7쪽

친선시합2

DUMMY

나는 연병장에 목재에 색깔을 입혀서 만든 약 백걸음 정도 크기의 원형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내 손에는 레이디 이자벨에게 부탁해서 받은 평범한 장검과 방패, 그리고 몸에는 체인메일, 얼굴에는 목부분이 자유로운 헬름을 썼다.


“길란공의 상대할 첫 선수는, 라한 가문을 대표하는 용사 라디크입니다!”


‘용사? 설마?’


나는 용사라는 말에 앞에서 걸어오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전에 불려온 용사들도 지방의 몰락한 귀족이 비의를 이용해서 불러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시합에 혹시라도 다른 용사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천천히 걸어오는 녀석에게는 용사라는 칭호가 있었다. 비록 집사라 말한 것뿐이지만.

내 이마에 차가운 땀이 맺히는 느낌이 들었다.

“후욱! 후욱! 그래. 침착하자.”


녀석은 두려울 것 없다는 듯이 가슴을 펴고 경기장에 들어왔다.

잠시 후, 집사의 시합개시 신호가 들려왔다.


“그럼! 멋진 시합을 보여주시길!”


신호와 함께 녀석이 움직였다.


그런데···.


‘용사라면서? 아직 성장하지 못한 건가?’


하품이 날 정도로 느린 움직임에 나는 크게 실망했다.

녀석이 휘두르는 양손대검은 허공에 파공성을 내면서 나에게 짓쳐들어왔지만, 나는 가볍게 피하고는 녀석을 한 손으로 들어서 경기장 밖에 던져버렸다.


“오오오오오!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청나군요 길란경은!”


귀족 관중들에게서 놀라움의 탄성이 나왔지만, 나는 입맛이 씁쓸했다.

혹시라도 용사라면이라는 기대와 긴장이 있었던 탓에, 허무한 시합에 짜증이 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다음 녀석은 요란한 의상의 검사였지만, 마찬가지로 한숨이 나올만한 녀석이었다.

그런 한숨 나오는 상대를 셋을 상대하고 나서 마지막이 유스토니아 자작의 대표였다.

“잘부탁드립니다! 길란경!”


공손하게 합장을 하고 내 앞에 선 유스토니아의 대표는 처음부터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흠··· 이게 잘 갈고 닦은 무인의 기라는 것일까?’


그 앞에 서 있는 나에게 느껴지는 강한 압박감. 그리고 어디를 공격하더라도 방어하고 반격할 것 같은 자세는 그야말로 예술품을 앞에 둔 것 같은 감각이었다.


“당신의 이름을 다시 알려주시겠습니까?”


“힐버트라고 합니다. 길란경!”


솔직히 이름을 들었지만 기억하지 못했었다. 앞서의 어중이떠중이랑 같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힐버트를 앞에 둔 나는 고민에 빠졌다.


‘으음··· 지금까지처럼 해서는 절대로 이기지 못할 것 같고, 속도로 제압해야 하나? 아니, 그러려면 거의 말도 안 되는 속도를 내야 할 텐데···’


혹시라도 자신의 능력이 자세히 밝혀지는 건, 앞으로 수도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좋은 선택은 아니다.


‘힘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속도는 눈에 띄지만, 힘은 상대방보다 강하게만 주면, 어느 정도 강한 것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라는 판단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채애앵~!’


나는 장검을 휘둘러 힐버트를 내려쳤고, 힐버트는 내 검을 흘렸다.


‘어엇?’


그와 동시에 힐버트는 자신의 검을 내 검에 의한 반동을 더해 휘둘러서 내게 반격해왔다. 나는 가까스로 속도를 내어 피했지만,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길란경! 방금 것은 절대로 피하지 못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칭찬하면서도 방어를 굳게 다지고 있는 힐버트는 멋진 모습이었다.


“별말씀을요. 놀라운 무예를 지니셨군요.”


