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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의 소설

페르소나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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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1
작품등록일 :
2017.04.04 21:58
최근연재일 :
2017.05.14 17:16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416
추천수 :
0
글자수 :
156,615

작성
17.04.0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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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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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제1화 그녀, 김희숙(1)

DUMMY

인천의 한 요양 병원 402호실에 희숙은 누워 있다. 희숙은 대장암 말기 환자다.

오늘은 2015년 11월 26일, 눈이 온다.

희숙은 가쁜 숨을 들이쉬고 있다. 이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여든 일가친척들은 희숙의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

“엄마, 눈 좀 떠봐. 엄마... ”


희숙의 막내 딸 이애란은 희숙의 머리맡을 지키며 희숙의 귀에 대고 계속 말을 하고 있다.

희숙과 전 남편과의 소생인 정구, 희정 남매는 희숙의 주치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희숙의 주치의는 희숙을 보고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이니 어서 인사를 하시죠.”


주치의의 말이 끝나자마자 희숙은 거칠었던 숨을 크게 뱉고는 숨을 멈췄다.

모여든 이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엄마, 나 두고 가지마”


“언니, 언니....”


“이모...”


주치의 뒤에 있던 간호사는 환자 침대를 둘러싸고 있던 커튼을 거둔다.

“이제 환자 분은 마지막 숨을 남기고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옮기겠습니다.”


간호사는 희숙의 숨을 유지하고 있던 모든 장치들을 끈다.

그리고 희숙의 침대를 밀어 다른 방으로 옮긴다. 사람들은 속속 자리를 떠난다.

정구와 희정 남매는 장례준비를 한다며 자리를 뜬다.

애란만이 희숙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다.


“엄마, 나 이제 어떻게 해... 어떻게 혼자 살라고...”


“아니야, 애란아. 엄마 여기 있어.”


희숙은 깜짝 놀란다. 희숙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주검 앞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희숙은 알게 된다.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숙은 너무 놀랐다.

내가 죽어버렸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일가친척들이 흐느껴 우는 가운데에서 희숙은 딸 애란에게 말을 걸어본다.

“애란아, 엄마야. 엄마 목소리가 들리지 않니?”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희숙은 믿기지가 않는다.

자신이 죽었다는 것이 정말 실감이 안 난다.

희숙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는다. 정말 난 죽었구나 싶었다.

희숙은 내키지 않지만 인정하게 된다.


난 이제 죽은 사람이고 육신과 영혼은 분리되었음을....

그리고 자신은 영혼의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희숙은 자신의 주검에 엎드려 울고 있는 딸 애란을 만져본다.

허공에 스치듯 이미 손은 둘 곳이 없다.


“애란아, 애란아. 엄마 말이 안 들리니?”


“이미 김희숙씨는 죽은 사람입니다. 말이 들릴 리가 없죠. 이만 저 세상으로 갑시다.”


희숙은 놀라 소리가 난 뒤를 돌아본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저승사자가 서있었다.

“저, 정말 죽은 건가요? 그리고 당신은 저승사자입니까?


저승사자는 모자를 고쳐 쓰고는 말한다.

“네, 저는 저승사자가 맞습니다. 김희숙씨는 2015년 11월 26일, 운명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가시죠.”


희숙은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서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

“김희숙씨, 그러셔도 아무 소용없어요. 그만 가시죠.”


희숙은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아직 68세밖에 되지 않았어요. 너무 억울해요. 이렇게 죽기 싫어요. 저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요.”


저승사자는 손을 내민다.

“자, 어서 가시죠. 제 손을 잡으세요.”


“싫어요. 싫어.”


저승사자는 희숙의 손을 잡고 팔을 잡아당긴다.

저승사자가 희숙의 손을 잡자 병원 내부가 흰 연기로 둘러싸인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바람과 연기가 같이 불어오더니 저승사자와 희숙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한줄기 큰 바람이 불더니 희숙과 저승사자는 구름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저승사자는 손을 뺀다.

“이제, 다 왔습니다. 여기서 기다리시면 문지기가 올 것입니다. 문지기의 안내를 받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희숙은 그렇게 발버둥쳤지만 이미 저승세계로 와버렸다.

