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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밀크

드루이드 삼촌은 매일이 즐거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커피밀크
작품등록일 :
2023.10.20 10:20
최근연재일 :
2024.01.09 22:25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244,738
추천수 :
10,059
글자수 :
428,500

작성
23.11.23 23:25
조회
4,562
추천
160
글자
16쪽

우리 편

DUMMY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새.

수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새.

아마 누구한테 묻든 같은 대답이 나올 것이다.

비둘기.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비둘기들은 특이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너무 많다.

88올림픽 때 비둘기를 인위적으로 많이 풀어서 개체 수가 늘어났다는 말이 있는데, 급증 원인의 100%는 아니어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즉, 88올림픽이 원인인 것이 사실이라는 뜻.

밖에 나가면 비둘기를 못 보는 날이 없는 것 같다.

다 똑같아 보여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각자 개성이 강하다.

신호등을 기다렸다가 횡단보도를 따라 길을 건너는 녀석도 있고, 자동차 위에 자리를 잡고 드라이브를 즐기지를 않나, 빵집 앞에서 부스러기라도 내놓기 전에는 떠나지 않는 뻔뻔한 녀석도 있다.


“어······.”


하지만 살면서 숱하게 본 비둘기 중 이런 개성은 처음.

이렇게 거대한 비둘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가죽재킷에 검은 바지 그리고 손에는 뭔가 묵직한 게 들어 있는 듯한 가죽가방을 들고 있었다. 가죽가방의 겉으로 무언가 불룩하게 튀어나왔다. 꼭 망치 같은 둔기처럼 보였다.

마력을 지니고 동물의 특성을 가진 애니먼은 당연히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다.

동물의 종이 무엇이든 그렇다.

거대한 비둘기의 얼굴은 조금 우스운 듯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이 긴장감을 자아냈다.

나 역시 드루이드로 각성했다.

누가 상대든 겁먹지 않는다.

무엇보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애니먼도 결국 사람.

똑같이 대하는 게 옳은 태도다.


“안녕하세요?”


완벽했다.

평소와 같았다.

영업용처럼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목소리, 과하지 않은 적당한 미소, 거리감을 유지해 편안히 둘러봐도 된다는 의도까지 전달.

이제 비둘기 남자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문제.

미소를 유지한 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비둘기 남자는 고개를 살짝 꾸벅였다.


“구인광고 보고 왔는데요.”


의외로 꽤 앳된 목소리였다.


* * *


다주의 사무실 안.

커다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나와 주다미는 나란히 앉아서 비둘기 남자와 마주 보고 있었다.

보라는 간이 테이블 앞에 자리했다. 간이 테이블 위에는 포장지로 감싼 먹다 남은 햄버거와 감자튀김과 치킨너겟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소스도 몇 번 찍지 않아서 깨끗했다.

당연하게도 나와 주다미는 식사를 마치지 못한 상황.


“보라야, 삼촌은 괜찮아. 보라 먼저 먹고 있어도 돼.”


나의 말에 보라를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니야! 같이 먹어야 돼! 그래야 더 맛있어!”


주다미가 피식 웃으며 동조했다.


“하긴, 맞아. 나도 혼자 먹으면 맛이 없더라.”

“사쟌님 말이 맞아!”

“몇 번 만났다고 우리 벌써 꽤 잘 맞네, 보라?”


주다미는 강아지 턱을 쓰다듬듯 보라의 턱밑을 장난스레 간질이며 말했다.


“알았어, 보라야.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착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삼촌 금방 갈 거야.”


내가 보라를 타이르던 찰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비둘기 남자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식사 중이신 줄 몰랐어요.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주다미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우리는 같이 일한 세월이 결코 짧지 않다, 그러니 눈빛만으로 간단한 신호 정도를 주고 받는 건 꽤 익숙한 일.

주다미는 면접을 보러온 첫 지원자가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짐짓 웃는 듯한 표정에 ‘의외로 꽤 괜찮은 사람이 찾아왔네?’라고 쓰여 있었다.


“직원이랑 아르바이트 중에······.”


내가 말문을 열자 비둘기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직원이요. 저는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


비둘기 남자는 가방을 열어서 살짝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우흐응.”


갑작스레 나온 비둘기 소리.

나와 주다미는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보라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당황을 해서. 그리고 이건 이력서인데······.”


비둘기 남자가 꺼내든 것은 이력서였다. 가방에 넣어놓았다가 구겨진 것 때문에 당황해서 목소리가 나온 듯했다.

비둘기 남자는 이력서를 최대한 빤빤하게 펴기 위해 잡아당기면서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요, 주세요.”


주다미는 이력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비둘기 남자는 곧장 이력서를 내밀지 못하고 망설였다.