나는 이대로 시합이 길어지면 내 밑천만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 조금 비겁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조금 빨라질 겁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속도로 검을 내리쳤다.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경계선상까지 빨라진 속도로 1검, 2검,···. 200번의 검을 내리치는데 숨한번 쉴 정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챙! 챙! 카앙! 캉! 카앙!...”


힐버트는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도 반사적으로 내 검을 막고 흘려내고 있었다.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는 거지? 보고 막는 건 불가능할 텐데···’


나는 검을 내리치고 나서 뒤로 물러섰다. 나도 숨이 찬 것처럼 연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신체의 피로보다는 정신적인 피로가 더 컸다.


“길란경! 정말 경이롭습니다! 눈으로는 쫓지 못하겠군요.”


“다 막아내신 것에 찬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이제 슬슬 시합을 끝내야겠군요.”


나는 이제 반칙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이대로는 결판이 나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많은 것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이다.


“갑니다.”


힐버트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나도 심호흡을 하는 동작을 했다.


‘시합이 끝나고 힐버트를 포섭해야겠어.’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힐버트에게 다가갔다.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속도를 아득히 넘은 세계가 내 앞에 펼쳐진다. 공기의 저항이 느껴지고, 내 몸이 그 공기의 저항을 넘어선다.


‘파아아아아아아앙!’


귀족 관중들 모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결과를 보고 있다. 아니, 그 과정을 전혀 보지 못했으므로 그 결과만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것이다.


‘툭~!’


힐버트의 장검이 부러져서 바닥에 떨어지고, 다음 순간 힐버트가 무릎을 꿇는다.


“보이지···컥··· 않았습니다.”


힐버트가 쓰러지고, 나는 그 등 뒤에 서서 검을 검집에 넣는 모션을 취했다.


“와아아아아! 길란경!”


“길란! 길란! 길란!”


다음 순간, 귀족 관중에서 터져 나온 연호소리에 모두가 한 뜻으로 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가볍게 손을 들어 답례한 뒤, 쓰러진 힐버트를 등에 매고 치유사들에게 데려다 주었다.


“보았느니라! 네 녀석. 결국 진심을 보이고 말았더구나! 그럼에도 너의 그 일 검을 방어해서 검이 부러지다니, 엄청난 시합이었느니라!”


시합이 끝나고 주변을 물렸다. 잠시 후 시합의 시상식을 할 예정이지만, 혼자서 생각을 하겠다고 시간을 요청한 상황이다. 어느새 노아가 내 곁으로 와서 흥분한 채 떠들기 시작했다.


“후우···”


“후후훗. 인간이란 역시 굉장하지 않느냐? 속도는 느리고, 힘도 약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물의 눈으로 보면, 인간만큼 굉장한 존재는 없는 것이니라!”


나는 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역시 나에게 부족한 건 기술인 것 같아. 힐버트를 우리편으로 끌어들여도 될까?”

노아는 나의 말에 큰 눈을 껌벅이며 동의해주었다.


잠시 후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친선시합의 승자 길란경입니다!”


“와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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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제국 VS 길란 중하편 +1 20.06.17 203 3 8쪽
67 제국 VS 길란 중편 +1 20.06.16 212 4 8쪽
66 제국 VS 길란 상편 +1 20.06.15 204 4 9쪽
65 전쟁의 의미 하편 +1 20.06.12 204 3 9쪽
64 전쟁의 의미 상편 +1 20.06.11 20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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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작은 트러블 1 +1 20.04.17 363 4 7쪽
» 친선시합2 +1 20.04.16 358 3 7쪽
29 친선시합 +2 20.04.14 378 3 9쪽
28 암투 +1 20.03.22 387 5 8쪽
27 살려는 줄께 그거 내놔 +1 20.03.21 402 6 7쪽
26 동정남의 상태 +1 20.03.21 401 5 9쪽
25 골렘 등장 +1 20.03.19 395 4 8쪽
24 보스? +1 20.03.18 408 5 8쪽
23 재생 +1 20.03.17 421 6 9쪽
22 심장을 선물 받다 +1 20.03.16 415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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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귀로 그리고 (returning and···) +2 20.03.02 54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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