저승사자는 뒤돌아 몇 걸음 걷더니 하얀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희숙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여러 개의 문이 있었고 건물같은 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구름위에 서 있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아직은 자신이 죽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희숙은 억울하기만 하다. 희숙은 구름 위에 주저앉아 눈물짓는다.

구름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직 자신의 주검이 누워있는 병원 내부가 보인다.


모인 일가친척들은 희숙의 죽음을 인정하고 삼삼오오 보여 장례 준비를 하러 병실을 나가고 있었다.

희숙은 막내 딸 애란을 보자 눈물이 차올랐다.

“불쌍한 내 딸, 나 이제 떠났으니 누가 돌봐줄까?”


“김희숙씨, 사후세계의 문지기입니다.”


희숙은 옆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40대 남자가 서있었다.

“댁이 문지기인가요?”


“네, 제가 문지기입니다. 만나 보니 상상하던 것과는 많이 다르죠?”


“문지기님, 저 벌써 죽은 거 너무 억울해요. 저 더 살고 싶어요. 너무 억울해요.”


“김희숙씨 죽음 잘못된 거 우리도 압니다. 우리도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김희숙씨는 명부에 있는 것과는 달리 너무 일찍 죽으셨습니다. 그리고 해결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셨어요.”


“그렇죠? 저 너무 빨리 죽었죠? 저 이렇게 죽은 거 너무 억울해요. 저는 평생 고생만 하다가 죽었어요.”


문지기는 들고 있는 책을 들여다보고는 펜을 들어 글씨를 쓴다.

“저희도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 결과 저희도 김희숙씨의 죽음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 이렇게 죽은 거 너무 억울합니다. 저 다시 살려주세요. 다시 살고 싶어요. 막내딸 애란이도 너무 불쌍해요. 제가 죽으면 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부탁드려요.”


“저희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입니다.”


문지기는 책을 펼쳐보고는 책 속의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책 속을 향해 말한다.

“천상계 문지기 아달입니다. 아까 회의하신대로 김희숙씨는 다시 돌아가길 바랍니다. 타임워프로 다시 되돌려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아까의 결론이 그대로 적용될 것 같습니다. 이에 허가를 바랍니다. 허가가 떨어지면 제가 김희숙씨를 다시 되돌려 보내겠습니다.”


희숙은 두 손을 맞잡고 문지기에게 부탁한다.

“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거죠? 우리 애란이 보러 다시 갈 수 있는 거죠?”


“네, 허가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제가 다시 되돌려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시게 되면 여러 가지 대가가 따를 겁니다. 지금은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많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각오하시고 계시죠?”


“어떤 대가가 따르죠?”


“김희숙씨는 다시 인생을 사는 겁니다. 다시 사는 인생인 만큼 그 인생의 진정한 참의미를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김희숙씨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아시게 될 겁니다.”


“제가 다시 돌아가면 어떤 인생을 살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왜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천기누설이라고도 하죠.”


문지기는 허공을 쳐다보더니 책을 펼친다.

“아, 벌써 허가가 떨어진 모양입니다.”


“저 다시 돌아가나요?”


“네, 다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제가 문을 안내해드리죠. 제 뒤를 따라 오세요.”


문지기는 구름 위로 난 흰색 벽돌길을 걷는다. 희숙은 문지기의 뒤를 따라간다.

길을 걷다보니 꽃밭이 나타나고 덩그러니 서있는 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말씀하신 문이 이건가요?”


문지기는 문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네, 바로 이 문입니다. 이제 이 문을 열고 나가시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기가 언제 있지는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지금 나이보다는 젊은 시절로 가실 겁니다. 그건 김희숙씨가 해결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갈수만 있다면 저는 좋아요. 언제인지는 상관없어요. 애란이하고 같이 할 수 있다면 저는 언제든 좋아요.”


“김희숙씨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일입니다. 그럼 마음 단단히 먹으시고 이문을 열고 나가시죠. 그러면 젊은 시절의 김희숙씨로 되돌아가실 겁니다.”

