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커피밀크

드루이드 삼촌은 매일이 즐거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커피밀크
작품등록일 :
2023.10.20 10:20
최근연재일 :
2024.01.09 22:25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245,380
추천수 :
10,059
글자수 :
428,500

작성
23.12.04 00:00
조회
3,636
추천
144
글자
17쪽

첫 외식

DUMMY

인생은 곱셈이다.

남이 내게 호의를 베풀어 주면 그 고마움을 배로 갚아야 한다.

이것도 어린 시절부터 줄곧 받아온 조기교육.

나는 주다미가 먼저 권해준 조퇴가 고마웠다.

이번 주 남은 날 동안은 출근하기로 한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와서 일해야지.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그렇게 매장을 나서기 전.


“내일 뵐게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나와 형이 순서대로 인사를 하고 몸을 돌리려는데


“내일 보자, 사쟌님!”


보라는 양손을 힘차게 흔들며 씩씩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웃음이 터져버린 주다미가 흐뭇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배덕기는 오른손을 들어 올리면서 고개는 꾸벅거렸다.


다주에서 나오면서 평소보다 웃음이 더 오래 머물렀다.

하도 웃어서 얼굴 근육이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조퇴해서 기분 째져?”


형이 나를 힐끔 쳐다봤다.

아, 그렇구나. 나 조퇴해서 상쾌했구나.

역시 형 눈에는 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모양이다.


“내가?”


하지만 바로 인정하면 괜히 배알이 꼴리니까.

나는 재빨리 얼굴 근육을 제자리로 위치시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결과는 역시 실패였지만.


“어. 지금 아주 입 찢어지는데?”

“그런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생업이 되면 그때부터 온전히 즐기기가 어렵다.

하지만 다주에서의 일은 예외였다.

천직이라고 해야할까.

스트레스라고 해봤자 그건 집안일을 하면서도 생기는 정도의 소소한 것들에 불과했다.

솔직히 직장 내 스트레스라고 하면 업무량보다도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가 제일인 법.

다주의 가장 좋은 장점은 사장이 주다미라는 점이다.

직속 상사가 좋은 사람이라는 조건은 애사심과 직결되는 부분이니까.

일거수일투족 본인 스타일을 강요하면서 트집 잡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일하는 방식을 존중해 주고 보상을 확실히 해준다.

오늘처럼 먼저 내 사정을 눈치채고 편의를 봐주기도 하고.

그리고 가장 큰 장점.

다주는 어떤 분야에서는 인센티브가 따른다.

다주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 되니 일이 재미없을 수가 없다.

그만큼 나는 내 직장을 아낀다.

나는 심지 있는 애사심을 가진 직원이라 자부한다.


“땡땡이 치니까 좋긴 좋네.”


하지만 아무리 일이 즐거워도 이렇게 예상치 못한 쉬는 날은 반갑기는 하다.


“그치? 나도 병원 쉬고 촬영하는데 좋긴 좋더라고.”


형도 큭큭 웃었다.

가운데서 나와 형을 번갈아 쳐다보던 보라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땡땡이가 뭐야?”


예상치 못한 질문.


“땡땡이? 어······.”


뭐라고 설명해 줘야 하나? 설명을 하는 게 맞나?

아주 나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또 보라가 배울 만큼 좋은 말은 아니니까.


“종소리가 울리는 게 땡땡거리잖아?”

“땡땡 아닌데? 딸랑― 인데?”

“그··· 땡땡거리는 종도 있거든. 노래도 있어.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아.”


내가 노래를 하자 보라는 송곳니가 보이도록 방긋 웃었다.


“꺄하하핫! 재밌다!”

“그치? 이 노래 때문에 땡땡 소리가 떠올라서, 우리가 매장에서 나오면서 종이 울렸잖아. 그 소리였어.”


지켜보던 형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애한테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사실대로 말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고.

나는 눈을 흘겼다.

이 정도는 거짓말도 아니라고.

보라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새하얀 착한 ‘거짓말’.

아니, 거짓말이라는 말도 좀 거창하다.

‘꾸밈’ 정도가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촬영은 뭐 하는 거야?”


