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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밀크

드루이드 삼촌은 매일이 즐거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커피밀크
작품등록일 :
2023.10.20 10:20
최근연재일 :
2024.01.09 22:25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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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379
추천수 :
10,059
글자수 :
42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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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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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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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신품종

DUMMY

오래 전 이사할 집을 알아보던 시기에 이 집을 운명처럼 만나게 됐었다.

그까짓 옥탑방에 운명씩이나 갖다 붙인다며 누군가는 과장이라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가지고 있는 예산 안에서 갈 수 있던 집들은 여러 가지를 타협해야 하는 모양새들이 대부분이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점점 힘이 빠져가던 때, 마지막 매물로 보았던 집이 지금 살고 있는 옥탑방이다.

집 내부를 보기도 전에 나는 옥상 한켠에 자리한 텃밭을 보고 이 집이 내 집이다 싶었다.

난생처음 가져본 텃밭.

처음엔 취미였지만 현재는 특기이자 자랑거리다.

가끔 매장 손님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식물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옥상에 꾸며놓은 온실 사진 한 장이면 다들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야, 역시 보라는 천재다!”

“천재, 천재! 근데 천재가 뭐야?”

“보라처럼 모르는 게 없는 똑똑이를 천재라고 해.”


보라는 앞니가 보이도록 활짝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대파로 자신을 가리켰다.


“천재!”

“응, 보라 천재!”


나는 깡충깡충 뛰느라 산발이 된 보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정돈해주었다.

이제까지 미뤄왔던 일 하나를 실행할 때였다.

온실 규모 키우기.

마력만 좀 쓰면 쑥쑥 자라나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잘하면 방울포도마토처럼 신품종들도 생겨날 테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보라와 함께 과채류를 심고 수확하는 일은 분명 그동안 혼자서 해왔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보람되겠지.

수확물이 지니는 의미도 남다를 것이다.


“앞으로 채소랑 과일 걱정은 없겠다.”


내가 말하자 보라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응! 이제 알아!”

“응? 뭐를 알아?”

<우리 집에는 고기 말고도 맛있는 게 많아!>

“맞아.”


나는 큭큭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짜장면이랑 카레 맛있었지?”


보라는 고개를 더 크게 끄덕였다.


“응! 이―만큼!”

“앞으로 먹어볼 거 많지.”

“으음···.”


보라가 두 검지를 양쪽 관자놀이에 댄 채 미간에 힘을 주고 집중했다. 무언가 떠올리려는 듯했다.


“하나비! 먹꾸! 도와줘!”


보라의 외침에 뒹굴거리고 있던 하나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잽싸게 몸을 일으켰다.


<뭐냥? 맛있는 거냥?>


보라는 땅을 톡톡 두드리며 싱긋 웃었다.


“이리 와, 도와줘!”

<귀찮지만 도아주겠다냐. 하긴 나 아니면 누가 도와주겠다냐?>


뒤늦게 먹꾸도 하나비 뒤를 쫓아 걸어왔다.


“손!”


보라가 제일 먼저 땅에 손을 얹었다. 그다음 하나비, 그리고 먹꾸가 그 위에 발을 얹었고 마무리로 보라의 남은 손이 제일 위에 얹어졌다.


“이거 먹고싶어!”

“햄버거?”

“맞아!”

“그래, 햄버거도 꼭 먹어보자. 고기도 들어 있으니까 더 좋아할 거야.”

“히히힛.”


먹꾸는 슬며시 발을 빼더니 여유로운 자세로 몸을 웅크리고 발을 핥았다. 혹시 손을 잠깐 포갰다고 냄새를 씻어내는 걸까?

반면 하나비는 보라 옆에 바짝 붙더니 꼬리로 보라의 얼굴을 만져주듯 살랑거렸다.


<햄버거, 그거 먹을 때 나도 달라냐. 궁금하구냐. 나도 맛보고 싶다냐.>

“삼촌이 하나비도 만들어 줄거야!”


보라는 하나비를 품에 끌어안으며 활짝 미소지었다.

온실에 심을 채소들을 하나씩 따로 빼두고는 전부 냉장고 안에 잘 정리했다.


