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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리 님의 서재입니다.

달이 만든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로즈리
작품등록일 :
2020.06.13 16:23
최근연재일 :
2021.05.01 23:55
연재수 :
333 회
조회수 :
14,208
추천수 :
244
글자수 :
1,286,707

작성
20.06.13 18:32
조회
211
추천
4
글자
7쪽

3화

DUMMY

“일어나요.”

“일어나요, 나나 씨.”


익숙하지는 않지만 낯설지도 않은 목소리가 나나를 깨웠다. 서서히 눈을 뜨며 아슴푸레 기억이 돌아오는 동안에 시야에 먼저 담긴 건 도진의 얼굴이다.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도진의 모습에 놀란 나나는 “으악!”하고 갑작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놀란 도진이 엉덩방아를 찧고, 또 그 소리에 다시 놀란 나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엔 수풀이 무성하게 우거졌고 커다란 연못 하나가 있을 뿐이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엄청 놀랐나 봐요. 기절했었어요.”


도진이 바닥에서 일어나려는 나나를 부축했다. 어지러운 탓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나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동안에 내내 도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러다 제 발밑이 너무 가볍고 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야! 내 구두는!”

“설명할게요!”

“내놔, 이 도둑놈아!”


그녀는 맨발이었다.


결국 납치를 당했구나. 현실을 받아들인 나나는 도진의 머리털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기 위해 손을 뻗었다. 허리를 숙여 피한 도진이 당황하였고, 서둘러 자신이 신고 있던 구두를 벗어 내밀었다.


“홍연 님이 오늘은 힐을 신은 여자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그게 나나 씨일 줄은 몰랐어요.”

“뭔 소리야. 내 구두 어디에 있냐니까?”

“일단 이거 신어요. 사이즈는 안 맞겠지만 그리 많이 걷지 않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내 구두 어디에 있냐고.”

“버렸어요.”


도진의 대답에 기가 찬 나나가 “뭐?”라고 되묻자, 그는 나나의 손을 잡고 그녀를 근처의 연못 앞으로 데려갔다. 연못은 푸른 하늘을 담을 만큼 투명했고, 그 안에는 달이 일렁이고 있었기에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 도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나나가 오만상으로 도진을 쳐다보았다.


“이 연못에 버렸어요. 대가가 필요했거든요.”

“대가? 남의 물건 훔치는 게 대가야?”

“그게 아니에요. 저 세계의 사람이 월계로 넘어오기 위해선 대가가 필요해요. 그 대가를 이 연못에 바쳐야만 해요.”


아직까지 도진을 의심하는 나나는 그가 하는 말을 전부 믿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신의 물건까지 마음대로 버린 그이지 않은가. 그 순간, 도진은 그녀가 자신을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둘러 그녀를 백면의 무덤으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대로라면 월영이 명한 대로 나나를 ‘심연도’로 데려가야 하지만, 모든 걸 미루고 당장에 나나의 사나운 성질을 참고 가기에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안 바치면?”

“죽게 돼요.”


엄숙하게 대답했지만 나나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녀는 그것을 시큰둥하게 여겼다. 여전히 믿지 않는 눈치다. 언젠가 홍연이 그날 하루의 점을 쳐줄 때였는데, 백면은 의심이 많고 성질 역시 매우 고약하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그녀를 맞게 데려온 것이라고, 도진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 연못의 이름은 ‘여일지(茹日池)’. 해를 먹는 연못이라는 뜻이에요. 월계와 세계가 섞이지 않도록 해주는 일종의 분계선 역할을 하기도 하죠. 월계의 사람이 아닌 사람은 월계로 넘어올 때 반드시 이곳에 떨어지게 돼요. 운명의 법칙 비슷한. 그리고 이 연못에 빠져 죽게 돼요. 월계의 유지를 위해서죠. 월계의 자가 아닌 인간이 이곳으로 넘어오면 아주 곤란하다고 여일지가 판단하는 겁니다.”

“그걸 지금 믿으라는 거야?”

“그건 나나 씨의 선택이에요.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에요. 애초에 나도 전해 들은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믿어요. 내가 나나 씨의 구두를 여일지에 버린 건 일종의 속임수였어요. 세계를 넘어오려는 사람의 영혼이 깃든 물건을 연못에 던지면 연못은 그 사람을 잡아먹었다고 여기고 물살을 가라앉히거든요.”