보라는 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경 삼촌, 촬영이 뭐야?”


보라는 형이 금세 편해졌는지 나에게처럼 말을 편하게 했다.

형이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촬영이 뭔지 궁금했구나?”

“응!”


형은 정석적으로 하나하나 다 알려주려고 했다.

형의 MBTI는 ENTJ.

외향형, 직관형, 사고형, 판단형의 집합체.

나는 혈액형이라든가, MBTI라든가 하는 걸 딱히 믿거나 그런 걸로 사람을 판단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형에 대해서는 예외다.


“카메라는 알아?”

“몰라!”

“카메라란 말이지, 일단 이것도 카메라고 저것도 카메라야.”


형은 휴대폰이 달린 카메라 그리고 길거리를 촬영 중인 CCTV를 차례로 가리켰다.


“이 카메라로 하는 것이 촬영인데······.”


카메라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설명할 기세였다.


“아아? 아아아······.”


너무 많은 정보량이 한 번에 들어오다 보니 보라는 넋이 나가 보였다.


“엇! 고깃집이다!”


나는 일부러 들뜬 목소리로 고깃집을 가리켰다.

너무 작위적으로 연기했는지 목소리 끝이 갈라져버렸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건만.

뭐, 아무튼 진짜로 식당 근처에 다다르기도 했지만, 보라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자! 가자! 밥 먹으러!”


나는 뒤로 손을 뻗고 살짝 흔들어 보였다.


“가, 가자···! 꼬기 먹으러!”


보라가 얼른 달려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삼촌.”

“응?”


보라는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속삭이듯 말했다.


“안경 삼촌은 말을 진짜 많이 해!”


보라의 눈동자엔 놀라움이 가득했다.

형이 들으면 조금 상처받을 것 같았다.

근데 생각해 보면 보라가 할 말은 아닌데.

말 많기로 대결을 붙이면 박빙이지 않을까.


“가끔 저럴 때가 있어.”


나는 피식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형이 말이 많은 건 사실이기는 했으니까.


“가끔? 왜애? 그럼 평소에는 안경 삼촌 말 많이 안 해?”


보라는 순수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궁금해 하고 있구나. 뭐라 설명해야 할까.

형은 마침 전화를 받느라 조금 떨어져서 통화하며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게 말이지······.”


설명해 줄 적당한 말을 찾기 위해 생각하다가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형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씨익 웃으며 보라에게 정답을 알려주었다.


“공부쟁이라서 그래.”


형은 수의사다. 마수 전문 수의사.

가방끈으로 치자면 발목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가방끈 정도의 공부를 했다.

무엇보다 마수의 종이 워낙 많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도 너무 많으니까.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돈이 되는 진료, 반려 마수에 대해서만 파고 들지만 형의 신념은 조금 달랐다.


‘이 땅에 있는 모든 마수들이 아프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


그래서 더 좋은 조건들도 마다하고 자그마한 동물병원에 넘치는 장비를 갖추고 개원했다.

더 좋은 조건이라는 건 돈과 적은 근무시간.

형은 당장 눈앞에 있는 금전적인 이익보다 자신의 신념을 중요하게 여겼다.

나는 그런 형이 자랑스럽다.


“공부쟁이?”

“응. 안경 삼촌은 끊임없이 공부를 하거든.”

“왜?”

“더 많은 마수들이랑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우와아아······.”


보라는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형을 한 번 돌아보고는 눈을 떼지 못했다.


“안경 삼촌은 좋은 사람이다! 나도 공부쟁이 할래!”


나는 보라의 손을 꼭 잡으며 가벼운 한숨 섞인 대답을 내놓았다.


“일단 조금씩 해보고 결정해도 돼, 보라야.”


* * *


갈빗집은 다주에서 넘어지면 무릎이 닿는 거리는 아니지만 엉덩이가 닿는 거리 정도는 된다. 바로 뒤지만 빙 돌아가야하니까. 굳이 예를 들자면 엉덩이가 맞는 설명인 듯하다.

돼지갈비 전문점에 들어섰다.