“하나비, 먹꾸.”


하나비와 먹꾸가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장난감이다!”


나는 쥐 모양 장난감을 툭 던졌다.

손바닥보다 작은 쥐 모양 인형은 먹꾸의 몸에 살짝 부딪힌 뒤 바닥에 떨어졌다.

하나비는 바닥에 떨어진 장난감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먹구는 아예 장난감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


“장난감··· 인데······.”


역시 평범한 녀석들은 아니다.


“랄! 랄랄랄랄랄랄!”


갑자기 급발진을 하면서 쥐 인형을 입에 문 랄이.


“랄랄랄랄랄랄랄랄!”


랄이는 쥐 인형을 입에 문 채 고개를 좌우로 마구 흔들었다.

30초.

쥐 인형의 소비기한은 30초가 채 되지 않았다.


“헥헥헥헥헥헥.”


신나게 놀아서 만족스러운 표정의 랄이.


“쪼아써! 쪼아써!”


어쨌든 좋기는 한지 랄이가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쳤다.


“그래, 뭐··· 네가 좋았으면 됐지.”


고양이들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

이번에 꺼내들 물건은 이 까다로운 녀석들도 견디기 힘들 거라 확신했다.


“짠!”


내가 양손에 쥔 것은 바로 끝에 깃털이 달린 낚싯대.

아직까지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하나비와 먹꾸.


“자, 자, 어때? 응? 놀고 싶지?”


먹꾸가 바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오옹! 아옹아옹!”


먹꾸는 깃털을 향해 달려들었다. 앞발로 깃털을 치거나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커다란 얼굴만 들이밀기 시작했다.


“아오오옹!”


낚싯줄을 몸으로 깔아뭉갠 뒤 깃털을 깨무는 데 성공한 먹꾸.


“앙, 아갉, 각아각.”


갑자기 먹꾸가 깃털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낚싯줄이 입술 부근을 누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꺄하하하핫! 먹꾸 못생겼어! 귀여워!”


보라는 그런 먹꾸가 예쁘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가 낚싯대를 가지고 노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먹꾸가 행복하면 됐지 뭐.


“하나비.”


하나비가 고개를 홱 돌려 나를 째려보듯 쳐다봤다.


“자, 여기. 여기여기.”


살살 꼬시듯 낚싯대를 흔들었다.


<바보냐아아앙. 앞에서 흔드는 거에 관심 없다냐아아아.>


낚싯대로 놀아주기에는 하나비가 너무 똑똑한 걸까.

오기가 생겼다.


“하나비이이이. 하나비이히히히.”


나는 낚싯대를 살살 흔들며 깃털로 하나비의 코를 간질였다.

하나비는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귄찮다는 듯이 깃털을 탁 쳐냈다.


“하나비이이이.”


내가 다시 깃털로 간질이고, 하나비는 쳐내고, 그걸 보는 보라는 웃고.

그 와중에 먹꾸는 아직도 깃털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개새는 이미 분해된 쥐 인형을 발로 누른 채 솜털을 뽑아서 흩뿌렸다.

혼돈의 카오스인 상황.


“하나비이이이.”


내가 다시 깃털로 코를 간질이자 하나비가 폭발했다.


“냐아아!”


하나비는 양 앞발을 확 뻗어 깃털을 낚아챘다.

나는 봤다.

일순 집중력이 발휘되며 동공이 확장되는 하나비.


“냐아?”


시시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재밌는 듯했다.


“얍, 얍, 얍, 얍.”


내가 낚싯대를 이리저리 튕기듯 움직였고, 하나비가 깃털을 따라 달리면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냐아! 냐아? 냐아아! 냥!”

“나도! 나도 할래! 잘 할 수 있어!”


보라가 손을 뻗었다.

나는 웃으면서 낚싯대를 건네줬고, 보라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본격적으로 임했다.


“하나비!”

“냐아아아!”

“꺙!”


보라는 흡사 리듬체조 선수처럼 낚싯대를 화려하게 흔들었다.

하나비는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튀어올라 깃털을 낚아챘다.

아이들과 한참을 놀고 난 뒤.

