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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님의 서재입니다.

길란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aystar
그림/삽화
노란곰
작품등록일 :
2020.02.26 13:51
최근연재일 :
2020.08.26 16:41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31,657
추천수 :
376
글자수 :
394,791

작성
20.03.09 02:00
조회
461
추천
8
글자
8쪽

프리랜스 I

DUMMY

“우리는 저쪽으로 가죠.”


군대가 평야에 주둔지를 만들기 시작할 때에 우리들은 귀족들의 막사 근처에 마차를 대기시키고 총사령관에게 전령을 보내었다.


나는 이전의 용병 생활에서 작은 전투에는 많이 참가했었으나, 지금처럼 대규모 원정에 참여한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주둔지 공사는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성을 축조하듯, 해자를 파고, 그곳에 마법으로 물을 채운다. 그리고 곳곳에 함정을 만들어서 기동력이 있는 적이 쉽게 오지 못하게 하고, 나무로 방책을 만든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구덩이를 파고 창병을 배치시킨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방호벽으로 주둔지를 둘러싼 뒤, 내부에 다시 해자를 파고 구역을 나누어 일반병과 귀족들 사이에 나무로 벽을 만든다. 그리고 가운데 사령관을 위한 나무로 만들어진 높은 전망대, 그리고 각 방향을 내려다보는 전망대를 만들어 주변을 경계하는 형태를 취한다.


십만이라는 숫자의 인간이 모이면, 그들이 먹는 식량부터 각종 무기, 옷까지 이미 엄청난 숫자가 되고 만다. 곳곳에 만들어진 취사를 위한 공간과 배급을 받는 자들이 줄서는 모습을 보면서 전령이 가져올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란님. 잠시 괜찮을까요?”


기사 클라트였다. 내가 앉아 있던 나무로 만든 임시 의자 옆에 앉아서 나에게 질문이 있다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말씀하시지요. 클라트경.”


“아무래도 에밀로부터 저희의 사정은 들으셨을 거 같은데, 어떠신지요? 앞으로도 계속 저희와 함께 하시는 것은?”


나는 멀리서 고개를 돌려 나를 피하는 에밀을 쳐다보았다. 분명, 에밀은 나를 회유할 목적으로 칭찬과 함께 그들의 속사정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을 것이다.

자살 임무와도 같은 그들과의 동행은 사실 선택해서 좋을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분명 명예회복이라는 이유로 계속 사지에 몰릴 것이고, 이 전투가 끝났을 때 가장 먼저 죽은 자들의 목록에 이들은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건만 맞는다면 생각해보지요.”


내 말에 클라트는 갑자기 화색이 되었다. 아마도, 내가 수락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좋습니다. 어떤 조건이 필요하신지요? 저희 힘이 닿는다면 뭐든지 해보겠습니다.”


나는 클라트의 말에 생각해두었던 말을 꺼냈다.


“저도 실은 사정이 있다 보니, 작위를 천거해주셨으면 합니다.”


“음···그건···”


클라트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작위라고 하면 귀족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국가가 인정하는 작위는 위에서부터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이 있고, 그 아래에는 준남작이라는 준 귀족에 해당하는 작위가 있다.

하이델 가문은 변경백, 그러니까 백작 중에서도 상위의 귀족이다. 변경에 있는 지역을 다스리는 변경백은 일정 부분 왕국의 법에 무관하게 자치권을 가지고, 군사 행동권을 가질 정도다.

보통의 변경백이라면, 명분만 있으면 준남작 정도까지는 왕국의 재가 없이도 작위를 수여할 수 있다. 다만, 국가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 다음 절차가 필요하지만, 내가 요구한 작위인 준남작(Baronet) 작위는 지금과 같이 목숨을 거는 위험도와 가문의 수장으로 보이는 레이디 이자벨을 전쟁터에서 지키는 것, 그리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내가 예상하기에도 레이디 이자벨은 가문에서 그렇게 강력한 실권을 가진 것은 아닐 것이라는 점. 만약 실권이 강했다면, 이런 사지에 내몰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무래 가주가 죽었다지만 수행하는 인원이 이렇게 소규모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클라트는 자신이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어려운 표정을 짓는 것이리라.


“뭐, 지금 확답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레이디 이자벨님의 의사가 중요하겠지요. 일단은 동행하겠습니다.”


나는 살짝 그것을 유예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맺었다.


“감사합니다. 길란님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레이디의 생환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기사 클라트는 솔직하게 말하고 깍듯하게 예를 표하고는 물러갔다.


나는 앞으로 인간 사회에서 살아갈 계획이었다. 왜냐하면, 혼자서는 고블린 무리를 상대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나를 도와줄 동료를 구하려면 인간의 외모인 나로서는 인간의 무리에 들어가서 적절한 위치를 얻는 것으로 힘을 키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언젠가 그 ‘용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인간들 사이에서 그들의 정보를 얻는 것도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다만, 나는 인간 사회에서 수십 년을 떨어져 있었기에, 신분을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장, 그리고 위기에 몰려 있는 귀족의 옆이 가장 좋은 자리라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어이~! 이봐. 네가 하이델 변경백을 위기에서 구해줬다는 애송이냐?”