보라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진하게 풍기는 갈비 냄새와 생소한 풍경 탓인지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특별한 날이니까 소를 먹으러 와야 됐던 거 아닌가?”


형의 물음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버릇 나빠져. 돼지부터 시작해야 돼. 함박 먹이느라 소를 먹긴 했었는데.”

“무슨 소고기를 먹는다고 버릇이 나빠져.”

“단계별로 올라가야지.”

“좋은 거 먹으면 좋은 거지 뭘. 형이 사준다니까.”

“처음부터 그랜드 피아노 쳐 본 사람은 그랜드 피아노 소리가 좋은지 어쩐지 모른다니까?”

“또 이상한 소리 한다.”


보라는 우리 형제를 요란하게 번갈아 쳐다보더니 물었다.


“그랜드가 뭐야? 피아노는 뭐야? 삼촌들은 어려운 걸 많이 안다!”


나는 형이 또 하나하나 설명을 늘어놓기 전에 선수쳤다.


“하하하하하, 그치? 보라는 좋겠다. 삼촌들이 다 똑똑해서!”

“응! 좋아! 그리고 나도 똑똑해!”

“맞어!”


나는 다시 고개를 틀어 눈을 가늘게 뜨고 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매장에서 가깝기만 해서 온 거 아니야. 진짜 맛있다니까? 유명한 데야.”

“하긴, 나도 갈비는 소보다 돼지가 더 많이 들어가긴 하더라.”

“그건 형이 잘하는 데 안 가봐서 그래.”

“그럼 좀 데려가라.”

“형님이 쏘신다면야.”

“오늘은 내가 쏘고 다음엔 소갈비로 네가 쏴라.”

“어우, 그런 전략으로 나온다 이거지?”


형이 내 어깨를 장난스레 툭 치며 말했다.


“나는 대출도 있잖아. 소는 네가 먹여줘라.”

“치사하게 대출 카드를 꺼내다니.”

“장난이지.”


그때 보라가 활짝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편은 여기 앉아요!”


직원의 안내를 받은 보라가 자리를 정했다.

갈비집 뒤뜰 정원으로 이어지는 입구.

나름대로 정원 전경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어서 좋은 자리였다.


“보라가 자리 정했어?”

“응! 여기가 좋아! 삼촌 마음에 들어? 안경 삼촌도?”


우리 형제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카 바보가 따로 없는 얼굴들.


“돼지갈비 3인분이랑 냉면 하나 부탁드릴게요.”


거의 앉자마자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넵! 돼지갈비 3인분, 냉면 하나요! 김치랑 밥, 국은 셀프로 이용하시면 되고 그 외 반찬은 부족하시면 말씀해주세요!”


주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직원이 숯불을 세팅하러 왔다.


“우아아아······.”


넋을 놓고 숯불을 바라보는 보라의 초롱초롱한 눈에 불그스레한 빛이 담겼다.


“삼촌, 나 저거 만져봐도 돼?”

“큰일 나. 만지면 엄청 아파.”


숯불을 만져본다니, 세상에.

나는 그런 상상은 하지도 말라고 말하는 대신에 보라의 작은 두 손을 꼬옥 감쌌다.


“아픈 건 싫어! 그럼 안 만질래!”


형은 보라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보라야, 가끔 진짜 예쁜 건 눈으로만 담아야 할 때도 있어.”

“우아아··· 멋진 말이야!”

“그러니까 많이 눈에 담고 오래오래 기억해. 그게 손으로 만져보는 것보다 더 오래 기억될 수 있어.”

“응!”


숯불을 세팅한 뒤 고기를 불판 위에 얹어주고 간 직원.

직원은 대화에 끼지 않았지만 입가에 연신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오···. 멋진 고기다아···.”


살짝 구워진 돼지갈비를 자르기 직전이었다.


“삼촌 이거 왜 잘라?”

“응?”

“저번에는 고기 큰 거 한 개씩 먹었잖아! 이것도 그렇게 먹는 거 아니야?”


보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급하게 물었다.

아, 함박스테이크.

갈비를 한 덩어리씩 구워서 먹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건 삼촌이 만들어준 함박스테이크랑 달라. 작게 잘라서 다 같이 사이좋게 나눠먹는 거야.”