각자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보라와 하나비 먹꾸, 그리고 랄이.

순수한 눈동자들이 모두 나에게 머물러 있다. 눈빛 속에는 의지하는 마음과 사랑이 느껴진다.

여덟 개의 보석 같은 눈들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각양각색의 눈빛들이 빛나는 옥탑방.

내 삶이 더 많은 빛깔로 차오르는 것 같다.


* * *


“다 됐다.”


온실에 각종 과일과 채소 씨앗들을 심었다.

장 봐온 것들로 했기에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삼촌 얼른 얼른!”


옆에 쪼그려앉아 있는 보라가 눈을 반짝였다.


“그럼 제일 먼저······.”


마력 소모가 가장 적을 것 같은 대파로 결정했다.

나는 대파의 윗단을 가위로 싹둑 잘랐다.


“어? 왜 잘랐어?”

“이건 우리가 먹고, 이제 얘를 키워볼 거야.”


대파에 손을 댄 채 마력을 흘려보냈다.


파스스슥.


순식간에 무럭무럭 자란 대파는 윗단을 자르기 전보다 더 길게 자랐다.


“오.”

“우와!”

“다시 해도 신기하네.”

“삼촌! 또! 또 해봐!”

“알았어.”


대파에 마력을 좀 더 주입해보기로 했다.

방울포도마토처럼 또 다른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파슥, 파스스슥.


대파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자라났다.


“어? 오? 우와?”


파의 대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파창.


토기로 된 화분이 깨질 정도로 뿌리도 굵어졌다.


“우오?”


나는 멈추지 않고 마력을 더 쏟아냈다.

마치 하얀 기둥의 야자수처럼 자라난 대파.

중앙에 파꽃이 생기는가 싶더니 금세 사그라지고는 다시 동그랗게 부풀기 시작했다.

초록빛이 그라데이션으로 들어간 새하얀 빛깔의 열매.

곧 성장을 멈춘 대파와 가운데 있는 열매.

윤기가 나는 열매를 똑 땄다.


“귀엽다! 랄이 몸처럼 똥그래!”


코를 가까이 가져다 대며 킁킁 냄새를 맡은 보라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손에서 열매를 놓았다.


“윽, 매워···.”

“그래?”


나는 대파에서 열린 열매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냄새를 맡았다.

파의 향이 나면서 단단했다.

모양은 꼭 사과를 닮았다.


“파과.”

“파과?”

“응. 파과라고 하면 되겠다. 파랑 사과 합쳐서.”

“예쁜 이름이다!”


신품종의 탄생이었다.

방울포도마토와 파과.

둘 다 과채류로 보면 될 듯하다.

이제 내가 궁금한 점은 방울포도마토와 파과가 일반적으로 키워도 양이 늘어나는지, 아니면 나의 마력이 필수적인지였다.


“얘네들도 또 키워?”


보라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삼촌 또 마법부릴 거야?”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천천히 자라게 할 거야.”

“왜?”

“천천히 자라는 거 지켜보는 것도 재밌어. 이번에는 보라랑 삼촌이랑 같이 키워보는 거지.”

“우와! 좋아! 보라 할 수 있어!”

“그리고 이렇게 해서 키울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키울 수 있잖아. 그럼 다들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좋아!”


보라는 팔을 힘있게 확 뻗으며 검지 손가락을 세웠다. 손끝이 가리키는 곳엔 파과가 있었다.


“근데 쟤는 싫어.”

“하하하하! 요리에 넣으면 맛있을 거야. 어떻게 할지는 삼촌도 활용을 해봐야 알 거 같기는 한데.”


그 와중에 하나비와 먹꾸가 옥상을 가로질렀다.

하나비는 웃고 있는 듯했고, 먹꾸는 필사적으로 쫓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랄이를 “랄랄랄랄” 짖으며 그 위를 날아다녔다.


“다들 마니마니 귀여워.”


보라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나는 보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네가 더 귀엽다’ 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 * *


아직 이른 오후.


“하하, 그렇게 뛰어놀더니.”


보라는 마치 조난당한 사람처럼 앞쪽으로 손을 뻗은 채 엎어져서 잠에 들어 있었다.

