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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의 소설

페르소나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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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1
작품등록일 :
2017.04.04 21:58
최근연재일 :
2017.05.14 17:16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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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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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615

작성
17.04.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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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3화 히라(4)

DUMMY

히라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는다. 악보신을 안심시키려는 것이다.

“저도 그런 생각 해봤습니다. 그러나 기억을 지운다거나 자아를 없앤다거나 하는 일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천상계에 닥친 이 위기를 헤쳐 나온 지혜가 더불어 생기지 않을까요? 악보신은 지금도 많이 변하셨습니다. 우리가 맨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대화를 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지 않았습니까?”


악보신은 지팡이에 손을 모으고 앞을 응시한다.

“지금의 나는 없어지지 않는다.”


“네, 그렀습니다. 굳이 없어질 필요가 없습니다. 비록 흑화는 되었지만 악보신은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실 것 같습니다. 지혜의 신 마르헨님은 전지전능했습니다. 시그널이 아무리 흑화시켜도 본성은 나오게 마련입니다.”


“자네 말대로 되었으면 좋겠네. 나도 내가 나쁜 놈이라는 건 알지만 내 자아가 사라지기는 싫거든. 그건 죽음을 의미하는 거네.”


“아마도 시그널은 그 점도 염두해 두었을 겁니다. 악보신의 자아가 사라지면 그 자아는 차원을 넘어 또 다른 생명체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시그널은 생각보다 더 교활합니다.”


“나는 그 시그널과 손을 끊은 지 오래네. 그리고 시그널은 날 해칠 수는 없지. 내 힘도 막강하니 쉽게 던비지는 못하더군.”

히라는 품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꺼내 악보신에게 준다.


“악보신, 이건 마르헨의 별에서 가져온 나뭇가지입니다. 이것을 품에 지니고 다니세요. 마르헨님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줄 겁니다.”


악보신은 나뭇가지를 손에 쥐고 히라를 향해 말한다.

“고맙네, 자네 말대로 이제 좀 더 악을 참아보겠네. 그리고 그 여자 아이는 히라 여신이 맞지?”


“네, 그렇습니다. 제 아내 될 사람입니다.”


“그렇군. 히라를 찾았군 그래. 그나마 다행한 일이군.”


“네, 그럼 저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그러게. 잘 가시게.”


“그럼 다음에 뵙지요.”


히라는 악보신에게 인사를 하고는 흰 용을 타고 전선자와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전선자는 몸을 웅크린 채 하늘로 기어오른다.

악보신은 나뭇가지를 품에 안고 떠나가는 히라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


히라와 헤어진 후 택시를 타고 가던 희숙 일행은 서울에 도착해 집으로 간다.

데이빗은 먼저 희숙의 집에 들러 희숙과 애란을 바래다준다.

그리고 데이빗은 그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다.

희숙과 애란은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서로를 안아준다.

“엄마, 걱정 많이 했어.”


“그래, 미안하다. 엄마가 걱정시켰구나.”


“응, 나 집에서 엄마 기다리고 있었는데 히라가 내려왔어요. 엄마가 위험에 처했다면서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히라를 따라갔어요.”


“그래, 히라가 그랬구나. 우리가 위험에 빠진 걸 알고 구해주러 왔구나. 그런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네. 빠져나오느라고 정신이 없었어.”


“나중에 내가 전해줄게. 엄마가 고맙다고 했다고.”


“그래, 그렇게 해주렴. 부탁할게.”


“엄마 아까 기다리는 동안 저녁을 내가 만들어봤어. 같이 먹자.”


“그래, 어서 먹자.”


희숙과 애란은 간단하게 씻고 저녁을 같이 먹는다.

희숙은 저녁을 먹으면서 애란을 훔쳐봤다.

이렇게 같이 저녁을 먹을 날도 조금 있으면 끝날 것만 같다.

애란이 이제는 히라에게 가야하기 때문이다.

희숙이 보호한다고 하지만 희숙의 힘은 너무 미약하다.

희숙은 이 당황스런 일들을 계속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애란에 대해서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


희숙으로서는 애란을 더이상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히라 남신에게로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해야지 애란이 안전해질 수 있다고 희숙은 생각하고 있다.

희숙은 그 두 눈에 애란을 담고 있다.


이렇게 예쁜 소녀 애란이가 마음속에 한 층씩 쌓여져가고 있다.

희숙과 애란은 저녁을 먹은 뒤 각자의 방으로 갔다.

오늘은 희숙에게도 애란에게도 너무나 피곤한 날이었다.

애란은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희숙도 피곤해서 눈이 감겼다. 그러나 수첩을 꺼내 오늘의 일을 기록했다.