건너편에 앉아 있던 형은 웃음이 터져버렸다.


“와, 보라 크게 될 애네. 갈비를 통째로 가져가서 먹으려고 하다니, 제법 멋진데?”

“응! 나는 멋져! 그리고 커질 거야!”


보라는 배시시 웃었다.

자기 덕분에 형이 하하 웃는 게 기분이 좋은 듯했다.


“사이좋게 나눠먹는 거야. 알았지? 자른다?”

“응! 사이좋게 나눠먹어!”


나는 보라가 먹기 좋은 크기로 평소보다 조금 작은 조각으로 잘랐다.

절대로 여러 번 먹기 위해서 작게 자르는 꼼수를 부린 게 아니다.


“보라 많이 먹어!”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진 돼지갈비.

형의 밥 위에 한 점을 무심하게 올려주고 보라 밥 위에 한 점을 올려주었다.


“잘 먹겠다!”


보라는 비장하게 말하더니 포크로 돼지갈비를 푹 찍어 입에 넣었다.


“함냐!”


인생 첫 돼지갈비.

과연 보라에겐 어떨까?


“흐아아아앙? 으와아아아아아!”


보라의 눈에 별이 총총 박힌다.

주먹을 동그랗게 쥐더니 턱밑에 받치고 발을 동동 구르기까지 했다.


“맛있어?”

“마이뗘! 마이뗘!”


그러고는 우리 형제를 번갈아 바라보는 보라.

형을 보니 나랑 똑같은 표정이다.

바보처럼 헤헤 웃고 있는 얼굴.

보라는 고민스럽다는 듯 우리 둘을 보더니 포크로 돼지갈비 두 점을 푹푹 찍었다.


“잠깐만 기다려!”


보라가 포크에 찍힌 돼지갈비를 후후 불어서 식혔다.

영문도 모른 채 계속 우리는 보라를 바라봤고.

그리고 얼마 안 되어 보라는 포크에 찍힌 돼지갈비를 양손에 하나씩 쥐더니 내 밥 위에 한 점, 형 밥 위에 한 점씩 놓았다. 거의 동시에.


“많이 많이 먹어!”


동시에 주고 싶었구나.


“아하하하하하, 보라야 고마워.”


형은 보라가 올려준 고기를 야무지게 상추에 싸더니 입에 쏙 넣었다.


“웬만하면 싸서 너 주려고 했는데 보라가 준 거라서 안 되겠다.”

“당연하지.”


나도 형처럼 쌈을 싸서 먹었다.


“왜 풀에 싸서 먹어?”

“이렇게 먹으면 더 맛있어! 건강에도 좋아.”


보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 그런 거 어디에서 배웠어?”

“삼촌!”


보라가 나를 가리켰다.


“나?”

“응! 하나비랑 먹꾸가 이상하게 굴면 삼촌이 이렇게 해!”


보라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거 따라 하지 마 보라야. 별로 안 좋은 거야.”


형이 손을 저으며 보라를 말렸다.


“왜애?”


나는 멋쩍게 웃으며 보라의 등을 토닥였다.


“응. 좋은 건 아니야. 왜냐하면 하나비랑 먹꾸가 이상하게 굴면 그러는 거라. 하하하하···.”

“음, 그럼 나쁜 거 아니네! 나도 삼촌들이 이상해 보여서 그런 거야!”


완패다.

우리 형제는 눈빛을 주고 받았다.

‘애 앞에서 행동 조심하자.’


“보라 연근조림 엄청 잘 먹네?”

“응! 이거 맛있어!”

“더 먹을래?”

“더 먹을 수 있는 거야?”

“그럼.”


나는 보라쪽으로 손을 뻗어 테이블 모퉁이에 있는 벨을 눌렀다.

직원은 거의 빛의 속도로 왔다.


“연근 조림 조금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금방 갖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음보다 더 듬뿍 채워준 연근조림.

보라는 한껏 신이나서는 돼지갈비와 연근조림을 함께 입에 넣었다.

조그마한 볼이 탁구공만큼 튀어나와서는 요란하게 움직였다.