그 앞에는 먹꾸가 식빵을 구우며 골골거렸다.

나는 자고 있는 보라를 조심스레 안아들어 침대에 눕혔다. 머리 뒤로 베개를 끼워주고 이불을 덮어줘도 보라는 깨지 않고 곤히 잘 잤다.

아직 한창 자랄 나이니 잘 먹고 잘 자야겠지.

보라를 침대에 눕히자 먹꾸도 올라와서 구석 쪽에 자리를 잡고 다시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최대한 빨리 보라와 아이들을 위한 작은 침대를 하나 장만해야 될 것 같다.


“다른 애들은 어디 갔지?”


하나비는 형의 방에 있었다.

창틀에 자리를 잡은 하나비는 열심히 바깥 구경을 했다.


“랄이는 어디 갔지? 랄아? 랄아?”


몸을 틀던 나는 멈춰 서면서 피식 웃었다.

랄이는 빨래건조대살 하나를 양발로 움켜잡고 졸고 있었다.


“귀엽네.”


마트에 들르면서 필요한 것들을 많이 샀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식구들을 위해 준비할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나는 혼자서 커피를 내려 마시며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사실 휴식이라기보다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입이 늘어난 거야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주에서 일도 익숙해져서 조금씩 더 괜찮아지던 차였고, 초인이 됐으니 수입은 늘어날 테니까.

마력으로 식물과 과일을 키워서 자급자족도 쉬워졌고.

보라는 너무 사랑스럽고, 매일 수많은 마수들을 돌보던 내게 랄이, 먹꾸, 하나비 셋은 귀엽기만 했다. 셋 다 개성이 엄청 강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똑똑하기도 했고.

역시 고민되는 부분은 출근.


“흐으으으음. 진짜 데리고 출근해야 되나?”


오히려 주다미가 먼저 제안한 부분이었으니 굳이 사양할 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라의 출생등록 문제가 해결되면 어린이집 같은 곳도 다닐 수 있을 테고.

저녁에 다주에 잠깐 들러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짧게 몸을 떨었다.

문자메시지였다.


―아직 매치 테스트를 받지 않으신 분들에게 드리는 안내사항입니다. 매치 테스트를 받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가지고 가까운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방문하셔서 예약을 하신 뒤, 안내드리는 가까운 병원에서 간단한 혈액검사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오며······.


당연히 누구든 매치 테스트를 받을 것이라는 걸 전제로 깔아두는 듯하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매치 테스트를 받기도 하지만.

종종 애니먼 시술을 받지 않으면서도 언젠가 도망칠 길을 만들어두듯 매치 테스트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국내에 매치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애니먼이 되지 않은 사람들도 몇 명 있다고.

초인이 된 내게는 상관없는 일.


“흠······.”


여기서 약간 고민이 됐다.

꼭 초인으로 등록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초인이든 애니먼이든 원칙적으로는 등록을 할 의무가 있었다.

초인으로 등록을 해서 얻는 가장 큰 이득이라고 해봤자 초인들끼리 이루는 커뮤니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뿐.

명목상으로는 안개지대에 드나들며 세상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최근 양상을 봤을 때는 그냥 특이한 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가 되는 느낌이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초인의 수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초인이 되면 무조건 관심을 사고 유명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입장에서는 단점밖에 없었다.


“안 내키는데.”


* * *


보라와 함께 다주에 들렀다.


“안 내키면 안 하면 되지.”


주다미가 배달 앱을 들여다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네?”

“나 같아도 초인으로 등록하기는 싫을 것 같기는 해. 얼마나 피곤하겠어?”

“그쵸.”

“사람들이 다 알아보고. 어디 가서 마음 편하게 데이트나 하겠어?”

“데이트는 원래 못 하신지 오래······.”

“야.”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근데 등록을 안 해도 괜찮을까요?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잖아요.”

“상관없지. 솔직히 누가 문제를 삼을 건데? 뭐 단속 나오나? 티만 안 내면 알 방법이 없잖아.”

“그렇기는 하죠. 아, 근데 그게 좀 걸리네요.”

“뭐?”

