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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님의 서재입니다.

길란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aystar
그림/삽화
노란곰
작품등록일 :
2020.02.26 13:51
최근연재일 :
2020.08.26 16:41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31,597
추천수 :
375
글자수 :
394,791

작성
20.03.14 21:15
조회
419
추천
5
글자
9쪽

정식개전

DUMMY

하지만, 나는 레이디 이자벨에게 초대되어, 정찬을 먹고 있다.

전쟁터임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올린 하이델 가문에는 특별히 사령관님의 지시로 정찬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특혜의 원인인 나 또한 초대받은 것이다.


간소한 테이블이지만, 다양한 식기와 식사도구들이 예법에 맞게 늘어져 있었고, 레이디 이자벨, 나 그리고 기사 클라트가 동석하고 있었다. 기사 클라트는 사양하려 했지만, 레이디 이자벨이 강력하게 요청해서 합석하게 되었다. 이자벨은 클라트를 그만큼 신뢰하는 것이다.


전쟁터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요리부터 후식까지 모두 갖추어진 식사를 마친 후, 레이디 이자벨은 나에게 공을 치하했다.


“전쟁터에서 이러한 호사를 누림은 모두 길란경의 덕분입니다.”


나는 가볍게 목례를 취해 레이디 이자벨의 말에 겸양을 표했다.


“그렇습니다. 이제 공작님의 후원을 입고 준남작이 되실 것이고, 그 위의 작위도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지요. 전쟁 터 한가운데서 하이델 가문이 길란경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기사 클라트의 말에도 나는 가볍게 목례를 취하고 말했다.


“그렇지만, 모든 일의 시작에는 제가 하이델 가문의 위기에 도와드릴 수 있었던 것 때문이지요. 모든 일의 근본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저이기에, 앞으로도 많은 부탁을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겸손하시군요 길란경. 저야 말로, 앞으로 펼쳐진 전투와 또 그 뒤에 있을 가문 내의 분쟁에 길란경에게 의지해야할 것 같으니, 잘 부탁드려요.”


레이디 이자벨은 눈을 번뜩이며 나에게 다짐하듯이 말했다.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 불러주시길.”


나는 그 뒤에 이어진 가벼운 담소를 끝내고, 기사 클라트에게 부탁해서 망루에 올랐다.


사령관인 노아 공작의 칙령 덕분에, 말단의 무리 중 하나인 하이델 가문의 이름으로도 주둔지의 모든 곳을 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처참하군요.”


나는 망루에서 불타버린 숲에서 패주하고 있는 아군을 보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보기에 열 명 중 한 명 정도가 살아서 도망치는 것 같군요. 전초전이라고 하지만 뼈아픈 패배로 보입니다.”


클라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해가 저물고 있는 지금에서야 전초전이 끝났고, 1만여의 대군이 전멸에 가깝게 패배하고 평야의 본진으로 후퇴하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집중해서 본 결과, 불타버린 숲에서는 그 주술사가 죽은 시체에 무언가를 해서 언데드 군단을 만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패배하기 위한 전투라니··· 이해하기 어렵군.’


나는 속으로 공작의 말을 되새기고는 의문이 남았다.

전투에서 패배라는 건, 죽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마물을 상대로 패배하면, 포로조차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작은 패배하기 위한 전투이고, 공적만 신경 쓰라고 했었다.

마음속에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전황을 보면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고 했지만, 결론을 갖지 못한 채 첫 날이 지나갔다.


아침이 되었을 때, 어제의 아군들이 언데드가 되어 불타버린 숲에서 들판의 본진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저건 어제 죽은 아군들이잖아? 유···유령인가?”


“나···모험자인 친구에게 들은 적 있어. 저건 언데드야! 죽은 자가 영혼을 잃고 산 자를 죽여서 먹는다는 것들이야!”


“뭐···뭐? 언데드? 죽은 자들이란 말이야? 죽은 자를 어떻게 상대하지? 이봐! 모험자 친구가 그런걸 알려주지 않았어?”


“그···글쎄. 사제들의 힘이 상극이라고는 들었는데, 우리 원정에 사제들이 있지 않나?”


“맞아. 치유의 기적을 가진 사제분들이 동행했다고 들었어.”


언데드의 행진을 지켜본 병졸들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사제 부대의 존재를 확인하고서는 안도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언데드가 향하는 곳은, 우리의 본진 가운데였고, 그곳에 기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제들이 일렬로 서서 전진해오는 언데드를 향해 무언가를 영창했다.


‘털썩! 털썩!’


가장 앞에서 본진을 향해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면서 오던 언데드 몇 마리가 그 자리에 넘어졌다. 그리고 일어나지 못하는 걸로 보아, 사제들의 행동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저건 사제들의 ‘신성합창’이로군요. 사악한 존재를 향해 신들의 힘을 빌려 공격하는 것일 텐데, 효과는 있지만, 저 정도의 숫자를 감당할 순 없을 겁니다.”