희숙은 문 앞에 선다.


“이 문을 열면 저의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죠?”


“네, 안녕히 가십시오. 언젠가 또 뵙게 되겠죠. 그럼 전 이만..”


문지기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는 뒤돌아 길을 걷는다.

희숙은 문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고 잠시 생각한다.

희숙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고 문을 열 생각이다.


그저 혼자 남게 된 딸 애란이가 걱정되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희숙에게는 애란이 위로 두 남매가 있었지만 그들은 어렸을 때 헤어진 이후 남처럼 지냈기에 심리적인 친밀감이 적었다.

그리고 희숙에게 매번 돈만 받아가려 하는 것이었다.

희숙이 조그만한 집과 가게가 있는 것은 그 두 남매에게는 늘 유산거리였을 뿐이다.


희숙은 그렇게 자라버린 두 남매가 매우 안타까웠다.

부모로써 제대로 사랑도 못해줬는데 그렇게 물질적인 보답만을 바라는 두 남매을 바라보는 건 씁쓸하기만 했다.

사는게 넉넉지 않았으니 그렇게 자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희숙은 애란에게 온갖 애정을 쏟았다.

다행히 애란은 착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런 애란이였는데 내가 죽으면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죽으라는 말인가?

희숙은 억울하고 또 억울하기만 했다.

그런데 다시 살 수 있다니 그나마 천만다행한 일이다.

희숙은 이제 다시 문을 열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생겼다.

이렇게 너무 쉽게 일이 풀린 것도 이상하기만 했다.


다시 살려 보내주다니 이런 일이 다 있을 수 있을까?

희숙은 문고리를 잡고는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이 문만 열면 다시 돌아간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걸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다시 돌아가면 애란이를 사랑해줄 수 있어. 가자.’


희숙은 단단히 결심을 하고 문을 연다.

문이 열리자 흰 연기가 크게 오르더니 희숙을 빨아들인다.

희숙은 땅바닥이 쑥 커지는 것을 느꼈다. 바람이 불더니 구름이 사라진다. 구름 위에 세상이 아니다. 희숙은 발을 디딜 공간이 없어지자 그대로 낙하된다.

희숙은 허공을 허우적거리다 정신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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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4화 전쟁(1) 17.04.20 116 0 10쪽
26 제3화 히라(17) 17.04.18 124 0 7쪽
25 제3화 히라(16) 17.04.16 225 0 11쪽
24 제3화 히라(15) 17.04.15 91 0 11쪽
23 제3화 히라(14) 17.04.13 169 0 10쪽
22 제3화 히라(13) 17.04.11 97 0 11쪽
21 제3화 히라(12) 17.04.10 105 0 10쪽
20 제3화 히라(11) 17.04.09 125 0 12쪽
19 제3화 히라(10) 17.04.09 97 0 12쪽
18 제3화 히라(9) 17.04.07 89 0 10쪽
17 제3화 히라(8) 17.04.07 112 0 11쪽
16 제3화 히라(7) 17.04.06 88 0 13쪽
15 제3화 히라(6) 17.04.06 104 0 10쪽
14 제3화 히라(5) 17.04.06 107 0 14쪽
13 제3화 히라(4) 17.04.06 93 0 11쪽
12 제3화 히라(3) 17.04.06 71 0 13쪽
11 제3화 히라(2) 17.04.06 83 0 11쪽
10 제3화 히라(1) 17.04.06 73 0 12쪽
9 제2화 디질족(4) 17.04.06 109 0 12쪽
8 제2화 디질족(3) 17.04.06 89 0 13쪽
7 제2화 디질족(2) 17.04.05 86 0 12쪽
6 제2화 디질족(1) 17.04.05 136 0 10쪽
5 제1화 그녀, 김희숙(5) 17.04.05 111 0 10쪽
4 제1화 그녀, 김희숙(4) 17.04.05 103 0 13쪽
3 제1화 그녀, 김희숙(3) 17.04.04 142 0 13쪽
2 제1화 그녀, 김희숙(2) 17.04.04 12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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