“안개지대요. 저도 이제 마력이 생겼으니까 앞으로 사장님하고 안개지대도 좀 드나들고 하면서 마수들도 포획하고 그러려고 했죠.”

“그거야 문제 될 게 없지.”


주다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뭐 안개지대를 지문 찍고 들어가나?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지금 이 순간에도 생기고 없어지고 하는 게 안개지대잖아.”


주다미는 다주 내부를 구경하고 있는 보라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쟤도 데려가려면 얼마든지 데려갈 수 있어.”


결론은 생각 이상으로 간단했다.

그냥 등록을 안 하면 해결됐다.

어디 가서 입을 놀리고 다니는 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알 방법도 없었다.


“해결?”


주다미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마음이 편해진 나는 보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안녀어어엉?”


보라는 사육장 안에 있는 마수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와인 트웰브.

다리가 열두 개 달린 거미처럼 생긴 마수인데, 손바닥을 두 개 붙인 것만큼 커다랗고 적포도주 같은 자줏빛 털이 북실북실했다.


“보라야, 안 무서워?”


나의 물음에 보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나도!”

“그래? 보라 엄청 용감하네?”

“응! 나는 용감해!”


보라는 씩 웃어 보이다가 양손을 배로 가져갔다.


“삼촌, 빈 공간이 많이 생겼어.”

“하하하, 그래 배고플 때 됐지.”

“우리 뭐 먹어?”

“사장님이 사준대.”


보라가 주다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는 눈빛에 경계심 대신 제법 부드러움이 묻어났다.

마트에서 시식을 시켜준 아주머니와 풍선을 준 직원하고도 괜찮았다.

적응이 빨라서 다행이었다.


“보라야.”

“네!”


다주로 오는 길에 존댓말을 조금 가르쳤다.

당연히 자주 틀리겠지만, 대답은 또랑또랑하게 잘했다.


“우리 이거 먹을까?”


주다미가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휴대폰 화면 가득 햄버거 그림이 떠 있었다.


“네에에에에에에에!”


보라는 매장이 떠나가라 힘차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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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간택 +3 23.12.05 3,446 148 17쪽
28 가족의 의미 +5 23.12.04 3,407 144 13쪽
27 첫 외식 +5 23.12.04 3,636 144 17쪽
26 첫 만남 +6 23.12.02 3,750 169 17쪽
25 가족 +6 23.12.01 3,788 161 20쪽
24 밥심 +5 23.11.30 3,660 148 14쪽
23 효능 +2 23.11.29 3,703 144 13쪽
22 오늘의 집 (2) +6 23.11.28 3,793 155 15쪽
21 오늘의 집 (1) +3 23.11.27 3,915 153 14쪽
20 소중한 변화 +7 23.11.26 4,066 153 12쪽
19 일상을 놀이처럼 +6 23.11.25 4,244 158 12쪽
18 모락모락 +4 23.11.24 4,362 151 13쪽
17 우리 편 +8 23.11.23 4,573 160 16쪽
16 좋은 징조 +7 23.11.22 4,715 165 18쪽
15 +8 23.11.21 4,901 170 14쪽
» 신품종 +6 23.11.20 5,301 173 17쪽
13 다녀왔어요 +10 23.11.19 5,323 192 15쪽
12 마트에 가요 +8 23.11.18 5,489 191 12쪽
11 달라지는 하루 +13 23.11.17 5,807 215 15쪽
10 진짜 드루이드 +8 23.11.16 6,153 213 15쪽
9 식구와 식객 사이 +11 23.11.15 6,187 214 13쪽
8 옥탑방 고양이 +7 23.11.14 6,554 210 14쪽
7 옥탑방 강아지 +10 23.11.13 7,394 220 15쪽
6 나는 삼촌 +9 23.11.12 7,769 241 13쪽
5 선천적 애니먼 +11 23.11.11 8,195 250 16쪽
4 보라 +6 23.11.10 8,907 250 15쪽
3 동질감 +11 23.11.09 10,090 267 18쪽
2 복권 중의 복권 +9 23.11.09 11,226 280 13쪽
1 일상 속 전조 +14 23.11.06 14,823 30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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