“아······. 구겨져서······.”


주다미는 피식 웃으면서 뻗고 있던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내용이 중요한 거니까요.”


이력서에 붙어 있는 비둘기 얼굴로 꽉 찬 증명사진.

똘망똘망한 눈동자. 볼링핀처럼 동그란 두상. 명랑한 표정.

과하게 명랑한 표정에 입술을 뚫고 웃음이 삐져나올 것 같았다.


“흐으으음······.”


나와 주다미는 천천히 이력서를 훑었다.


[이름 : 배덕기]

[나이 : 21세]


어쩐지 관록이 느껴지는 이름에 반해 의외로 어린 배덕기.

경력은 패스트푸드점과 옷가게 등 아르바이트가 전부.

단, 10대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에 비는 기간이 없다. 그 말인즉슨, 쉬지 않고 일했다는 이야기. 분명 여느 21살 중에서는 풍부한 경험이 있다고 볼 수도 있었다.


“흐으음···.”


주다미는 이력서를 통째로 암기하려는 사람처럼 고개를 쭉 빼고 열심히 들여다 보았다.


“잠시만요?”


그리고 돌아섰다. 곧바로 거친 손길로 나도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돌려 세웠다.

우리 둘은 비둘기 남자를 등지고 서 있는 상태.

주다미는 내게만 들릴만한 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이제부터 네가 면접 봐봐.”

“네? 제가요?”

“지켜볼게.”

“그게 무슨 소리세요? 사장님이 하셔야죠. 그래도 사장님이 사장님인데 면접은 사장님이···.”

“너도 나랑 같이 일한 세월 생각해보면 알잖아. 스스로 사람 보는 눈이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뽑은 애들 봐봐. 너 하나 빼고 다 좀 그랬잖아.”


주다미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사람보는 눈이 확실히 딸려. 이젠 알아.”

“그래도······.”

“기껏 네가 일 다 가르쳐놨는데 또 그만 둬 봐. 나 너한테 너무 미안하고 쪽팔려서 매장 못 나올지도?”


나는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럼 어떤 최소한의 기준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닥?”

“아예 없었어요? 저는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뽑았는데요?”

“······관상?”

“보실 줄은 아세요?”

“······독학?”

“하시긴 했어요?”

“······유어튜브로?”

“하셨다고요?”

“점 보는 컨텐츠 조금······.”


주다미는 할 말이 없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내며 시선을 회피했다.

아무래도 이번에 신입을 뽑는 면접관은 내가 전담하게 된 듯하다.

대화를 끝내고 뒤를 돌아봤을 때는 배덕기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배덕기에게 다가서서 방글방글 웃고 있는 보라.


“아, 안녕?”


배덕기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자 보라가 활짝 웃어 보였다.


“안녕!”

“우흐흥, 흐흐흥! 기운이 넘치는 아이구나?”

“내 친구 조―오―기 있는데 아저씨도 만나게 해줄까요?”

“어? 어, 그래.”

“여기서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야 돼요? 그럼 내가 친구 데리고 올게요?”


아까 보라에게 착하게 기다려주면 같이 식사하러 금방 가겠다고 했는데, 보라는 비둘기 남자에게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잔뜩 신이 난 발걸음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사육장에 있던 와인 트웰브를 데려왔다.


“인사해!”


와인 트웰브를 머리에 얹고 온 보라.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일단 보라를 말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옆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장인 주다미는 완전히 방관자가 되어서는 즐거워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보라······.”


내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이었다.


“엇! 와인 트웰브네? 물지 않니?”


배덕기의 물음에 보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안 물어요! 착해요!”

“나도 이 친구를 만져봐도 될까?”

“네!”


보라가 양손에 와인 트웰브를 얹고 내밀어 보였다.

배덕기는 조심스레 손등을 보인 채 양손을 붙이고 내밀었다.

와인 트웰브의 핸들링 초기 단계에서 가장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방법.

양손의 모양을 최대한 와인 트웰브와 비슷하게 흉내를 냈을 때 공격할 확률이 줄어들었다.

반려마수에게 원래부터 관심이 깊다는 증거.

배덕기는 확실하게 점수를 땄다.

나와 주다미는 조금 놀라면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칭구야, 아저씨한테 인사해!”


보라가 와인 트웰브를 배덕기의 손등에 올려줬다.

와인 트웰브는 발끝으로 배덕기의 손등과 손목 등을 짚으며 탐색하다가 이내 배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성격이 진짜 좋은 애구나. 보통 사나워서 핸들링이 쉽지는 않은데. 얘는 아예 자리를 잡고 자려고 그러네.”


배덕기가 웃음 섞인 목소리를 내자 보라가 방긋 웃었다.