“더 먹을래?”

“글쎄?”


고기는 현재 5인분을 먹은 상태.

생각 이상으로 보라가 잘 먹었다.

형이랑 나도 간만에 하는 외식이라 유독 더 맛있었고.

그때였다.


딩동!


보라가 벨을 눌렀다.


“고기 더 주세요!”


어찌 된 상황인지 알 리 없는 직원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얼마나 더 드리면 될까요?”


우리는 벙어리가 돼서 가만히 보라를 지켜봤다.


“세 개!”

“3인분 드리면 될까요?”


더 지켜보면 안 될 상황.

나는 다급하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1인분만 더 주세요.”


형이 고개를 내밀며 내 말을 이었다.


“생맥주도 두 잔 주세요.”


주문서에 이리저리 체크 표시를 남기고 자리를 떠난 직원.

보라는 잔뜩 뿌듯해진 얼굴로 형을 바라보며 물었다.


“안경 삼촌! 나 잘해찌? 머시써찌?”

“하하하하하, 응! 보라 덕분에 삼촌 고기 더 먹고 좋네!”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형을 뒤로하고 나는 보라에게 슬그머니 말했다.


“보라야, 다음부터는 회의하고나서 하는 거야. 알았지?”

“회의?”

“응. 우리는 같은 편이잖아. 그치?”

“응!”

“그러니까 누가 더 뭘 먹고 싶은지, 같이 먹을 거 상의한 다음에 이거 딩동 누르고 말하는 거야. 순서대로. 알겠지?”

“그럼 나 잘못한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잘못한 건 아니야. 잘했어.”

“그치? 잘해찌?”


순간 주눅 든 표정이 될 뻔했던 보라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응! 근데 다음부턴 회의하는 거야.”

“알겠어!”


불판에 올라간 고기 1인분.

그리고 나와 형 앞에 놓인 생맥주.


“짠 해야지.”

“차는 그럼 두고 가야겠네.”

“그치 뭐. 갈 때 택시 타고 가는 거지.”

“오케이. 좋았어.”


우리가 잔을 부딪히려는 찰나였다.


“보라도!”


보라는 서운하다는 듯이 밑으로 쳐진 눈썹이 되어있었다.


“보라도 노란 거 같이 마실래! 나도 짠 하고 싶어!”


어쩌지.

아, 애당초 아이 앞에서 맥주 마시는 게 실수였을까.

노란 음료라 할 것도 마땅치 않은데. 보리차도 없고.

어찌해야 할지 안절부절하는 나와 다르게 형은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미안. 삼촌이 깜빡했어. 보라 거 바로 만들어 줄게?”


형은 반쯤 남아 있는 사이다와 콜라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겨 놓았다.


“삼촌이 만들어? 삼촌 노란 음료수 만들 줄 알아?”