오늘도 망루에 올라서 전장을 지켜보며 기사 클라트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전쟁터에서 싸운 경험은 있지만, 지휘관으로서의 경험은 없었다. 그에 반해, 기사 클라트는 다양한 전쟁터에 참여한 경력 덕분에,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얻을 것이 많았다.


‘신성합창이라··· 그렇다면 나도 주의해야할 것이겠지. 기억해두자.’


“그 신성합창이 한계가 있는 건가요?”


내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묻자, 기사 클라트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렇습니다. 신들의 힘을 빌려 오는 노래인데, 노래가 끝나기 전에는 효과가 없고, 노래가 끝날 때 하나의 대상에게만 효과가 있다 보니, 그 효과가 절대적이라고 해도,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노릴 수 없고, 노래가 긴 편이라, 저 많은 수를 상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거의 60~70명은 되어 보이는 사제가 줄지어서 노래를 부르고, 언데드가 하나 둘씩 쓰러졌지만, 기사 클라트의 말처럼, 언데드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순식간에 본진의 앞에는 언데드의 대군이 도달했고, 말탄 기수가 앞장서고, 뒤에 창병들이, 그리고 궁수가 활을 쏘아 근접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흠···좋지 않군요. 이대로는 밀려드는 언데드에게 당하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내가 기사 클라트에게 묻자, 기사 클라트가 손가락으로 후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저 마도부대가 원거리 공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사 클라트가 가리킨 곳에는 마법사로 보이는 무리 수십명이 마법을 영창하고 있었다. 그 주위로 몇 개인가 마법진이 허공에 떠오르는 것으로 보아 엄청난 마법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였다.


“지금이로군요. 국가 규모의 전쟁 때에만 보여주는 상아탑의 마도사들이 자랑하는 전술 마법입니다. 저도 십수 년만에 보는 것입니다.”


허공에 떠오른 수십 개의 마법진들이 공명하듯 흔들리고, 마법사들의 위에 거대한 불덩어리가 출현했다. 순식간에 커다란 바위만큼 커진 불덩이는 그 마법사들을 지휘하는 보라색 망토의 지시에 따라 인간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언데드의 한가운데로 날아갔다.


‘쿠쿠쿵!’


잠시 후, 주변을 뒤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불덩이가 지면에 충돌했고, 그 직 후 사방으로 터진 화염은 순식간에 그 중심으로부터 이백걸음 정도 주변의 언데드를 불태우고 지면을 왜곡시켰다. 인간측은 마법의 충돌 직후 본진으로 물러서서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그래도 일부는 그 폭발에 말려들어 불에 탄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엄청나군요. 단순한 화염만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마법인가요?”


“저건 아마 결전 마법이라고 부르는 전술 마법 중의 하나로 메테오라는 것일 겁니다. 십수년 전 이웃 나라와 싸울 때 사용되는 것을 본 적 있는 거네요.”


나는 그 엄청난 위력에 놀라기도 했지만, 다시 준비되고 있는 마법진을 보건데, 잠시 후 그것을 또 발사할 모양으로 보였기에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클라트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저 마법은 실제로 그들이 사용가능한 결전 마법 중에도 하급에 속하지만, 장점은 꽤 짧은 시간에 연사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대략 10회가량 이어지는 마법연사는 어지간한 국가의 정예 기병이라고 해도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그만큼 연사하면 하루정도 못 쓰는 한계가 있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마법이라면 마법 방어를 가진 무구로 어느 정도 상쇄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저런 형태로 지형이 변화될 정도의 충격이나 화염에 의한 2차 피해는 어지간한 마법 방어의 무구로는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쿠쿠쿵!’


두번째, 세번째 메테오 마법이 연사되었을 때쯤, 언데드의 숫자는 수백의 단위로 줄어있었고, 그마저도 전선의 가장 앞에서 무용을 뽐내는 기사들에 의해 정리되고 있었다.


그 때였다.


‘키아아아아아! 키아아아아! 키아아아아! 키아아아아!’


메테오 덕분에 생겨난 먼지로 인해 가로막혔던 시야가 조금씩 정리될 때, 그 먼지에서 엄청난 숫자의 고블린 떼가 돌격해오고 있었다.


“올 것이 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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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제국 VS 길란 중하편 +1 20.06.17 203 3 8쪽
67 제국 VS 길란 중편 +1 20.06.16 21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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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친선시합 +2 20.04.14 37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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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골렘 등장 +1 20.03.19 395 4 8쪽
24 보스? +1 20.03.18 407 5 8쪽
23 재생 +1 20.03.17 421 6 9쪽
22 심장을 선물 받다 +1 20.03.16 414 4 8쪽
21 대전투 +1 20.03.15 414 5 8쪽
» 정식개전 +1 20.03.14 42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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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국가의 전투, 그리고 프리랜스 +1 20.03.08 475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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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거래와 잠입 (Trade and infiltration) +1 20.02.28 74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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