“그쵸? 착해요!”


나와 주다미가 눈을 마주쳤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탄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문득 보라도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다.

나 이외에 모든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먼저 친근하게 다가서기까지 했으니까.


“근데 너는 내가 안 무섭니?”


배덕기의 물음에 보라가 되물었다.


“왜 무서워?”

“응? 그야······.”


보라는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보라와는 당연히 반응이 달랐겠지.

외모를 떠나 거구의 어른이면 빼액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많았을 거고, 무엇보다 얼굴이 비둘기의 모습이니 어지간히 새를 좋아하거나 특이한 아이가 아니라면 충분히 무서워 할만 한 모습이기는 하니까.


“아니야.”


배덕기는 피식 웃고는 손등을 내밀었다.


“자, 친구 다시 데려가야지.”

“응!”


와인 트웰브를 돌려받은 보라.


“보라야.”


내가 부르자 산책 가자는 말을 들은 강아지처럼 고개를 돌리는 보라.


“응?”

“친구 다시 집에 데려다주고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앉아서 기다려줘. 지금은 어른들끼리 얘기하는 시간이라서 보라가 얌전히 있어줘야 돼. 알겠지?”

“나도 같이 얘기할래! 나도 같이 해!”

“어?”


이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맞네. 보라도 해야겠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주다미의 맞장구.

나는 고개를 홱 돌려 주다미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예요?’ 라는 마음을 담아 눈빛으로 쐈다.


“그렇잖아.”


주다미는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고 말했다.


“보라도 이제 다주 직원이니까, 여기 같이 얘기할 자격이 있지. 엄연히 따지고보면 보라가 선밴데?”

“맞아! 보라도 해! 근데 선배가 모야?”


보라가 주다미 앞에 다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물었다.


“먼저 시작한 사람. 보라는 아저씨보다 먼저 여기 왔잖아? 그리고 일도 하겠다며?”

“맞아, 맞아! 보라는 선배야!”

“하지만···!”


주다미는 보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은 우리 팀을 모으는 중이야. 계속 쭉 여기에서 함께 할 사람.”


보라는 주다미의 말을 이해하기위해 애쓰는 듯 골똘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도 같이 우리 팀 할 사람 뽑을래?”

“응, 보라도 같이 해!”


주다미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여기 와서 앉아.”


보라는 곧장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배덕기를 빤히 바라봤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자연스레 내게 시선이 쏠려 있었다.


“저는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덕기 씨는 애니먼이시잖아요?”

“······네.”

“그럼 하실 수 있는 일이 많을 텐데, 다주에 지원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배덕기는 반듯하게 테이블 위에 손을 모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다주에 큰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주라면 규모가 큰 편에 속하지 않지만, 소형 마수를 다루는 곳들 중에서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사실이다.

매장이 거대하지는 않아도 다루는 종과 수 자체는 적지 않다.

그만큼 케어에도 월등하다. 직원에게도, 사육하는 마수들에게도.

주다미는 웃기는 사람이지만, 우스운 사람은 아니다.


“여기라면 제가 많이 배울 수 있고, 함께 성장해 가는 여정이 굉장히 의미가 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사장님께서 직접 안개지대도 다녀오시는 걸로 아는데, 저도 애니먼이라 그걸 보조하는 것도 가능해요.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마수를 좋아합니다. 웬만한 또래들보다는 마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짝짝짝짝짝짝짝짝!


보라가 박수를 쳤다.


“대단하다아아!”


배덕기는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우흐응, 고마워.”

“비둘기 아저씨 머시따!”

“······아저씨 아니야.”


지켜보던 주다미가 입을 뗐다.


“솔직히 저는 배덕기 씨가 굉장히 마음에 드네요. 진짜로 일을 잘할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원한다면 내일부터라도 출근했으면 좋겠어요.”


배덕기가 화색을 띠었다.


“저, 정말인가요?”


주다미가 나를 힐끗 보고 말했다.


“매니저님 생각은 어떠세요?”


배덕기가 와인 트웰브를 능숙하게 다룰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결정돼 있었다.

보라에게도 따뜻하고 친근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좋아 보였고.

애니먼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볼 수 있었다.


“저도 찬성입니다.”


배덕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90도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보라가 다시 짝짝짝 박수를 쳤다.


“추카! 추카!”


* * *


“식긴 했지만 괜찮으면 감자튀김이랑 너겟이라도 먹다가 가요. 얘기도 좀 하게.”


주다미의 말에 배덕기는 자리를 지키며 조심스레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 들었다.


“네, 그럼 감사히.”

“많이 먹어요.”


내가 말하자 배덕기가 고개를 꾸벅였다.