보라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드루이드 삼촌은 매일이 즐거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이 변경됩니다. ʕ→ᴥ←ʔ 23.12.21 549 0 -
공지 사랑의 씨앗을 심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ㅅ)'=) ♥ (240102) 23.12.15 2,617 0 -
68 드루이드 삼촌은 매일이 즐거워(End) +56 24.01.09 1,099 107 14쪽
67 잘 맞는 좋은 친구 +4 24.01.08 908 75 12쪽
66 보람찬 하루 보내기 +4 24.01.07 937 81 12쪽
65 우리 차례다 +4 24.01.06 1,024 90 12쪽
64 나만큼만 +6 24.01.05 1,060 90 13쪽
63 다행이야 +4 24.01.04 1,090 89 14쪽
62 기적 +10 24.01.03 1,152 97 12쪽
61 사려 깊은 마음 +4 24.01.02 1,159 100 13쪽
60 내가 도와줄게 +20 24.01.01 1,206 102 15쪽
59 젊은 산타와 고양이 루돌프 +16 23.12.31 1,226 99 14쪽
58 루돌프에게도 선물을 +6 23.12.30 1,181 95 13쪽
57 착한 어린이들의 메리 크리스마스 +6 23.12.30 1,205 100 12쪽
56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6 23.12.29 1,284 103 14쪽
55 크리스마스 이브(4) +9 23.12.28 1,330 109 13쪽
54 크리스마스이브 (3) +5 23.12.27 1,372 103 14쪽
53 크리스마스이브 (2) +5 23.12.26 1,469 107 13쪽
52 크리스마스이브 (1) +6 23.12.25 1,571 114 15쪽
51 크리스마스이브 전야제 +7 23.12.25 1,680 110 14쪽
50 가장 따뜻한 계절, 겨울 +3 23.12.23 1,800 114 13쪽
49 형제 +5 23.12.23 1,802 113 13쪽
48 고양이의 속마음 +5 23.12.22 1,896 121 14쪽
47 가족은 강하다 +9 23.12.21 2,005 137 14쪽
46 선물 +5 23.12.20 2,025 137 13쪽
45 랄이 이야기 +6 23.12.19 1,990 142 12쪽
44 기분 좋은 상상 +6 23.12.18 2,109 122 13쪽
43 행복의 비법 +7 23.12.18 2,274 124 12쪽
42 산타 할아버지 +12 23.12.16 2,463 134 13쪽
41 대단한 친구 +5 23.12.16 2,540 119 12쪽
40 바라는 것 +10 23.12.15 2,723 120 12쪽
39 노는 날 +5 23.12.14 2,878 124 13쪽
38 포근하고 따뜻한 밤 +5 23.12.13 2,954 124 14쪽
37 이름을 지어준 존재 +8 23.12.12 3,013 134 13쪽
36 막둥이 +9 23.12.11 3,022 139 12쪽
35 새로운 식구 +7 23.12.11 3,031 143 15쪽
34 각인 +2 23.12.09 3,032 145 13쪽
33 예상치 못한 행운 +7 23.12.09 3,074 145 16쪽
32 작은 존재들의 커다란 마음 +6 23.12.08 3,119 132 12쪽
31 소원 +8 23.12.07 3,153 142 13쪽
30 착한 일 +7 23.12.06 3,280 136 13쪽
29 간택 +3 23.12.05 3,446 148 17쪽
28 가족의 의미 +5 23.12.04 3,407 144 13쪽
» 첫 외식 +5 23.12.04 3,637 144 17쪽
26 첫 만남 +6 23.12.02 3,750 169 17쪽
25 가족 +6 23.12.01 3,788 161 20쪽
24 밥심 +5 23.11.30 3,660 148 14쪽
23 효능 +2 23.11.29 3,703 144 13쪽
22 오늘의 집 (2) +6 23.11.28 3,793 155 15쪽
21 오늘의 집 (1) +3 23.11.27 3,915 153 14쪽
20 소중한 변화 +7 23.11.26 4,066 153 12쪽
19 일상을 놀이처럼 +6 23.11.25 4,244 158 12쪽
18 모락모락 +4 23.11.24 4,362 151 13쪽
17 우리 편 +8 23.11.23 4,573 160 16쪽
16 좋은 징조 +7 23.11.22 4,715 165 18쪽
15 +8 23.11.21 4,901 170 14쪽
14 신품종 +6 23.11.20 5,302 173 17쪽
13 다녀왔어요 +10 23.11.19 5,323 192 15쪽
12 마트에 가요 +8 23.11.18 5,489 191 12쪽
11 달라지는 하루 +13 23.11.17 5,807 215 15쪽
10 진짜 드루이드 +8 23.11.16 6,153 213 15쪽
9 식구와 식객 사이 +11 23.11.15 6,187 214 13쪽
8 옥탑방 고양이 +7 23.11.14 6,554 210 14쪽
7 옥탑방 강아지 +10 23.11.13 7,394 220 15쪽
6 나는 삼촌 +9 23.11.12 7,769 241 13쪽
5 선천적 애니먼 +11 23.11.11 8,195 250 16쪽
4 보라 +6 23.11.10 8,907 250 15쪽
3 동질감 +11 23.11.09 10,090 267 18쪽
2 복권 중의 복권 +9 23.11.09 11,226 280 13쪽
1 일상 속 전조 +14 23.11.06 14,823 30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