잠시 그늘에서 조는 척하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시비 투로 말을 걸어오는 녀석이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한쪽 눈에 큰 흉터가 있는 용병으로 보이는 자였다.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라.”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

퉁명스럽게 말하고 다시 눈을 감고 잠들려는 듯하자,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어온다.


“이봐. 거들먹거리지 말라구. 이 녀석이 그 하이델 가문을 도왔다는데? 니들 어떻게 생각해?”


“좀 버릇을 가르쳐 줘야지. 그 원수 같은 가문 때문에 내 형제들이 모두 죽었다구!”


“그래!”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통해 이 녀석들이 뭘 하려는 건지 이해했다. 아마도 저번의 고블린 원정 때 죽어버린 가족의 원한을 풀고 싶은데, 그래도 명색이 귀족인 하이델 가문에게 대항하지는 못하고, 그들 도와준 녀석에게 시비를 걸어서 화풀이를 하려는 것이다.


용병의 대부분은 직업이 용병이라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용병이 되는 경우가 많고, 이전 직업은 대부분 농민이었거나 전쟁과는 상관없는 녀석들이 많다.

물론 이번 원정에는 숙련된 모험가들이나 전쟁터에서 오래 잔뼈가 굵은 용병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다수는 이런 자들이다.


그리고, 가족의 원한이 걸려 있다면, 어떻게든 쉽게 끝나지는 않을 듯하다. 마침 하이델 백작가의 사람들이 저녁 식사를 위해 자리를 뜬 상태를 노려서 왔다.


“후우··· 귀찮네. 불만 있으면 고블린들에게 풀어야지. 나를 찾아온 건 정말 잘못된 선택이거든?”


나는 귀찮은 표정을 얼굴에 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이 녀석 기고만장 해가지고는!”


내 멱살을 잡는 녀석은 녀석들 중에는 그래도 조금 힘이 세고 리더 격인 녀석으로 보였다.

가볍게 손가락으로 딱밤을 놓아주자, 녀석의 이마에 피가 튄다.


“아악! 이···이 녀석이! 해치워버려!”


튕겨져나간 녀석은 악을 쓰며 동료를 부추겼다.

비록 손톱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 흡수한 능력치와 동굴을 파내면서 얻은 체력이 더해져서 이미 일반적인 인간은 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잠시 후 모두 이마에 피멍과 함께 핏자국을 흘리면서 모두 도망치게 되었다.


“길란님! 괜찮으십니까?”


달려온 기사 클라트가 다급하게 나를 살펴보며 말했지만, 나는 가볍게 말했다.


“뭐, 이 정도는 먼지가 묻은 정도죠.”


어깨에서 먼지를 터는 시늉을 하자, 클라트는 미안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이런 고초를···”


“제가 알고 선택한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시죠. 그나저나, 저기 오는 친구가 전령일테죠?”


“아··· 같이 가셔서 전령으로부터 소식을 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사 클라트는 아직은 외부인이나 다름없는 나를 전령의 소식을 듣는 자리에 참여시켰다. 아마도, 그만큼 나를 배려한다는 이야기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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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바닥에서부터 기어오르기 +1 20.06.19 214 3 11쪽
69 제국 VS 길란 최종장 +1 20.06.18 208 3 10쪽
68 제국 VS 길란 중하편 +1 20.06.17 203 3 8쪽
67 제국 VS 길란 중편 +1 20.06.16 212 4 8쪽
66 제국 VS 길란 상편 +1 20.06.15 204 4 9쪽
65 전쟁의 의미 하편 +1 20.06.12 205 3 9쪽
64 전쟁의 의미 상편 +1 20.06.11 20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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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한 두 번 속는게 아님 +1 20.06.05 205 3 11쪽
59 황제기사단 +1 20.06.04 232 3 11쪽
58 메마른 병사 +1 20.06.03 219 4 12쪽
57 도올격! +1 20.06.02 22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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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보스? +1 20.03.18 409 5 8쪽
23 재생 +1 20.03.17 42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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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대전투 +1 20.03.15 416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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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랜스 I +1 20.03.09 462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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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귀로 그리고 (returning and···) +2 20.03.02 547 6 12쪽
7 추적과 보복 (Chase and revenge) +1 20.03.01 572 7 10쪽
6 함정과 결전 (Trap and fight) +1 20.02.29 635 6 9쪽
5 거래와 잠입 (Trade and infiltration) +1 20.02.28 747 9 12쪽
4 던전 정복자 (Dungeon conqueror) +1 20.02.27 799 6 8쪽
3 던전 활보자 (Dungeon walker) +1 20.02.26 904 9 10쪽
2 주검 (Corpse) +1 20.02.26 1,18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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