희숙은 마지막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내 딸 애란이가 히라의 품에 안겨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이제 내 마음 속에서 애란이를 조금씩 정리하기로 했다고.....


그리고 희숙은 잠이 들었다.

“어머니, 일어나세요. 저 히라입니다.”


희숙은 인기척에 잠이 깼다. 희숙의 방에 히라가 들어와 있었다.

“히라, 이 시간에 무슨 일이죠?”


“어머니, 잠을 깨워서 죄송합니다. 저와 어디 좀 같이 가시죠.”


희숙은 히라의 재촉에 방에 불을 키고 히라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죠? 급한 일인가요?”


“중대한 일입니다. 어머니가 같이 가주셔야 합니다. 가면서 말씀드리죠.”


희숙은 옷가지를 챙겨 입고 히라의 손을 잡는다.

히라는 흰 용 위에 희숙을 태운다.

그리고 히라는 다른 흰 용을 탄다.


“가자.”


흰 용들은 몸을 움직여 하늘로 올라간다.

희숙은 하늘의 바람을 느낀다. 바람이 뺨을 스친다. 봄이라 춥지 않다.

희숙은 같이 날아가고 있는 히라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죠?”


“저희는 이제 지구의 내부로 들어갑니다.”


“지구 내부요?”


“네, 지구 내부를 지나 지구의 핵으로 들어갑니다.”


히라는 망토를 꺼낸다.

“이걸 입으시죠.”


히라는 망토를 던져 희숙에게 덮어준다. 온 몸을 가리고 얼굴도 가린다.

“이렇게 하면 지구 내부로 들어가도 괜찮을 겁니다.”


희숙은 고개를 조금 내밀고는 말한다.

“이거 괜찮겠어요? 지구 내부는 뜨거운 용암이잖아요?”


“제가 찾은 길로 들어가면 됩니다. 맨틀을 피해 가는 길을 알아냈습니다. 디질들이 다니는 길을 발견한 셈이죠.”


“디질들이 지구 내부를 왔다 갔다 해요?”


“네, 그렇습니다. 지구 내부에 심각한 것이 있습니다. 저도 보고 놀랐습니다. 어머니도 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머니를 모셔가는 겁니다.”


“지금 말하기 곤란한 건가요?”


“애란이와 관련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히라 여신 때문입니다.”


“히라 여신이라니요?”


“지구 핵에 히라 여신의 전 환생체가 있습니다. 2000년 전에 디질 신 시그널에게 제물로 받쳐진 히라 여신의 전 환생체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뭐라고요? 정말인가요?”


희숙은 놀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흰 용들을 하늘을 갈라 올라가더니 깊은 산맥의 길로 들어간다.


“네, 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였습니다. 히라 여신을 그 때 구하지 못했는데 그 환생체, 디질족의 제물로 받쳐졌습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지구 내부의 디질종족들이 만들어 놓은 연구소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끔찍합니다. 히라 여신의 환생체를 팔다리를 자르고 혀를 뽑고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코를 자르고 인저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인저라뇨? 돼지 인간이요?”


“인간이 아니라 짐승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미 영혼도 혼백도 빠져나간 몸으로 인간의 사고나 본능 또한 없습니다. 살아있는 시체입니다. 좀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몸을 지금까지 영생케 한 겁니다. 디질 종족의 과학기술은 뛰어납니다. 현 시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을 과학기술로 만들고 있습니다.”


“끔찍하네요.”


“히라의 전 환생체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여신들의 환생체들을 다 잡아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히라와 희숙을 태운 흰 용들은 깊은 산맥 사이에 있는 커다란 굴속으로 들어간다.

굴은 땅 속의 크고 깊은 구멍과 연결되어 있다.

“이제 들어갑니다. 증기 때문에 숨쉬기가 힘드실 겁니다. 이만 말하죠.”


히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굴속으로 날아가자 뜨거운 증기들이 가득차 오른다.

희숙은 본능적으로 망토로 얼굴을 가리고 온 몸을 감싼다.

보통 망토가 아닌 것 같다.

망토는 매우 가벼워 희숙의 몸을 잘 감쌌고 외부의 뜨거운 증기도 차단했다.


망토 안은 숨쉬기가 괜찮았다.

흰 용들이 굴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굴속으로 한 시간을 파고 들어갔을까 순식간에 뜨거운 증기가 갑자기 사라진다.

희숙은 뜨거운 증기가 멈추자 망토에서 얼굴을 조금 내민다.

지구의 깊은 내부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

어둡지도 않았다. 어디선가 빛이 나고 있었다.


흰 용들이 더욱 빠르게 지구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희숙은 지구 내부에 뜨거운 맨틀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세계가 펼쳐져 놀라기만 한다.

희숙은 망토에서 얼굴을 완전히 뺐다.