“네, 그리고 사장님, 매니저님 말씀 편히 하세요.”

“말은 근무하면서 차차 놓을게요.”

“아, 네. 당연히 편하신 대로.”


주다미가 팔꿈치로 나를 툭 쳤다.


“야, 바로 놔야 편해지지. 나는 바로 놓을 건데?”

“사장님이야 사장님이시니까요.”

“그래? 그런 거야?”

“그렇죠. 대장이시니까.”


그때 보라가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엇? 사쟌님이 대장인 거야?”


주다미는 어깨를 펴고 턱을 들며 으스댔다.


“몰랐어? 내가 여기서는 대장이야.”

“사쟌님이 대장···.”

“그러니까 말 잘 들어.”


보라는 주다미가 대장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는지 딴청을 피웠다.

주다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 말았다.


“햄버거 다 식었겠다. 얼른 먹어 보라야.”


내가 햄버거 포장지를 벗겨서 다시 건네줬다.


“응! 근데 삼초온.”

“응?”

“나 목말라.”

“목말라? 음료수 먹자.”


제로콜라가 든 컵을 집었다.

물이나 우유 같은 음료가 더 좋겠지만, 가끔 탄산음료 조금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맛있고 즐겁게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신 더 활발하게 뛰어놀고, 평소에 더 건강히 먹으면 되니까.

더 어린아이들도 패스트푸드를 먹는 시대고, 보라야 평범한 어린아이가 아니기도 하다.


“자.”


컵에 꽂힌 빨대를 들이밀자 보라는 곧장 쪽 빨아먹었다.


“힉?”


윙크를 하듯 한쪽 눈만 찡긋거리는 보라.


“꺄아아아앙.”


탄산 느낌 탓인지 보라가 눈을 질끈 감았다.

달달하면서 톡 쏘는 맛이 보라에게는 처음이니까.

처음보는 보라의 새로운 표정에 나의 얼굴이 완전 풀어졌다.

순간 너무 헤벌레 웃은 게 아닌가 하고 얼른 눈치를 살폈는데, 주다미 역시 헤실헤실 웃으며 보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둘기 얼굴인 배덕기의 표정은 읽기 힘들었지만, ‘구르륵’ 하는 소리가 살살 나는 게 웃고 있는 듯했다.

보라가 있는 것만으로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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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루돌프에게도 선물을 +6 23.12.30 1,178 95 13쪽
57 착한 어린이들의 메리 크리스마스 +6 23.12.30 1,202 10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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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크리스마스이브 (3) +5 23.12.27 1,368 10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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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크리스마스이브 (1) +6 23.12.25 1,565 114 15쪽
51 크리스마스이브 전야제 +7 23.12.25 1,675 110 14쪽
50 가장 따뜻한 계절, 겨울 +3 23.12.23 1,796 114 13쪽
49 형제 +5 23.12.23 1,797 113 13쪽
48 고양이의 속마음 +5 23.12.22 1,888 1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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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산타 할아버지 +12 23.12.16 2,451 134 13쪽
41 대단한 친구 +5 23.12.16 2,530 1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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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이름을 지어준 존재 +8 23.12.12 3,006 134 13쪽
36 막둥이 +9 23.12.11 3,015 139 12쪽
35 새로운 식구 +7 23.12.11 3,021 143 15쪽
34 각인 +2 23.12.09 3,021 145 13쪽
33 예상치 못한 행운 +7 23.12.09 3,068 145 16쪽
32 작은 존재들의 커다란 마음 +6 23.12.08 3,110 1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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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착한 일 +7 23.12.06 3,272 136 13쪽
29 간택 +3 23.12.05 3,439 14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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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8 23.11.21 4,891 170 14쪽
14 신품종 +6 23.11.20 5,290 173 17쪽
13 다녀왔어요 +10 23.11.19 5,312 192 15쪽
12 마트에 가요 +8 23.11.18 5,480 191 12쪽
11 달라지는 하루 +13 23.11.17 5,793 215 15쪽
10 진짜 드루이드 +8 23.11.16 6,144 213 15쪽
9 식구와 식객 사이 +11 23.11.15 6,174 214 13쪽
8 옥탑방 고양이 +7 23.11.14 6,539 210 14쪽
7 옥탑방 강아지 +10 23.11.13 7,379 220 15쪽
6 나는 삼촌 +9 23.11.12 7,753 241 13쪽
5 선천적 애니먼 +11 23.11.11 8,177 250 16쪽
4 보라 +6 23.11.10 8,889 250 15쪽
3 동질감 +11 23.11.09 10,066 267 18쪽
2 복권 중의 복권 +9 23.11.09 11,198 280 13쪽
1 일상 속 전조 +14 23.11.06 14,786 30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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