나나는 도진을 마주한 이후로 여지껏 혼란스러웠지만, 지금만큼 이해하기 힘든 순간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사기 치지 말라고 그에게 호통을 칠 생각이었지만 너무 진지하게 자신의 트집마다 그쪽의 논리에 맞게 대답하는 그였기에 이제는 그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그런 단계의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걸, ‘바친다’고 합니다. 어쨌든 자신의 일부를 넘기지 않고서는 온전히 이곳에 넘어올 수 없기 때문이죠. 이 비밀을 내게 알려준 건 홍연 님이에요. 홍연 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 잊어버린 비밀, 숨기고 있는 비밀 이런 것들을 아주 잘 알고 계시거든요. 아마 나나 씨도 곧 만나게 될 거예요.”

“인신공양 설화 같은 소리를 지금 믿으라는 거야? 너 같으면 곧이곧대로 믿겠어?”

“확실히, 믿기지는 않죠. 그런 식인을 하는 무시무시한 연못이 있다는 건 여러모로 말이 안 되잖아요? 믿고 싶지도 않고요. 하지만 진짜라니까요. 나도 직접 목격했으니까요. 이번이 두 번째예요.”


도진은 주변에 있는 잔돌 하나를 주워 연못 안으로 던졌다. 돌은 가라앉는가 싶더니 다시 떠올랐고, 그대로 튕겨 나와 바닥을 굴렀다.


잔돌이 데굴거리는 움직임을 멈춘 건 그것이 원래 있던 자리에 돌아왔을 때여서였다.


“어쩌면 월계다운 표현이에요. 달이 빛을 내는 건 햇빛이 달에 반사되기 때문이잖아요? 해를 바치지 않고는 볼 수 없는 곳. 그곳이 월계라고 해도 말이 되죠.”

“해를 바쳐야 한다는 거야? 무슨 표현이 그렇게 거창···”

“하늘을 봐요.”


나나는 도진이 자신의 말을 잘랐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 채, 반사적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보고도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며 다시 바라보아야 할 정도로 나나는 놀라고 말았다. 감탄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저 나나는 목을 더 꺾으며 하늘을 보고 또 바라보았다.


청명한 연파랑으로 물든 하늘에는, 누른 달이 조화롭게 걸려 있었다.


“왜 달이 떴지? 왜? 지금 낮이잖아.”

“그야 여긴 월계니까요.”

“그러니까 월계가 정확히 뭐길래 대낮에 달이 뜬 거야?”


답답했던 나나는 그대로 도진의 앞으로 가, 당차게 물었다. 판타지에는 읽는 것조차 재능이 없던 그녀였기에 이 모든 사실을 신기하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없었고, 지금 그녀가 처한 상황이 한껏 소름 끼치고 무서운 현실로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진은 나나와 눈높이를 맞추려 상체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는 월계(月界). 나나 씨가 있던 세계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곳, 세계(世界)였다면 이곳은 ‘달’이 중심인 곳, 곧 월계예요.”

“그걸 말이라···”

“그러니까 낮에 달이 뜰 수밖에 없어요. 이곳은 달을 위한 세상이니까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로즈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 말이 따로 남길 수 있는지 몰라서 프롤로그에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하였습니다...

저 무심하고 쌀쌀맞은 사람 아닙니다..

나나가 월계로 넘어간 때에라도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즐겁게 읽으실 수 있도록 열심히 이야기 진행하겠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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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39 블랙찰나
    작성일
    20.06.13 19:32
    No. 1

    홍보글 보고 왔습니다. 첫 웹소설 두근대고 떨리고 걱정되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나시겠네요. 지금 첫발을 뗀 작가님의 글들로 앞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기쁘고 즐거운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분명, 그런 날은 올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에 실망하지 마시고 열심히 써 나가시길 바랄께요. 화이팅 입니다. 선작, 추천 하고 가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로즈리
    작성일
    20.06.13 20:13
    No. 2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 큰 용기가 되는 댓글이에요.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남은 하루,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김성진
    작성일
    20.10.23 05:40
    No. 3

    월계가 달 위가 아니군요 어쩐지 달이 두갠가 헸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로즈리
    작성일
    20.10.24 00:28
    No. 4

    말씀하신 달이 두 개인 세상 역시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저는 해가 없고 달만이 있는 세상을 그려보고 싶었는데 부족하고 미숙한 점이 많은 작품이라 멋진 설명을 해드릴 수가 없네요. 그래도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댓글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Vacheron
    작성일
    21.04.28 00:51
    No. 5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7 로즈리
    작성일
    21.04.28 02:44
    No. 6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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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319화(수정) 21.04.18 48 1 9쪽
319 318화 21.04.17 38 1 9쪽
318 317화 21.04.16 33 1 9쪽
317 316화 21.04.15 37 1 8쪽
316 315화 21.04.14 33 1 9쪽
315 314화 21.04.13 3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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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312화 21.04.11 37 1 9쪽
312 311화 21.04.10 33 1 9쪽
311 310화 21.04.09 8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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