“이제 괜찮습니다. 답답하셨죠?”


“아니에요. 덕분에 좋은 구경하네요. 여기가 지구 내부 맞나요?”


“네, 맞습니다. 이제 지구의 핵에 곧 도착합니다.”


“신기하네요.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먼저 말씀 드릴게요. 이번에 가는 일은 애란에게 비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전 환생체가 좀비처럼 살아있다고 하면 끔찍해 할 겁니다.”


“그러게요. 말 안할게요. 약속해요. 저는 듣기만 해도 끔찍하네요. 그런데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그 연구소의 과학 기술을 좀 사용하려고 합니다. 예전에 수원에서 애란의 복제인간들을 보신 적이 있으시죠?”


“네, 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그 사람도 봤지요.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요.”


“네, 압니다. 그 분 이야기는 안하시는 게 낫겠습니다. 그 분, 중간에 끼어들어 이런저런 말썽을 부리고 다니시고 계십니다. 이 시간에도 말입니다. 그 분은 나중에 심판받으실 겁니다.”


“다행이네요. 그런 인간은 심판 받아 마땅해요.”


희숙은 입 밖으로 섭정의 이름조차 말하기 싫었다.

히라는 그런 희숙의 마음을 아는지 말을 잠시 끊고 앞을 응시한다.

“조금 있으면 연구소에 도착합니다. 이미 제로스와 전선자가 가서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우리 천상계의 신들이 점령해놓은 상태입니다. 저번처럼 거친 싸움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흰 용들이 지구의 핵에 가까이 내려간다.

지구의 핵은 바다처럼 물로 이루어져있고 조금 더 가니 큰 섬이 하나 보였다.

어느새 그 섬에 도착한다. 지구의 핵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제 거의 도착했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됩니다.”


흰 용들이 섬 안으로 들어간다. 섬 안에는 인공 건축들이 있다.

큰 연구소도 있고 농가도 있고 공장도 여럿 보인다.

흰 용들은 연구소로 향해 날아간다.

연구소는 이미 한 쪽 벽이 무너진 상태다.


이미 치열한 싸움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흰 용들은 무너진 벽을 타고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 도착했습니다.”


연구소 안에는 제로스를 비롯한 여러 신들이 있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몇몇 회색 괴물, 디질들이 포박당한 채 앉아있다.

흰 색 가운을 입은 인간들도 보였다. 비밀 연구소의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디질 족을 숭배하는 비밀 조직에 속해 있다.


이들은 연구원이라고는 하나 살아있는 좀비를 만드는 잔악무도한 사람들이다.

사람다운 면은 없는 존재들이다.

흰 용들이 연구소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히라는 가볍게 뛰어내린다. 그리고 희숙을 들어 바닥에 내려놓는다.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아요. 히라. 여기인가요?”


“네, 여기입니다. 여기가 연구소입니다.”


희숙은 바닥에 내려와 주위를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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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4화 전쟁(1) 17.04.20 116 0 10쪽
26 제3화 히라(17) 17.04.18 124 0 7쪽
25 제3화 히라(16) 17.04.16 225 0 11쪽
24 제3화 히라(15) 17.04.15 91 0 11쪽
23 제3화 히라(14) 17.04.13 169 0 10쪽
22 제3화 히라(13) 17.04.11 97 0 11쪽
21 제3화 히라(12) 17.04.10 105 0 10쪽
20 제3화 히라(11) 17.04.09 125 0 12쪽
19 제3화 히라(10) 17.04.09 97 0 12쪽
18 제3화 히라(9) 17.04.07 89 0 10쪽
17 제3화 히라(8) 17.04.07 112 0 11쪽
16 제3화 히라(7) 17.04.06 88 0 13쪽
15 제3화 히라(6) 17.04.06 104 0 10쪽
14 제3화 히라(5) 17.04.06 107 0 14쪽
» 제3화 히라(4) 17.04.06 94 0 11쪽
12 제3화 히라(3) 17.04.06 71 0 13쪽
11 제3화 히라(2) 17.04.06 83 0 11쪽
10 제3화 히라(1) 17.04.06 73 0 12쪽
9 제2화 디질족(4) 17.04.06 109 0 12쪽
8 제2화 디질족(3) 17.04.06 89 0 13쪽
7 제2화 디질족(2) 17.04.05 86 0 12쪽
6 제2화 디질족(1) 17.04.05 136 0 10쪽
5 제1화 그녀, 김희숙(5) 17.04.05 111 0 10쪽
4 제1화 그녀, 김희숙(4) 17.04.05 103 0 13쪽
3 제1화 그녀, 김희숙(3) 17.04.04 142 0 13쪽
2 제1화 그녀, 김희숙(2) 17.04.04 12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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